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X - 18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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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연구소 제공과 연구원 급료를 지원하고 이곳에서 프로젝트를 마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조건입니다.”
“족쇄로 채우겠다구?”
“그런 뜻이 아닙니다. 국적 취득 기회를 드리는거죠.”
“사는 곳에 얽메이고 싶진 않소.”
“과제 수행에 드는 비용만 일조가 넘습니다. 이 비용을 저희가 맡아준다면 전체는 이조가 훨씬 넘게 될 것입니다.”
“오늘 그만 합시다. 생각 좀 해 보게.”
“언제쯤 결론 주시겠습니까?”
“떠나기 전에 결론 냅시다.”
“좋은 결과 기다리겠습니다.”
호텔 정문을 나서는 캐나다 요원들을 바라보며 약간은 불편한 표정을 짓던 김학수는 내 얼굴로 눈을 돌렸다. 그의 얼굴에 써진 볼멘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아 미소 지으며 그의 어깨에 손을 얹어 토닥이듯 말했다.
“그만 올라가지. 맥주가 식어 버렸겠는걸.“
일행이 내 방 쇼파에 앉았을 때, 김학수는 술과 안주 등을 꺼내고 숙은 빈 잔등을 찾아 테이블 위로 가져왔다. 어쩌면 이번 일은 김학수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나와 숙에게는 가능성을 높이는 사건이다. 자만하던 김학수의 태도는 이번 일을 계기로 다소 수그러들며 남은 여정에서 어떻게든 나를 설득하기 위한 모종의 지시를 받게 될 것이다. 장거리 여행에 지친 탓도 있었지만 각자에게 다른 상황으로 다가온 이번 일을 곱씹으며 마시는 술은 다른 때 보다 독한 맛을 느끼게 했다. 술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할 때 쯤 되자 김학수는 신디를 데리고 방을 빠져 나갔다. 숙은 피곤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테이블 위를 깔끔히 치운 후에야 잠자리에 든다. 나도 흉내내듯 칫솔 질하곤 침대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찰스런 피부가 나를 꼬옥 끌어 안았다. 가볍게 입맛춤하며 숙의 머리에 팔베게를 넣었다. 팔이 가슴에 걸쳐진다. 내 팔도 자연스럽게 숙의 아랫배에 닿았다. 아득한 평화가 눈 위에 펼쳐졌다. 깊은 잠의 나락으로.
한편 신디와 함께 방을 나온 김학수는 불편한 심기 때문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영문을 모르는 신디도 호기심 때문에 바짝 긴장하며 그런 김학수의 옆구리를 찔러대며 무슨 일인가 궁금해 하고 있다.
“아무일도 아냐.”
“돈 얘길 하는데 어마어마한 숫자가 오고가던걸.”
“우리 얘기가 아니야. 남의 일이지.”
“너도 관련 있는 것 같던데?”
“그래, 하지만 너랑은 관련 없는 일이지.”
“궁금하다. 말해줘라.”
김학수는 그런 신디에게 모든 얘기를 할 정도로 입이 가벼운 사람이 아니므로 더 이상 신디의 주제가 넘는 간섭을 막기 위해 거칠게 신디를 끌어 안아 침대에 눞혔다.
신디는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김학수의 거친 애무에 몰두하며 숨을 몰아쉬고 있다.
김학수는 어젯밤과 달리 더욱 과감하게 신디의 몸을 훔쳐내리고 있었다. 그의 입술은 신디의 금빛머릿결을 지나 귓불과 목덜미를 촉촉하게 만들어 버렸다. 단단해져 버린 신디의 젖가슴이 김학수의 손바닥에서 놀아날수록 신디의 몸은 달아 올랐으므로 두 다리를 허공에서 허우적 거리며 어서 자신을 점령해주기를 바랐기 때문에 김학수의 몸이 자신의 배 위로 올라오기 쉽도록 팔에 힘을 잔뜩 주어 그를 끌어 올리는 동작을 반복했다. 김학수도 더 이상의 망설임 보다는 그런 신디의 몸에 올라타며 축축해져 버린 그녀의 몸 속에 자신을 깊이 박아 버렸다. 끝없는 움직임이 계속되었다. 방안이 온통 신음소리로 가득찼을 것을 의심할 필요도 없이 신디의 끈적한 신음소리는 김학수의 귓가에 못이 박혀 버렸다. 꿈틀거림이 말미잘의 촉수처럼 사방으로 퍼져갔다. 김학수는 자신의 끝에서 감지되는 끝없는 찰스러움에 온몸이 분해되는 느낌에 사라잡히는 순간 참았던 정액이 힘차게 신디의 자궁을 파고 들고 있다는 쾌감을 감동으로 받아 들이며 신디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 밤이 깊어 간다. 새근거리는 신디는 점차 이방인이라는 생각보다는 자신이 찾던 이상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김학수의 얼굴을 만져보고 있었다. 몸을 파는 길거리 여성으로 평생을 살아갈 각오를 한시도 잊은 적은 없지만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해 몸을 태우는 이 남자에게 정이 가는 것을 느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순정으로 이 남자를 사랑하게 될 지도 모른다.
날이 밝았지만 약속한 열시 까지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있다. 나는 깊은 잠의 나락 속을 헤메는 숙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수심에 가득 찼던 숙의 얼굴은 어느새 작은 주름살이 잡혀 있다. 고왔던 얼굴에 깊은 주름을 새겨 놓아야 했던 지난날의 일들이 마음을 아리게한다.
“벌써 일어났어요?”
“응, 낯선 곳이라 잠이 깊지 않네.”
“몇신데?”
“여덟시.”
“그럼 안아줘요.”
“훤한 대낯인데?”
“그럼 어때, 여긴 미국인걸.”
가슴을 파고드는 숙의 머리를 두 팔로 안아들었다. 풋풋한 냄새가 코 끝을 진하게 자극한다. 그토록 원하던 미국 땅을 지나 캐나다로 들어와서 밤을 보냈지만 피곤한 탓에 어루만져주지도 못했다. 나는 숙의 파고들음에 다소 흥분되는 몸을 느낄 수 있었다.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을 훔치며 하얀 귓불을 만졌다. 작은 호흡이 느껴진다. 귓불을 따라 부드러운 목덜미로 손을 옮겼다. 할닥이는 숨결이 느껴졌다. 손을 등 뒤로 넣어 바짝 안아올린채 입술을 대었다. 코 끝에 거칠게 흐르던 숨소리가 딱 멈춰지며 뜨거운 입술이 열렸다. 부드러운 혀가 밀려들어 입안을 헤집고 다닌다. 달콤한 침이 목젖을 타고 넘었다. 숙을 다시 눕히고 그 위에 올라타는 것은 어떤 순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활짝 열려진 허벅지 사이로 묵직한 그 놈이 들어가는 것도 의도된 것은 아니다. 다만 부드러움이 온 몸에 퍼져들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펌프질이 시작됐다. 할닥이던 숙의 호흡이 어느 순간 멈출 때까지 온 몸은 지진을 만난 건물처럼 사정없이 숙의 몸 위에서 흔들렸을 뿐이다. 한차례 태풍이 흩고 지나간 듯 침대에 널부러진 숙의 몸을 살포시 안아준 뒤 세면을 위해 침대를 벗어 났을 뿐이다.
“폭포 위를 먼저 구경하시죠.”
김학수는 신디를 태운 채 우리가 나올 때 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뒷 좌석에 앉자 차는 언덕을 향해 오르고 있다.
“그래, 오늘 중에 폭포를 다 보면 뭘 또 하지?”
“내일은 로키산에 가서 스키를 타 보죠.”
“리프트가 어디 있나?”
“열댓개 되니까 스키 타긴 좋습니다.”
“오늘 일정이 바쁘진 않고?”
“유명할 뿐이지 넓지는 않은 곳이라서 시간적으론 충분합니다.”
폭포 위쪽은 바람이 세게 불고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차를 댄 채 폭포 아래를 내려다 보며 장관을 연출하는 폭포의 쏟아짐에 경탄하고 있었다. 잘 가꾸어진 잔디를 걸었다. 별천지에 온 듯한 경외로움에 온갖 잡념이 사라진 듯 평화로움만이 어깨위에 내려 앉았다. 가볍게 점심을 먹고 본격적인 폭포 속으로의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차를 이동했다.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광객들이 배를 타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배를 타기 위해서는 구명조끼를 입어야 했다. 떨어진 물줄기가 파도를 일으키고 있다. 그 속으로 철선이 천천히 파고 들었다. 자연의 위대함 앞에 숙연해 지는 순간이었다. 어느 방향으로 카메라를 들이대더라도 명작만 나올 감탄이 절로 나왔다. 물방울이 닿지 않으려고 버둥댔지만 온통 젖어버린 옷가지도 추위로 다가오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폭포를 빠져나오며 바라본 폭포의 장엄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으로 다가왔다.
“저쪽 하류에 있는 다리는 미국 땅인데 갈수 있을까?”
“걸어가면 되죠.”
“그게 아니라 넘어가는 순간 미국애들이 달라붙을까봐 걱정되서 그러네.”
“아참, 그렇죠. 괜히 많은 시간을 뺏길 수가 있겠네요.”
“별일 없을 수도 있겠지만 걱정되네.”
“어차피 최종적으론 미국으로 갈 걸 알기 때문에 신경전을 안 벌일수도 있죠.”
“그렇다면 다행이고.”
폭포 여행을 마친 일행은 미국쪽 안개 가득한 다리를 걷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작은 불편함이 발생할지 몰라 한참을 망설이고 있었다.
“박사님, 일단 여행이 목적이었으니까 건너가보죠.”
김학수가 의외로 대범한 제안을 했다. 우리는 망설임을 잠시 벗어 던지고 차를 몰아 미국쪽 국경을 다시 넘고 있다.
“관광입니까?”
“네, 캐나다에 숙소가 있고 폭포 아래에 있는 다리 구경 좀 하고 넘어갈 겁니다.”
“통과하세요.”
미국 국경을 넘어가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우리는 폭포 아래에 차를 세운 채 걸어서 다리까지 다가갔다. 한폭의 그림을 연상하듯 아름다움이 놓여 있었다. 조금 더 걸으니 높은 언덕 위에 망원경으로 폭포를 감상하는 일행들이 보였다. 동전을 넣고 멀리서 폭포를 가까이 당겨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겨울 해가 너무 짧았다. 미국쪽에서 폭포를 잠시 바라 봤을 뿐인데 어둠이 주변을 물들이고 있다. 일행은 아쉬운 마음으로 다시 캐나다로 건너기 위해 국경을 지나기 위해 패스포드를 제시했다.
“잠시 대기실로 가시죠.”
“무슨 일이죠?”
“출국금집니다.”
“뭐요? 캐나다에 짐이 있는데.”
“일단 대기실로 가세요.”
안그래도 걱정스럽던 일이 생긴것같다. 일행이 국경 대기실로 들어서니 반갑게 맞이하는 사람들이 서너명 앉았다 일어서며 인사를 한다.
“무슨일이죠?”
“캐나다로 넘어갈 수 없습니다.”
“여행자에게 무슨 헛소리요?”
“우리와 어떤 약속을 먼저 해야 합니다.”
“뭔 소린지는 모르지만 나는 합법적인 절차를 밟고 들어온 여행객일 뿐이오.”
“캐나다 요인들과 만나셨죠?”
“그래요.”
“그 사람들과 어떤 일을 협의 하셨죠?”
“그래요.”
“그 문제 때문에 돌아갈 수 없다는 말입니다.”
“협상은 자유로운 것인데 간섭할 이유가 뭐요?”
“저희가 더 좋은 제안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시간은 많아요. 어차피 캐나다와 미국 사이를 오가며 몇일 더 묵을 생각이니까.”
“아직 협상을 끝내지 않았군요?”
“여행 온 사람이 결정할게 뭐 있겠소. 난 요즘에 발생한 일들을 한국에 돌아가서 변호사와 상의한 후 정리할 계획이오.”
“어차피 중국이나 캐나다가 제의한 것이 저희와 비슷할 겁니다. 중복을 피하더라도 협상의 우선권은 미국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알았소. 현재 난 관광에만 몰두할 생각이오.”
“절대로 캐나다와 계약을 맺으면 안됩니다. 그럼 믿고 보내드리죠.”
미국요원들은 어차피 자신의 수중에 다시 떨어질 것을 알고 있는 듯 순순히 우리가 캐나다로 넘어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었다. 더욱 당황한 것은 김학수였을 것이다. 나는 차에 올라타며 가만히 힘주어 숙의 손을 잡았다.
“당신, 역시 대단해요.”
“아니. 첫 발도 떼기 전에 난리들이니 걱정이군.”
“박사님, 저들이 움직이는 이유는 뭡니까?”
“중국보다 더 많은 연구를 한 탓이지.”
“저희가 아직 모르는 분야도 있었습니까?”
“자네가 같은 동포니까 말해주겠네만, 중국은 로봇의 미래를 다 알지 못하네.”
“어떤 부분인지 말해주실 수 있습니까?”
“그래, 어두우니 차를 잘 몰기나 하게. 호텔에 도착하면 개념을 설명해주겠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김학수는 신디를 자신의 방에 보낸 후 나를 따라 방에 들어서며 자신이 모르고 있는 분야에 대한 관심으로 쇼파에 등을 기댄 채 내 입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우선, 로봇은 크게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네. 첫째는 망가지지 않으면 반영구적으로 존재하는 로봇이고 둘째는 인간의 수명과 같이 생명력이 있는 로봇이고 셋째는 반영구적으로 존재하되 인간의 정신세계가 함께 할 때만 작동되는 로봇일세.”
“그럼 첫째는 휴먼 로봇이 아닌 산업용 로봇이고, 둘째는 휴먼 로봇이고 셋째는 마징가제트 같은 로봇이군요?”
“그렇지. 산업용 로봇은 기계적 로봇이라서 누구라도 그 용도에 맞게 만들어 낼 수 있지. 중국에서 갖고 있는 내 설계도가 바로 그것에 해당되네.”
“저희도 휴먼 로봇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휴먼 로봇은 개체의 외형만 봤을 땐 기계적 로봇과 바이오 로봇으로 분류될 수 있겠지. 어떤 형태든 인간의 사고력을 일부 채용한 것이라서 자율성이 확보되겠지. 바이오 로봇이라면 조금 더 인간적인 생체 공학을 적용하였으니 일종의 사이보그라고 말할 수 있겠네. 하지만 진정한 휴먼 로봇은 인간이 경험에 의해 점차 사고력을 성장시키는 것과 같은 원리를 적용한 로봇을 말하지. 처음 탄생했을 때는 유아적 사고를 갖고 있고, 학습에 의해 점차 고도화되며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처리능력에 따라 무한대의 판단 능력을 갖추게 되는 그런 것이라네. 만약 이런 로봇이 탄생한다면 무한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언젠가는 인간을 지배할 꿈을 꾸게 되겠지. 나는 이러한 불행을 예방하기 위해 휴먼 로봇에게 인간이 갖고 있는 생로병사 중에서 늙고 죽움에 대한 시스템을 적용하려는 것일세.”
“박사님, 제어권을 인간이 갖고 있다가 너무 성장하면 제거하는 방법을 쓰면 되지 않습니까?”
“언 듯 생각하면 자네 말이 옳지. 하지만 휴먼 로봇을 제어하던 인간이 로봇의 생존을 중단 시키기 전에 사고를 당했다고 가정해보게. 휴먼 로봇은 통제하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순간부터 무한대의 사고력을 배양하여 결국은 지구의 인류를 제압할 방안을 찾게 될걸세.”
“그렇군요. 그럼 휴먼 로봇에게 어떤 조치를 심어 놓을 생각입니까?”
“각 기관들이 점차 노후화 되가는 과정을 고려해야겠지. 사고력의 무한 확장을 방지하기 위해 치매 장치를 넣어야겠지. 죽음을 느끼게 해야겠지. 영구불멸을 위해 자신의 기관들을 교체하려고 시도할 때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복잡한 유전자적 장치를 심어놔야겠지.”
“휴먼 로봇을 구상하는 개념 자체가 쉬운 것은 아니군요.”
“그렇다네. 이들을 방치하면 생각하는 영역을 복제하는 기술로 이어질 것일세. 그들은 성장속도를 높이기 위해 자신의 사고력부분을 복제하여 다른 휴먼로봇에게 이식시키고 더욱 빠른 성장을 시도할테지. 그런 단계가 몇 번 시도되면 내가 고려한 통제 자체를 소멸시킬 방법을 찾아내겠지. 이러한 현상은 마치 작금의 인간이 유전자지도를 풀어 헤치는 것과 유사한 방법일세.”
“과학자들이 DNA 지도를 만드는 것도 일종의 신의 영역에 대한 도전이죠.”
“그렇다네. 휴먼로봇이 내가 걸어놓은 여러 가지 통제장치들을 하나씩 풀어내기 위한 자기복제 기술을 작동하기 시작한다면 결국에 가서는 늙고 죽음에 대한 당연한 귀결을 무시할 수 있게 될테지. 그땐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휴먼 로봇뿐이네. 그들은 자신을 창조한 인간의 통제에 싫증을 느끼고 그들을 제거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낼 것이네.”
“휴먼 로봇의 개발에 망설이는 이유가 그것이군요?”
“더 위험한 것은 휴먼 로봇이 자기 복제 기술을 인간이 이용하게 되는 폐단 때문이네.”
“인간이 인간을 복제한다고요?”
“휴먼 로봇의 사고력 부분을 일부 떼어내어 인간의 사고력 복제분야에 응용한다면 자신의 모든 경험이 다른 사람에 의해 공유되는 불행을 겪게 될걸세.”
“로봇이 인류를 제압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극복해야하죠?”
“바로 세 번째 로봇에 의존하는 방법뿐이네. 마징가제트와 같이 초강력 파워를 가진 로봇을 만들어야 하고, 이 로봇은 조금 더 원시적이지만 인간의 생체리듬에 따라 자신의 제어권을 인간에게만 맞춰 놓고 작동하는 반자동 로봇이 될것이네.”
“휴먼 로봇이 반자동 로봇에 대한 제어권을 훔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당연한 시도가 있겠지. 인간의 어리석음에 의해 인류가 휴먼로봇에게 제압당했을 때를 가정하여 인간적이고 인간다운 마지막 인류의 생존자가 세 번째 유형의 로봇의 머리가 되어 오직 휴먼 로봇을 파괴할 본성으로 이 로봇을 조정할 때만 작동하는 초강력 로봇을 먼저 설계해야만 진정한 자유로 휴먼 로봇의 설계를 마칠 수 있다네.”
“박사님의 심오한 생각을 미쳐 읽지 못했습니다.”
“자네의 과오가 아닐세. 어떤 누구라도 현실 앞의 이익에만 눈을 돌리는 때 아닌가. 그런 자들을 위해 세상이 노출되었다 하더라도 적어도 모든 최악의 시나리오 속에서도 인류의 생존을 보장할 마지막 장치를 고안해 놓지 않는다면 어떤 개발도 진행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일세.”
“그래서 그 많은 돈을 필요로 하는군요?”
“그렇다고 이해하면 되네. 내겐 일조든 이조든 넉넉한 형편은 아닐세.”
“제 삼의 로봇은 누구도 알수 없는 상태에서 개발되야 하겠네요.”
“공개적으로 개발할 생각이네. 다만 휴먼 로봇을 파괴할 마지막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가장 원시적인 로봇으로써 남들의 관심에서 벗어나는 천박한 물건으로 취급될 수 있도록 휴먼 로봇을 완성해 가는 중간 단계에서 이 로봇을 완성해야겠지.”
“좋은 생각이네요. 어차피 훌륭한 사고력을 갖춘 휴먼 로봇을 놓고 반자동의 로봇에 관심을 보일 사람은 없을테니까요.”
“어쩌면 다가올 오백년 역사 속에 세 번째 로봇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될걸세.”
“저에게 그런 얘기를 해 주시는 이유는 뭐죠?”
“나도 후세에 이런 로봇에 대한 전설을 남기겠지만, 자네 쪽에서도 이런 전설을 남겨서 최악의 상황에 인류를 구원하고자 하는 것일세.”
“여보, 자기 복제 로봇은 누가 만들게 되죠?”
“응, 그건 인간의 통제 속에서 휴먼 로봇이 몰래 만들게 될꺼야.”
“늙고 죽음을 이해하는 로봇을 만들면 되지 않아요?”
“모든 휴먼 로봇은 생노병사중에서 노사를 이해하겠지만 일부 돌연변이성 로봇이 탄생하겠지. 그 놈들은 자신의 독특한 생각을 바탕으로 늙고 죽음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나타낼테고 그 놈들에 의해 주도된 사고력은 자기 복제를 통해 더욱 발전하겠지. 결국엔 인간의 절대적 통제권을 찬탈하고 스스로 우주의 왕자가 될 꿈을 꾸게 될꺼야.”
“차라리 늙고 죽는 것 이외에 탄생까지 고려하면 안되나요?”
“인간의 사고력을 바탕으로 설계될 휴먼로봇은 생노병사에 대한 심각한 고려를 이해하도록 조치되겠지만 결국에 가면 그런 원리를 깨부수는 시도에 의해 원천설계에 대한 부정적 작용이 발생할테고 그런 후에는 생노병사를 부정하고 영원불멸의 생명체를 지닌 휴먼 로봇이 탄생하게 되겠지.”
“박사님, 로봇이 로봇을 출산할 수 있나요?”
“불가능한 일은 아니야. 모든 사물은 원소로 이루어 진 것이니만큼 사고력이 뛰어난 로봇이 자신을 구성한 재질을 합성해 내는 기술을 임신과 출산 분야에 적용한다면 쉬운 일이지.”
“우와, 로봇이 로봇을 낳는다구요?”
“결국은 모든 것이 물질이네. 인간의 영혼도 물질일테니까.”
“박사님은 인간의 정신세계를 단순한 물질로 규정하셨던데 정말 그렇습니까?”
“아니라고 말할 근거가 없네.”
“정신세계를 만질 수 있습니까?”
“영적인 존재도 질량을 갖고 있다는 여러 가지 학설들이 나와 있네.”
“작은 질량이라고 들었습니다만 그것이 인간의 본질일까요?”
“아직 단정질 수 없네. 인간의 육체는 모두 파악되었지만 정신세계는 휴먼로봇을 완성해 가는 단계에서 연구될 새로운 장르라고 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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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쇄로 채우겠다구?”
“그런 뜻이 아닙니다. 국적 취득 기회를 드리는거죠.”
“사는 곳에 얽메이고 싶진 않소.”
“과제 수행에 드는 비용만 일조가 넘습니다. 이 비용을 저희가 맡아준다면 전체는 이조가 훨씬 넘게 될 것입니다.”
“오늘 그만 합시다. 생각 좀 해 보게.”
“언제쯤 결론 주시겠습니까?”
“떠나기 전에 결론 냅시다.”
“좋은 결과 기다리겠습니다.”
호텔 정문을 나서는 캐나다 요원들을 바라보며 약간은 불편한 표정을 짓던 김학수는 내 얼굴로 눈을 돌렸다. 그의 얼굴에 써진 볼멘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아 미소 지으며 그의 어깨에 손을 얹어 토닥이듯 말했다.
“그만 올라가지. 맥주가 식어 버렸겠는걸.“
일행이 내 방 쇼파에 앉았을 때, 김학수는 술과 안주 등을 꺼내고 숙은 빈 잔등을 찾아 테이블 위로 가져왔다. 어쩌면 이번 일은 김학수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나와 숙에게는 가능성을 높이는 사건이다. 자만하던 김학수의 태도는 이번 일을 계기로 다소 수그러들며 남은 여정에서 어떻게든 나를 설득하기 위한 모종의 지시를 받게 될 것이다. 장거리 여행에 지친 탓도 있었지만 각자에게 다른 상황으로 다가온 이번 일을 곱씹으며 마시는 술은 다른 때 보다 독한 맛을 느끼게 했다. 술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할 때 쯤 되자 김학수는 신디를 데리고 방을 빠져 나갔다. 숙은 피곤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테이블 위를 깔끔히 치운 후에야 잠자리에 든다. 나도 흉내내듯 칫솔 질하곤 침대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찰스런 피부가 나를 꼬옥 끌어 안았다. 가볍게 입맛춤하며 숙의 머리에 팔베게를 넣었다. 팔이 가슴에 걸쳐진다. 내 팔도 자연스럽게 숙의 아랫배에 닿았다. 아득한 평화가 눈 위에 펼쳐졌다. 깊은 잠의 나락으로.
한편 신디와 함께 방을 나온 김학수는 불편한 심기 때문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영문을 모르는 신디도 호기심 때문에 바짝 긴장하며 그런 김학수의 옆구리를 찔러대며 무슨 일인가 궁금해 하고 있다.
“아무일도 아냐.”
“돈 얘길 하는데 어마어마한 숫자가 오고가던걸.”
“우리 얘기가 아니야. 남의 일이지.”
“너도 관련 있는 것 같던데?”
“그래, 하지만 너랑은 관련 없는 일이지.”
“궁금하다. 말해줘라.”
김학수는 그런 신디에게 모든 얘기를 할 정도로 입이 가벼운 사람이 아니므로 더 이상 신디의 주제가 넘는 간섭을 막기 위해 거칠게 신디를 끌어 안아 침대에 눞혔다.
신디는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김학수의 거친 애무에 몰두하며 숨을 몰아쉬고 있다.
김학수는 어젯밤과 달리 더욱 과감하게 신디의 몸을 훔쳐내리고 있었다. 그의 입술은 신디의 금빛머릿결을 지나 귓불과 목덜미를 촉촉하게 만들어 버렸다. 단단해져 버린 신디의 젖가슴이 김학수의 손바닥에서 놀아날수록 신디의 몸은 달아 올랐으므로 두 다리를 허공에서 허우적 거리며 어서 자신을 점령해주기를 바랐기 때문에 김학수의 몸이 자신의 배 위로 올라오기 쉽도록 팔에 힘을 잔뜩 주어 그를 끌어 올리는 동작을 반복했다. 김학수도 더 이상의 망설임 보다는 그런 신디의 몸에 올라타며 축축해져 버린 그녀의 몸 속에 자신을 깊이 박아 버렸다. 끝없는 움직임이 계속되었다. 방안이 온통 신음소리로 가득찼을 것을 의심할 필요도 없이 신디의 끈적한 신음소리는 김학수의 귓가에 못이 박혀 버렸다. 꿈틀거림이 말미잘의 촉수처럼 사방으로 퍼져갔다. 김학수는 자신의 끝에서 감지되는 끝없는 찰스러움에 온몸이 분해되는 느낌에 사라잡히는 순간 참았던 정액이 힘차게 신디의 자궁을 파고 들고 있다는 쾌감을 감동으로 받아 들이며 신디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 밤이 깊어 간다. 새근거리는 신디는 점차 이방인이라는 생각보다는 자신이 찾던 이상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김학수의 얼굴을 만져보고 있었다. 몸을 파는 길거리 여성으로 평생을 살아갈 각오를 한시도 잊은 적은 없지만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해 몸을 태우는 이 남자에게 정이 가는 것을 느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순정으로 이 남자를 사랑하게 될 지도 모른다.
날이 밝았지만 약속한 열시 까지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있다. 나는 깊은 잠의 나락 속을 헤메는 숙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수심에 가득 찼던 숙의 얼굴은 어느새 작은 주름살이 잡혀 있다. 고왔던 얼굴에 깊은 주름을 새겨 놓아야 했던 지난날의 일들이 마음을 아리게한다.
“벌써 일어났어요?”
“응, 낯선 곳이라 잠이 깊지 않네.”
“몇신데?”
“여덟시.”
“그럼 안아줘요.”
“훤한 대낯인데?”
“그럼 어때, 여긴 미국인걸.”
가슴을 파고드는 숙의 머리를 두 팔로 안아들었다. 풋풋한 냄새가 코 끝을 진하게 자극한다. 그토록 원하던 미국 땅을 지나 캐나다로 들어와서 밤을 보냈지만 피곤한 탓에 어루만져주지도 못했다. 나는 숙의 파고들음에 다소 흥분되는 몸을 느낄 수 있었다.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을 훔치며 하얀 귓불을 만졌다. 작은 호흡이 느껴진다. 귓불을 따라 부드러운 목덜미로 손을 옮겼다. 할닥이는 숨결이 느껴졌다. 손을 등 뒤로 넣어 바짝 안아올린채 입술을 대었다. 코 끝에 거칠게 흐르던 숨소리가 딱 멈춰지며 뜨거운 입술이 열렸다. 부드러운 혀가 밀려들어 입안을 헤집고 다닌다. 달콤한 침이 목젖을 타고 넘었다. 숙을 다시 눕히고 그 위에 올라타는 것은 어떤 순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활짝 열려진 허벅지 사이로 묵직한 그 놈이 들어가는 것도 의도된 것은 아니다. 다만 부드러움이 온 몸에 퍼져들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펌프질이 시작됐다. 할닥이던 숙의 호흡이 어느 순간 멈출 때까지 온 몸은 지진을 만난 건물처럼 사정없이 숙의 몸 위에서 흔들렸을 뿐이다. 한차례 태풍이 흩고 지나간 듯 침대에 널부러진 숙의 몸을 살포시 안아준 뒤 세면을 위해 침대를 벗어 났을 뿐이다.
“폭포 위를 먼저 구경하시죠.”
김학수는 신디를 태운 채 우리가 나올 때 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뒷 좌석에 앉자 차는 언덕을 향해 오르고 있다.
“그래, 오늘 중에 폭포를 다 보면 뭘 또 하지?”
“내일은 로키산에 가서 스키를 타 보죠.”
“리프트가 어디 있나?”
“열댓개 되니까 스키 타긴 좋습니다.”
“오늘 일정이 바쁘진 않고?”
“유명할 뿐이지 넓지는 않은 곳이라서 시간적으론 충분합니다.”
폭포 위쪽은 바람이 세게 불고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차를 댄 채 폭포 아래를 내려다 보며 장관을 연출하는 폭포의 쏟아짐에 경탄하고 있었다. 잘 가꾸어진 잔디를 걸었다. 별천지에 온 듯한 경외로움에 온갖 잡념이 사라진 듯 평화로움만이 어깨위에 내려 앉았다. 가볍게 점심을 먹고 본격적인 폭포 속으로의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차를 이동했다.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광객들이 배를 타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배를 타기 위해서는 구명조끼를 입어야 했다. 떨어진 물줄기가 파도를 일으키고 있다. 그 속으로 철선이 천천히 파고 들었다. 자연의 위대함 앞에 숙연해 지는 순간이었다. 어느 방향으로 카메라를 들이대더라도 명작만 나올 감탄이 절로 나왔다. 물방울이 닿지 않으려고 버둥댔지만 온통 젖어버린 옷가지도 추위로 다가오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폭포를 빠져나오며 바라본 폭포의 장엄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으로 다가왔다.
“저쪽 하류에 있는 다리는 미국 땅인데 갈수 있을까?”
“걸어가면 되죠.”
“그게 아니라 넘어가는 순간 미국애들이 달라붙을까봐 걱정되서 그러네.”
“아참, 그렇죠. 괜히 많은 시간을 뺏길 수가 있겠네요.”
“별일 없을 수도 있겠지만 걱정되네.”
“어차피 최종적으론 미국으로 갈 걸 알기 때문에 신경전을 안 벌일수도 있죠.”
“그렇다면 다행이고.”
폭포 여행을 마친 일행은 미국쪽 안개 가득한 다리를 걷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작은 불편함이 발생할지 몰라 한참을 망설이고 있었다.
“박사님, 일단 여행이 목적이었으니까 건너가보죠.”
김학수가 의외로 대범한 제안을 했다. 우리는 망설임을 잠시 벗어 던지고 차를 몰아 미국쪽 국경을 다시 넘고 있다.
“관광입니까?”
“네, 캐나다에 숙소가 있고 폭포 아래에 있는 다리 구경 좀 하고 넘어갈 겁니다.”
“통과하세요.”
미국 국경을 넘어가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우리는 폭포 아래에 차를 세운 채 걸어서 다리까지 다가갔다. 한폭의 그림을 연상하듯 아름다움이 놓여 있었다. 조금 더 걸으니 높은 언덕 위에 망원경으로 폭포를 감상하는 일행들이 보였다. 동전을 넣고 멀리서 폭포를 가까이 당겨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겨울 해가 너무 짧았다. 미국쪽에서 폭포를 잠시 바라 봤을 뿐인데 어둠이 주변을 물들이고 있다. 일행은 아쉬운 마음으로 다시 캐나다로 건너기 위해 국경을 지나기 위해 패스포드를 제시했다.
“잠시 대기실로 가시죠.”
“무슨 일이죠?”
“출국금집니다.”
“뭐요? 캐나다에 짐이 있는데.”
“일단 대기실로 가세요.”
안그래도 걱정스럽던 일이 생긴것같다. 일행이 국경 대기실로 들어서니 반갑게 맞이하는 사람들이 서너명 앉았다 일어서며 인사를 한다.
“무슨일이죠?”
“캐나다로 넘어갈 수 없습니다.”
“여행자에게 무슨 헛소리요?”
“우리와 어떤 약속을 먼저 해야 합니다.”
“뭔 소린지는 모르지만 나는 합법적인 절차를 밟고 들어온 여행객일 뿐이오.”
“캐나다 요인들과 만나셨죠?”
“그래요.”
“그 사람들과 어떤 일을 협의 하셨죠?”
“그래요.”
“그 문제 때문에 돌아갈 수 없다는 말입니다.”
“협상은 자유로운 것인데 간섭할 이유가 뭐요?”
“저희가 더 좋은 제안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시간은 많아요. 어차피 캐나다와 미국 사이를 오가며 몇일 더 묵을 생각이니까.”
“아직 협상을 끝내지 않았군요?”
“여행 온 사람이 결정할게 뭐 있겠소. 난 요즘에 발생한 일들을 한국에 돌아가서 변호사와 상의한 후 정리할 계획이오.”
“어차피 중국이나 캐나다가 제의한 것이 저희와 비슷할 겁니다. 중복을 피하더라도 협상의 우선권은 미국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알았소. 현재 난 관광에만 몰두할 생각이오.”
“절대로 캐나다와 계약을 맺으면 안됩니다. 그럼 믿고 보내드리죠.”
미국요원들은 어차피 자신의 수중에 다시 떨어질 것을 알고 있는 듯 순순히 우리가 캐나다로 넘어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었다. 더욱 당황한 것은 김학수였을 것이다. 나는 차에 올라타며 가만히 힘주어 숙의 손을 잡았다.
“당신, 역시 대단해요.”
“아니. 첫 발도 떼기 전에 난리들이니 걱정이군.”
“박사님, 저들이 움직이는 이유는 뭡니까?”
“중국보다 더 많은 연구를 한 탓이지.”
“저희가 아직 모르는 분야도 있었습니까?”
“자네가 같은 동포니까 말해주겠네만, 중국은 로봇의 미래를 다 알지 못하네.”
“어떤 부분인지 말해주실 수 있습니까?”
“그래, 어두우니 차를 잘 몰기나 하게. 호텔에 도착하면 개념을 설명해주겠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김학수는 신디를 자신의 방에 보낸 후 나를 따라 방에 들어서며 자신이 모르고 있는 분야에 대한 관심으로 쇼파에 등을 기댄 채 내 입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우선, 로봇은 크게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네. 첫째는 망가지지 않으면 반영구적으로 존재하는 로봇이고 둘째는 인간의 수명과 같이 생명력이 있는 로봇이고 셋째는 반영구적으로 존재하되 인간의 정신세계가 함께 할 때만 작동되는 로봇일세.”
“그럼 첫째는 휴먼 로봇이 아닌 산업용 로봇이고, 둘째는 휴먼 로봇이고 셋째는 마징가제트 같은 로봇이군요?”
“그렇지. 산업용 로봇은 기계적 로봇이라서 누구라도 그 용도에 맞게 만들어 낼 수 있지. 중국에서 갖고 있는 내 설계도가 바로 그것에 해당되네.”
“저희도 휴먼 로봇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휴먼 로봇은 개체의 외형만 봤을 땐 기계적 로봇과 바이오 로봇으로 분류될 수 있겠지. 어떤 형태든 인간의 사고력을 일부 채용한 것이라서 자율성이 확보되겠지. 바이오 로봇이라면 조금 더 인간적인 생체 공학을 적용하였으니 일종의 사이보그라고 말할 수 있겠네. 하지만 진정한 휴먼 로봇은 인간이 경험에 의해 점차 사고력을 성장시키는 것과 같은 원리를 적용한 로봇을 말하지. 처음 탄생했을 때는 유아적 사고를 갖고 있고, 학습에 의해 점차 고도화되며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처리능력에 따라 무한대의 판단 능력을 갖추게 되는 그런 것이라네. 만약 이런 로봇이 탄생한다면 무한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언젠가는 인간을 지배할 꿈을 꾸게 되겠지. 나는 이러한 불행을 예방하기 위해 휴먼 로봇에게 인간이 갖고 있는 생로병사 중에서 늙고 죽움에 대한 시스템을 적용하려는 것일세.”
“박사님, 제어권을 인간이 갖고 있다가 너무 성장하면 제거하는 방법을 쓰면 되지 않습니까?”
“언 듯 생각하면 자네 말이 옳지. 하지만 휴먼 로봇을 제어하던 인간이 로봇의 생존을 중단 시키기 전에 사고를 당했다고 가정해보게. 휴먼 로봇은 통제하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순간부터 무한대의 사고력을 배양하여 결국은 지구의 인류를 제압할 방안을 찾게 될걸세.”
“그렇군요. 그럼 휴먼 로봇에게 어떤 조치를 심어 놓을 생각입니까?”
“각 기관들이 점차 노후화 되가는 과정을 고려해야겠지. 사고력의 무한 확장을 방지하기 위해 치매 장치를 넣어야겠지. 죽음을 느끼게 해야겠지. 영구불멸을 위해 자신의 기관들을 교체하려고 시도할 때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복잡한 유전자적 장치를 심어놔야겠지.”
“휴먼 로봇을 구상하는 개념 자체가 쉬운 것은 아니군요.”
“그렇다네. 이들을 방치하면 생각하는 영역을 복제하는 기술로 이어질 것일세. 그들은 성장속도를 높이기 위해 자신의 사고력부분을 복제하여 다른 휴먼로봇에게 이식시키고 더욱 빠른 성장을 시도할테지. 그런 단계가 몇 번 시도되면 내가 고려한 통제 자체를 소멸시킬 방법을 찾아내겠지. 이러한 현상은 마치 작금의 인간이 유전자지도를 풀어 헤치는 것과 유사한 방법일세.”
“과학자들이 DNA 지도를 만드는 것도 일종의 신의 영역에 대한 도전이죠.”
“그렇다네. 휴먼로봇이 내가 걸어놓은 여러 가지 통제장치들을 하나씩 풀어내기 위한 자기복제 기술을 작동하기 시작한다면 결국에 가서는 늙고 죽음에 대한 당연한 귀결을 무시할 수 있게 될테지. 그땐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휴먼 로봇뿐이네. 그들은 자신을 창조한 인간의 통제에 싫증을 느끼고 그들을 제거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낼 것이네.”
“휴먼 로봇의 개발에 망설이는 이유가 그것이군요?”
“더 위험한 것은 휴먼 로봇이 자기 복제 기술을 인간이 이용하게 되는 폐단 때문이네.”
“인간이 인간을 복제한다고요?”
“휴먼 로봇의 사고력 부분을 일부 떼어내어 인간의 사고력 복제분야에 응용한다면 자신의 모든 경험이 다른 사람에 의해 공유되는 불행을 겪게 될걸세.”
“로봇이 인류를 제압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극복해야하죠?”
“바로 세 번째 로봇에 의존하는 방법뿐이네. 마징가제트와 같이 초강력 파워를 가진 로봇을 만들어야 하고, 이 로봇은 조금 더 원시적이지만 인간의 생체리듬에 따라 자신의 제어권을 인간에게만 맞춰 놓고 작동하는 반자동 로봇이 될것이네.”
“휴먼 로봇이 반자동 로봇에 대한 제어권을 훔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당연한 시도가 있겠지. 인간의 어리석음에 의해 인류가 휴먼로봇에게 제압당했을 때를 가정하여 인간적이고 인간다운 마지막 인류의 생존자가 세 번째 유형의 로봇의 머리가 되어 오직 휴먼 로봇을 파괴할 본성으로 이 로봇을 조정할 때만 작동하는 초강력 로봇을 먼저 설계해야만 진정한 자유로 휴먼 로봇의 설계를 마칠 수 있다네.”
“박사님의 심오한 생각을 미쳐 읽지 못했습니다.”
“자네의 과오가 아닐세. 어떤 누구라도 현실 앞의 이익에만 눈을 돌리는 때 아닌가. 그런 자들을 위해 세상이 노출되었다 하더라도 적어도 모든 최악의 시나리오 속에서도 인류의 생존을 보장할 마지막 장치를 고안해 놓지 않는다면 어떤 개발도 진행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일세.”
“그래서 그 많은 돈을 필요로 하는군요?”
“그렇다고 이해하면 되네. 내겐 일조든 이조든 넉넉한 형편은 아닐세.”
“제 삼의 로봇은 누구도 알수 없는 상태에서 개발되야 하겠네요.”
“공개적으로 개발할 생각이네. 다만 휴먼 로봇을 파괴할 마지막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가장 원시적인 로봇으로써 남들의 관심에서 벗어나는 천박한 물건으로 취급될 수 있도록 휴먼 로봇을 완성해 가는 중간 단계에서 이 로봇을 완성해야겠지.”
“좋은 생각이네요. 어차피 훌륭한 사고력을 갖춘 휴먼 로봇을 놓고 반자동의 로봇에 관심을 보일 사람은 없을테니까요.”
“어쩌면 다가올 오백년 역사 속에 세 번째 로봇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될걸세.”
“저에게 그런 얘기를 해 주시는 이유는 뭐죠?”
“나도 후세에 이런 로봇에 대한 전설을 남기겠지만, 자네 쪽에서도 이런 전설을 남겨서 최악의 상황에 인류를 구원하고자 하는 것일세.”
“여보, 자기 복제 로봇은 누가 만들게 되죠?”
“응, 그건 인간의 통제 속에서 휴먼 로봇이 몰래 만들게 될꺼야.”
“늙고 죽음을 이해하는 로봇을 만들면 되지 않아요?”
“모든 휴먼 로봇은 생노병사중에서 노사를 이해하겠지만 일부 돌연변이성 로봇이 탄생하겠지. 그 놈들은 자신의 독특한 생각을 바탕으로 늙고 죽음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나타낼테고 그 놈들에 의해 주도된 사고력은 자기 복제를 통해 더욱 발전하겠지. 결국엔 인간의 절대적 통제권을 찬탈하고 스스로 우주의 왕자가 될 꿈을 꾸게 될꺼야.”
“차라리 늙고 죽는 것 이외에 탄생까지 고려하면 안되나요?”
“인간의 사고력을 바탕으로 설계될 휴먼로봇은 생노병사에 대한 심각한 고려를 이해하도록 조치되겠지만 결국에 가면 그런 원리를 깨부수는 시도에 의해 원천설계에 대한 부정적 작용이 발생할테고 그런 후에는 생노병사를 부정하고 영원불멸의 생명체를 지닌 휴먼 로봇이 탄생하게 되겠지.”
“박사님, 로봇이 로봇을 출산할 수 있나요?”
“불가능한 일은 아니야. 모든 사물은 원소로 이루어 진 것이니만큼 사고력이 뛰어난 로봇이 자신을 구성한 재질을 합성해 내는 기술을 임신과 출산 분야에 적용한다면 쉬운 일이지.”
“우와, 로봇이 로봇을 낳는다구요?”
“결국은 모든 것이 물질이네. 인간의 영혼도 물질일테니까.”
“박사님은 인간의 정신세계를 단순한 물질로 규정하셨던데 정말 그렇습니까?”
“아니라고 말할 근거가 없네.”
“정신세계를 만질 수 있습니까?”
“영적인 존재도 질량을 갖고 있다는 여러 가지 학설들이 나와 있네.”
“작은 질량이라고 들었습니다만 그것이 인간의 본질일까요?”
“아직 단정질 수 없네. 인간의 육체는 모두 파악되었지만 정신세계는 휴먼로봇을 완성해 가는 단계에서 연구될 새로운 장르라고 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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