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질주 후에 - 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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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봄이 왔다고 하지만, 무료한 나날의 연속이다. 공부를 계속하기 싫어 진학도 포기하였고 무엇인가 돌파구를 찾으려고 방황한다. 그래도 명성 있는 K여고를 졸업했으나 대학에 낙방하고 식구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원래 입학시험에 자신도 없었고 합격하리라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중학교 시절만 해도 머리가 좋다는 소리를 들었고 성적도 상위권이었는데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공부하기가 싫어지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기를 좋아했다. 졸업반이 되어서 뒤늦게 공부를 하려했으나 이미 때늦은 후회였다. 차츰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에만 몰두하였다.
자그마한 키이지만 주위에서는 앙증맞은 몸매에 귀엽게 생겼다고 한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있는 편이었다. 남자 친구들도 여럿 사귀었고 그 중에는 육체관계를 가진 남자 친구도 있었다.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술에 취해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고 보니 순결에 대한 의미도 잊었다.
그러나 대학입시에 낙방하고 보니 가깝던 여자 친구도 줄기차게 쫓아다니던 남자친구도 멀어졌다. 몇 번의 성관계로 영원히 변치 않을 것 같은 남자친구마저 등을 돌렸을 때는 정말 슬펐다. 그들은 대부분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을 하였다. 외톨이가 되어 한동안 우울했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집에서도 나는 미운 오리 새끼이다. 오빠와 언니는 모두 공부를 잘해서 의사와 디자이너가 되어 결혼 후 독립해 나가고, 남아 있는 남동생도 공부벌레이다. 대학 재수까지 포기한 나는 갑자기 가정부 같은 신세가 됐다. 이제 졸업하고 두 달뿐이 지나지 않았지만 하루하루가 지겹다.
오늘도 어머니를 대신해서 밥하고 설거지하고, 빨래와 집안청소를 하지만 나에게는 중노동이다. 내게 살림을 맡긴 어머니는 외출중이다. 예전에는 집안 살림을 하느라 바깥출입이 없던 어머니는 내가 집안에서 맴돌고 나서부터 부쩍 외출을 자주 한다.
오전 내내 집안일을 하고 모두가 외출하여 텅 빈 정원에 앉아 있는 시간은 한가롭다. 새싹이 돋아나던 정원의 나무들은 어느덧 푸른 옷으로 갈아입었다. 건조대에 널어놓은 세탁물이 바람결에 떨어졌다. 세탁물을 걷어야 될 것 같다. 건조대 위로 다가가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소매가 너풀거리는 티셔츠에 시선이 간다.
이층에 세 들어 사는 부부의 세탁물이다. 어머니는 오빠와 언니가 사용하다가 한동안 비어있던 이층을 맞벌이 부부에게 세를 놓았다. 여자는 쇼핑 호스트이고 남자는 꽤 이름 있는 모델이다. 결혼한 지 십년이 되었다는 그들 부부는 경제력도 넉넉하고 한 동안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고 한다.
개인저택까지 소유하고 있던 그들이 우리 집 이층으로 전세로 들어 온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는 항상 함정이 도사린다. 더 많은 부를 누리기 위해 의류 제조회사를 차렸다가 모든 것을 잃었다고 한다. 그들은 재기하기 위하여 다섯 살 된 아들도 시댁에 맡기고 다시 직업전선에 뛰어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들 부부 중 아내인 현숙과 나와의 만남은 악연이다. 이사 오던 날부터 그녀와 부딪쳤다. 집으로 들어오는 길이었다. 대문 입구에 수북하게 쌓인 이삿짐 사이를 걸어 들어오다가 세워놓은 침대 등을 건드려 깨트렸다. 그녀는 대뜸 눈 똑바로 뜨고 다니라고 윽박질렀다. 한참 대학 진학관계로 신경이 예민했었기에 지지 않고 대들었다. 더욱 속상한 것은 내 편이 되어줄 어머니가 도리어 야단을 치는 것이다. 서럽고 분통이 터졌다. 결국 똑같은 물건을 사주고 해결했지만 그 후로 마주치면 이상하게 언성을 높이게 된다.
서로 스쳐 지나가다가 부딪치는 경우라든지, 물청소하다가 물이 튀어 언성을 높이기도하고, 심지어는 이층 계단 청소문제까지도 말다툼을 하였다. 무엇보다도 나를 화나게 하는 것은 그녀의 말투였다. 배우지 못한 것이라든지, 어린 것이라는 표현으로 좌절감과 열등감을 일으키게 하여 참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 송지우는 나를 귀엽게 여긴다.
그렇지 않아도 답답한 생활에 돌파구를 찾지 못해 폭발할 것 같은 심정이었다. 어쩌면 그녀를 미워하는 마음은 지겹도록 답답한 생활의 돌파구였다. 처음에는 나를 업신여기는 그녀를 고통스럽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남편의 사랑을 받는 다정한 모습에 질투를 느꼈다.
호랑이 새끼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라든지, 유능한 매는 발톱을 감춘다는 말이 새롭게 떠올랐다. 나는 당돌하게도 현숙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지우 아저씨의 마음을 뺏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저주스럽지만 도리어 매몰찬 말도 꾹 참고 미소를 띠며 도도한 현숙에게 다가서기 시작했다. 간간이 이층 청소도 해준다는 핑계로 이층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차츰 차가운 그녀의 눈빛이 부드러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오늘 아침 거실 청소를 해주다가 쌓인 세탁물을 보았다.
건조대에 걸린 옷가지들 중 일부는 내가 자청한 세탁물이다. 건조된 티셔츠를 코에 대고 냄새를 맡는다. 현숙의 남편인 송지우의 티셔츠이다. 은은한 세제 향기 속에 남자의 체취가 스며있다. 현숙을 언니라 부르지만 송지우를 아저씨라고 호칭한다. 오빠라고 부르고 싶었지만 나이 차이도 있고 현숙이 싫어하는 것 같아 아저씨라고 부른다. 티셔츠를 가슴에 안으며 아저씨의 넓은 가슴을 생각한다.
현숙의 성깔은 도도하고 날카롭지만 지우 아저씨는 자상하다. 아저씨의 너그러운 성격 덕분인지 그들 부부의 애정은 깊어 보인다. 날씬하고 예민하게 생긴 현숙에 비해 그녀의 남편은 호남 형의 얼굴에 언제나 미소가 깃들어 있다. 가끔은 아저씨의 뚜렷한 이목구비와 다부진 체격을 바라보며 남성으로 느껴져 얼굴을 붉힌다.
아저씨는 식구들마저 관심을 갖지 않는 나를 동생같이 귀엽게 여긴다. 그러기에 더욱 아저씨에게 친근감을 느낀다. 어쩌면 밉살스러운 현숙에게 보복하는 길은 아저씨의 마음을 뺏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의 관심 밖이지만 나는 여자일 수밖에 없다. 여자가 남자의 마음을 뺏는 방법은 단순하다. 힐끔 힐끔 내 몸매를 훑어보는 아저씨의 눈빛을 상상하니 묘한 쾌감을 느낀다.
세탁물을 걷어 바구니에 담고 돌아서는데 대문이 열렸다. 석고상 같이 차가운 표정을 지은 현숙이 들어온다. 달갑지 않지만 반가운 표정을 짓고 다가갔다.
“언니 오셨네요!”
“........!”
현숙은 여전히 표정 변화가 없이 발걸음을 옮긴다. 세탁물 바구니를 들고 현숙의 뒤를 따랐다. 그녀의 거실로 쫓아 들어가 세탁물을 소파위에 내려놓았다.
“세탁물 다 말랐어요.”
“그래........,.”
쌀쌀맞은 눈빛을 보면 화가 치밀었으나 참고 견딘다. 인내하는 만큼 그녀에 대한 복수심은 부풀어 오른다. 현숙이 다정하게 대해주기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차라리 그녀가 나에대해 방심하기를 바란다. 스커트 호주머니에서 반지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거요! 세탁물 속에 있더라고요.”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반지였다. 세탁물 속에 있던 것으로 귀중한 결혼반지일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이었다. 그녀에 대한 보복으로 버릴 수도 있으나 그녀의 환심을 사기위한 수단이다. 그때서야 반지를 받아든 그녀의 눈빛이 반짝였다.
“고마워!”
“하마터면 버릴 뻔 했어요.”
그녀의 이맛살이 찡그러졌다. 나의 아래위를 훑어본 그녀가 칭찬은 고사하고 신경질적인 말을 툭 뱉어낸다.
“연경이, 넌 그 꼴이 뭐니? 일하는 애가 핫팬티를 걸치고......”
“이게....... 일하기 편해서요.”
반지를 잘 간수하지 못한 자신의 잘못을 감추려는지, 내가 그녀의 잘못을 탓하지도 않았는데 기분이 상했나보다. 그녀는 매사를 그런 식으로 나를 대한다. 울화가 치미는 것을 꾹 참았다. 더 있기도 민망하고 그렇다고 계획을 실천하려면 화를 낼 수도 없어 억지 미소를 짓는다.
“언니 나, 내려갈게요.”
“.......”
하지만 이대로 내려가는 것은 그녀의 마음에 접근하는 시간만 멀어질 뿐이다. 현관으로 발걸음을 옮기다가 뒤돌아섰다.
“언니, 점심 했어요? 우리 엄마가 끓인 동태찌개 좀 가져다줄까요?”
“........응.”
힐끔 쳐다 본 그녀가 마지못해 대답한다. 깡충 걸음으로 층계를 내려갔다. 다정한 말은 듣지 못해도 그녀가 내 계획대로 변하고 있다는 것에 즐겁다. 동태찌개를 가져다주고 내려와서 거실 창문에 턱을 괴고 정원을 내다본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계획을 상상한다.
좀 더 차분하게 시간을 기다려야한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책을 펴든다. 요즘은 예전에 읽었던 나다니엘 호오돈의 ‘주홍글씨’를 다시 읽고 있다. 주홍글씨의 주인공은 ‘헤스터 프린’이라는 가련하면서도 꿋꿋한 여인이다. 간통죄라는 남들에게 흉하게 보여 지는 죄를 안고, 가슴에는 간음이라는 ‘A"를 선명한 주홍색으로 수를 놓은 천을 달고 다녀야 한다.
모든 사람이 손가락질하지만 과연 헤스터프린은 불륜의 죄를 지은 것인지 의문이 간다. 영국 배 한척이 침몰당해 생존자가 없다고 했다. 낯선 땅에서 사망한 것으로 아는 남편을 기다리는 여자 혼자 지내기엔 너무나 가혹한 것이었다. 그러던 중 다른 남자에게 진정한 사랑을 느낀 것이다. 남편을 잃은 것이 죄인지, 사랑을 한 것이 죄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지루함이다. 학창시절에는 그래도 친구들 사이에서 예쁘고 귀엽다는 말을 들으며 부러운 시선을 받았는데, 지금의 시간은 감정을 표현할 상대도 없고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도 없다. 퇴근한 아버지나 외출하고 돌아온 어머니도 나를 가정부로 여기는 것 같다. 학원에서 돌아온 남동생마저 핀잔을 한다.
“누나, 여자가 그게 뭐야? 옷 좀 잘 입고 다녀.”
“어때서 그러니? 내 집에서.”
아래위로 훑어보며 눈살을 찌푸리는 동생에게 툭 쏘아붙였다. 미니스커트에 브래지어만 걸친 내 모습이 눈에 거슬린 모양이다. 하지만 자유롭고 싶다. 어차피 누구의 관심도 못 받기에 편하고 싶다. 내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깜박거리는 형광등을 고치고 있던 아버지마저 혀를 찼다.
“쯧쯧........! 계집애가 그 모습이 뭐야! 가서 형광등이나 사와!”
“.........!?”
아버지의 말이 야속하다. 익숙해질 만도 한데 외톨이가 된 심정은 견딜 수가 없다. 블라우스를 걸치고 형광등을 사기 위해 터벅거리며 집을 나왔다. 가로등불이 쓸쓸하게 비치는 어두운 골목을 들어서며 외로움 같은 것을 느낀다. 전기기구 상회에서 형광등을 사들고 나오다가 멈추어 섰다.
맞은편에서 오고 있는 사람을 보니 반갑고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유일하게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지우 아저씨가 오고 있었다. 평상시는 승용차로 출퇴근을 하는 아저씨가 술을 마셨는지 걸어오는 발걸음이 예사롭지 않다.
시선이 마주친 아저씨가 나에게 미소를 지어 보인다. 깡충거리며 아저씨에게 다가가 팔을 붙잡았다. 텔레비전 화면에서 멋있는 모델포즈를 취하던 아저씨를 가깝게 대한다는 것이 항상 흐뭇했다.
“아저씨!”
“어........! 귀염둥이.”
아저씨는 나를 귀염둥이라고 한다. 아저씨가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저씨의 깊은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은 나의 계획 중 하나이다. 아저씨의 팔에 매달리며 눈웃음을 지으며 애교를 부린다.
“히힛......! 아저씨 술 마셨구나?”
“후 후! 조금 마셨지. 연경인 어디갔다오니? 언제 봐도 귀엽네.”
한쪽 눈을 질끈 감아 보인 아저씨의 팔이 내 어께를 감싼다. 그리고 토닥거렸다.
“아빠 심부름 요. 아저씨 술 마신 모습 보니까, 애들 같아.”
“내가! 하하......!”
아저씨의 발걸음이 휘청거리는 것 같다. 기다렸던 것처럼 아저씨의 허리를 감싸서 부축하여 걸었다. 아저씨의 체온을 느끼며 가슴이 두근거리며 왠지 짜릿함을 느꼈다.
“조심하세요. 넘어지겠어요.”
“괜찮아, 술 많이 안 마셨어.”
아저씨가 싱긋이 미소를 진다. 공연히 가슴이 두근거린다. 집으로 향하는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어깨위에 걸친 아저씨의 손이 흔들거리며 젖가슴을 스친다. 아저씨의 마음을 사로잡을 기회라고 생각했다. 힐끗 쳐다보며 슬며시 그의 손을 젖가슴 위에 올려놓았다.
젖가슴에 닿은 손이 닿는 순간 흠칫하는 그의 시선을 의식했다. 젖가슴에 닿은 아저씨의 손길에서 야릇한 쾌감을 느낀다. 아저씨의 손을 자연스럽게 누르며 키득거렸다.
“크크! 난 남자들 술 취한 모습이 좋아요.”
“왜!?”
“편해 보이니까.”
“내가 그렇게 보여?”
“네! 아저씨는 그냥.......모두 좋아요.”
아저씨의 취기어린 눈길이 내 젖가슴을 향했다. 그 순간을 놓칠 수 없는 기회였기에 아저씨의 볼에 입맞춤을 했다. 그가 걷던 걸음을 멈추어 섰다. 젖가슴을 누르고 있던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젖가슴이 그의 손아귀에 쥐어졌다. 남자들은 모두 순간적인 충동을 못이기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통쾌함을 느꼈다.
아저씨와 나의 시선이 마주쳤다. 취기가 어린 그의 얼굴이 가로등 불빛에 더욱 붉게 보였다. 내 어깨를 보듬어 안고 당기는 그의 입술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의 숨결을 느낀다. 그가 무엇을 바라는지 알 수 있었다. 내가 바라던 것이었다. 눈웃음을 흘리며 사르르 눈을 감았다.
“연경인 작은 요정 같아.”
“........!”
속삭이는 목소리와 함께 내 입술이 그의 입술에 점령당했다. 온 몸이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술 냄새와 함께 아저씨의 가슴에서 흘러나온 진한 남자의 체취가 온몸을 감쌌다. 허리를 감싸고 끌어안는 그의 가슴속을 파고들었다.
그의 혀가 입술을 헤집고 들어왔다. 그리고 내 혀를 밀고 당겼다. 남자친구에게서 느껴보지 못한 쾌감이었다. 그의 가슴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 속에 다리가 휘청거렸다. 혀와 혀가 엉키어 감각의 돌기를 일으켰다. 허리를 껴안은 그의 두 손이 내 엉덩이를 부둥켜안았다.
허우적거리던 팔을 뻗쳐 그의 목에 매달렸다. 그에게서 흘러나온 열기가 들어 올린 내 몸으로 뜨겁게 전달된다. 하복부에 잇닿아 몸부림치는 남성을 느낀다. 아늑한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면서도 생각했다.
순간적인 충동에 휘말리지 말고, 나를 소유하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느끼게 하려면 여기서 멈추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마침 골목 뒤편으로부터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달아오르는 감정을 억제하고 그의 가슴을 슬며시 밀어냈다.
“아, 아저씨. 누가와요.”
“응,.......!”
내 몸을 풀어준 그는 못내 아쉬운 눈빛이었다. 뒤쪽 골목길 어귀에 사람 그림자가 나타났다. 뒤로부터 다가온 그림자가 우리를 스쳐 지나갔다. 겸연쩍은 표정으로 걸음을 옮기는 그의 팔을 내 허리에 두르며 혀를 내밀었다.
“메롱! 아저씨 얼굴 빨개졌다. 아저씨 일요일에 뭐해?”
“음.......이번 일요일에는 별다른 스케줄이 없는데.”
“나요! 드라이브 시켜주면 안돼요?”
뚫어지게 바라보는 아저씨 얼굴이 조각상같이 느껴진다. 그가 누구나 선망하는 모델이라는데 나의 마음을 더 설레게 한다. 눈빛을 반짝이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야........! 어렵지 않지.”
“정말!?”
“응!”
그가 다시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쉽지만 집에 도착했다. 집에 돌아와서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층계를 올라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내 머릿속에 그의 핸섬한 뒷모습이 환영으로 떠올린다. 드디어 아저씨가 나의 계획에 걸려 든 것이다.
다음날 아침에 출근하는 아저씨의 모습을 보려고 창문을 내다보고 있었다. 층계를 내려온 그가 평상시와 같은 밝은 미소로 손을 흔들었다.
“귀염둥이 안녕!”
“아저씨 안녕!”
대문을 나서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어제 저녁의 열기를 느낀다. 현숙에 대한 보복으로 아저씨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고 그의 마음을 사로잡기위해 인내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저씨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현숙의 시선을 흐리게 해야 한다. 내가 그녀의 집을 드나들어도 방관하게 하고 아저씨와의 나 사이를 바라보는 관점을 무디게 해야 했다. 현숙의 앙칼진 말투에도 불구하고 호감을 사려는 나는 노력해야 한다.
노력의 결과가 차츰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이 외출해도 세탁이나 집안청소를 도와줄 수 있도록 나에게 열쇠를 맡겼다. 그러나 열쇠를 주는 그녀의 배려는 나의 계획에 불을 붙였다. 그녀의 침실에 들어서서 큰 액자를 발견했다. 거의 반라의 모습으로 포옹한 장면의 사진이었다. 침대위에서 포옹하고 뒹구는 그들의 모습을 상상을 떠 올리고 더욱 질투심이 불타올랐다.
아저씨와 약속한 일요일이다. 부모님과 동생은 교회에 가고 집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거울 앞에 서서 포즈를 취해 본다. 귀염둥이라고 호칭하며 뜨거운 눈빛을 보내던 아저씨의 관심을 더 이끌어내기 위해 몸매와 치장에 신경을 쓴다. 짧은 머리에 머리끈을 묶고 미니스커트에 레이스가 달린 민소매 블라우스를 걸쳤다. 잔득 부픈 마음으로 창문을 내다보았다.
현숙 그녀가 외출복을 입고 대문을 나섰다. 그런데 삼십분이 지나도 아저씨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기다리다 못해 올라가 보려는데 아저씨가 층계를 내려왔다. 치장한 내 모습이 그의 마음에 들려는지 궁금했다.
“아저씨! 오늘 약속 지키는 거지?”
“무슨........!?”
층계를 내려오던 그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약속을 잊었다는 것을 알고 실망스러웠다. 눈을 흘기며 볼멘소리를 했다.
“피 잇~! 드라이브 시켜준다고 그랬잖아요?”
“........아! 내 정신 좀 봐. 깜박했네.”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있는 그가 밉살스러웠다. 토라진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삐죽 내밀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발걸음을 멈추고 망설이는 그의 모습을 보고 다그쳤다.
“잊어버리고 다른데 가려는 거죠? 몰라요.”
“아니, 미안해. 심심해서 친구 만나려고 했는데.........!?”
“몰라요! 난 아저씨 말만 믿고 기다렸는데.”
그의 시선이 나의 몸매 아래 위를 훑어 지나갔다. 계획한 일이 여기서 멈추어서는 안 된다. 그에게 눈을 흘기며 다리를 꼬고 서서 그의 시선을 끌었다. 망설이던 그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층계를 내려와 내 어깨를 토닥거렸다.
“지금이라도 가면 돼지 뭘. 귀염둥이하고 약속한 건데.......”
“정말요!?”
“그래, 친구들과 당구를 치거나 술 마시는 자리니까. 가지 않아도 괜찮아.”
“피 잇! 약속도 잊어버리고 있었으면서.......”
아저씨가 내 요구를 들어준다는데 어쨌든 기분이 좋아졌으나 여전히 토라진 표정을 지었다. 그가 슬그머니 내 허리를 감싸고 쓰다듬더니 차고를 향해 갔다. 들뜬 마음으로 아저씨의 중형 승용차에 올라탔다. 소리 없이 골목을 빠져 나간 승용차가 시내로 들어섰다.
번잡한 시내를 빠져 나와서 아저씨는 닫힌 창문을 열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셔츠를 휘날리는 그의 모습이 핸섬하고 멋져 보였다. 승용차는 서해안을 향해 달려갔다. 카 오디오에서는 흥겨운 팝송이 흘러 나왔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상쾌하였다. 흥이 겨워 멜로디에 맞춰 몸을 흔들며 아저씨에게 물었다.
“아저씨! 아저씨는 어떻게 모델이 됐어?”
“난 원래 공무원이었었는데, 패션 쇼 구경 갔다가 매니저 권고를 받고.”
“아저씨 좋아하는 여자들도 많았겠네.”
“아니 별로.......”
빙그레 미소를 짓는 그에게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피 이! 거짓말.”
“왜 거짓말이라고 생각해?”
“아저씬 멋있잖아.”
“내가 멋있어 보여?”
“응!”
배시시 미소를 지며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그때 나를 향한 그의 시선이 스커트 밑에 들어난 허벅지를 힐끔 거리는 것을 알았다. 아저씨가 나를 여자로 인식하고 깊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의 입가에 묘한 웃음이 흘렸다.
“연경이는 정말 앙증맞고 예뻐!”
“나도 아저씨가 좋아!”
그의 볼에 입맞춤을 하고 빤히 바라봤다. 그의 눈빛으로 봐서 정말로 내가 귀엽기도 하고 여자로 느끼기 시작한 것 같았다. 아저씨 팔에 매달리며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아저씨 첫사랑은 누구야?”
“고등학교 시절에 같은 클럽 활동을 하던 여학생.”
“왜 헤어졌어? 얘기 좀 해줘요”
“그냥 서로 바쁘다보니 소식이 끊겼는데 처음 만나게 된 동기는........”
그는 자신의 학창시절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누구나 청춘 시절에 한번쯤은 있음직한 애틋하고 순수한 사랑 이야기였다. 그의 얘기가 끝나고 나는 오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흥겹게 따라 부르기도 하고 재잘거렸다.
스커트 밑과 블라우스 사이로 들어난 젖가슴을 힐끗힐끗 쳐다보는 그의 시선이 지속되었다. 그의 시선을 느낀다는 것만도 짜릿했다. 그를 유혹하는 것이 과제였다. 그의 관심과 충동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다리를 벌려 허벅지를 들어 내보이기도 하고 젖가슴이 들어나는 동작을 반복했다.
윤전을 하는 아저씨의 시선을 느끼다가 나도 모르게 깜박 잠이 들었다. 승용차가 덜컹거려 눈을 뜨니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려온 차가 비봉인터체인지를 벗어나 비포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한적한 바닷가에 그가 승용차를 세웠다.
갈매기 때가 날아다니고 푸른 바다에 파도가 일렁이는 정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싱그러운 바다 냄새가 창문으로 스며들었다. 차 안에서 바다를 향해 두 팔을 벌리고 환호성을 울렸다.
“와 아! 멋져요.”
“좋아?”
빙그레 미소 짓는 아저씨 목에 매달려 입맞춤을 하였다. 입맞춤을 하고 떨어지려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아저씨가 나를 부둥켜안았다. 그리고 그가 내 입술을 훔쳤다. 기다렸던 일이지만 황홀했다. 그의 속삭이는 듯이 흘리는 말이 귓가에 스며들었다.
“연경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흠......!”
아저씨 입술에 점령당해 급히 숨을 들이켰다. 그는 달콤한 꿀을 빨아 먹듯이 혀를 빨아 들였다. 그의 열기에 휩싸여 깊은 나락으로 떨어져 내리는 아찔함에 젖었다.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처럼 혀와 혀가 엉키어 서로의 입속의 돌기들을 불러 일으켰다. 그의 손길이 블라우스를 풀어 헤쳤다. 그리고 브래지어를 밀어 올리더니 젖가슴을 덥석 입술로 물었다.
“어 멋! 아, 아저씨.”
갑작스런 그의 행위에 충격적인 쾌감을 느꼈다. 나도 모르게 젖가슴에 파묻힌 그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의 혀가 젖꼭지를 돌돌 말아 돌기를 일으켰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온 세상이 아늑했다. 온몸의 뼈마디가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하 잉! 엄마 야! 난....... 몰.......라.”
그런데 아저씨는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짧은 스커트를 들추더니 허벅지 사이에 머리를 묻었다. 팬티를 빌어 내리고 음모를 쓰다듬더니 음부의 예민한 살갗을 혀로 문질렀다. 예상치 못한 그의 행동이었다. 습한 열기에 허리를 뒤틀었다.
“엄마 얏! 하 윽. 아, 아저씨........으 읍.......”
“너를 안고........ 싶어. 미치겠어.”
그가 내 몸을 으스러지도록 껴안고 부르르 떨었다. 은밀한 살갗에 머문 그의 혀가 마술사처럼 내 몸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쾌감을 이기지 못해 아랫입술을 물었다. 급히 숨을 몰아 쉰 그의 눈빛이 붉게 충혈 되어 있었다.
그는 내가 앉은 조수석 의자를 뒤로 젖혀 나를 눕혔다. 그리고 허겁지겁 자신의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끌어내리더니 내 몸 위로 올라와 체중을 실었다. 그가 이런 행동을 하기를 바랐던 것이었으나 차마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바지가 벗겨진 하복부를 나의 음부에 밀착하고 안간힘을 썼다.
가까스로 벌어진 팬티의 고무줄에 걸린 그의 남성이 용틀임을 했다. 충혈 된 눈빛으로 내려다보던 그가 거치적거리는 나의 팬티를 무릎 아래로 끌어 내렸다. 아저씨의 남성이 하복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보지 입구에서 몸속을 헤집고 들어오려고 안간힘을 썼다.
거칠게 음순을 마찰시키는 감각을 참을 수가 없었다. 아저씨의 가슴에 갇힌 나는 아늑한 열기 속에 빠져들었다. 주체할 수 없는 흥분으로 내 몸속에서 묽은 액체가 흘러나오는 것을 느꼈다.
“아 하! 아, 아저씨. 미치겠어. 하........ 잇”
그의 허리를 붙들고 바르르 떨었다. 의자가 삐걱거리고 그의 페니스가 보지 속으로 뚫고 들어 올 것만 같았다. 뜨거운 열기 속에 희열의 늪에 빠져 들었다. 내 머릿속에는 온통 더 극한 쾌감을 갈구하고 있었다. 그의 페니스 귀두가 보지 속을 헤집고 들어오려는 순간, 불현듯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이렇게 몸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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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만 해도 머리가 좋다는 소리를 들었고 성적도 상위권이었는데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공부하기가 싫어지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기를 좋아했다. 졸업반이 되어서 뒤늦게 공부를 하려했으나 이미 때늦은 후회였다. 차츰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에만 몰두하였다.
자그마한 키이지만 주위에서는 앙증맞은 몸매에 귀엽게 생겼다고 한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있는 편이었다. 남자 친구들도 여럿 사귀었고 그 중에는 육체관계를 가진 남자 친구도 있었다.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술에 취해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고 보니 순결에 대한 의미도 잊었다.
그러나 대학입시에 낙방하고 보니 가깝던 여자 친구도 줄기차게 쫓아다니던 남자친구도 멀어졌다. 몇 번의 성관계로 영원히 변치 않을 것 같은 남자친구마저 등을 돌렸을 때는 정말 슬펐다. 그들은 대부분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을 하였다. 외톨이가 되어 한동안 우울했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집에서도 나는 미운 오리 새끼이다. 오빠와 언니는 모두 공부를 잘해서 의사와 디자이너가 되어 결혼 후 독립해 나가고, 남아 있는 남동생도 공부벌레이다. 대학 재수까지 포기한 나는 갑자기 가정부 같은 신세가 됐다. 이제 졸업하고 두 달뿐이 지나지 않았지만 하루하루가 지겹다.
오늘도 어머니를 대신해서 밥하고 설거지하고, 빨래와 집안청소를 하지만 나에게는 중노동이다. 내게 살림을 맡긴 어머니는 외출중이다. 예전에는 집안 살림을 하느라 바깥출입이 없던 어머니는 내가 집안에서 맴돌고 나서부터 부쩍 외출을 자주 한다.
오전 내내 집안일을 하고 모두가 외출하여 텅 빈 정원에 앉아 있는 시간은 한가롭다. 새싹이 돋아나던 정원의 나무들은 어느덧 푸른 옷으로 갈아입었다. 건조대에 널어놓은 세탁물이 바람결에 떨어졌다. 세탁물을 걷어야 될 것 같다. 건조대 위로 다가가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소매가 너풀거리는 티셔츠에 시선이 간다.
이층에 세 들어 사는 부부의 세탁물이다. 어머니는 오빠와 언니가 사용하다가 한동안 비어있던 이층을 맞벌이 부부에게 세를 놓았다. 여자는 쇼핑 호스트이고 남자는 꽤 이름 있는 모델이다. 결혼한 지 십년이 되었다는 그들 부부는 경제력도 넉넉하고 한 동안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고 한다.
개인저택까지 소유하고 있던 그들이 우리 집 이층으로 전세로 들어 온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는 항상 함정이 도사린다. 더 많은 부를 누리기 위해 의류 제조회사를 차렸다가 모든 것을 잃었다고 한다. 그들은 재기하기 위하여 다섯 살 된 아들도 시댁에 맡기고 다시 직업전선에 뛰어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들 부부 중 아내인 현숙과 나와의 만남은 악연이다. 이사 오던 날부터 그녀와 부딪쳤다. 집으로 들어오는 길이었다. 대문 입구에 수북하게 쌓인 이삿짐 사이를 걸어 들어오다가 세워놓은 침대 등을 건드려 깨트렸다. 그녀는 대뜸 눈 똑바로 뜨고 다니라고 윽박질렀다. 한참 대학 진학관계로 신경이 예민했었기에 지지 않고 대들었다. 더욱 속상한 것은 내 편이 되어줄 어머니가 도리어 야단을 치는 것이다. 서럽고 분통이 터졌다. 결국 똑같은 물건을 사주고 해결했지만 그 후로 마주치면 이상하게 언성을 높이게 된다.
서로 스쳐 지나가다가 부딪치는 경우라든지, 물청소하다가 물이 튀어 언성을 높이기도하고, 심지어는 이층 계단 청소문제까지도 말다툼을 하였다. 무엇보다도 나를 화나게 하는 것은 그녀의 말투였다. 배우지 못한 것이라든지, 어린 것이라는 표현으로 좌절감과 열등감을 일으키게 하여 참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 송지우는 나를 귀엽게 여긴다.
그렇지 않아도 답답한 생활에 돌파구를 찾지 못해 폭발할 것 같은 심정이었다. 어쩌면 그녀를 미워하는 마음은 지겹도록 답답한 생활의 돌파구였다. 처음에는 나를 업신여기는 그녀를 고통스럽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남편의 사랑을 받는 다정한 모습에 질투를 느꼈다.
호랑이 새끼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라든지, 유능한 매는 발톱을 감춘다는 말이 새롭게 떠올랐다. 나는 당돌하게도 현숙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지우 아저씨의 마음을 뺏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저주스럽지만 도리어 매몰찬 말도 꾹 참고 미소를 띠며 도도한 현숙에게 다가서기 시작했다. 간간이 이층 청소도 해준다는 핑계로 이층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차츰 차가운 그녀의 눈빛이 부드러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오늘 아침 거실 청소를 해주다가 쌓인 세탁물을 보았다.
건조대에 걸린 옷가지들 중 일부는 내가 자청한 세탁물이다. 건조된 티셔츠를 코에 대고 냄새를 맡는다. 현숙의 남편인 송지우의 티셔츠이다. 은은한 세제 향기 속에 남자의 체취가 스며있다. 현숙을 언니라 부르지만 송지우를 아저씨라고 호칭한다. 오빠라고 부르고 싶었지만 나이 차이도 있고 현숙이 싫어하는 것 같아 아저씨라고 부른다. 티셔츠를 가슴에 안으며 아저씨의 넓은 가슴을 생각한다.
현숙의 성깔은 도도하고 날카롭지만 지우 아저씨는 자상하다. 아저씨의 너그러운 성격 덕분인지 그들 부부의 애정은 깊어 보인다. 날씬하고 예민하게 생긴 현숙에 비해 그녀의 남편은 호남 형의 얼굴에 언제나 미소가 깃들어 있다. 가끔은 아저씨의 뚜렷한 이목구비와 다부진 체격을 바라보며 남성으로 느껴져 얼굴을 붉힌다.
아저씨는 식구들마저 관심을 갖지 않는 나를 동생같이 귀엽게 여긴다. 그러기에 더욱 아저씨에게 친근감을 느낀다. 어쩌면 밉살스러운 현숙에게 보복하는 길은 아저씨의 마음을 뺏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의 관심 밖이지만 나는 여자일 수밖에 없다. 여자가 남자의 마음을 뺏는 방법은 단순하다. 힐끔 힐끔 내 몸매를 훑어보는 아저씨의 눈빛을 상상하니 묘한 쾌감을 느낀다.
세탁물을 걷어 바구니에 담고 돌아서는데 대문이 열렸다. 석고상 같이 차가운 표정을 지은 현숙이 들어온다. 달갑지 않지만 반가운 표정을 짓고 다가갔다.
“언니 오셨네요!”
“........!”
현숙은 여전히 표정 변화가 없이 발걸음을 옮긴다. 세탁물 바구니를 들고 현숙의 뒤를 따랐다. 그녀의 거실로 쫓아 들어가 세탁물을 소파위에 내려놓았다.
“세탁물 다 말랐어요.”
“그래........,.”
쌀쌀맞은 눈빛을 보면 화가 치밀었으나 참고 견딘다. 인내하는 만큼 그녀에 대한 복수심은 부풀어 오른다. 현숙이 다정하게 대해주기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차라리 그녀가 나에대해 방심하기를 바란다. 스커트 호주머니에서 반지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거요! 세탁물 속에 있더라고요.”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반지였다. 세탁물 속에 있던 것으로 귀중한 결혼반지일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이었다. 그녀에 대한 보복으로 버릴 수도 있으나 그녀의 환심을 사기위한 수단이다. 그때서야 반지를 받아든 그녀의 눈빛이 반짝였다.
“고마워!”
“하마터면 버릴 뻔 했어요.”
그녀의 이맛살이 찡그러졌다. 나의 아래위를 훑어본 그녀가 칭찬은 고사하고 신경질적인 말을 툭 뱉어낸다.
“연경이, 넌 그 꼴이 뭐니? 일하는 애가 핫팬티를 걸치고......”
“이게....... 일하기 편해서요.”
반지를 잘 간수하지 못한 자신의 잘못을 감추려는지, 내가 그녀의 잘못을 탓하지도 않았는데 기분이 상했나보다. 그녀는 매사를 그런 식으로 나를 대한다. 울화가 치미는 것을 꾹 참았다. 더 있기도 민망하고 그렇다고 계획을 실천하려면 화를 낼 수도 없어 억지 미소를 짓는다.
“언니 나, 내려갈게요.”
“.......”
하지만 이대로 내려가는 것은 그녀의 마음에 접근하는 시간만 멀어질 뿐이다. 현관으로 발걸음을 옮기다가 뒤돌아섰다.
“언니, 점심 했어요? 우리 엄마가 끓인 동태찌개 좀 가져다줄까요?”
“........응.”
힐끔 쳐다 본 그녀가 마지못해 대답한다. 깡충 걸음으로 층계를 내려갔다. 다정한 말은 듣지 못해도 그녀가 내 계획대로 변하고 있다는 것에 즐겁다. 동태찌개를 가져다주고 내려와서 거실 창문에 턱을 괴고 정원을 내다본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계획을 상상한다.
좀 더 차분하게 시간을 기다려야한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책을 펴든다. 요즘은 예전에 읽었던 나다니엘 호오돈의 ‘주홍글씨’를 다시 읽고 있다. 주홍글씨의 주인공은 ‘헤스터 프린’이라는 가련하면서도 꿋꿋한 여인이다. 간통죄라는 남들에게 흉하게 보여 지는 죄를 안고, 가슴에는 간음이라는 ‘A"를 선명한 주홍색으로 수를 놓은 천을 달고 다녀야 한다.
모든 사람이 손가락질하지만 과연 헤스터프린은 불륜의 죄를 지은 것인지 의문이 간다. 영국 배 한척이 침몰당해 생존자가 없다고 했다. 낯선 땅에서 사망한 것으로 아는 남편을 기다리는 여자 혼자 지내기엔 너무나 가혹한 것이었다. 그러던 중 다른 남자에게 진정한 사랑을 느낀 것이다. 남편을 잃은 것이 죄인지, 사랑을 한 것이 죄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지루함이다. 학창시절에는 그래도 친구들 사이에서 예쁘고 귀엽다는 말을 들으며 부러운 시선을 받았는데, 지금의 시간은 감정을 표현할 상대도 없고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도 없다. 퇴근한 아버지나 외출하고 돌아온 어머니도 나를 가정부로 여기는 것 같다. 학원에서 돌아온 남동생마저 핀잔을 한다.
“누나, 여자가 그게 뭐야? 옷 좀 잘 입고 다녀.”
“어때서 그러니? 내 집에서.”
아래위로 훑어보며 눈살을 찌푸리는 동생에게 툭 쏘아붙였다. 미니스커트에 브래지어만 걸친 내 모습이 눈에 거슬린 모양이다. 하지만 자유롭고 싶다. 어차피 누구의 관심도 못 받기에 편하고 싶다. 내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깜박거리는 형광등을 고치고 있던 아버지마저 혀를 찼다.
“쯧쯧........! 계집애가 그 모습이 뭐야! 가서 형광등이나 사와!”
“.........!?”
아버지의 말이 야속하다. 익숙해질 만도 한데 외톨이가 된 심정은 견딜 수가 없다. 블라우스를 걸치고 형광등을 사기 위해 터벅거리며 집을 나왔다. 가로등불이 쓸쓸하게 비치는 어두운 골목을 들어서며 외로움 같은 것을 느낀다. 전기기구 상회에서 형광등을 사들고 나오다가 멈추어 섰다.
맞은편에서 오고 있는 사람을 보니 반갑고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유일하게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지우 아저씨가 오고 있었다. 평상시는 승용차로 출퇴근을 하는 아저씨가 술을 마셨는지 걸어오는 발걸음이 예사롭지 않다.
시선이 마주친 아저씨가 나에게 미소를 지어 보인다. 깡충거리며 아저씨에게 다가가 팔을 붙잡았다. 텔레비전 화면에서 멋있는 모델포즈를 취하던 아저씨를 가깝게 대한다는 것이 항상 흐뭇했다.
“아저씨!”
“어........! 귀염둥이.”
아저씨는 나를 귀염둥이라고 한다. 아저씨가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저씨의 깊은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은 나의 계획 중 하나이다. 아저씨의 팔에 매달리며 눈웃음을 지으며 애교를 부린다.
“히힛......! 아저씨 술 마셨구나?”
“후 후! 조금 마셨지. 연경인 어디갔다오니? 언제 봐도 귀엽네.”
한쪽 눈을 질끈 감아 보인 아저씨의 팔이 내 어께를 감싼다. 그리고 토닥거렸다.
“아빠 심부름 요. 아저씨 술 마신 모습 보니까, 애들 같아.”
“내가! 하하......!”
아저씨의 발걸음이 휘청거리는 것 같다. 기다렸던 것처럼 아저씨의 허리를 감싸서 부축하여 걸었다. 아저씨의 체온을 느끼며 가슴이 두근거리며 왠지 짜릿함을 느꼈다.
“조심하세요. 넘어지겠어요.”
“괜찮아, 술 많이 안 마셨어.”
아저씨가 싱긋이 미소를 진다. 공연히 가슴이 두근거린다. 집으로 향하는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어깨위에 걸친 아저씨의 손이 흔들거리며 젖가슴을 스친다. 아저씨의 마음을 사로잡을 기회라고 생각했다. 힐끗 쳐다보며 슬며시 그의 손을 젖가슴 위에 올려놓았다.
젖가슴에 닿은 손이 닿는 순간 흠칫하는 그의 시선을 의식했다. 젖가슴에 닿은 아저씨의 손길에서 야릇한 쾌감을 느낀다. 아저씨의 손을 자연스럽게 누르며 키득거렸다.
“크크! 난 남자들 술 취한 모습이 좋아요.”
“왜!?”
“편해 보이니까.”
“내가 그렇게 보여?”
“네! 아저씨는 그냥.......모두 좋아요.”
아저씨의 취기어린 눈길이 내 젖가슴을 향했다. 그 순간을 놓칠 수 없는 기회였기에 아저씨의 볼에 입맞춤을 했다. 그가 걷던 걸음을 멈추어 섰다. 젖가슴을 누르고 있던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젖가슴이 그의 손아귀에 쥐어졌다. 남자들은 모두 순간적인 충동을 못이기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통쾌함을 느꼈다.
아저씨와 나의 시선이 마주쳤다. 취기가 어린 그의 얼굴이 가로등 불빛에 더욱 붉게 보였다. 내 어깨를 보듬어 안고 당기는 그의 입술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의 숨결을 느낀다. 그가 무엇을 바라는지 알 수 있었다. 내가 바라던 것이었다. 눈웃음을 흘리며 사르르 눈을 감았다.
“연경인 작은 요정 같아.”
“........!”
속삭이는 목소리와 함께 내 입술이 그의 입술에 점령당했다. 온 몸이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술 냄새와 함께 아저씨의 가슴에서 흘러나온 진한 남자의 체취가 온몸을 감쌌다. 허리를 감싸고 끌어안는 그의 가슴속을 파고들었다.
그의 혀가 입술을 헤집고 들어왔다. 그리고 내 혀를 밀고 당겼다. 남자친구에게서 느껴보지 못한 쾌감이었다. 그의 가슴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 속에 다리가 휘청거렸다. 혀와 혀가 엉키어 감각의 돌기를 일으켰다. 허리를 껴안은 그의 두 손이 내 엉덩이를 부둥켜안았다.
허우적거리던 팔을 뻗쳐 그의 목에 매달렸다. 그에게서 흘러나온 열기가 들어 올린 내 몸으로 뜨겁게 전달된다. 하복부에 잇닿아 몸부림치는 남성을 느낀다. 아늑한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면서도 생각했다.
순간적인 충동에 휘말리지 말고, 나를 소유하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느끼게 하려면 여기서 멈추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마침 골목 뒤편으로부터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달아오르는 감정을 억제하고 그의 가슴을 슬며시 밀어냈다.
“아, 아저씨. 누가와요.”
“응,.......!”
내 몸을 풀어준 그는 못내 아쉬운 눈빛이었다. 뒤쪽 골목길 어귀에 사람 그림자가 나타났다. 뒤로부터 다가온 그림자가 우리를 스쳐 지나갔다. 겸연쩍은 표정으로 걸음을 옮기는 그의 팔을 내 허리에 두르며 혀를 내밀었다.
“메롱! 아저씨 얼굴 빨개졌다. 아저씨 일요일에 뭐해?”
“음.......이번 일요일에는 별다른 스케줄이 없는데.”
“나요! 드라이브 시켜주면 안돼요?”
뚫어지게 바라보는 아저씨 얼굴이 조각상같이 느껴진다. 그가 누구나 선망하는 모델이라는데 나의 마음을 더 설레게 한다. 눈빛을 반짝이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야........! 어렵지 않지.”
“정말!?”
“응!”
그가 다시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쉽지만 집에 도착했다. 집에 돌아와서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층계를 올라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내 머릿속에 그의 핸섬한 뒷모습이 환영으로 떠올린다. 드디어 아저씨가 나의 계획에 걸려 든 것이다.
다음날 아침에 출근하는 아저씨의 모습을 보려고 창문을 내다보고 있었다. 층계를 내려온 그가 평상시와 같은 밝은 미소로 손을 흔들었다.
“귀염둥이 안녕!”
“아저씨 안녕!”
대문을 나서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어제 저녁의 열기를 느낀다. 현숙에 대한 보복으로 아저씨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고 그의 마음을 사로잡기위해 인내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저씨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현숙의 시선을 흐리게 해야 한다. 내가 그녀의 집을 드나들어도 방관하게 하고 아저씨와의 나 사이를 바라보는 관점을 무디게 해야 했다. 현숙의 앙칼진 말투에도 불구하고 호감을 사려는 나는 노력해야 한다.
노력의 결과가 차츰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이 외출해도 세탁이나 집안청소를 도와줄 수 있도록 나에게 열쇠를 맡겼다. 그러나 열쇠를 주는 그녀의 배려는 나의 계획에 불을 붙였다. 그녀의 침실에 들어서서 큰 액자를 발견했다. 거의 반라의 모습으로 포옹한 장면의 사진이었다. 침대위에서 포옹하고 뒹구는 그들의 모습을 상상을 떠 올리고 더욱 질투심이 불타올랐다.
아저씨와 약속한 일요일이다. 부모님과 동생은 교회에 가고 집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거울 앞에 서서 포즈를 취해 본다. 귀염둥이라고 호칭하며 뜨거운 눈빛을 보내던 아저씨의 관심을 더 이끌어내기 위해 몸매와 치장에 신경을 쓴다. 짧은 머리에 머리끈을 묶고 미니스커트에 레이스가 달린 민소매 블라우스를 걸쳤다. 잔득 부픈 마음으로 창문을 내다보았다.
현숙 그녀가 외출복을 입고 대문을 나섰다. 그런데 삼십분이 지나도 아저씨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기다리다 못해 올라가 보려는데 아저씨가 층계를 내려왔다. 치장한 내 모습이 그의 마음에 들려는지 궁금했다.
“아저씨! 오늘 약속 지키는 거지?”
“무슨........!?”
층계를 내려오던 그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약속을 잊었다는 것을 알고 실망스러웠다. 눈을 흘기며 볼멘소리를 했다.
“피 잇~! 드라이브 시켜준다고 그랬잖아요?”
“........아! 내 정신 좀 봐. 깜박했네.”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있는 그가 밉살스러웠다. 토라진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삐죽 내밀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발걸음을 멈추고 망설이는 그의 모습을 보고 다그쳤다.
“잊어버리고 다른데 가려는 거죠? 몰라요.”
“아니, 미안해. 심심해서 친구 만나려고 했는데.........!?”
“몰라요! 난 아저씨 말만 믿고 기다렸는데.”
그의 시선이 나의 몸매 아래 위를 훑어 지나갔다. 계획한 일이 여기서 멈추어서는 안 된다. 그에게 눈을 흘기며 다리를 꼬고 서서 그의 시선을 끌었다. 망설이던 그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층계를 내려와 내 어깨를 토닥거렸다.
“지금이라도 가면 돼지 뭘. 귀염둥이하고 약속한 건데.......”
“정말요!?”
“그래, 친구들과 당구를 치거나 술 마시는 자리니까. 가지 않아도 괜찮아.”
“피 잇! 약속도 잊어버리고 있었으면서.......”
아저씨가 내 요구를 들어준다는데 어쨌든 기분이 좋아졌으나 여전히 토라진 표정을 지었다. 그가 슬그머니 내 허리를 감싸고 쓰다듬더니 차고를 향해 갔다. 들뜬 마음으로 아저씨의 중형 승용차에 올라탔다. 소리 없이 골목을 빠져 나간 승용차가 시내로 들어섰다.
번잡한 시내를 빠져 나와서 아저씨는 닫힌 창문을 열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셔츠를 휘날리는 그의 모습이 핸섬하고 멋져 보였다. 승용차는 서해안을 향해 달려갔다. 카 오디오에서는 흥겨운 팝송이 흘러 나왔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상쾌하였다. 흥이 겨워 멜로디에 맞춰 몸을 흔들며 아저씨에게 물었다.
“아저씨! 아저씨는 어떻게 모델이 됐어?”
“난 원래 공무원이었었는데, 패션 쇼 구경 갔다가 매니저 권고를 받고.”
“아저씨 좋아하는 여자들도 많았겠네.”
“아니 별로.......”
빙그레 미소를 짓는 그에게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피 이! 거짓말.”
“왜 거짓말이라고 생각해?”
“아저씬 멋있잖아.”
“내가 멋있어 보여?”
“응!”
배시시 미소를 지며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그때 나를 향한 그의 시선이 스커트 밑에 들어난 허벅지를 힐끔 거리는 것을 알았다. 아저씨가 나를 여자로 인식하고 깊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의 입가에 묘한 웃음이 흘렸다.
“연경이는 정말 앙증맞고 예뻐!”
“나도 아저씨가 좋아!”
그의 볼에 입맞춤을 하고 빤히 바라봤다. 그의 눈빛으로 봐서 정말로 내가 귀엽기도 하고 여자로 느끼기 시작한 것 같았다. 아저씨 팔에 매달리며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아저씨 첫사랑은 누구야?”
“고등학교 시절에 같은 클럽 활동을 하던 여학생.”
“왜 헤어졌어? 얘기 좀 해줘요”
“그냥 서로 바쁘다보니 소식이 끊겼는데 처음 만나게 된 동기는........”
그는 자신의 학창시절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누구나 청춘 시절에 한번쯤은 있음직한 애틋하고 순수한 사랑 이야기였다. 그의 얘기가 끝나고 나는 오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흥겹게 따라 부르기도 하고 재잘거렸다.
스커트 밑과 블라우스 사이로 들어난 젖가슴을 힐끗힐끗 쳐다보는 그의 시선이 지속되었다. 그의 시선을 느낀다는 것만도 짜릿했다. 그를 유혹하는 것이 과제였다. 그의 관심과 충동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다리를 벌려 허벅지를 들어 내보이기도 하고 젖가슴이 들어나는 동작을 반복했다.
윤전을 하는 아저씨의 시선을 느끼다가 나도 모르게 깜박 잠이 들었다. 승용차가 덜컹거려 눈을 뜨니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려온 차가 비봉인터체인지를 벗어나 비포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한적한 바닷가에 그가 승용차를 세웠다.
갈매기 때가 날아다니고 푸른 바다에 파도가 일렁이는 정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싱그러운 바다 냄새가 창문으로 스며들었다. 차 안에서 바다를 향해 두 팔을 벌리고 환호성을 울렸다.
“와 아! 멋져요.”
“좋아?”
빙그레 미소 짓는 아저씨 목에 매달려 입맞춤을 하였다. 입맞춤을 하고 떨어지려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아저씨가 나를 부둥켜안았다. 그리고 그가 내 입술을 훔쳤다. 기다렸던 일이지만 황홀했다. 그의 속삭이는 듯이 흘리는 말이 귓가에 스며들었다.
“연경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흠......!”
아저씨 입술에 점령당해 급히 숨을 들이켰다. 그는 달콤한 꿀을 빨아 먹듯이 혀를 빨아 들였다. 그의 열기에 휩싸여 깊은 나락으로 떨어져 내리는 아찔함에 젖었다.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처럼 혀와 혀가 엉키어 서로의 입속의 돌기들을 불러 일으켰다. 그의 손길이 블라우스를 풀어 헤쳤다. 그리고 브래지어를 밀어 올리더니 젖가슴을 덥석 입술로 물었다.
“어 멋! 아, 아저씨.”
갑작스런 그의 행위에 충격적인 쾌감을 느꼈다. 나도 모르게 젖가슴에 파묻힌 그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의 혀가 젖꼭지를 돌돌 말아 돌기를 일으켰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온 세상이 아늑했다. 온몸의 뼈마디가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하 잉! 엄마 야! 난....... 몰.......라.”
그런데 아저씨는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짧은 스커트를 들추더니 허벅지 사이에 머리를 묻었다. 팬티를 빌어 내리고 음모를 쓰다듬더니 음부의 예민한 살갗을 혀로 문질렀다. 예상치 못한 그의 행동이었다. 습한 열기에 허리를 뒤틀었다.
“엄마 얏! 하 윽. 아, 아저씨........으 읍.......”
“너를 안고........ 싶어. 미치겠어.”
그가 내 몸을 으스러지도록 껴안고 부르르 떨었다. 은밀한 살갗에 머문 그의 혀가 마술사처럼 내 몸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쾌감을 이기지 못해 아랫입술을 물었다. 급히 숨을 몰아 쉰 그의 눈빛이 붉게 충혈 되어 있었다.
그는 내가 앉은 조수석 의자를 뒤로 젖혀 나를 눕혔다. 그리고 허겁지겁 자신의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끌어내리더니 내 몸 위로 올라와 체중을 실었다. 그가 이런 행동을 하기를 바랐던 것이었으나 차마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바지가 벗겨진 하복부를 나의 음부에 밀착하고 안간힘을 썼다.
가까스로 벌어진 팬티의 고무줄에 걸린 그의 남성이 용틀임을 했다. 충혈 된 눈빛으로 내려다보던 그가 거치적거리는 나의 팬티를 무릎 아래로 끌어 내렸다. 아저씨의 남성이 하복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보지 입구에서 몸속을 헤집고 들어오려고 안간힘을 썼다.
거칠게 음순을 마찰시키는 감각을 참을 수가 없었다. 아저씨의 가슴에 갇힌 나는 아늑한 열기 속에 빠져들었다. 주체할 수 없는 흥분으로 내 몸속에서 묽은 액체가 흘러나오는 것을 느꼈다.
“아 하! 아, 아저씨. 미치겠어. 하........ 잇”
그의 허리를 붙들고 바르르 떨었다. 의자가 삐걱거리고 그의 페니스가 보지 속으로 뚫고 들어 올 것만 같았다. 뜨거운 열기 속에 희열의 늪에 빠져 들었다. 내 머릿속에는 온통 더 극한 쾌감을 갈구하고 있었다. 그의 페니스 귀두가 보지 속을 헤집고 들어오려는 순간, 불현듯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이렇게 몸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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