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짓는 아내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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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어느 집이나 아침 풍경은 비슷하다. 바쁜 일상에 치이는 직장인들은 두말 할 것도 없다. 맞벌이가 대부분인 젊은 부부들은 아침을 간단히 먹고 각자 회사로 출근할 준비를 한다.
“이놈의 월요일은 왜 자꾸 찾아오는지.”
“후훗! 월요일이 찾아오고 싶어서 찾아오겠어? 너무 뭐라 하지 마.”
남편 안정수는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현관 앞에서 구두를 신으며 투덜대자 그 뒤에서 아내 정나은은 그런 남편을 달랜다.
두 부부 모두 깔끔함이 묻어나는 정장을 입고 있는데, 아직 아내는 준비가 덜 된 것인지 겉옷 상의만 입지 않은 모습이다. 부부는 닮는다고 했던가?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에 지적이고, 신뢰감이 묻어나는 분위기를 풍긴다.
“그럼 먼저 갈게. 저녁에 봐.”
안정수는 오늘 늦게 출근하는 아내를 향해 아침인사를 건넨다. 정나은은 그런 남편에게 잘 다녀오라고 배웅을 하며 미소를 짓는다. 안정수는 아내가 미소 짓자 주위에 꽃이 피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며 자신에겐 과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아내의 아름다운 외모를 찬찬히 뜯어본다.
‘요새 욕구 불만인가?’
30대 초반인 아내는 지적이면서도, 20대의 싱그러움과 유부녀로써의 농익은 색기를 조금씩 풍겨대니 남편으로써도 밤마다 고역이다. 자신처럼 돌아다니는 일이 많은 아내는 햇빛을 많이 받아, 건강미 넘치는 피부에 자그마한 콧방울 위에는 가벼운 반무테 안경이 올라가 있어 지적인 이미지를 물씬 풍기며, 선 분홍빛 입술은 윤기가 돈다.
풀면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는 직장인답게 깔끔하게 틀어 올려 고정시켰으며, 유부녀가 되며 더욱 탐스럽게 부풀어 오른 가슴을 감싼 하얀색 와이셔츠는 그녀에게 청순한 이미지를 부여해준다. 잘 발달된 골반과 무릎까지 덮은 검은 정장 치마는 그녀의 매력적인 엉덩이 볼륨을 감출 생각이 없는지 치마 위로 보이는 엉덩이 라인은 남편이 봐도 침이 넘어간다. 무엇보다 직장인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검은 스타킹은 그녀의 매끄러우면서도 속이 꽉 찬 그녀의 다리를 감싸고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 반짝 빛을 내고 있다.
정장 위로도 확연히 알 수 있는 부풀어 오른 가슴이나 엉덩이 라인을 보며 침을 질질 흘릴 남자 사원들을 생각하면 콧대가 높아지지만, 외식자리만 있다고 하면 걱정이 앞서는 건 미인 아내를 둔 남편의 숙명인가 보다.
“뭘 그렇게 아침부터 징그러운 눈으로 봐?”
그녀 스스로는 똑 부러지고 일 잘하는 사회인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은근히 지기 싫어하는 성격도 있어 눈매가 살짝 고양이처럼 올라갈 때가 있다. 지기 싫어하는 그녀답게 여자로써 음흉한 눈길이 기분 나쁘지 않다는 뜻이다. 살을 맞대고 사는 자신만이 아는 비밀이다.
“응? 아니. 예뻐서.”
“뭐야? 용돈 필요해?”
두 부부의 아침풍경은 깨가 쏟아진다. 그렇게 남편이 나가자 정나은도 슬슬 출근 준비를 하며, 집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영업일을 하는 두 부부는 서로 회사는 다르지만, 남편은 좀 빡빡하고, 자신은 집안일과 겸할 수 있는 좀 느슨한 회사를 다니다보니 출근시간도 이렇게 차이가 난다.
“……우후훗. 오늘 밤 오랜만에 분위기 좀 잡아볼까?”
아침에 자신에게 향한 남편의 음흉한 눈초리도 마냥 싫진 않다. 오늘은 오랜만에 두 부부가 레스토랑에서 외식하기로 한 날이다. 맞벌이 부부가 그렇듯 외식이 많긴 해도 오늘처럼 날 잡고 나가는 날은 기분이 좋다. 결혼한 지 3년 차인 그들은 슬슬 아이를 가져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안정수는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꼬이기 시작한 일과에 머리를 싸맨다.
“하필 오늘에 한해서…….”
오늘 오전에 중요한 회의가 있는데, 그 회의 자료를 집에 두고 온 걸 회사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아직 시간 여유가 있지만 자신이 갔다가 오기엔 시간이 촉박하다. 게다가 도착하자마자 들려온 비보는 자신이 담당한 계약에서 사소한 의견 충돌이 있어 그걸 조정하려면 오늘은 일찍 퇴근하기엔 그른 것 같다.
‘계약자에게 오며 가는 시간만 해도 오늘 다 잡아먹겠군.’
오전엔 회의 때문에 외근을 못 간다. 그렇다면 오후부터 움직여야 하는데, 아무리 빨리 처리해도 이미 늦은 저녁일 것이다. 안정수는 깊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아직 출근 안 했을 아내에게 전화한다.
“……그렇게 됐어. 미안해.”
“하여간……가져다주는 건 상관없는데, 하필 오늘 저녁이야.”
정나은은 남편의 전화를 받고, 좋았던 기분이 싹 날아가는 걸 느낀다. 방금 전까지 기분 좋아서 콧노래를 부르며, 자신도 모르게 엉덩이까지 흔들던 걸 멈추고 짜증을 내보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영업일에서 사람 상대하는 게 얼마나 지랄 같은지 나도 아니깐.’
남편은 모르겠지만 자신의 몸을 노리고 다가오는 계약자도 상당히 많았다. 그렇기에 그 진상들을 떠올리면 치가 떨리는 건 뼈저리게 알기에 기쁜 마음으로 승낙하고 남편의 회사로 출발한다.
안정수는 다행히 이해해준 아내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끼며 전화를 끊는다. 그와 동시에 걸쭉한 목소리로 인사를 하며 사무실에 들어오는 남자가 보인다.
“좋은 아침~”
김우영 부장. 이번에 새로 우리 부서로 발령 온 남자다. 문제라면 그는 상당히 무능하다. 어떻게 부장의 자리까지 올랐는지 궁금할 정도로 보고서조차 작성을 못하는 그의 무능력에 다들 눈이 휘둥그레 졌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인맥이 폭넓고 깊단 말이야. 외모? 언변?’
영업에서 중요하다고 하면 중요한 인맥. 그가 가진 인맥은 장난이 아니어서 일까? 덥석, 덥석 한 번씩 우리로는 꿈도 꾸지 못 할 건수를 물어오는 기묘한 행보에 저 자리까지 올라 온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그는 40대 중반에 들어섰다. 빼어난 외모를 가진 것도 아니며, 나이 탓인지 슬슬 아랫배까지 튀어나온 전형적인 상사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뛰어난 언변으로 사람을 구워삶느냐 하면 그것도 고개가 갸우뚱 기울어진다.
‘아 물론 술자리에서 여직원들에게 추근대는 거나 저질농담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뛰어나지만.’
발령 온 지 얼마 안 됐지만 그의 술자리 스타일은 모두가 몇 번 가지지 않았음에도 혀를 찬다. 얼마나 여직원들에게 노골적으로 추근대는지, 저러다 잡혀가는 게 아닐까란 걱정이 들 정도로 적극적이다. 그러면서도 입만 열었다하면 튀어나오는 저질 농담은 기상천외할 정도다. 회사에서 보는 그의 어리숙한 이미지가 거짓말일 정도로 유창한 언변을 자랑한다.
‘역시 술자리에서 다 구워삶나?’
술자리를 좋아하는 만큼 계약자들도 술자리에서 대부분 만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에는 저렇게 출근해도, 회의에도 참석도 않고 하루 종일 빈둥빈둥 거리며 여직원들과 놀려고만 하니 아주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도 계약은 확실하게 잘 물어오니, 쳐내기도 그렇고 안 쳐내기도 애매모호한 그런 계륵 같은 존재가 김우영 부장이다.
“후~내 코가 석자지.”
그래도 상사는 상사다. 직원들과 상사들이 서로를 없는 사람 취급하면서 사는 것도 한계가 있듯 계급이 깡패다. 부장의 자리까지 올라간 무능한 저 남자를 정말 무능한 취급해야 할지, 능력이 뛰어나다 해야 할 지……안정수는 아내가 가져다 줄 회의 자료를 생각하며 서둘러 회의 준비에 들어갔다.
정나은은 남편의 회사에 들어섰다. 회사에는 바로 외근 나간다고 전화했기에 출근할 필요가 없다.
‘이럴 땐 우리 회사가 참 편해.’
하는 만큼 가져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꼭 출근을 안 해야 하는 건 아니다. 기본 월급이 지급되는 있는 이상 받는 만큼은 일을 해야 하지만.
또각, 또각 하이힐 소리를 울리며 남편이 기다리고 있을 영업부 사무실로 향한다. 회의가 정확히 몇 시부터라곤 못들은 그녀는 최대한 빨리 왔지만 사실 아슬아슬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안정수는 미리 회의실에 들어서서 회의준비를 하고 있느라 아내가 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
“응? 아무도 없나?”
사원들은 회의 때문에 전부 회의실로 출발했기에 남편의 사무실은 텅텅 비어있었다. 아내는 남편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 스마트 폰을 꺼내드는데 걸쭉한 목소리가 자신의 귀를 사로잡는다.
“누구신지요?”
바로 회의에도 참석 안하고 사무실에서 빈둥거리고 있던 김우영 부장이었다. 정나은은 그의 의아해하는 얼굴에 스마트 폰을 잠시 손에 든 채 인사를 한다.
“아, 안정수 사원의 아내 정나은이라 합니다. 회의 자료를 빼놓고 가서 전해주러 왔는데……사무실에 아무도 없고, 남편도 모습이 안 보여서…….”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 폰을 보여주며 연락하려고 했던 참이라고 알려주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다. 영업 하는 사람의 버릇이 나온 것이다. 언제나 미소. 짜증나도 미소. 불쾌해도 미소. 곧 죽일 놈이라도 미소!
청순하고 지적으로만 보이던 정나은의 얼굴 주위로 화사하게 꽃이 핀다. 영업 사원의 첫 번째는 좋은 인상이다. 그렇기에 그녀가 오랜 영업 일을 하며 만든 필살 미소는 상당히 호감을 주며, 침 넘어가는 몸매까지 더해지면 남자라면 이야기 정도는 들어준다.
“아하! 안정수 사원은 지금 회의하러 갔을 텐데. 제가 전해주죠.”
그러면서 김우영 부장은 정나은의 손에서 회의 자료를 건네받으며 재빠르게 그녀의 몸매를 시선으로 훑는다. 정나은은 그런 시선을 한, 두 번 받은 게 아닌지라 이제는 담담해진 그녀는 이름도 모를 남자에게 끝까지 호감어린 미소로 인사를 건넨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수고하…….”
“아, 혹시 모르니 잠시 기다려 주시겠어요?”
“예?”
자신의 말을 뚝 끊고 잠시 기다려 달라는 김우영 부장의 말에 일그러질 뻔 한 미소에 힘을 주며 되묻는다.
“아하하! 혹시 빼놓은 게 있을 지도 모르니 가서 확인 받고 오겠습니다. 오늘 하는 회의는 그가 꽤나 공들인 회의인 것 같더군요. 망칠 순 없지 않습니까?”
“아, 그럼 잠시 기다리죠.”
자신이 굳이 기다릴 필요까진 없어 보이지만 남편이 꽤 공들였다는 소리에 잠시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김우영 부장이 권해준 자리에 잠시 앉아 기다린다.
‘뭐 저 남자의 속셈은 눈에 훤하지만.’
잠시 자신의 몸을 훑고 지나간 그 징그러운 시선에 그의 생각이 짐작 간다. 아마 이야기나 좀 나누자고 붙잡아 둘 것이다. 이 남자가 남편과는 어떤 관계인지는 몰라도 어떤 사람이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는 게 사회다. 남편의 직장 동료라면 안면정도는 나쁘지 않다.
“그럼 다녀오도록 하죠. 아 이름도 말씀 안 드렸군요? 전 영업부 부장 김우영이라 합니다.”
“아, 부장님이셨군요. 오호호~새로 오셨나 보네요?”
“예. 얼마 안 됐지요. 그럼 커피라도 드시면서 잠시 기다려주시길…….”
정나은은 아니 꼬아도 영업용 미소를 짓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커피를 마시며 회의실로 사라지는 김우영 부장을 보며 시간을 죽인다.
“부장님?”
안정수는 아내의 전화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건만 정작 회의 자료는 부장이 가져다주자 놀란다.
“아아~신경 쓰지 말게. 아내분이 와서 이걸 전해주기에 건네 주러만 온 것이니.”
“아 감사합니다.”
“그럼 난 이만 가보지. 회의들 열심히 하게나. 아 오늘은 외근이 있어서 자리를 비울 테니 일들 보게나.”
김우영 부장은 그렇게 말하곤 회의실 밖으로 사라진다. 안정수는 부장이 가져다 준 자료로 황급히 회의 준비를 끝마치고 회의를 시작한다.
‘이따 고맙다는 전화라도 해야겠네.’
사실 얼굴보고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하려고 했던 안정수지만 아내도 직장인이다. 서로 바쁜 몸이니 날짜가 바뀌어야 얼굴 볼 때도 있는 만큼 전화로 고마움을 표할 때도 많다. 회의를 진행하면서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뿌리치고 회의에 집중한다.
회의를 끝마치고 노곤함에 커피를 뽑아 잠시 휴식을 취하러 나왔다. 예상보다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바람에 회의시간이 길어져 오전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담배를 태운다. 담배를 다 피우고 텁텁한 입안을 커피 향기로 바꾸며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사람 만나나보네. 안 받네.”
영업하는 사람인지라 연락도 굉장히 중요하기에 전화 연결이 안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있는 경우는 상당히 중요한 사람을 만나고 있는 도중이 대부분이다. 영업을 뛰는 사람으로서 그 마음 모를 리 없는지라 계속되는 연결음에 전화를 포기하고 문자를 넣는다.
-오늘 고생했어. 괜히 바쁜 사람 회사까지 불러내고 미안해. 덕분에 회의는 잘 끝났어. 아까 말 한데로 오늘 늦을 것 같아. 기다리지 말고 자. 저녁에 봐.
간단하게 문자를 입력하고, 커피를 마시며 찌뿌둥한 하늘을 올려다본다. 오후에 외근 나갈 땐 우산을 챙겨야 하나 걱정하며 일하러 들어갔다.
정오가 다되어가는 무렵, 해는 중천에 떠올라 그 강렬한 햇빛을 쏟아 부어야 하지만 오늘따라 하늘이 비라도 오려는지 찌뿌둥하게 구름이 껴 햇살은 전혀 보이질 않는다. 안정수와 정나은 부부의 집에도 아침과 달리 햇살이 하나도 스며들지 않아 아침과 달리 짙은 음영이 드리워있다.
특히나 두 부부 모두가 집을 비우는 만큼 낮에도 커튼을 치고, 문단속을 철저히 하기 때문에 환기도 안 되고, 다른 집보다 더욱 음침하다. 시끌벅적하고 깨가 쏟아지던 아침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삐리리리리~삐리리리리~
집에 전화라도 온 것인지, 경쾌한 전화벨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전화벨 소리는 반쯤 열린 부부의 침실에서 들려오고 있었으며 아침에 나갈 때 정나은은 집 정리를 하다 만 것인지, 현관부터 옷가지가 떨어져 난잡하게 침실 쪽으로 이어져 있고, 아무도 없어야 할 부부의 침실에선 경쾌한 전화벨 말고도 다른 소리가 섞여있다.
삐걱, 삐걱대는 소리와 끈적한 물소리, 둔기로 뭔가를 치고 있는지 찰지면서 육중한 소리가 지속적으로 울려 퍼지고 있다. 무언가 억눌린 가느다란 목소리도 들려오지만 경쾌한 전화벨 소리가 가장 커 곧 묻혀버리고 만다.
검은 정장 치마 주머니 속에서 반 이상 빠져나와 바닥에 내팽겨 쳐져 있는 스마트폰에선 계속해서 전화벨을 토해낸다. 시끄럽게 울려대던 벨소리는 곧 끊어지고, 문자가 한 통 도착한다. 화면에 뜬 메시지 내용은 잠금이 되어 있어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수신인은 알 수 있다.
-덜렁이.
덜렁이라 쓰여 있는 수신인의 메시지는 그렇게 화면에 떠 있다가 스마트 폰의 배터리 절약 기능으로 잠시 뒤 화면이 어두워진다. 화면이 어두워지자 스마트 폰 화면에 부착되어있는 액정 보호 겸 거울의 기능도 해주는 필름에 의해 어두운 방안이 조금이지만 반사되어 보이기 시작한다.
스마트 폰 화면에 반사된 침실 풍경은 아주 단편적이다.
침대 시트가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었으며, 침대 기둥은 끼익, 끼익 계속해서 어떤 진동을 견뎌내느라 힘들어 보인다. 그것 말고도 스마트 폰 화면 구석에는 지저분한 남성의 엉덩이가 지속적으로 오르내리고 있었으며, 이따금 여성으로 보이는 검은 스타킹에 감싸인 자그마한 발이 버둥대는 모습이 잠깐씩 비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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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이나 아침 풍경은 비슷하다. 바쁜 일상에 치이는 직장인들은 두말 할 것도 없다. 맞벌이가 대부분인 젊은 부부들은 아침을 간단히 먹고 각자 회사로 출근할 준비를 한다.
“이놈의 월요일은 왜 자꾸 찾아오는지.”
“후훗! 월요일이 찾아오고 싶어서 찾아오겠어? 너무 뭐라 하지 마.”
남편 안정수는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현관 앞에서 구두를 신으며 투덜대자 그 뒤에서 아내 정나은은 그런 남편을 달랜다.
두 부부 모두 깔끔함이 묻어나는 정장을 입고 있는데, 아직 아내는 준비가 덜 된 것인지 겉옷 상의만 입지 않은 모습이다. 부부는 닮는다고 했던가?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에 지적이고, 신뢰감이 묻어나는 분위기를 풍긴다.
“그럼 먼저 갈게. 저녁에 봐.”
안정수는 오늘 늦게 출근하는 아내를 향해 아침인사를 건넨다. 정나은은 그런 남편에게 잘 다녀오라고 배웅을 하며 미소를 짓는다. 안정수는 아내가 미소 짓자 주위에 꽃이 피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며 자신에겐 과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아내의 아름다운 외모를 찬찬히 뜯어본다.
‘요새 욕구 불만인가?’
30대 초반인 아내는 지적이면서도, 20대의 싱그러움과 유부녀로써의 농익은 색기를 조금씩 풍겨대니 남편으로써도 밤마다 고역이다. 자신처럼 돌아다니는 일이 많은 아내는 햇빛을 많이 받아, 건강미 넘치는 피부에 자그마한 콧방울 위에는 가벼운 반무테 안경이 올라가 있어 지적인 이미지를 물씬 풍기며, 선 분홍빛 입술은 윤기가 돈다.
풀면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는 직장인답게 깔끔하게 틀어 올려 고정시켰으며, 유부녀가 되며 더욱 탐스럽게 부풀어 오른 가슴을 감싼 하얀색 와이셔츠는 그녀에게 청순한 이미지를 부여해준다. 잘 발달된 골반과 무릎까지 덮은 검은 정장 치마는 그녀의 매력적인 엉덩이 볼륨을 감출 생각이 없는지 치마 위로 보이는 엉덩이 라인은 남편이 봐도 침이 넘어간다. 무엇보다 직장인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검은 스타킹은 그녀의 매끄러우면서도 속이 꽉 찬 그녀의 다리를 감싸고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 반짝 빛을 내고 있다.
정장 위로도 확연히 알 수 있는 부풀어 오른 가슴이나 엉덩이 라인을 보며 침을 질질 흘릴 남자 사원들을 생각하면 콧대가 높아지지만, 외식자리만 있다고 하면 걱정이 앞서는 건 미인 아내를 둔 남편의 숙명인가 보다.
“뭘 그렇게 아침부터 징그러운 눈으로 봐?”
그녀 스스로는 똑 부러지고 일 잘하는 사회인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은근히 지기 싫어하는 성격도 있어 눈매가 살짝 고양이처럼 올라갈 때가 있다. 지기 싫어하는 그녀답게 여자로써 음흉한 눈길이 기분 나쁘지 않다는 뜻이다. 살을 맞대고 사는 자신만이 아는 비밀이다.
“응? 아니. 예뻐서.”
“뭐야? 용돈 필요해?”
두 부부의 아침풍경은 깨가 쏟아진다. 그렇게 남편이 나가자 정나은도 슬슬 출근 준비를 하며, 집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영업일을 하는 두 부부는 서로 회사는 다르지만, 남편은 좀 빡빡하고, 자신은 집안일과 겸할 수 있는 좀 느슨한 회사를 다니다보니 출근시간도 이렇게 차이가 난다.
“……우후훗. 오늘 밤 오랜만에 분위기 좀 잡아볼까?”
아침에 자신에게 향한 남편의 음흉한 눈초리도 마냥 싫진 않다. 오늘은 오랜만에 두 부부가 레스토랑에서 외식하기로 한 날이다. 맞벌이 부부가 그렇듯 외식이 많긴 해도 오늘처럼 날 잡고 나가는 날은 기분이 좋다. 결혼한 지 3년 차인 그들은 슬슬 아이를 가져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안정수는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꼬이기 시작한 일과에 머리를 싸맨다.
“하필 오늘에 한해서…….”
오늘 오전에 중요한 회의가 있는데, 그 회의 자료를 집에 두고 온 걸 회사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아직 시간 여유가 있지만 자신이 갔다가 오기엔 시간이 촉박하다. 게다가 도착하자마자 들려온 비보는 자신이 담당한 계약에서 사소한 의견 충돌이 있어 그걸 조정하려면 오늘은 일찍 퇴근하기엔 그른 것 같다.
‘계약자에게 오며 가는 시간만 해도 오늘 다 잡아먹겠군.’
오전엔 회의 때문에 외근을 못 간다. 그렇다면 오후부터 움직여야 하는데, 아무리 빨리 처리해도 이미 늦은 저녁일 것이다. 안정수는 깊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아직 출근 안 했을 아내에게 전화한다.
“……그렇게 됐어. 미안해.”
“하여간……가져다주는 건 상관없는데, 하필 오늘 저녁이야.”
정나은은 남편의 전화를 받고, 좋았던 기분이 싹 날아가는 걸 느낀다. 방금 전까지 기분 좋아서 콧노래를 부르며, 자신도 모르게 엉덩이까지 흔들던 걸 멈추고 짜증을 내보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영업일에서 사람 상대하는 게 얼마나 지랄 같은지 나도 아니깐.’
남편은 모르겠지만 자신의 몸을 노리고 다가오는 계약자도 상당히 많았다. 그렇기에 그 진상들을 떠올리면 치가 떨리는 건 뼈저리게 알기에 기쁜 마음으로 승낙하고 남편의 회사로 출발한다.
안정수는 다행히 이해해준 아내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끼며 전화를 끊는다. 그와 동시에 걸쭉한 목소리로 인사를 하며 사무실에 들어오는 남자가 보인다.
“좋은 아침~”
김우영 부장. 이번에 새로 우리 부서로 발령 온 남자다. 문제라면 그는 상당히 무능하다. 어떻게 부장의 자리까지 올랐는지 궁금할 정도로 보고서조차 작성을 못하는 그의 무능력에 다들 눈이 휘둥그레 졌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인맥이 폭넓고 깊단 말이야. 외모? 언변?’
영업에서 중요하다고 하면 중요한 인맥. 그가 가진 인맥은 장난이 아니어서 일까? 덥석, 덥석 한 번씩 우리로는 꿈도 꾸지 못 할 건수를 물어오는 기묘한 행보에 저 자리까지 올라 온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그는 40대 중반에 들어섰다. 빼어난 외모를 가진 것도 아니며, 나이 탓인지 슬슬 아랫배까지 튀어나온 전형적인 상사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뛰어난 언변으로 사람을 구워삶느냐 하면 그것도 고개가 갸우뚱 기울어진다.
‘아 물론 술자리에서 여직원들에게 추근대는 거나 저질농담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뛰어나지만.’
발령 온 지 얼마 안 됐지만 그의 술자리 스타일은 모두가 몇 번 가지지 않았음에도 혀를 찬다. 얼마나 여직원들에게 노골적으로 추근대는지, 저러다 잡혀가는 게 아닐까란 걱정이 들 정도로 적극적이다. 그러면서도 입만 열었다하면 튀어나오는 저질 농담은 기상천외할 정도다. 회사에서 보는 그의 어리숙한 이미지가 거짓말일 정도로 유창한 언변을 자랑한다.
‘역시 술자리에서 다 구워삶나?’
술자리를 좋아하는 만큼 계약자들도 술자리에서 대부분 만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에는 저렇게 출근해도, 회의에도 참석도 않고 하루 종일 빈둥빈둥 거리며 여직원들과 놀려고만 하니 아주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도 계약은 확실하게 잘 물어오니, 쳐내기도 그렇고 안 쳐내기도 애매모호한 그런 계륵 같은 존재가 김우영 부장이다.
“후~내 코가 석자지.”
그래도 상사는 상사다. 직원들과 상사들이 서로를 없는 사람 취급하면서 사는 것도 한계가 있듯 계급이 깡패다. 부장의 자리까지 올라간 무능한 저 남자를 정말 무능한 취급해야 할지, 능력이 뛰어나다 해야 할 지……안정수는 아내가 가져다 줄 회의 자료를 생각하며 서둘러 회의 준비에 들어갔다.
정나은은 남편의 회사에 들어섰다. 회사에는 바로 외근 나간다고 전화했기에 출근할 필요가 없다.
‘이럴 땐 우리 회사가 참 편해.’
하는 만큼 가져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꼭 출근을 안 해야 하는 건 아니다. 기본 월급이 지급되는 있는 이상 받는 만큼은 일을 해야 하지만.
또각, 또각 하이힐 소리를 울리며 남편이 기다리고 있을 영업부 사무실로 향한다. 회의가 정확히 몇 시부터라곤 못들은 그녀는 최대한 빨리 왔지만 사실 아슬아슬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안정수는 미리 회의실에 들어서서 회의준비를 하고 있느라 아내가 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
“응? 아무도 없나?”
사원들은 회의 때문에 전부 회의실로 출발했기에 남편의 사무실은 텅텅 비어있었다. 아내는 남편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 스마트 폰을 꺼내드는데 걸쭉한 목소리가 자신의 귀를 사로잡는다.
“누구신지요?”
바로 회의에도 참석 안하고 사무실에서 빈둥거리고 있던 김우영 부장이었다. 정나은은 그의 의아해하는 얼굴에 스마트 폰을 잠시 손에 든 채 인사를 한다.
“아, 안정수 사원의 아내 정나은이라 합니다. 회의 자료를 빼놓고 가서 전해주러 왔는데……사무실에 아무도 없고, 남편도 모습이 안 보여서…….”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 폰을 보여주며 연락하려고 했던 참이라고 알려주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다. 영업 하는 사람의 버릇이 나온 것이다. 언제나 미소. 짜증나도 미소. 불쾌해도 미소. 곧 죽일 놈이라도 미소!
청순하고 지적으로만 보이던 정나은의 얼굴 주위로 화사하게 꽃이 핀다. 영업 사원의 첫 번째는 좋은 인상이다. 그렇기에 그녀가 오랜 영업 일을 하며 만든 필살 미소는 상당히 호감을 주며, 침 넘어가는 몸매까지 더해지면 남자라면 이야기 정도는 들어준다.
“아하! 안정수 사원은 지금 회의하러 갔을 텐데. 제가 전해주죠.”
그러면서 김우영 부장은 정나은의 손에서 회의 자료를 건네받으며 재빠르게 그녀의 몸매를 시선으로 훑는다. 정나은은 그런 시선을 한, 두 번 받은 게 아닌지라 이제는 담담해진 그녀는 이름도 모를 남자에게 끝까지 호감어린 미소로 인사를 건넨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수고하…….”
“아, 혹시 모르니 잠시 기다려 주시겠어요?”
“예?”
자신의 말을 뚝 끊고 잠시 기다려 달라는 김우영 부장의 말에 일그러질 뻔 한 미소에 힘을 주며 되묻는다.
“아하하! 혹시 빼놓은 게 있을 지도 모르니 가서 확인 받고 오겠습니다. 오늘 하는 회의는 그가 꽤나 공들인 회의인 것 같더군요. 망칠 순 없지 않습니까?”
“아, 그럼 잠시 기다리죠.”
자신이 굳이 기다릴 필요까진 없어 보이지만 남편이 꽤 공들였다는 소리에 잠시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김우영 부장이 권해준 자리에 잠시 앉아 기다린다.
‘뭐 저 남자의 속셈은 눈에 훤하지만.’
잠시 자신의 몸을 훑고 지나간 그 징그러운 시선에 그의 생각이 짐작 간다. 아마 이야기나 좀 나누자고 붙잡아 둘 것이다. 이 남자가 남편과는 어떤 관계인지는 몰라도 어떤 사람이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는 게 사회다. 남편의 직장 동료라면 안면정도는 나쁘지 않다.
“그럼 다녀오도록 하죠. 아 이름도 말씀 안 드렸군요? 전 영업부 부장 김우영이라 합니다.”
“아, 부장님이셨군요. 오호호~새로 오셨나 보네요?”
“예. 얼마 안 됐지요. 그럼 커피라도 드시면서 잠시 기다려주시길…….”
정나은은 아니 꼬아도 영업용 미소를 짓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커피를 마시며 회의실로 사라지는 김우영 부장을 보며 시간을 죽인다.
“부장님?”
안정수는 아내의 전화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건만 정작 회의 자료는 부장이 가져다주자 놀란다.
“아아~신경 쓰지 말게. 아내분이 와서 이걸 전해주기에 건네 주러만 온 것이니.”
“아 감사합니다.”
“그럼 난 이만 가보지. 회의들 열심히 하게나. 아 오늘은 외근이 있어서 자리를 비울 테니 일들 보게나.”
김우영 부장은 그렇게 말하곤 회의실 밖으로 사라진다. 안정수는 부장이 가져다 준 자료로 황급히 회의 준비를 끝마치고 회의를 시작한다.
‘이따 고맙다는 전화라도 해야겠네.’
사실 얼굴보고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하려고 했던 안정수지만 아내도 직장인이다. 서로 바쁜 몸이니 날짜가 바뀌어야 얼굴 볼 때도 있는 만큼 전화로 고마움을 표할 때도 많다. 회의를 진행하면서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뿌리치고 회의에 집중한다.
회의를 끝마치고 노곤함에 커피를 뽑아 잠시 휴식을 취하러 나왔다. 예상보다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바람에 회의시간이 길어져 오전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담배를 태운다. 담배를 다 피우고 텁텁한 입안을 커피 향기로 바꾸며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사람 만나나보네. 안 받네.”
영업하는 사람인지라 연락도 굉장히 중요하기에 전화 연결이 안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있는 경우는 상당히 중요한 사람을 만나고 있는 도중이 대부분이다. 영업을 뛰는 사람으로서 그 마음 모를 리 없는지라 계속되는 연결음에 전화를 포기하고 문자를 넣는다.
-오늘 고생했어. 괜히 바쁜 사람 회사까지 불러내고 미안해. 덕분에 회의는 잘 끝났어. 아까 말 한데로 오늘 늦을 것 같아. 기다리지 말고 자. 저녁에 봐.
간단하게 문자를 입력하고, 커피를 마시며 찌뿌둥한 하늘을 올려다본다. 오후에 외근 나갈 땐 우산을 챙겨야 하나 걱정하며 일하러 들어갔다.
정오가 다되어가는 무렵, 해는 중천에 떠올라 그 강렬한 햇빛을 쏟아 부어야 하지만 오늘따라 하늘이 비라도 오려는지 찌뿌둥하게 구름이 껴 햇살은 전혀 보이질 않는다. 안정수와 정나은 부부의 집에도 아침과 달리 햇살이 하나도 스며들지 않아 아침과 달리 짙은 음영이 드리워있다.
특히나 두 부부 모두가 집을 비우는 만큼 낮에도 커튼을 치고, 문단속을 철저히 하기 때문에 환기도 안 되고, 다른 집보다 더욱 음침하다. 시끌벅적하고 깨가 쏟아지던 아침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삐리리리리~삐리리리리~
집에 전화라도 온 것인지, 경쾌한 전화벨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전화벨 소리는 반쯤 열린 부부의 침실에서 들려오고 있었으며 아침에 나갈 때 정나은은 집 정리를 하다 만 것인지, 현관부터 옷가지가 떨어져 난잡하게 침실 쪽으로 이어져 있고, 아무도 없어야 할 부부의 침실에선 경쾌한 전화벨 말고도 다른 소리가 섞여있다.
삐걱, 삐걱대는 소리와 끈적한 물소리, 둔기로 뭔가를 치고 있는지 찰지면서 육중한 소리가 지속적으로 울려 퍼지고 있다. 무언가 억눌린 가느다란 목소리도 들려오지만 경쾌한 전화벨 소리가 가장 커 곧 묻혀버리고 만다.
검은 정장 치마 주머니 속에서 반 이상 빠져나와 바닥에 내팽겨 쳐져 있는 스마트폰에선 계속해서 전화벨을 토해낸다. 시끄럽게 울려대던 벨소리는 곧 끊어지고, 문자가 한 통 도착한다. 화면에 뜬 메시지 내용은 잠금이 되어 있어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수신인은 알 수 있다.
-덜렁이.
덜렁이라 쓰여 있는 수신인의 메시지는 그렇게 화면에 떠 있다가 스마트 폰의 배터리 절약 기능으로 잠시 뒤 화면이 어두워진다. 화면이 어두워지자 스마트 폰 화면에 부착되어있는 액정 보호 겸 거울의 기능도 해주는 필름에 의해 어두운 방안이 조금이지만 반사되어 보이기 시작한다.
스마트 폰 화면에 반사된 침실 풍경은 아주 단편적이다.
침대 시트가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었으며, 침대 기둥은 끼익, 끼익 계속해서 어떤 진동을 견뎌내느라 힘들어 보인다. 그것 말고도 스마트 폰 화면 구석에는 지저분한 남성의 엉덩이가 지속적으로 오르내리고 있었으며, 이따금 여성으로 보이는 검은 스타킹에 감싸인 자그마한 발이 버둥대는 모습이 잠깐씩 비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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