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짓는 아내 -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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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부장은 회의실로 향하며 방금 전에 본 안정수 사원의 아내를 떠올린다. 서서히 무르익는 그녀의 여체를 보고 있자니 자신도 모르게 침이 넘어간다.
‘이것 참 이번에도 사고 치면 안 되는데.’
사실 이번에 새로 이 부서로 발령 받은 이유가 전 부서에서 워낙 여직원들에게 추근대서 항의도 많이 들어왔지만 사원의 아내와 바람피우는 걸 들키는 바람에 인사발령이 난 것이다. 그것도 가는 곳마다 그런 사건이 터지니 회사 입장에선 해고할 만한데도 그를 데리고 있는 이유는 그가 물어오는 계약은 규모도 그렇지만 건수도 상당하다.
회사에서도 더 이상 사고치지 말라고 엄포를 놓으며 보낸 곳이 이곳이지만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지라 하루아침에 고쳐질 리 없다. 게다가 그의 술자리 스킬과 성적인 농담으로 사로잡는 고객들이 한, 둘이 아니니 어떤 의미로는 그만두려야 그만 둘 수 없는 생계수단이다.
“아 저기 있군.”
안정수 사원에게 회의 자료를 넘겨주자, 살짝 의아해하는 눈치지만 곧 회의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며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외근 나간다고 해놨으니 안정수 사원 아내와 어디 놀러 라도 갈까?’
하지만 그녀가 정장을 입고 있는 걸 봐선 직장인일 확률이 높으니 오늘은 꽝이다.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부서로 돌아가는 길에 회의실로 향하던 같은 부서 직원과 마주쳤다. 부장이 회의에도 참가 안하고 회의실을 빠져나가는 모습에도 시선 한 번 던지지 않으며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며 회의실로 들어가는데 그들의 이야기에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다.
‘오호? 안정수 사원이 따낸 계약에서 의견충돌이?’
최근 그가 따낸 계약이 상당히 큰 건수다. 아마 중요한 계약인 만큼 사소한 의견 충돌에도 직접 찾아가 서로 이야기를 맞추고 하려면 오늘 필시 야근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안정수 사원의 아내가 기다리고 있을 부서로 돌아온다.
“허허……이것 참.”
커피를 마시며 다소곳하게 앉아 기다리고 있는 정나은의 모습을 보니 회사에서 사고치지 말라고 엄포를 놓은 것이 엊그제 같지만 아랫도리로 피가 쏠리는 건 막기 힘들다. 막 피어난 꽃처럼 싱그러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서서히 벌레를 유혹하는 진한 향기를 잔뜩 머금은 유부녀의 자태는 참으로 아름답다.
김우영 부장은 턱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고민한다.
‘확 자빠트려?’
김우영 부장의 고객은 남자보단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남자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 대부분의 남자도 아내의 입김에 계약을 맺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상했겠지만, 그 남자 계약자의 아내는 전부 김우영 부장의 배아래 깔렸던 여자들이다.
계약으로도 이어지지 않는 사원의 아내를 배아래 깔아뭉개는 건 순수하게 그의 쾌락을 채워주는 도구이며, 그에게 있어선 다른 의미로 가장 공들이는 행위다.
‘계약자는 일 때문에, 이런 여자는 내 욕구를 채워주니깐.’
일 때문에 맺는 관계와 자신이 원해서 맺는 관계는 쾌락의 정도가 당연히 틀리다. 이런저런 음흉한 고민을 하며 정나은에게 다가가자 그녀가 먼저 눈치 채고 말을 걸어온다.
“아, 남편은 뭐라 하나요?”
정나은은 자신을 발견하자 환한 미소로 반겨준다. 정작 정나은은 영업용 미소를 지은 것뿐이지만, 김우영 부장은 한순간 확 꽃이 피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며 음흉한 마음에 더욱 불이 거세게 타오르며 확 자빠트리기로 결정했다.
‘이런 년을 보고도 그냥 넘어가면 내가 아니지.’
자고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남이 먹던 음식이고, 남의 떡이다.
정나은은 고된 사회생활을 하며 갈고 닦은 자신의 무기 때문에 자신이 그런 일을 겪게 될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남편의 체면을 생각해 싱글싱글 웃어줄 뿐이다.
“허허……이것 참 말씀드리기 곤란하군요.”
김우영 부장은 이런 짓이 한 두 번이 아닌 만큼 자연스럽게 잠시 시간을 끌며 머리를 최고속도로 회전시킨다. 곤란해 하는 김우영 부장의 모습에 정나은은 남편이 분명 또 뭔가를 빼먹은 게 분명하다고 속으로 터져 나오려는 열불에 입꼬리가 씰룩거린다.
‘오호? 이놈의 덜렁이가 또 뭔가를 빼먹었다 이거지? 나중에 들어와 봐 아주 죽었어.’
차마 남편의 직장 그것도 부장 앞인지라 필사적으로 표정관리를 해보지만 부장의 입에서 터져 나올 이야기만 생각하면 솟구치는 열불 때문에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주체 하느라 죽을 맛이다. 하지만 정작 김우영 부장은 그런 정나은의 모습을 못보고 고민을 거듭하던 도중 회의실로 들어가던 부서 직원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안정수 사원이 오늘 오후에 만나 봐야 할 계약자에게 보여줄 자료를 그만 깜빡 했다고 하더군요.”
“제가 전해준 자료가 전부가 아니었나요?”
영업일이다 보니 집에서도 가끔 확인 받아야 할 때가 있는 만큼 자료를 집에 가져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신이 빼먹은 것 같진 않지만 확실히 전화 통화할 때 오늘 계약에 문제가 생겨서 야근해야 한다고 언질을 받은지라 알고 있는 눈치를 준다. 김우영은 정나은이 아는 것 같은 눈치를 보이자 속으로 씩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어차피 전 이대로 외근 나가야 하기에 제가 가져다준다고 했죠. 그러자 집 주소하고 현관문 키를 주려고 하기에 아내분이 아직 기다리고 있으니 함께 다녀오겠다고 말했더니 아내도 직장인이라 무리일 것 같다며…….”
김우영은 절묘한 부분에서 말을 끊으며 능숙하게 대처한다. 아마 이 뒤에 이어질 이야기는 정나은도 쉽게 예상이 갈 것이다. 아내를 고생시키기 싫어 부장에게 집 주소와 키를 넘기는 부하직원이 자기 남편이라고 생각하면 얼이 빠질 거다.
“그, 그런가요? 오호호호~이것 참 오늘 안 바쁘다고 그렇게 말 했는데. 부장님 손을 번거롭게 할 필요도 없어요. 걱정 마시고 제가…….”
아니나 다를까? 사회생활 오래해본 그녀답게 바로 눈치 챘지만, 갈고 닦은 그녀의 미소마저도 이런 상황에선 도저히 웃을 수 없는지 입꼬리가 씰룩거리며 곤란한 표정으로 웃는다. 아마 속으로는 눈치 없는 남편을 어떻게 잡아먹어야 할이지 고민하고 있을 아내의 모습에 김우영은 거의 다 먹혀들어간다고 속으로 웃으며 치고 들어간다.
“아닙니다. 정말로 외근 나가는 길인데, 잠시 들르는 것엔 지장이 없습니다. 그리고 아내 분께서도 사회생활로 바쁘실 것 같은데……그러면 이렇게 하죠? 함께 집에 가서 자료만 가지고 가도록하죠. 그렇게 되면 아내 분께서는 여기 다시 올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전 아무도 없는 부하직원 집에 들어갈 일도 없죠.”
묘하게 비효율적이기 그지없는 김우영의 제안에 정나은은 의아해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 확실히 자신이 다시 여기 올 시간은 줄일 수 있고, 이렇게까지 한사코 문제없다고 말하는 부장의 모습에 계속해서 부정하며 입씨름 할 자신도 없다. 직장 상사에게 밉보여서 좋을 게 없는 게 한국 사회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오늘 들어만 와봐! 아주 그냥 확! 어휴 진짜 못 살아!’
당장이라도 불을 뿜어낼 것처럼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에 김우영은 속으로 남편 욕 엄청 하고 있을 정나은의 속마음을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난다.
‘걱정 말라고. 잠시 뒤면 남편 바가지 긁을 생각조차 안 들 테니.’
김우영은 앞장서서 걸어가는 정나은의 뒤태를 훔쳐본다. 잘 벌어진 골반과 정장 치마 위로 탐스럽게 올라온 엉덩이 라인, 그 아래로 시원하게 뻗어있는 다리는 검은 스타킹에 감싸여 매끄러운 라인을 뽐내고 있다. 또각, 또각 울리는 하이힐 소리를 들으며 정나은의 뒤를 따라 이동을 시작했다.
정나은이 타고 온 차를 타고 함께 이동하고 있다. 김우영은 차를 안 끌고 왔다고 거짓말을 하자 정나은이 굉장히 의심하는 눈치였지만 어쩔 도리가 있나? 이미 함께 움직이기로 결정한 마당에 어쩔 수 없이 함께 자신의 차에 올라탔다.
“…….”
매끄럽게 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는 묘한 정적이 흐른다. 이런 경우 운전대를 잡는 건 남자지만 정나은의 차이며, 상대가 남편의 상사라는 점까지 작용해 그냥 자신이 운전대를 잡았다. 그리고 초행길인 김우영 부장보단 자신이 훨씬 빨리 갈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합쳐졌기에 운전대를 잡았건만…….
‘아~진짜 남편의 상사라지만 정말 노골적이네.’
조수석에 탄 김우영 부장의 음흉한 눈은 자신의 몸매를 위, 아래로 쉬지 않고 훑고 있다. 처음에는 곁눈질을 하며 시선을 숨기려고 하는 듯싶더니, 곧이어 숨길 생각도 않고 노골적으로 자신의 몸을 훑는 그 모습에 치가 떨리지만 꾹 참는다.
‘크크큭. 노골적으로 몸매를 훑어대니 아주 곤혹스런 모양이네.’
이 와중에도 미소를 유지하고 있는 정나은의 직업정신에 찬사를 보낸다. 남편을 곤란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도 단단히 마음먹은 것 같다.
‘신경 쓰지 말자. 이런 시선은 얼마든지 받아봤으니깐.’
남자 고객이라면 대부분이 이런 시선을 보낸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보내는 고객은 거의 없지만, 아까같이 눈치 없는 남편 때문에 등골이 오싹해지는 경험보단 낫다고 생각하며 신경 끄고 운전에 신경 쓴다.
‘흥! 그런 시선 한 두 번 받아보는 줄 아나? 이래봬도 몸매에는 자신 있다 이거야.’
지기 싫어하는 그녀답게 또래 여성들에게 몸매로 밀리는 걸 용납 못하는 그녀는 몸매에도 상당히 신경 쓰는 편이다. 이런 시선은 오히려 자신에 대한 칭찬으로 여기며 기분이 살짝 좋아져 눈매가 고양이처럼 조금 올라간다.
‘눈매가 살짝 올라가네?’
김우영은 작은 그녀의 변화에도 눈을 떼지 않고 잘 기억해두며 계속해서 음흉한 시선을 던진다.
이런 시선을 던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데, 은연중에 자신이 남편의 상사이며,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란 걸 인식시켜주기 위함과 그녀가 어떻게 나올지 보기 위해서다.
사회생활을 오래한 여성들은 이런 시선을 보내면 대부분 견적이 나오는데, 하나는 노골적으로 불편해하며 쏴붙이는 여성. 다른 하나는 괜히 건수 잡히기 싫어 참아보는 여성.
‘남편의 상사인 것도 한 몫 해서 인지 이번엔 후자군.’
참으면서도 이 와중에도 미소를 절대 무너뜨리지 않는 걸 봐선 능력 있고, 자존심이 강한 여성이다. 잘못 건들면 노골적으로 쏴붙이는 여성보다 더 위험하다.
‘어쩔 수 없지. 오늘 날 잡아야겠어.’
검은 정장 아래로 탐스럽게 부풀어 오른 가슴을 내려다보며 어떤 속옷을 입고 있을지 상상하는 사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두 사람이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자 드넓게 펼쳐진 하늘에선 조금씩 먹구름이 모여들며 음영이 조금씩 드리워지기 시작한 두 사람의 보금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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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참 이번에도 사고 치면 안 되는데.’
사실 이번에 새로 이 부서로 발령 받은 이유가 전 부서에서 워낙 여직원들에게 추근대서 항의도 많이 들어왔지만 사원의 아내와 바람피우는 걸 들키는 바람에 인사발령이 난 것이다. 그것도 가는 곳마다 그런 사건이 터지니 회사 입장에선 해고할 만한데도 그를 데리고 있는 이유는 그가 물어오는 계약은 규모도 그렇지만 건수도 상당하다.
회사에서도 더 이상 사고치지 말라고 엄포를 놓으며 보낸 곳이 이곳이지만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지라 하루아침에 고쳐질 리 없다. 게다가 그의 술자리 스킬과 성적인 농담으로 사로잡는 고객들이 한, 둘이 아니니 어떤 의미로는 그만두려야 그만 둘 수 없는 생계수단이다.
“아 저기 있군.”
안정수 사원에게 회의 자료를 넘겨주자, 살짝 의아해하는 눈치지만 곧 회의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며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외근 나간다고 해놨으니 안정수 사원 아내와 어디 놀러 라도 갈까?’
하지만 그녀가 정장을 입고 있는 걸 봐선 직장인일 확률이 높으니 오늘은 꽝이다.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부서로 돌아가는 길에 회의실로 향하던 같은 부서 직원과 마주쳤다. 부장이 회의에도 참가 안하고 회의실을 빠져나가는 모습에도 시선 한 번 던지지 않으며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며 회의실로 들어가는데 그들의 이야기에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다.
‘오호? 안정수 사원이 따낸 계약에서 의견충돌이?’
최근 그가 따낸 계약이 상당히 큰 건수다. 아마 중요한 계약인 만큼 사소한 의견 충돌에도 직접 찾아가 서로 이야기를 맞추고 하려면 오늘 필시 야근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안정수 사원의 아내가 기다리고 있을 부서로 돌아온다.
“허허……이것 참.”
커피를 마시며 다소곳하게 앉아 기다리고 있는 정나은의 모습을 보니 회사에서 사고치지 말라고 엄포를 놓은 것이 엊그제 같지만 아랫도리로 피가 쏠리는 건 막기 힘들다. 막 피어난 꽃처럼 싱그러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서서히 벌레를 유혹하는 진한 향기를 잔뜩 머금은 유부녀의 자태는 참으로 아름답다.
김우영 부장은 턱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고민한다.
‘확 자빠트려?’
김우영 부장의 고객은 남자보단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남자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 대부분의 남자도 아내의 입김에 계약을 맺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상했겠지만, 그 남자 계약자의 아내는 전부 김우영 부장의 배아래 깔렸던 여자들이다.
계약으로도 이어지지 않는 사원의 아내를 배아래 깔아뭉개는 건 순수하게 그의 쾌락을 채워주는 도구이며, 그에게 있어선 다른 의미로 가장 공들이는 행위다.
‘계약자는 일 때문에, 이런 여자는 내 욕구를 채워주니깐.’
일 때문에 맺는 관계와 자신이 원해서 맺는 관계는 쾌락의 정도가 당연히 틀리다. 이런저런 음흉한 고민을 하며 정나은에게 다가가자 그녀가 먼저 눈치 채고 말을 걸어온다.
“아, 남편은 뭐라 하나요?”
정나은은 자신을 발견하자 환한 미소로 반겨준다. 정작 정나은은 영업용 미소를 지은 것뿐이지만, 김우영 부장은 한순간 확 꽃이 피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며 음흉한 마음에 더욱 불이 거세게 타오르며 확 자빠트리기로 결정했다.
‘이런 년을 보고도 그냥 넘어가면 내가 아니지.’
자고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남이 먹던 음식이고, 남의 떡이다.
정나은은 고된 사회생활을 하며 갈고 닦은 자신의 무기 때문에 자신이 그런 일을 겪게 될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남편의 체면을 생각해 싱글싱글 웃어줄 뿐이다.
“허허……이것 참 말씀드리기 곤란하군요.”
김우영 부장은 이런 짓이 한 두 번이 아닌 만큼 자연스럽게 잠시 시간을 끌며 머리를 최고속도로 회전시킨다. 곤란해 하는 김우영 부장의 모습에 정나은은 남편이 분명 또 뭔가를 빼먹은 게 분명하다고 속으로 터져 나오려는 열불에 입꼬리가 씰룩거린다.
‘오호? 이놈의 덜렁이가 또 뭔가를 빼먹었다 이거지? 나중에 들어와 봐 아주 죽었어.’
차마 남편의 직장 그것도 부장 앞인지라 필사적으로 표정관리를 해보지만 부장의 입에서 터져 나올 이야기만 생각하면 솟구치는 열불 때문에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주체 하느라 죽을 맛이다. 하지만 정작 김우영 부장은 그런 정나은의 모습을 못보고 고민을 거듭하던 도중 회의실로 들어가던 부서 직원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안정수 사원이 오늘 오후에 만나 봐야 할 계약자에게 보여줄 자료를 그만 깜빡 했다고 하더군요.”
“제가 전해준 자료가 전부가 아니었나요?”
영업일이다 보니 집에서도 가끔 확인 받아야 할 때가 있는 만큼 자료를 집에 가져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신이 빼먹은 것 같진 않지만 확실히 전화 통화할 때 오늘 계약에 문제가 생겨서 야근해야 한다고 언질을 받은지라 알고 있는 눈치를 준다. 김우영은 정나은이 아는 것 같은 눈치를 보이자 속으로 씩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어차피 전 이대로 외근 나가야 하기에 제가 가져다준다고 했죠. 그러자 집 주소하고 현관문 키를 주려고 하기에 아내분이 아직 기다리고 있으니 함께 다녀오겠다고 말했더니 아내도 직장인이라 무리일 것 같다며…….”
김우영은 절묘한 부분에서 말을 끊으며 능숙하게 대처한다. 아마 이 뒤에 이어질 이야기는 정나은도 쉽게 예상이 갈 것이다. 아내를 고생시키기 싫어 부장에게 집 주소와 키를 넘기는 부하직원이 자기 남편이라고 생각하면 얼이 빠질 거다.
“그, 그런가요? 오호호호~이것 참 오늘 안 바쁘다고 그렇게 말 했는데. 부장님 손을 번거롭게 할 필요도 없어요. 걱정 마시고 제가…….”
아니나 다를까? 사회생활 오래해본 그녀답게 바로 눈치 챘지만, 갈고 닦은 그녀의 미소마저도 이런 상황에선 도저히 웃을 수 없는지 입꼬리가 씰룩거리며 곤란한 표정으로 웃는다. 아마 속으로는 눈치 없는 남편을 어떻게 잡아먹어야 할이지 고민하고 있을 아내의 모습에 김우영은 거의 다 먹혀들어간다고 속으로 웃으며 치고 들어간다.
“아닙니다. 정말로 외근 나가는 길인데, 잠시 들르는 것엔 지장이 없습니다. 그리고 아내 분께서도 사회생활로 바쁘실 것 같은데……그러면 이렇게 하죠? 함께 집에 가서 자료만 가지고 가도록하죠. 그렇게 되면 아내 분께서는 여기 다시 올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전 아무도 없는 부하직원 집에 들어갈 일도 없죠.”
묘하게 비효율적이기 그지없는 김우영의 제안에 정나은은 의아해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 확실히 자신이 다시 여기 올 시간은 줄일 수 있고, 이렇게까지 한사코 문제없다고 말하는 부장의 모습에 계속해서 부정하며 입씨름 할 자신도 없다. 직장 상사에게 밉보여서 좋을 게 없는 게 한국 사회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오늘 들어만 와봐! 아주 그냥 확! 어휴 진짜 못 살아!’
당장이라도 불을 뿜어낼 것처럼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에 김우영은 속으로 남편 욕 엄청 하고 있을 정나은의 속마음을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난다.
‘걱정 말라고. 잠시 뒤면 남편 바가지 긁을 생각조차 안 들 테니.’
김우영은 앞장서서 걸어가는 정나은의 뒤태를 훔쳐본다. 잘 벌어진 골반과 정장 치마 위로 탐스럽게 올라온 엉덩이 라인, 그 아래로 시원하게 뻗어있는 다리는 검은 스타킹에 감싸여 매끄러운 라인을 뽐내고 있다. 또각, 또각 울리는 하이힐 소리를 들으며 정나은의 뒤를 따라 이동을 시작했다.
정나은이 타고 온 차를 타고 함께 이동하고 있다. 김우영은 차를 안 끌고 왔다고 거짓말을 하자 정나은이 굉장히 의심하는 눈치였지만 어쩔 도리가 있나? 이미 함께 움직이기로 결정한 마당에 어쩔 수 없이 함께 자신의 차에 올라탔다.
“…….”
매끄럽게 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는 묘한 정적이 흐른다. 이런 경우 운전대를 잡는 건 남자지만 정나은의 차이며, 상대가 남편의 상사라는 점까지 작용해 그냥 자신이 운전대를 잡았다. 그리고 초행길인 김우영 부장보단 자신이 훨씬 빨리 갈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합쳐졌기에 운전대를 잡았건만…….
‘아~진짜 남편의 상사라지만 정말 노골적이네.’
조수석에 탄 김우영 부장의 음흉한 눈은 자신의 몸매를 위, 아래로 쉬지 않고 훑고 있다. 처음에는 곁눈질을 하며 시선을 숨기려고 하는 듯싶더니, 곧이어 숨길 생각도 않고 노골적으로 자신의 몸을 훑는 그 모습에 치가 떨리지만 꾹 참는다.
‘크크큭. 노골적으로 몸매를 훑어대니 아주 곤혹스런 모양이네.’
이 와중에도 미소를 유지하고 있는 정나은의 직업정신에 찬사를 보낸다. 남편을 곤란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도 단단히 마음먹은 것 같다.
‘신경 쓰지 말자. 이런 시선은 얼마든지 받아봤으니깐.’
남자 고객이라면 대부분이 이런 시선을 보낸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보내는 고객은 거의 없지만, 아까같이 눈치 없는 남편 때문에 등골이 오싹해지는 경험보단 낫다고 생각하며 신경 끄고 운전에 신경 쓴다.
‘흥! 그런 시선 한 두 번 받아보는 줄 아나? 이래봬도 몸매에는 자신 있다 이거야.’
지기 싫어하는 그녀답게 또래 여성들에게 몸매로 밀리는 걸 용납 못하는 그녀는 몸매에도 상당히 신경 쓰는 편이다. 이런 시선은 오히려 자신에 대한 칭찬으로 여기며 기분이 살짝 좋아져 눈매가 고양이처럼 조금 올라간다.
‘눈매가 살짝 올라가네?’
김우영은 작은 그녀의 변화에도 눈을 떼지 않고 잘 기억해두며 계속해서 음흉한 시선을 던진다.
이런 시선을 던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데, 은연중에 자신이 남편의 상사이며,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란 걸 인식시켜주기 위함과 그녀가 어떻게 나올지 보기 위해서다.
사회생활을 오래한 여성들은 이런 시선을 보내면 대부분 견적이 나오는데, 하나는 노골적으로 불편해하며 쏴붙이는 여성. 다른 하나는 괜히 건수 잡히기 싫어 참아보는 여성.
‘남편의 상사인 것도 한 몫 해서 인지 이번엔 후자군.’
참으면서도 이 와중에도 미소를 절대 무너뜨리지 않는 걸 봐선 능력 있고, 자존심이 강한 여성이다. 잘못 건들면 노골적으로 쏴붙이는 여성보다 더 위험하다.
‘어쩔 수 없지. 오늘 날 잡아야겠어.’
검은 정장 아래로 탐스럽게 부풀어 오른 가슴을 내려다보며 어떤 속옷을 입고 있을지 상상하는 사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두 사람이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자 드넓게 펼쳐진 하늘에선 조금씩 먹구름이 모여들며 음영이 조금씩 드리워지기 시작한 두 사람의 보금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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