미소짓는 아내 - 10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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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가장 뜨겁게 달아오를 정오가 머지않은 오전.
저녁이 되면 회사원들로 북적이는 번화가도 오전만큼은 적당한 한산함을 자랑한다. 딱 적당하게 내려쬐는 아침 햇살과 살살 불어오는 미풍을 즐길 여유도 없이 통화를 하며 이리저리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는 사람들 속 그들과 별 다를 것 없이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걸음을 옮기고 있는 두 남녀가 있다.
“슬슬 점심이나 먹으러 갈까?”
중년 남성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뒤따라오는 여성에게 제안한다. 무엇이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지 한껏 치켜 올라간 눈매나 강렬한 눈빛은 그녀가 얼마나 쎈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를 짐작케 해주며 자기관리가 철저한 것을 증명하듯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깔끔하면서도 싱그러움이 묻어나는 상아색 정장과 먼지하나 묻지 않은 반무테 안경, 틀어 올린 머리는 신뢰감을 자아낸다.
살색 스타킹을 신어 그녀의 육덕지면서도 뽀얀 다리가 돋보이고 다리와는 반대로 검은 하이힐은 햇빛에 반사되며 윤이 난다. 시원스런 걸음걸이로 사회생활의 베테랑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녀는 정나은이다. 그런 그녀도 이 남자 앞에서는 도저히 표정 관리를 못하겠는지 있는 대로 불만을 표정으로 표출하고 있다.
‘이 인간은 일도 안하나?’
정나은 앞에서 걷고 있는 그는 그녀의 원수 김우영이다. 벌써 내기를 시작한 이후로 며칠이 지났다. 하지만 그 며칠 동안 정나은은 오전에 잠시 회사에 출근도장을 찍는 것을 제외하곤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이 남자에게 끌려 다니고 있다. 일을 하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오랜 시간을 들여가며 그 날 밤처럼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신을 희롱하고 있다.
‘게다가 철저하게 희롱만 할 뿐이고…….’
덕분에 정나은은 며칠 동안 쌓일 때로 쌓인 성욕 때문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며칠이고 몇 시간이고 그의 끈덕진 희롱은 집요하리만치 계속되면서도 절대로 자신을 절정에 오르게 하지 않는다. 얼마나 여자를 품었기에 이렇게 여자가 가려는 직전에 그 모든 자극을 정확히 끊는 것인지 혀를 내두를 정도다.
길거리를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걷는 그녀에게선 욕구 불만이라는 걸 수컷들에게 알려주듯 묘한 색기가 흘러넘치며 그들을 유혹하는 체취가 페로몬처럼 솔솔 풍겨 나오는 게 며칠사이에 여성으로써의 매력이 물씬 물이 올랐다.
“오늘은 여기서 먹자고.”
김우영은 적당한 식당을 손으로 가리키곤 자신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식당 안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하아~정말이지. 지치네.”
설마 이런 전개가 될 줄 몰랐던 그녀로써는 당황스러우면서도 점점 쌓이는 성욕 때문에 정신적으로 지쳐 한숨을 푹 내쉬며 식당으로 따라 들어갔다.
“이쪽~”
사람도 두 사람밖에 안되는데 그 바쁜 점심시간에 굳이 식당 내에서도 가장 깊숙한 좌식 방 안에서 자신을 부르는 김우영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한숨이 터져 나온다. 이미 며칠이나 겪은 일이지만 밥 먹을 때까지 자신을 가만히 안 놔두는 근성에 찬사를 보내야할지 뼈를 분살하는 분노를 선사해줘야 할지 선택하기 어렵다.
정나은은 눈살을 찌푸리며 자진해서 호랑이 굴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굳게 닫힌 미닫이문.
잠시 뒤 남자 종업원이 음식을 들이기 위해 미닫이문을 열자 화들짝 놀라는 여성과 능글맞게 웃고 있는 중년 남성이 눈에 들어온다. 그 넓은 방 안에서 구태여 나란히 앉아있는 남녀를 보며 의아함을 느꼈지만 착실히 음식을 세팅하고 인사를 하고 나가려는 종업원의 눈이 커다랗게 변한다.
“마, 맛있게 드세요.”
종업원의 눈은 하염없이 흔들리며 시선이 자꾸만 식탁 아래로 향하려는 걸 막아보지만 남자로써의 본능이 이성을 짓누른다. 인사를 하며 말을 더듬는 것도 모른 채 미닫이문을 닫는 순간까지도 식탁 아래에 고정되어 떨어질 줄 몰랐다.
“거참 식당에서까지 그 짓을 하고 싶을까?”
남자 종업원은 끌끌 혀를 차면서도 속으로는 좋은 구경했다고 즐거워한다. 테이블 아래에서 보였던 광경을 머릿속으로 몇 번이고 되새긴다. 식탁 아래로 뻗은 살색 스타킹에 감싸인 육덕진 다리는 살짝 벌어져 있었고, 여성의 것으로 보이는 검은 색 실크 팬티는 한쪽 다리에 걸려있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재빨리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시선을 던졌지만 남성의 손이 그녀의 가랑이 사이를 스타킹 위로 더듬고 있어서 그녀의 가장 깊숙한 곳은 보지 못했지만 오히려 그게 더욱 흥분됐다.
“또 음식 안 시키려나?”
남자 종업원은 끌끌 웃으며 일을 하면서도 방문 앞을 서성였다. 노골적으로 방문 앞을 서성이는 남자 종업원에게 다른 직원들이 눈총을 줘도 그는 아랑곳 않고 귀를 방 안으로 기울였다.
“……흡!”
남자 종업원의 정성이 통한 것일까? 얇은 미닫이문을 뚫고 작게 새어나온 달콤한 비음을 시끌시끌한 식당 안에서도 놓치지 않고 들었다. 남자 종업원은 그 달콤한 비음을 듣자 이성이 고장 난 것처럼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비어있는 옆방으로 들어갔다.
“야! 일 안하고 뭐해!”
“아, 잠시만 쉴게요. 대신 오늘 잔업 할 테니, 네?”
“으이구! 알았어!”
남자의 슬픈 본능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잔업과 맞바꾼 소중한 휴식 시간을 아무도 없는 옆방에 들어가 벽에 딱 달라붙는다. 시끌시끌한 식당의 소음을 무시하고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한다.
“……하아! 하아!”
“직접 만져주니 좋은가봐?”
달뜬 숨소리와 남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능글맞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남자 종업원은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후우! 하으윽! 밥 먹을 때까지 이러기야?”
“끌끌 당연하지. 아까 들어온 남자 직원 눈 봤어? 분명 식탁 아래 광경을 본 걸 거야.”
“하아……하아……입 다물어.”
달뜬 숨을 몰아쉬면서도 가시가 돋은 여성의 목소리에 남자 종업원은 흥분되는 한편 두 남녀의 관계가 궁금해진다.
‘여자 쪽은 뭔가 맘에 안 드나?’
자신에게 한 노출은 여성이 동의한 게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계속해서 귀를 기울인다. 달뜬 숨을 몰아쉬는 여성의 달콤한 숨결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그렇게 남자 종업원의 타들어가는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변화가 찾아왔다.
“잠시 화장실 다녀오지.”
남성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자 종업원은 중년 남성이 화장실을 가는 틈을 타 문 사이로 엿보고 싶은 마음에 방에서 허둥지둥 튀어나와 짐짓 아무것도 모른 척하며 방문 앞을 지나가려는 순간 굳게 닫혀있던 미닫이문이 스르륵 열린다.
“…….”
김우영은 그런 남자 직원에게 한번 눈길을 던지곤 방에서 나와 미닫이문을 닫으며 남자 종업원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살짝 열어두지.”
김우영의 말에 남자 직원은 화들짝 놀라며 그에게 눈길을 던졌지만 그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닫던 미닫이문을 정말 약간의 틈을 벌려둔 채 화장실로 떠나갔다. 남자 직원은 들여다 봐야할지 순간 갈등했지만 식당 내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방이라 주위에 눈길도 없고, 아직 점심 먹기엔 약간 이른 시간이라 방을 사용하는 손님은 이들밖에 없다는 생각에 마음 크게 먹고 그 틈 사이로 방 안을 엿본다.
평소 지겹게 보던 일터의 풍경. 조금 전까지 종업원이 숨어있던 옆방과 별 다를 게 없는 방의 모습이었지만 미닫이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전혀 다른 공간이었다.
맛있는 음식 냄새 속에 살짝 섞여있는 달콤한 여인의 체취와 벌어진 문틈 사이로 솔솔 흘러나오는 미지근한 공기. 종업원의 귀를 간질이는 자그마한 여인의 달뜬 숨소리는 자신마저 덩달아 숨을 몰아쉬게 한다.
1~2cm나 될까? 벌어진 틈 사이로 보이는 방안을 열심히 눈동자를 굴려 탐색한다. 앉아 있던 그녀는 나올 때와는 달리 흐트러진 자세로 반쯤 드러누워 있다. 살색 스타킹에 감싸여있는 다리는 반쯤 벗겨져 뽀얀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고, 다리에 걸려있던 검은 실크 팬티는 테이블 밑에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다.
“꿀꺽.”
종업원은 타들어가는 목과 방망이질 치기 시작한 가슴을 느끼며, 끈적한 눈길로 무릎까지 벗겨져 있는 살색 스타킹에 감싸인 다리 라인을 따라 그녀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시선을 옮긴다. 살이 꽉 찬 허벅지 안쪽 비밀스런 검은 화원은 살짝 물기를 머금고 조명 빛에 반사되어 빛나는 게 두 눈에 확실히 새겨졌다.
‘햐~저런 년 가랑이 사이에 얼굴 파묻어 보고 싶다.’
한없이 부드러워 보이는 허벅지살과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농익은 향기를 상상하며 다시금 마른침을 삼킨다. 상아색 정장 치마는 엉덩이까지 걷어져 올라가 탐스런 엉덩이 살을 살짝 드러내고 있었으며 그녀의 와이셔츠는 반 이상 단추가 풀러져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테이블 밑으로 보이는 좁은 시야로는 그녀가 숨을 몰아 쉴 때마다 오르내리는 복부만이 보일 뿐이다.
그렇게 테이블 밑으로 핏발 선 눈으로 그녀를 훔쳐보던 종업원은 서서히 내려오는 가느다란 손가락을 포착했다. 살짝 떨리는 손이 서서히 그녀의 허벅지 위를 쓰다듬더니 조금씩, 조금씩 그녀의 가장 깊숙한 가랑이 사이로 들어간다.
“……핫?!”
갑작스레 그녀가 깜짝 놀란 목소리를 내더니 가랑이 사이로 사라져가던 손을 황급히 뗀다. 방안은 그녀의 달뜬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고 정적이 흐른다. 하지만 그 정적은 곧이어 울린 소리에 깨져버렸다.
‘왜 저러지?’
그녀가 자신의 주먹으로 바닥을 내려쳤기 때문이다. 바닥에 꽂힌 채 마치 분노나 치욕으로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그녀의 주먹을 바라보고 있자니 뒤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어떤가 볼만한가?”
“헉?!”
종업원은 하마터면 소릴 지를 뻔하며 숨을 들이킨다. 황급히 뒤를 돌아보자 화장실에 갔던 중년 남자가 돌아와 있었다.
“슬슬 효과가 나오는구만. 조금만 더 애태워 볼까?”
자신과 같이 문틈 사이로 훔쳐보는 중년 남성은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비릿한 웃음을 짓곤 방안으로 들어간다. 그러면서도 마치 훔쳐보라고 하듯 아까보다 더욱 문틈 사이를 벌려놓는다.
‘나야 좋지 뭐.’
종업원은 문틈 사이로 눈을 집어넣으며 안을 훔쳐본다. 아까보단 훨씬 시야가 넓어져 엿보기가 한결 수월하다.
“자, 이제 먹었으니 빼볼까?”
중년 남성은 바닥에 흐트러져 있는 여성 곁에 다가가더니 주섬주섬 벨트를 풀러 팬티마저 확 벗어버린다.
“알지?”
종업원이 지금 상황에 놀라거나 말거나 중년 남성의 장난기어린 한마디에 여성은 혀를 차며 무릎 꿇고 앉는다. 그러자 중년 남성은 그녀의 입에 단번에 육봉을 찔러 넣는다.
“웁!”
여성은 눈매를 있는 대로 치켜 올리며 괴로운 목소리를 냈지만 중년 남성은 알 바 아니라는 듯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앞뒤로 흔들기 시작한다. 그가 허리를 흔들 때마다 튕겨져 나갈 듯 흔들리는 그녀의 모습을 넋 놓고 지켜본다.
깔끔하게 틀어 올렸던 머리는 점점 흐트러져가고, 숨쉬기가 곤란한지 점점 거칠어져가는 그녀의 숨소리와 괴로운 신음이 새어나오는 빈도가 높아진다. 아까 훔쳐봤을 때 예상했듯 반 이상 벗겨진 와이셔츠는 어깨 아래까지 흘러내려 그녀의 검은 실크 브래지어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고, 엉덩이까지 밀려올라간 상아색 치마는 그녀의 달덩이같이 부풀어 오른 엉덩이를 고스란히 드러내 괴로움에 덜덜 떨리고 있는 것까지 보인다.
‘와 대체 무슨 관계지?’
단순히 상사와 부하직원이라기엔 너무나 강압적인 행위에 자신이 다 살 떨린다. 방안에는 점점 질척한 물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하고 그에 따라 양껏 벌어져 육봉을 머금고 있는 그녀의 붉은 입술에선 투명한 액체가 질질 흐르기 시작한다.
“후우! 빨리 끝내고 나가자고.”
“으웁! 흡!……끄읍!”
더욱 강압적이고 강하게 허리를 튕기기 시작하는 중년 남성 때문에 여성은 정신을 못 차리겠는지 신음이 새어나오는 걸 억누르는 것도 포기한 채 남성의 허벅지를 꽉 움켜쥐고 애처롭게 떤다.
방안의 공기가 다 떨리는 것처럼 두 사람의 행위는 격렬해지더니 어느 순간 건전지가 다된 장난감처럼 남성의 허리가 뚝하고 멈춘다. 다만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있는 남성의 팔은 근육이 도드라질 정도로 강한 힘으로 그녀를 자신의 가랑이 사이로 밀어붙인다.
“크으흡!!!”
남성이 고장 난 장난감처럼 모든 움직임을 멈추는 것과는 반대로 여성은 그 모든 에너지를 받아들인 것처럼 온 몸을 사시나무 떨 듯 경련시키며 괴로움에 허덕인다. 찢어질 듯 커다란 눈동자와 살짝 상기된 양 뺨. 이따금 꿀렁거리는 그녀의 가느다란 목울대에서 중년 남성의 욕망의 덩어리가 그녀의 입속에 쏟아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게 해준다.
파문이 이는 것처럼 떨리고 있는 그녀의 달덩이 같은 엉덩이 사이에선 투명하고 끈적한 액체가 길게 흘러내리는 걸 보자 종업원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자위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맛있는 음식 냄새가 가장 많이 풍겨왔지만 이젠 그 음식냄새보다 더욱 강렬하고 야릇하기 그지없는 체취가 후끈한 공기를 타고 새어나오는 걸 느끼며 종업원은 눈앞에 펼쳐진 이름 모를 두 남녀의 행위를 두 눈에 새기며 손을 흔든다.
“후~날이 갈수록 잘 빠는데?”
중년 남성의 긴 탄식과 만족스런 목소리가 들리며 그녀에게서 서서히 떨어진다.
“쿨럭! 쿨럭!”
그녀가 머금고 있던 육봉이 뽑혀져 나오기 무섭게 그녀는 격하게 기침을 하며, 고개를 떨어트린다. 그에 따라 흐트러진 검은 생머리가 폭포수처럼 흘러내리지만 그녀의 붉은 입속에서 토해져 나오는 하얗고 질척한 액체는 가려지지 않았다.
“……큭!”
콜록거리는 여성의 기침소리가 진정되어 갈 무렵 두 남녀만이 있어야 할 방안에 자그마하게 남성의 억눌린 신음소리가 방 밖에서 들려온다. 중년 남성은 그 자그마한 소릴 들었는지 그의 입가에는 자그마한 미소가 걸렸지만 여성은 듣지 못했는지 숨을 고르며 흐트러진 옷맵시를 가다듬느라 진이 빠진 모습이다.
“어땠어? 만족스러웠나? 정나은 씨?”
“……어떤 대답을 원하는데? 한 대 후려 패줄까? 빌어먹을 김우영 씨?”
한마디도 지지 않는 정나은을 끌끌 웃으며 바라보는 그는 한마디를 더한다.
“지금 장면 만약 누군가가 봤다면 어땠을 것 같아?”
“…….”
그의 말에 정나은은 입가에 흐르는 침과 밤꽃 향이 피어나는 액체를 휴지로 닦다가 모든 움직임을 멈춘다. 무슨 상상을 하는지 몰라도 무표정의 그녀는 한참을 그렇게 미동도 않고 있다가 다시 옷맵시를 만지기 시작한다. 거의 변화가 없던 정나은이었지만 김우영의 능구렁이 같은 눈에는 진정되어가던 붉은 뺨에 다시금 열이 오른 걸 놓치지 않았다.
“그럼 가자고.”
정나은은 방금 전까지 흐트러졌던 모습이 거짓말처럼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다. 김우영은 병적이기까지 한 그녀의 자기관리 능력에 감탄하며 방을 나선다.
누가 알까? 방금 전까지 이 방안에서 두 남녀가 서로를 탐했다는 걸?
‘뭐 한명은 확실히 알겠지만.’
김우영이 벗어둔 신발을 신고 일어서자 들어올 때와 전혀 변화가 없는 정나은이 뒤따라 방을 나서기 위해 하이힐을 신는 순간 그녀의 표정이 급변한다.
“……뭐, 뭐야 이거.”
하얗게 탈색된 정나은의 표정 변화에 김우영은 왜 저러는 지 이해가 안가는 표정으로 다가오자 정나은의 적의어린 시선이 반긴다.
“이거 당신이 한 거지?”
정나은의 표정은 폭발 직전의 화산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김우영은 그녀가 왜 저렇게 화를 내는지 이해 못할 표정으로 다가서자 정나은은 이래도 모른 채 할 거냐는 태도로 하이힐을 벗는다.
질척.
‘응?! 이게 뭐야?’
정나은이 하이힐을 벗자마자 자신의 눈앞에 발을 들이댄다. 살색 스타킹에 감싸인 그녀의 자그마한 발에는 밤꽃 향기가 피어나는 하얀 액체가 끈적하게 달라붙어 스타킹에 스며들고 있었다.
‘……허, 허허허. 이것 참. 그 종업원도 대단하네.’
김우영은 기가 차지만 짐짓 모른 채하며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했다는 태도를 취하자 정나은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과 이를 부득 갈며 다시 하이힐을 신는다.
“하이힐 하나 버렸잖아!”
정나은은 짜증나는 태도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하이힐을 신고 일어서자 발을 통해 전해져오는 그 끈적하고 뜨뜻미지근한 감각에 온 몸에 소름이 달리는 걸 느낀다. 발바닥 전체에 전해지는 그 기묘한 감각에 몸서리를 치며 어색한 발걸음으로 식당을 나가버린다. 김우영은 점심값을 계산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하며 곁눈질로 그 남자 종업원을 찾는다.
‘표정이 참 장관일세.’
반쯤 넋이 나간 태도며 식당 밖으로 성큼성큼 나가버린 그녀의 뒷모습을 쫓는 눈동자에는 경악이 서려있다. 그녀가 그 짧은 시간에 저렇게 깔끔한 모습으로 나온 것도 놀랐겠지만 자신이 장난쳐 놓은 하이힐을 아랑곳 않고 신어버린 그녀의 태도가 더욱 경악스러운 것이겠지.
‘그 심정 이해한다. 저 정도의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여자는 처음 봤을 거다.’
김우영은 남자 종업원의 경악어린 마음을 이해하며 계산을 끝내고 그를 지나쳐가며 어깨를 두들겨 준다.
“헉?! 아, 안녕히 가세요.”
“고생했어.”
넋이 나가있던 종업원은 화들짝 놀라며 인사를 건넨다. 김우영은 그에게 잘했다는 눈짓을 하고 식당을 나선다. 식당을 나서자 뿔이 잔뜩 나 얼굴을 있는 대로 찌푸리고 있는 정나은이 눈에서 불을 뿜을 기세로 쏘아보고 있다.
“가자고.”
김우영은 능구렁이처럼 웃으며 그녀를 끌고 길거리를 나아간다. 정나은은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그를 따라나선다. 김우영은 그녀의 굉장히 불편해 보이는 걸음걸이 하며, 발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감각 때문인지 때때로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짜증을 내는 모습을 보며 괴롭히고 싶어지는 욕구를 참아내느라 고역이다.
‘이제 슬슬 다음 준비에 들어가 볼까나?’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어슬렁어슬렁 길거리를 거니는 김우영과 상아색 정장을 차려입어 한층 싱그러움이 돋보이는 정나은이 지나간 자리에는 욕구불만인 그녀가 뿜어내는 욕정의 체취와 묘한 밤꽃 향기가 바람을 타고 통행인들의 코를 간질였다.
도시의 밤은 화려하고 뜨겁다.
눈을 찌푸릴 정도로 화려한 네온사인과 잔뜩 술에 취해 길거리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열기는 차가운 밤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길거리에는 잔뜩 술에 취한 사람들이 내뿜는 열기 외에도 더욱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수많은 건물이 들어서 있다.
밤이 깊을수록 더욱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건물. 모텔이다.
어스름한 조명의 모텔 복도에 다닥다닥 늘어서 있는 두꺼운 방문들에선 귀를 간질이는 달콤한 신음소리가 끊임없이 복도에 새어나오고 방안을 꽉 채우고도 터질 듯이 새어나오는 미묘한 열기가 모텔 복도를 지배하고 있다.
수많은 방들과 다름없이 달콤한 신음소리가 터져 나오고, 그 뜨거운 열기가 스멀스멀 새어나오는 방이 있다.
“후욱! 후욱! 후욱!”
“아아악! 하으으윽! 으으으응!……하악!”
한치 앞도 안 보일정도로 어두운 방안. 창문 너머로 스며드는 화려한 네온사인의 불빛만이 방안을 비춘다.
짐승처럼 굵고 깊은 남성의 거친 숨소리와 가슴 속 본능이 이끄는 대로 신음을 내지르는 여성의 환희의 비명이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삐걱, 삐걱 침대가 부서질 듯 비명을 내지르고, 방안에 울려 퍼지는 찰지고 둔탁한 소음은 질척질척한 물소리와 화음을 이룬다.
방안에 스며드는 네온사인의 불빛이 침대 위에서 격렬하게 꿈틀거리며 서로를 탐하고 있는 두 남녀를 비춰준다.
배아래 깔려 환희를 내지르고 있는 여성에게 연신 허리를 내려찍고 있는 남성은 건강미가 넘치는 구릿빛 피부에 힘쓰는 일이라도 하는지 속이 꽉 찬 근육을 자랑한다. 배꼽을 맞추고 있는 여성을 임신시키겠다는 의지가 형상화 하듯 강렬한 힘과 그가 내뿜는 열기는 심상치 않다.
그런 짐승 밑에 깔려 강렬한 힘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쾌락이 절절히 묻어나는 신음을 토해내는 여성은 자상하고 수수하게 생긴 천상여자의 외모가 특징이었지만 침대 위에는 그런 모습이 일체 남아있지 않다. 외모와는 상반되게 유부녀의 농익음을 품은 육감적인 몸매는 정복욕을 들끓게 하고 쾌락에 물들어 허덕이는 유부녀의 모습은 배 위의 남성에게 더욱 힘을 불어넣어준다.
이미 두 남녀는 상당히 오랜 시간 관계를 가졌음을 증명하듯, 두 남녀의 몸은 땀으로 번들거리고 있었으며 이어져있는 하반신에서 흘러넘친 타액은 침대시트를 푹 적신지 오래다. 남성이 강하고 깊숙하게 허리를 내려찍을 때마다 여성의 가느다란 다리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폭풍같이 흔들리고 있었고 근육이 꿈틀거리는 남성의 등을 껴안은 여성의 두 팔과 손가락에는 순백의 다이아몬드 반지가 반짝이고 있었다.
삐리리리리~삐리리리리~
갑작스럽게 울려 퍼지는 경쾌한 벨소리에 남성은 침대 맡에 둔 핸드폰에 손을 뻗어 걸려온 전화를 확인한다.
“아~오랜만일세!”
남성은 전화를 건 상대방을 확인하자 어처구니없게도 연신 허리를 놀리면서 전화통화를 시작한다. 남성의 대담한 모습에 여성은 자신의 입을 필사적으로 틀어막고 새어나오는 신음을 막기 위해 발악해보지만 남성은 아랑곳 않고 연신 허리를 놀리며 통화를 이어간다.
“응? 아아, 별 것 아냐. 잠시만 기다리게. 곧 끝날 것 같으니.”
“크으흡?! 으읍! 하으윽!”
남성은 전화통화를 연결 시켜놓은 채 여성의 머리맡에 내려두곤 더욱 강하고 거칠게 허리를 내려찍기 시작하자 여성은 필사적으로 입을 틀어막고 쾌락을 견뎌보지만 터져 나오는 신음과 쾌락을 막을 순 없는지 가느다란 다리를 애처롭게 발버둥 친다.
지금까지보다 더욱 커진 질척거리는 찰진 소리와 달콤한 환희의 신음소리는 연결된 전화기를 타고 고스란히 넘어가고 있지만 남성은 신경도 쓰지 않고 오로지 절정에 이르기 위해 마지막 힘을 쥐어짜낸다.
1분이 채 흐르지 않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전화기 너머로 전해진 두 짐승의 퇴폐적인 울부짖음을 끝으로 서서히 조용해진다.
“후~이야~이거 미안하네. 그나저나 무슨 일인가?”
많은 걸 느껴지게 하는 깊은 한숨을 시작으로 남성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다. 그러자 전화 통화를 건 상대방 남성은 전혀 거리낄 것 없다는 듯 씩 웃으며 입에 담배를 꼬나문 채 용건을 이야기한다.
“하하. 이거 제가 눈치 없이 안 좋을 때 전화 걸었군요. 다름이 아니고 최 사장님 도움이 필요해서요.”
담배에 불을 붙이며 용건을 이야기하는 남자는 다름 아닌 김우영 부장이었다.
“응? 아냐. 아냐. 그나저나 도움이라? 우리 부장님 부탁이라면 들어줘야지.”
침대 맡에 앉아 땀을 줄줄 흘리며 전화 통화하고 있는 건 펜션을 운영하는 최 사장이었다. 최 사장도 잠시 쉬기 위해 담배에 불을 붙이며 김우영의 이야기를 경청하더니 호탕한 웃음을 터트린다.
“하하하! 정말이지. 알았네. 마침 딱 좋은 여자가 있지.”
최 사장은 그 여자가 지금 침대에서 사지가 풀려 경련하고 있는 유부녀라고 주장하듯 그녀의 부드러운 젖가슴을 움켜쥐며 그 감촉을 즐긴다.
“하으…….”
절정에 올라 쾌락에 절여진 몸을 주체 못하고 덜덜 떨고 있는 유부녀는 갑작스런 자극에 달콤한 신음을 흘린다. 최 사장은 아랑곳 않고 농익은 유부녀의 젖가슴을 주무르며 통화를 이어가고 있다. 창문 너머로 스며들던 네온사인의 불빛이 화려하게 번쩍이며 방안을 이리저리 비추며 어둠을 몰아낸다.
그 덕에 어둠이 짙게 내려앉았던 침대 위에 핀 유부녀라는 이름의 꽃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가느다란 다리를 경련시키며 가랑이 사이에서 울컥울컥 비릿한 밤꽃 향기 토해내는 이름 모를 꽃의 얼굴이 네온사인의 불빛에 드러난다.
“하아……하아…….”
수수하지만 옷 아래에 육감적이기 그지없는 몸을 자랑하던 김수진이었다.
펜션에서부터 이어진 인연.
그 광란의 밤에서 이어진 최 사장과 김수진의 관계는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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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으셨는지 모르겠네요^^
글이 길어짐에 따라 스토리도 그렇고 퀄리티도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역시 전 전작인 프레디 패러디한 작품처럼 단편이나 써야 할런지 뒷심이 부족한 듯 싶군요.
(프레디를 소재로 쓴 글은 욕 지질나게 먹고 시무룩해서 지웠지만요;;)
더욱 재미있는 글이 되길 스스로도 소망합니다. 즐겁게 읽어주신 분들 행복한 하루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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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면 회사원들로 북적이는 번화가도 오전만큼은 적당한 한산함을 자랑한다. 딱 적당하게 내려쬐는 아침 햇살과 살살 불어오는 미풍을 즐길 여유도 없이 통화를 하며 이리저리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는 사람들 속 그들과 별 다를 것 없이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걸음을 옮기고 있는 두 남녀가 있다.
“슬슬 점심이나 먹으러 갈까?”
중년 남성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뒤따라오는 여성에게 제안한다. 무엇이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지 한껏 치켜 올라간 눈매나 강렬한 눈빛은 그녀가 얼마나 쎈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를 짐작케 해주며 자기관리가 철저한 것을 증명하듯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깔끔하면서도 싱그러움이 묻어나는 상아색 정장과 먼지하나 묻지 않은 반무테 안경, 틀어 올린 머리는 신뢰감을 자아낸다.
살색 스타킹을 신어 그녀의 육덕지면서도 뽀얀 다리가 돋보이고 다리와는 반대로 검은 하이힐은 햇빛에 반사되며 윤이 난다. 시원스런 걸음걸이로 사회생활의 베테랑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녀는 정나은이다. 그런 그녀도 이 남자 앞에서는 도저히 표정 관리를 못하겠는지 있는 대로 불만을 표정으로 표출하고 있다.
‘이 인간은 일도 안하나?’
정나은 앞에서 걷고 있는 그는 그녀의 원수 김우영이다. 벌써 내기를 시작한 이후로 며칠이 지났다. 하지만 그 며칠 동안 정나은은 오전에 잠시 회사에 출근도장을 찍는 것을 제외하곤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이 남자에게 끌려 다니고 있다. 일을 하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오랜 시간을 들여가며 그 날 밤처럼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신을 희롱하고 있다.
‘게다가 철저하게 희롱만 할 뿐이고…….’
덕분에 정나은은 며칠 동안 쌓일 때로 쌓인 성욕 때문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며칠이고 몇 시간이고 그의 끈덕진 희롱은 집요하리만치 계속되면서도 절대로 자신을 절정에 오르게 하지 않는다. 얼마나 여자를 품었기에 이렇게 여자가 가려는 직전에 그 모든 자극을 정확히 끊는 것인지 혀를 내두를 정도다.
길거리를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걷는 그녀에게선 욕구 불만이라는 걸 수컷들에게 알려주듯 묘한 색기가 흘러넘치며 그들을 유혹하는 체취가 페로몬처럼 솔솔 풍겨 나오는 게 며칠사이에 여성으로써의 매력이 물씬 물이 올랐다.
“오늘은 여기서 먹자고.”
김우영은 적당한 식당을 손으로 가리키곤 자신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식당 안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하아~정말이지. 지치네.”
설마 이런 전개가 될 줄 몰랐던 그녀로써는 당황스러우면서도 점점 쌓이는 성욕 때문에 정신적으로 지쳐 한숨을 푹 내쉬며 식당으로 따라 들어갔다.
“이쪽~”
사람도 두 사람밖에 안되는데 그 바쁜 점심시간에 굳이 식당 내에서도 가장 깊숙한 좌식 방 안에서 자신을 부르는 김우영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한숨이 터져 나온다. 이미 며칠이나 겪은 일이지만 밥 먹을 때까지 자신을 가만히 안 놔두는 근성에 찬사를 보내야할지 뼈를 분살하는 분노를 선사해줘야 할지 선택하기 어렵다.
정나은은 눈살을 찌푸리며 자진해서 호랑이 굴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굳게 닫힌 미닫이문.
잠시 뒤 남자 종업원이 음식을 들이기 위해 미닫이문을 열자 화들짝 놀라는 여성과 능글맞게 웃고 있는 중년 남성이 눈에 들어온다. 그 넓은 방 안에서 구태여 나란히 앉아있는 남녀를 보며 의아함을 느꼈지만 착실히 음식을 세팅하고 인사를 하고 나가려는 종업원의 눈이 커다랗게 변한다.
“마, 맛있게 드세요.”
종업원의 눈은 하염없이 흔들리며 시선이 자꾸만 식탁 아래로 향하려는 걸 막아보지만 남자로써의 본능이 이성을 짓누른다. 인사를 하며 말을 더듬는 것도 모른 채 미닫이문을 닫는 순간까지도 식탁 아래에 고정되어 떨어질 줄 몰랐다.
“거참 식당에서까지 그 짓을 하고 싶을까?”
남자 종업원은 끌끌 혀를 차면서도 속으로는 좋은 구경했다고 즐거워한다. 테이블 아래에서 보였던 광경을 머릿속으로 몇 번이고 되새긴다. 식탁 아래로 뻗은 살색 스타킹에 감싸인 육덕진 다리는 살짝 벌어져 있었고, 여성의 것으로 보이는 검은 색 실크 팬티는 한쪽 다리에 걸려있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재빨리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시선을 던졌지만 남성의 손이 그녀의 가랑이 사이를 스타킹 위로 더듬고 있어서 그녀의 가장 깊숙한 곳은 보지 못했지만 오히려 그게 더욱 흥분됐다.
“또 음식 안 시키려나?”
남자 종업원은 끌끌 웃으며 일을 하면서도 방문 앞을 서성였다. 노골적으로 방문 앞을 서성이는 남자 종업원에게 다른 직원들이 눈총을 줘도 그는 아랑곳 않고 귀를 방 안으로 기울였다.
“……흡!”
남자 종업원의 정성이 통한 것일까? 얇은 미닫이문을 뚫고 작게 새어나온 달콤한 비음을 시끌시끌한 식당 안에서도 놓치지 않고 들었다. 남자 종업원은 그 달콤한 비음을 듣자 이성이 고장 난 것처럼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비어있는 옆방으로 들어갔다.
“야! 일 안하고 뭐해!”
“아, 잠시만 쉴게요. 대신 오늘 잔업 할 테니, 네?”
“으이구! 알았어!”
남자의 슬픈 본능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잔업과 맞바꾼 소중한 휴식 시간을 아무도 없는 옆방에 들어가 벽에 딱 달라붙는다. 시끌시끌한 식당의 소음을 무시하고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한다.
“……하아! 하아!”
“직접 만져주니 좋은가봐?”
달뜬 숨소리와 남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능글맞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남자 종업원은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후우! 하으윽! 밥 먹을 때까지 이러기야?”
“끌끌 당연하지. 아까 들어온 남자 직원 눈 봤어? 분명 식탁 아래 광경을 본 걸 거야.”
“하아……하아……입 다물어.”
달뜬 숨을 몰아쉬면서도 가시가 돋은 여성의 목소리에 남자 종업원은 흥분되는 한편 두 남녀의 관계가 궁금해진다.
‘여자 쪽은 뭔가 맘에 안 드나?’
자신에게 한 노출은 여성이 동의한 게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계속해서 귀를 기울인다. 달뜬 숨을 몰아쉬는 여성의 달콤한 숨결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그렇게 남자 종업원의 타들어가는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변화가 찾아왔다.
“잠시 화장실 다녀오지.”
남성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자 종업원은 중년 남성이 화장실을 가는 틈을 타 문 사이로 엿보고 싶은 마음에 방에서 허둥지둥 튀어나와 짐짓 아무것도 모른 척하며 방문 앞을 지나가려는 순간 굳게 닫혀있던 미닫이문이 스르륵 열린다.
“…….”
김우영은 그런 남자 직원에게 한번 눈길을 던지곤 방에서 나와 미닫이문을 닫으며 남자 종업원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살짝 열어두지.”
김우영의 말에 남자 직원은 화들짝 놀라며 그에게 눈길을 던졌지만 그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닫던 미닫이문을 정말 약간의 틈을 벌려둔 채 화장실로 떠나갔다. 남자 직원은 들여다 봐야할지 순간 갈등했지만 식당 내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방이라 주위에 눈길도 없고, 아직 점심 먹기엔 약간 이른 시간이라 방을 사용하는 손님은 이들밖에 없다는 생각에 마음 크게 먹고 그 틈 사이로 방 안을 엿본다.
평소 지겹게 보던 일터의 풍경. 조금 전까지 종업원이 숨어있던 옆방과 별 다를 게 없는 방의 모습이었지만 미닫이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전혀 다른 공간이었다.
맛있는 음식 냄새 속에 살짝 섞여있는 달콤한 여인의 체취와 벌어진 문틈 사이로 솔솔 흘러나오는 미지근한 공기. 종업원의 귀를 간질이는 자그마한 여인의 달뜬 숨소리는 자신마저 덩달아 숨을 몰아쉬게 한다.
1~2cm나 될까? 벌어진 틈 사이로 보이는 방안을 열심히 눈동자를 굴려 탐색한다. 앉아 있던 그녀는 나올 때와는 달리 흐트러진 자세로 반쯤 드러누워 있다. 살색 스타킹에 감싸여있는 다리는 반쯤 벗겨져 뽀얀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고, 다리에 걸려있던 검은 실크 팬티는 테이블 밑에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다.
“꿀꺽.”
종업원은 타들어가는 목과 방망이질 치기 시작한 가슴을 느끼며, 끈적한 눈길로 무릎까지 벗겨져 있는 살색 스타킹에 감싸인 다리 라인을 따라 그녀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시선을 옮긴다. 살이 꽉 찬 허벅지 안쪽 비밀스런 검은 화원은 살짝 물기를 머금고 조명 빛에 반사되어 빛나는 게 두 눈에 확실히 새겨졌다.
‘햐~저런 년 가랑이 사이에 얼굴 파묻어 보고 싶다.’
한없이 부드러워 보이는 허벅지살과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농익은 향기를 상상하며 다시금 마른침을 삼킨다. 상아색 정장 치마는 엉덩이까지 걷어져 올라가 탐스런 엉덩이 살을 살짝 드러내고 있었으며 그녀의 와이셔츠는 반 이상 단추가 풀러져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테이블 밑으로 보이는 좁은 시야로는 그녀가 숨을 몰아 쉴 때마다 오르내리는 복부만이 보일 뿐이다.
그렇게 테이블 밑으로 핏발 선 눈으로 그녀를 훔쳐보던 종업원은 서서히 내려오는 가느다란 손가락을 포착했다. 살짝 떨리는 손이 서서히 그녀의 허벅지 위를 쓰다듬더니 조금씩, 조금씩 그녀의 가장 깊숙한 가랑이 사이로 들어간다.
“……핫?!”
갑작스레 그녀가 깜짝 놀란 목소리를 내더니 가랑이 사이로 사라져가던 손을 황급히 뗀다. 방안은 그녀의 달뜬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고 정적이 흐른다. 하지만 그 정적은 곧이어 울린 소리에 깨져버렸다.
‘왜 저러지?’
그녀가 자신의 주먹으로 바닥을 내려쳤기 때문이다. 바닥에 꽂힌 채 마치 분노나 치욕으로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그녀의 주먹을 바라보고 있자니 뒤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어떤가 볼만한가?”
“헉?!”
종업원은 하마터면 소릴 지를 뻔하며 숨을 들이킨다. 황급히 뒤를 돌아보자 화장실에 갔던 중년 남자가 돌아와 있었다.
“슬슬 효과가 나오는구만. 조금만 더 애태워 볼까?”
자신과 같이 문틈 사이로 훔쳐보는 중년 남성은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비릿한 웃음을 짓곤 방안으로 들어간다. 그러면서도 마치 훔쳐보라고 하듯 아까보다 더욱 문틈 사이를 벌려놓는다.
‘나야 좋지 뭐.’
종업원은 문틈 사이로 눈을 집어넣으며 안을 훔쳐본다. 아까보단 훨씬 시야가 넓어져 엿보기가 한결 수월하다.
“자, 이제 먹었으니 빼볼까?”
중년 남성은 바닥에 흐트러져 있는 여성 곁에 다가가더니 주섬주섬 벨트를 풀러 팬티마저 확 벗어버린다.
“알지?”
종업원이 지금 상황에 놀라거나 말거나 중년 남성의 장난기어린 한마디에 여성은 혀를 차며 무릎 꿇고 앉는다. 그러자 중년 남성은 그녀의 입에 단번에 육봉을 찔러 넣는다.
“웁!”
여성은 눈매를 있는 대로 치켜 올리며 괴로운 목소리를 냈지만 중년 남성은 알 바 아니라는 듯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앞뒤로 흔들기 시작한다. 그가 허리를 흔들 때마다 튕겨져 나갈 듯 흔들리는 그녀의 모습을 넋 놓고 지켜본다.
깔끔하게 틀어 올렸던 머리는 점점 흐트러져가고, 숨쉬기가 곤란한지 점점 거칠어져가는 그녀의 숨소리와 괴로운 신음이 새어나오는 빈도가 높아진다. 아까 훔쳐봤을 때 예상했듯 반 이상 벗겨진 와이셔츠는 어깨 아래까지 흘러내려 그녀의 검은 실크 브래지어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고, 엉덩이까지 밀려올라간 상아색 치마는 그녀의 달덩이같이 부풀어 오른 엉덩이를 고스란히 드러내 괴로움에 덜덜 떨리고 있는 것까지 보인다.
‘와 대체 무슨 관계지?’
단순히 상사와 부하직원이라기엔 너무나 강압적인 행위에 자신이 다 살 떨린다. 방안에는 점점 질척한 물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하고 그에 따라 양껏 벌어져 육봉을 머금고 있는 그녀의 붉은 입술에선 투명한 액체가 질질 흐르기 시작한다.
“후우! 빨리 끝내고 나가자고.”
“으웁! 흡!……끄읍!”
더욱 강압적이고 강하게 허리를 튕기기 시작하는 중년 남성 때문에 여성은 정신을 못 차리겠는지 신음이 새어나오는 걸 억누르는 것도 포기한 채 남성의 허벅지를 꽉 움켜쥐고 애처롭게 떤다.
방안의 공기가 다 떨리는 것처럼 두 사람의 행위는 격렬해지더니 어느 순간 건전지가 다된 장난감처럼 남성의 허리가 뚝하고 멈춘다. 다만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있는 남성의 팔은 근육이 도드라질 정도로 강한 힘으로 그녀를 자신의 가랑이 사이로 밀어붙인다.
“크으흡!!!”
남성이 고장 난 장난감처럼 모든 움직임을 멈추는 것과는 반대로 여성은 그 모든 에너지를 받아들인 것처럼 온 몸을 사시나무 떨 듯 경련시키며 괴로움에 허덕인다. 찢어질 듯 커다란 눈동자와 살짝 상기된 양 뺨. 이따금 꿀렁거리는 그녀의 가느다란 목울대에서 중년 남성의 욕망의 덩어리가 그녀의 입속에 쏟아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게 해준다.
파문이 이는 것처럼 떨리고 있는 그녀의 달덩이 같은 엉덩이 사이에선 투명하고 끈적한 액체가 길게 흘러내리는 걸 보자 종업원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자위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맛있는 음식 냄새가 가장 많이 풍겨왔지만 이젠 그 음식냄새보다 더욱 강렬하고 야릇하기 그지없는 체취가 후끈한 공기를 타고 새어나오는 걸 느끼며 종업원은 눈앞에 펼쳐진 이름 모를 두 남녀의 행위를 두 눈에 새기며 손을 흔든다.
“후~날이 갈수록 잘 빠는데?”
중년 남성의 긴 탄식과 만족스런 목소리가 들리며 그녀에게서 서서히 떨어진다.
“쿨럭! 쿨럭!”
그녀가 머금고 있던 육봉이 뽑혀져 나오기 무섭게 그녀는 격하게 기침을 하며, 고개를 떨어트린다. 그에 따라 흐트러진 검은 생머리가 폭포수처럼 흘러내리지만 그녀의 붉은 입속에서 토해져 나오는 하얗고 질척한 액체는 가려지지 않았다.
“……큭!”
콜록거리는 여성의 기침소리가 진정되어 갈 무렵 두 남녀만이 있어야 할 방안에 자그마하게 남성의 억눌린 신음소리가 방 밖에서 들려온다. 중년 남성은 그 자그마한 소릴 들었는지 그의 입가에는 자그마한 미소가 걸렸지만 여성은 듣지 못했는지 숨을 고르며 흐트러진 옷맵시를 가다듬느라 진이 빠진 모습이다.
“어땠어? 만족스러웠나? 정나은 씨?”
“……어떤 대답을 원하는데? 한 대 후려 패줄까? 빌어먹을 김우영 씨?”
한마디도 지지 않는 정나은을 끌끌 웃으며 바라보는 그는 한마디를 더한다.
“지금 장면 만약 누군가가 봤다면 어땠을 것 같아?”
“…….”
그의 말에 정나은은 입가에 흐르는 침과 밤꽃 향이 피어나는 액체를 휴지로 닦다가 모든 움직임을 멈춘다. 무슨 상상을 하는지 몰라도 무표정의 그녀는 한참을 그렇게 미동도 않고 있다가 다시 옷맵시를 만지기 시작한다. 거의 변화가 없던 정나은이었지만 김우영의 능구렁이 같은 눈에는 진정되어가던 붉은 뺨에 다시금 열이 오른 걸 놓치지 않았다.
“그럼 가자고.”
정나은은 방금 전까지 흐트러졌던 모습이 거짓말처럼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다. 김우영은 병적이기까지 한 그녀의 자기관리 능력에 감탄하며 방을 나선다.
누가 알까? 방금 전까지 이 방안에서 두 남녀가 서로를 탐했다는 걸?
‘뭐 한명은 확실히 알겠지만.’
김우영이 벗어둔 신발을 신고 일어서자 들어올 때와 전혀 변화가 없는 정나은이 뒤따라 방을 나서기 위해 하이힐을 신는 순간 그녀의 표정이 급변한다.
“……뭐, 뭐야 이거.”
하얗게 탈색된 정나은의 표정 변화에 김우영은 왜 저러는 지 이해가 안가는 표정으로 다가오자 정나은의 적의어린 시선이 반긴다.
“이거 당신이 한 거지?”
정나은의 표정은 폭발 직전의 화산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김우영은 그녀가 왜 저렇게 화를 내는지 이해 못할 표정으로 다가서자 정나은은 이래도 모른 채 할 거냐는 태도로 하이힐을 벗는다.
질척.
‘응?! 이게 뭐야?’
정나은이 하이힐을 벗자마자 자신의 눈앞에 발을 들이댄다. 살색 스타킹에 감싸인 그녀의 자그마한 발에는 밤꽃 향기가 피어나는 하얀 액체가 끈적하게 달라붙어 스타킹에 스며들고 있었다.
‘……허, 허허허. 이것 참. 그 종업원도 대단하네.’
김우영은 기가 차지만 짐짓 모른 채하며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했다는 태도를 취하자 정나은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과 이를 부득 갈며 다시 하이힐을 신는다.
“하이힐 하나 버렸잖아!”
정나은은 짜증나는 태도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하이힐을 신고 일어서자 발을 통해 전해져오는 그 끈적하고 뜨뜻미지근한 감각에 온 몸에 소름이 달리는 걸 느낀다. 발바닥 전체에 전해지는 그 기묘한 감각에 몸서리를 치며 어색한 발걸음으로 식당을 나가버린다. 김우영은 점심값을 계산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하며 곁눈질로 그 남자 종업원을 찾는다.
‘표정이 참 장관일세.’
반쯤 넋이 나간 태도며 식당 밖으로 성큼성큼 나가버린 그녀의 뒷모습을 쫓는 눈동자에는 경악이 서려있다. 그녀가 그 짧은 시간에 저렇게 깔끔한 모습으로 나온 것도 놀랐겠지만 자신이 장난쳐 놓은 하이힐을 아랑곳 않고 신어버린 그녀의 태도가 더욱 경악스러운 것이겠지.
‘그 심정 이해한다. 저 정도의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여자는 처음 봤을 거다.’
김우영은 남자 종업원의 경악어린 마음을 이해하며 계산을 끝내고 그를 지나쳐가며 어깨를 두들겨 준다.
“헉?! 아, 안녕히 가세요.”
“고생했어.”
넋이 나가있던 종업원은 화들짝 놀라며 인사를 건넨다. 김우영은 그에게 잘했다는 눈짓을 하고 식당을 나선다. 식당을 나서자 뿔이 잔뜩 나 얼굴을 있는 대로 찌푸리고 있는 정나은이 눈에서 불을 뿜을 기세로 쏘아보고 있다.
“가자고.”
김우영은 능구렁이처럼 웃으며 그녀를 끌고 길거리를 나아간다. 정나은은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그를 따라나선다. 김우영은 그녀의 굉장히 불편해 보이는 걸음걸이 하며, 발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감각 때문인지 때때로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짜증을 내는 모습을 보며 괴롭히고 싶어지는 욕구를 참아내느라 고역이다.
‘이제 슬슬 다음 준비에 들어가 볼까나?’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어슬렁어슬렁 길거리를 거니는 김우영과 상아색 정장을 차려입어 한층 싱그러움이 돋보이는 정나은이 지나간 자리에는 욕구불만인 그녀가 뿜어내는 욕정의 체취와 묘한 밤꽃 향기가 바람을 타고 통행인들의 코를 간질였다.
도시의 밤은 화려하고 뜨겁다.
눈을 찌푸릴 정도로 화려한 네온사인과 잔뜩 술에 취해 길거리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열기는 차가운 밤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길거리에는 잔뜩 술에 취한 사람들이 내뿜는 열기 외에도 더욱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수많은 건물이 들어서 있다.
밤이 깊을수록 더욱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건물. 모텔이다.
어스름한 조명의 모텔 복도에 다닥다닥 늘어서 있는 두꺼운 방문들에선 귀를 간질이는 달콤한 신음소리가 끊임없이 복도에 새어나오고 방안을 꽉 채우고도 터질 듯이 새어나오는 미묘한 열기가 모텔 복도를 지배하고 있다.
수많은 방들과 다름없이 달콤한 신음소리가 터져 나오고, 그 뜨거운 열기가 스멀스멀 새어나오는 방이 있다.
“후욱! 후욱! 후욱!”
“아아악! 하으으윽! 으으으응!……하악!”
한치 앞도 안 보일정도로 어두운 방안. 창문 너머로 스며드는 화려한 네온사인의 불빛만이 방안을 비춘다.
짐승처럼 굵고 깊은 남성의 거친 숨소리와 가슴 속 본능이 이끄는 대로 신음을 내지르는 여성의 환희의 비명이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삐걱, 삐걱 침대가 부서질 듯 비명을 내지르고, 방안에 울려 퍼지는 찰지고 둔탁한 소음은 질척질척한 물소리와 화음을 이룬다.
방안에 스며드는 네온사인의 불빛이 침대 위에서 격렬하게 꿈틀거리며 서로를 탐하고 있는 두 남녀를 비춰준다.
배아래 깔려 환희를 내지르고 있는 여성에게 연신 허리를 내려찍고 있는 남성은 건강미가 넘치는 구릿빛 피부에 힘쓰는 일이라도 하는지 속이 꽉 찬 근육을 자랑한다. 배꼽을 맞추고 있는 여성을 임신시키겠다는 의지가 형상화 하듯 강렬한 힘과 그가 내뿜는 열기는 심상치 않다.
그런 짐승 밑에 깔려 강렬한 힘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쾌락이 절절히 묻어나는 신음을 토해내는 여성은 자상하고 수수하게 생긴 천상여자의 외모가 특징이었지만 침대 위에는 그런 모습이 일체 남아있지 않다. 외모와는 상반되게 유부녀의 농익음을 품은 육감적인 몸매는 정복욕을 들끓게 하고 쾌락에 물들어 허덕이는 유부녀의 모습은 배 위의 남성에게 더욱 힘을 불어넣어준다.
이미 두 남녀는 상당히 오랜 시간 관계를 가졌음을 증명하듯, 두 남녀의 몸은 땀으로 번들거리고 있었으며 이어져있는 하반신에서 흘러넘친 타액은 침대시트를 푹 적신지 오래다. 남성이 강하고 깊숙하게 허리를 내려찍을 때마다 여성의 가느다란 다리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폭풍같이 흔들리고 있었고 근육이 꿈틀거리는 남성의 등을 껴안은 여성의 두 팔과 손가락에는 순백의 다이아몬드 반지가 반짝이고 있었다.
삐리리리리~삐리리리리~
갑작스럽게 울려 퍼지는 경쾌한 벨소리에 남성은 침대 맡에 둔 핸드폰에 손을 뻗어 걸려온 전화를 확인한다.
“아~오랜만일세!”
남성은 전화를 건 상대방을 확인하자 어처구니없게도 연신 허리를 놀리면서 전화통화를 시작한다. 남성의 대담한 모습에 여성은 자신의 입을 필사적으로 틀어막고 새어나오는 신음을 막기 위해 발악해보지만 남성은 아랑곳 않고 연신 허리를 놀리며 통화를 이어간다.
“응? 아아, 별 것 아냐. 잠시만 기다리게. 곧 끝날 것 같으니.”
“크으흡?! 으읍! 하으윽!”
남성은 전화통화를 연결 시켜놓은 채 여성의 머리맡에 내려두곤 더욱 강하고 거칠게 허리를 내려찍기 시작하자 여성은 필사적으로 입을 틀어막고 쾌락을 견뎌보지만 터져 나오는 신음과 쾌락을 막을 순 없는지 가느다란 다리를 애처롭게 발버둥 친다.
지금까지보다 더욱 커진 질척거리는 찰진 소리와 달콤한 환희의 신음소리는 연결된 전화기를 타고 고스란히 넘어가고 있지만 남성은 신경도 쓰지 않고 오로지 절정에 이르기 위해 마지막 힘을 쥐어짜낸다.
1분이 채 흐르지 않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전화기 너머로 전해진 두 짐승의 퇴폐적인 울부짖음을 끝으로 서서히 조용해진다.
“후~이야~이거 미안하네. 그나저나 무슨 일인가?”
많은 걸 느껴지게 하는 깊은 한숨을 시작으로 남성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다. 그러자 전화 통화를 건 상대방 남성은 전혀 거리낄 것 없다는 듯 씩 웃으며 입에 담배를 꼬나문 채 용건을 이야기한다.
“하하. 이거 제가 눈치 없이 안 좋을 때 전화 걸었군요. 다름이 아니고 최 사장님 도움이 필요해서요.”
담배에 불을 붙이며 용건을 이야기하는 남자는 다름 아닌 김우영 부장이었다.
“응? 아냐. 아냐. 그나저나 도움이라? 우리 부장님 부탁이라면 들어줘야지.”
침대 맡에 앉아 땀을 줄줄 흘리며 전화 통화하고 있는 건 펜션을 운영하는 최 사장이었다. 최 사장도 잠시 쉬기 위해 담배에 불을 붙이며 김우영의 이야기를 경청하더니 호탕한 웃음을 터트린다.
“하하하! 정말이지. 알았네. 마침 딱 좋은 여자가 있지.”
최 사장은 그 여자가 지금 침대에서 사지가 풀려 경련하고 있는 유부녀라고 주장하듯 그녀의 부드러운 젖가슴을 움켜쥐며 그 감촉을 즐긴다.
“하으…….”
절정에 올라 쾌락에 절여진 몸을 주체 못하고 덜덜 떨고 있는 유부녀는 갑작스런 자극에 달콤한 신음을 흘린다. 최 사장은 아랑곳 않고 농익은 유부녀의 젖가슴을 주무르며 통화를 이어가고 있다. 창문 너머로 스며들던 네온사인의 불빛이 화려하게 번쩍이며 방안을 이리저리 비추며 어둠을 몰아낸다.
그 덕에 어둠이 짙게 내려앉았던 침대 위에 핀 유부녀라는 이름의 꽃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가느다란 다리를 경련시키며 가랑이 사이에서 울컥울컥 비릿한 밤꽃 향기 토해내는 이름 모를 꽃의 얼굴이 네온사인의 불빛에 드러난다.
“하아……하아…….”
수수하지만 옷 아래에 육감적이기 그지없는 몸을 자랑하던 김수진이었다.
펜션에서부터 이어진 인연.
그 광란의 밤에서 이어진 최 사장과 김수진의 관계는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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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으셨는지 모르겠네요^^
글이 길어짐에 따라 스토리도 그렇고 퀄리티도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역시 전 전작인 프레디 패러디한 작품처럼 단편이나 써야 할런지 뒷심이 부족한 듯 싶군요.
(프레디를 소재로 쓴 글은 욕 지질나게 먹고 시무룩해서 지웠지만요;;)
더욱 재미있는 글이 되길 스스로도 소망합니다. 즐겁게 읽어주신 분들 행복한 하루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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