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나의 머나먼 여정 ( 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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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야. 뛰어!]
[오. 오빠!]
나는 마치 그들에게 모래를 뿌려놓고 도망치는 것처럼 달구질을 쳤다. 다급한 아라는 지가 뛰는 건지 내게 안겨 뛰다시피 하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쫓아 올 생각도 하지 않는다. 아니 아직은 움직이지도 못할 거다. 메롱.!
바로 저만치 해오름횟집이 보이고 주차해 둔 승용차가 눈에 들어왔다.
[헥헥!! 아~시바, 술이 다 깼네]
멀쩡한 혓바닥은 왜 내미는 거야? 뭘 본거지?
아라 두 눈이 동그랗네. 숨은 왜 또 쌕쌕거려? 색스럽게 보이구만.
가게 주차장에 승용차를 세워둘 수도 없으니, 왕 비서를 부르려면 아라의 폰을 빌려야 하는데, 쯧쯧, 쌈박한 최신형 모델로 진작에 폰 하나 샀으면 되잖아. 미련하긴.
아직도 꿈꾸나? 나는 멍한 채 있는 아라를 덥석 안아 얼른 승용차 조수석에 밀어 넣었다
[뭐, 뭐야? 음주 운전하려고? 대. 대리 부르자!]
[지금 그럴 시간이 어딨니? 놈들이 언제 뒤쫓아 올지 모르는데.]
나는 끝까지 되지도 않는 꼼수를 쓰며 시동을 걸자마자 액셀러레이터를 꾹 밟았다.
아라 어깨에 한 손을 턱 하니 걸치고는, 뱅그르르 휙! 차를 후진해 한 바퀴 쓱 돌리고선 말이다.
웬만한 여자들은 이런 카레이셔 급 나의 운전 솜씨에 껌뻑 죽는다. 잠자리의 섹스 테크닉 저리 가라니까.
* * * *
아라는, 언제 위급한 린치의 상황이 있었냐는 식으로 팔짱을 턱 하니 끼고는 째려보고 있다. 그것도 반짝반짝 대리석 바닥이 빛나는 호텔 프런트에서 말이다.
[좋아, 그럼 약속해, 아까 식당에서 분위기도 망쳤고 우여곡절도 있었으니까 딱. 오늘 하루만 양보하는 거야. 담에 또 떼쓰기 없기. 손가락 걸어!]
[피! 하는 거 보고, 내 맘에 들면 약속할게. 정말이야. 약속해!]
아휴, 계집애. 어떻게 해야지 맘에 드는데? 좆도 빨 줄 모르는 게 빠빠 좋은 줄은 알아가자고.
굳이 특실로 가자는 걸 겨우 절충해 일반실로 잡았다.
둘이 잠만 자는데 방 하나만 있으면 되지, 굳이 럭셔리하고 엘레강스한 넓은 데가 뭔 필요야. 싸가지야.
룸에 들어 오니 좋긴 좋네. 쿠션 좋은 퀸사이즈 더불 베드가 일단은 맘에 든다.
고기비늘처럼 반짝이는 밤바다의 자잘한 파도가 보이는 창가의 전경도 노블레스하구 말이다.
근데 우리는 또 실랑이다.
활어회 식당에서 배가 터지도록 생선회 한 접시를 혼자 다 먹고 왔는데, 카터가 찌그러질 정도로 룸서비스를 시킨다.
한 병에 동그라미가 몇 개나 붙는 와인이 있질 않나, 바구니 가득 과일이 지천으로 쌓여 있질 않나, 거기다 뭔 스테이크래? 아휴! 장어까지!
[오...빠, 먼저 씻을래? 아님 내가 먼저...?]
갈증이 났었는지 단숨에 와인 한 잔을 맥주 마시듯 들이키곤 은근하게 목소리를 떨어댄다.
[너 먼저 씻어. 난, 담배 한 개비 피고 천천히 할 테니.]
[응, 그럼 좋아! 바지 벗어 줘]
[바지는 왜? 아까 바닷가에서 뭐 더러운 것도 안 묻었는데 뭣 하러..?]
[아, 글쎄, 벗어 달라면 벗어 줘. 내가 뭐 한 번 속지 두 번 속아야 하나.]
기집애. 그걸 잊어먹지도 않고. 미녀는 새대가리라더니 그것도 아닌가 봐.
언젠가 호텔까지 휘둘려 가긴 갔는데 아라가 샤워하는 사이, 내가 냅다 도망가버린 것이다.
그게 언제 적 시츄에이션인데 여태 기억하고 있어요. 나 참!
[벗어주는 그 순간 너 까무러칠 텐데, 그래도 벗어 줘?]
[수작 부리지 마세요. 바지만 벗는데 까무러치긴 누가?. 어서.]
[와, 미치겠네. 분명 까무러친다니깐. 나, 지금 노팬티야! 네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나 팬티 잘 안 입어. 오늘은 그냥 있어 줄 테니, 응?]
정색하고 서 있는데 가까이 다가온 하얀 손이 버클과 버튼 그리고 지퍼를 순식간에.
[어머나!]
꽤 날카롭고 희귀한 새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아라는 털퍼덕 양탄자가 깔린 바닥에 주저앉더니 얼른 얼굴을 두 손으로 가려버린다.
[그것 봐. 내가 까무러친다 그랬잖아, 이젠 오빠 말도 좀 믿어.]
[뭐야, 팬티도 안 입고. 바람둥이처럼.]
[바람둥이들이 노팬티로 다니는 건 또 어떻게 알아? 너 이제 보니 진짜 내숭쟁이구나.]
[몰라...]
그 와중에도 얼굴을 돌린 채 더듬더듬 용무늬 수제버클이 달린 혁대를 쓱 뽑아 얼른 욕실로 들어가 버린다.
얼핏, 지난여름. 수애를 만나 추억 담긴 그 시절의 사랑을 되새기던 생각이 난다.
풋풋하고 상큼한 향기가 밀물처럼 가슴 한 귀퉁이를 채워오는 것 같다. 오 아라. 그녀는 내게 응급실의 산소호흡기 같은 여자라고나 할까?
분명 그녀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내가 욕실로 슬쩍 들어올 것을 기다리고 있을 거다. 하지만 나는 바지를 도로 꿰입고 버튼만을 채운 후 창가로 다가갔다.
고소한 기름 내음이 물씬 풍기는 통닭구이를 배달하는 사내와의 우연한 해후.
그녀는 언제나 그 사내가 다가오면 도망치듯 사라졌었지.
지금은 넘실대는 후회의 바다에 몸을 담근 채 그녀의 발자국이 찍혔던 그때의 그 바닷가를 내려다보고 있지만, 허공으로 긴꼬리를 그리며 흩어지는 담배 연기처럼 나의 동공에는 어둠만 일렁거리다 사라진다.
(어딘가에서 남편 사랑받으면서 아들딸 낳고 잘살고 있을 거야. 잘살고 있을. 거...야)
아라가 샤워를 마치고 수건으로 몸을 감은 채 내 등 뒤에 서 있는 줄도 몰랐다.
[오빠! 우리 그냥 나갈까? 나랑 있을 땐 담배 안 태우더니 세 개비나 피웠네, 화났어? 아라가 막무가내로 자잔다고 기분 상한 거면. 후유~!]
[아냐, 나 좀 씻을게. 아까 막 뛰느라 땀 났었는데 담배까지 피워댔으니.]
[나, 머리 텅 빈 바보 아냐. 애인? 첫사랑? 그거 알아? 오빠가 나랑 이 근처에서 벌써 세 번째 데이트한다는 거. 날짜는 기억 못하는데 나 떼 놓고 그냥 가버린 그날. 바다만 바라보다가 갑자기 뭔가에 홀린 사람같이. 분명히 내가 잘못 본 거는 아니라고 생각해. 하지만 오빠!]
[어이구. 눈 꼭 감으랬더니. 약속했잖아. 내가 아라 맘에 들면 담엔 내 말 잘 듣는다고. 설마 그런 것까지 포함되는 건 아니지? 그럼 나 솔직히 자신 없어.]
[쳇! 또 봐. 오빠 가슴속에 조금밖에 들어가지 않았는데 철조망부터 막 치고. 그 슬픈 눈 속에 내가 빠져 죽어야 속이 시원해?]
딱, 한 방울 이슬 같은 게 맺혔었는데 그걸 본 걸까? 계집애 눈도 밝아요. 난 너스레를 떨며 얼른 욕실로 몸을 피해 버렸다.
샤워 노즐 아래서 세찬 물줄기를 뒤집어쓰고 있는데 문이 빼꼼 열리며 목소리만 들린다. 등을 밀어주겠다나 뭐라나 물소리에 섞여 희미하게 들렸다.
[언제는 징그럽다고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면서 등은 어떻게 밀어?]
[아, 아냐! 내가 언제 그랬어? 하긴, 오빠 거는 조금 징그럽고 흉하긴 해. 싫으면 말고.]
[다 씻었어, 등은 담에 밀어주고, 가운이나 집어 줘]
계집애! 살까지 섞었으면서 뭐가 부끄러운지 손만 내밀어 가운을 집어다 준다.
말아 올렸던 긴 머리를 풀어 내린 탓에 치렁치렁한 모발이 내 등 뒤에 살짝 닿는다.
식사를 제대로 못 한 아라는 식어버린 스테이크를 한 조각 썰어 과일과 더불어 오물거리고, 난 포도주잔을 들었다. 아까 해오름에서 먹을 때 와는 반대다.
[많이 먹어 둬. 밤새 시달릴 테니까. 춤추고 싶댔지? 호텔 나이트에 갔다 오자.]
[그럼 땀나잖아. 또 샤워해야 하고.]
[아직 잠자긴 이른 시간인데, 줄곧 섹스만 하자고?]
[몇 곡만 당기지 뭐. 땀 안 나는 느린 블루스로. 그리고 누가 섹스하쟀어? 그냥 껴안고, 뭐냐, 입 맞추고, 도란도란 밀어나 속삭이구.]
[아무렴 여자랑 남자가 붙들고 껴안는데 그것만으로 되니? 하여간.]
[히히! 약속했잖아. 오빠 하는 거 봐서라고.]
나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해 속으로 어금니를 으드득 깨물었다. 두고 봐. 이따 죽여버릴 테니까.
대충 먹고 마시더니 돌아서서 옷을 갈아입는다.
꿀꺽!
"아이즈 와이드 셧"에 출연한 니콜 키드먼의 뒷모습은 저리 가란다. 박속같이 하얗고 공처럼 동그란 엉덩이가 어쩜 그렇게 탱글탱글한지.
나는 하는 수 없어 돌아서서 바지를 꿰어야 했다.
아름다운 아라의 뒷모습에 주니어란 놈이 얼굴이 벌게서 머리를 치켜들었기 때문이다.
몇 번이나 꾹꾹 눌러서야 겨우 바지 안으로 들어갔다.
확실히 특급호텔 나이트라 물이 좋다. 무희들도 하나같이 이뻤고. 쭉쭉 빵빵 여자들이 부지기수다.
[아얏! 왜 꼬집어?]
플로어에 나가기도 전에 옆구리를 두 번이나 꼬집혔다.
눈 돌리지 말란다. 욕심쟁이! 자기만 쳐다보라니, 세상에 그런 남자가 어딨어? 그러나 어쩌랴. 하는 걸 본 댔으니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해야지.
자꾸만 차렷 총을 하는 주니어 때문에 엉덩이를 엉거주춤 뒤로 뺀 채 스텝을 밟는데, 이런 사정도 모르고 자꾸 밀착을 해대니 미치겠다.
어휴! 그냥 확 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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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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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쫓아 올 생각도 하지 않는다. 아니 아직은 움직이지도 못할 거다. 메롱.!
바로 저만치 해오름횟집이 보이고 주차해 둔 승용차가 눈에 들어왔다.
[헥헥!! 아~시바, 술이 다 깼네]
멀쩡한 혓바닥은 왜 내미는 거야? 뭘 본거지?
아라 두 눈이 동그랗네. 숨은 왜 또 쌕쌕거려? 색스럽게 보이구만.
가게 주차장에 승용차를 세워둘 수도 없으니, 왕 비서를 부르려면 아라의 폰을 빌려야 하는데, 쯧쯧, 쌈박한 최신형 모델로 진작에 폰 하나 샀으면 되잖아. 미련하긴.
아직도 꿈꾸나? 나는 멍한 채 있는 아라를 덥석 안아 얼른 승용차 조수석에 밀어 넣었다
[뭐, 뭐야? 음주 운전하려고? 대. 대리 부르자!]
[지금 그럴 시간이 어딨니? 놈들이 언제 뒤쫓아 올지 모르는데.]
나는 끝까지 되지도 않는 꼼수를 쓰며 시동을 걸자마자 액셀러레이터를 꾹 밟았다.
아라 어깨에 한 손을 턱 하니 걸치고는, 뱅그르르 휙! 차를 후진해 한 바퀴 쓱 돌리고선 말이다.
웬만한 여자들은 이런 카레이셔 급 나의 운전 솜씨에 껌뻑 죽는다. 잠자리의 섹스 테크닉 저리 가라니까.
* * * *
아라는, 언제 위급한 린치의 상황이 있었냐는 식으로 팔짱을 턱 하니 끼고는 째려보고 있다. 그것도 반짝반짝 대리석 바닥이 빛나는 호텔 프런트에서 말이다.
[좋아, 그럼 약속해, 아까 식당에서 분위기도 망쳤고 우여곡절도 있었으니까 딱. 오늘 하루만 양보하는 거야. 담에 또 떼쓰기 없기. 손가락 걸어!]
[피! 하는 거 보고, 내 맘에 들면 약속할게. 정말이야. 약속해!]
아휴, 계집애. 어떻게 해야지 맘에 드는데? 좆도 빨 줄 모르는 게 빠빠 좋은 줄은 알아가자고.
굳이 특실로 가자는 걸 겨우 절충해 일반실로 잡았다.
둘이 잠만 자는데 방 하나만 있으면 되지, 굳이 럭셔리하고 엘레강스한 넓은 데가 뭔 필요야. 싸가지야.
룸에 들어 오니 좋긴 좋네. 쿠션 좋은 퀸사이즈 더불 베드가 일단은 맘에 든다.
고기비늘처럼 반짝이는 밤바다의 자잘한 파도가 보이는 창가의 전경도 노블레스하구 말이다.
근데 우리는 또 실랑이다.
활어회 식당에서 배가 터지도록 생선회 한 접시를 혼자 다 먹고 왔는데, 카터가 찌그러질 정도로 룸서비스를 시킨다.
한 병에 동그라미가 몇 개나 붙는 와인이 있질 않나, 바구니 가득 과일이 지천으로 쌓여 있질 않나, 거기다 뭔 스테이크래? 아휴! 장어까지!
[오...빠, 먼저 씻을래? 아님 내가 먼저...?]
갈증이 났었는지 단숨에 와인 한 잔을 맥주 마시듯 들이키곤 은근하게 목소리를 떨어댄다.
[너 먼저 씻어. 난, 담배 한 개비 피고 천천히 할 테니.]
[응, 그럼 좋아! 바지 벗어 줘]
[바지는 왜? 아까 바닷가에서 뭐 더러운 것도 안 묻었는데 뭣 하러..?]
[아, 글쎄, 벗어 달라면 벗어 줘. 내가 뭐 한 번 속지 두 번 속아야 하나.]
기집애. 그걸 잊어먹지도 않고. 미녀는 새대가리라더니 그것도 아닌가 봐.
언젠가 호텔까지 휘둘려 가긴 갔는데 아라가 샤워하는 사이, 내가 냅다 도망가버린 것이다.
그게 언제 적 시츄에이션인데 여태 기억하고 있어요. 나 참!
[벗어주는 그 순간 너 까무러칠 텐데, 그래도 벗어 줘?]
[수작 부리지 마세요. 바지만 벗는데 까무러치긴 누가?. 어서.]
[와, 미치겠네. 분명 까무러친다니깐. 나, 지금 노팬티야! 네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나 팬티 잘 안 입어. 오늘은 그냥 있어 줄 테니, 응?]
정색하고 서 있는데 가까이 다가온 하얀 손이 버클과 버튼 그리고 지퍼를 순식간에.
[어머나!]
꽤 날카롭고 희귀한 새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아라는 털퍼덕 양탄자가 깔린 바닥에 주저앉더니 얼른 얼굴을 두 손으로 가려버린다.
[그것 봐. 내가 까무러친다 그랬잖아, 이젠 오빠 말도 좀 믿어.]
[뭐야, 팬티도 안 입고. 바람둥이처럼.]
[바람둥이들이 노팬티로 다니는 건 또 어떻게 알아? 너 이제 보니 진짜 내숭쟁이구나.]
[몰라...]
그 와중에도 얼굴을 돌린 채 더듬더듬 용무늬 수제버클이 달린 혁대를 쓱 뽑아 얼른 욕실로 들어가 버린다.
얼핏, 지난여름. 수애를 만나 추억 담긴 그 시절의 사랑을 되새기던 생각이 난다.
풋풋하고 상큼한 향기가 밀물처럼 가슴 한 귀퉁이를 채워오는 것 같다. 오 아라. 그녀는 내게 응급실의 산소호흡기 같은 여자라고나 할까?
분명 그녀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내가 욕실로 슬쩍 들어올 것을 기다리고 있을 거다. 하지만 나는 바지를 도로 꿰입고 버튼만을 채운 후 창가로 다가갔다.
고소한 기름 내음이 물씬 풍기는 통닭구이를 배달하는 사내와의 우연한 해후.
그녀는 언제나 그 사내가 다가오면 도망치듯 사라졌었지.
지금은 넘실대는 후회의 바다에 몸을 담근 채 그녀의 발자국이 찍혔던 그때의 그 바닷가를 내려다보고 있지만, 허공으로 긴꼬리를 그리며 흩어지는 담배 연기처럼 나의 동공에는 어둠만 일렁거리다 사라진다.
(어딘가에서 남편 사랑받으면서 아들딸 낳고 잘살고 있을 거야. 잘살고 있을. 거...야)
아라가 샤워를 마치고 수건으로 몸을 감은 채 내 등 뒤에 서 있는 줄도 몰랐다.
[오빠! 우리 그냥 나갈까? 나랑 있을 땐 담배 안 태우더니 세 개비나 피웠네, 화났어? 아라가 막무가내로 자잔다고 기분 상한 거면. 후유~!]
[아냐, 나 좀 씻을게. 아까 막 뛰느라 땀 났었는데 담배까지 피워댔으니.]
[나, 머리 텅 빈 바보 아냐. 애인? 첫사랑? 그거 알아? 오빠가 나랑 이 근처에서 벌써 세 번째 데이트한다는 거. 날짜는 기억 못하는데 나 떼 놓고 그냥 가버린 그날. 바다만 바라보다가 갑자기 뭔가에 홀린 사람같이. 분명히 내가 잘못 본 거는 아니라고 생각해. 하지만 오빠!]
[어이구. 눈 꼭 감으랬더니. 약속했잖아. 내가 아라 맘에 들면 담엔 내 말 잘 듣는다고. 설마 그런 것까지 포함되는 건 아니지? 그럼 나 솔직히 자신 없어.]
[쳇! 또 봐. 오빠 가슴속에 조금밖에 들어가지 않았는데 철조망부터 막 치고. 그 슬픈 눈 속에 내가 빠져 죽어야 속이 시원해?]
딱, 한 방울 이슬 같은 게 맺혔었는데 그걸 본 걸까? 계집애 눈도 밝아요. 난 너스레를 떨며 얼른 욕실로 몸을 피해 버렸다.
샤워 노즐 아래서 세찬 물줄기를 뒤집어쓰고 있는데 문이 빼꼼 열리며 목소리만 들린다. 등을 밀어주겠다나 뭐라나 물소리에 섞여 희미하게 들렸다.
[언제는 징그럽다고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면서 등은 어떻게 밀어?]
[아, 아냐! 내가 언제 그랬어? 하긴, 오빠 거는 조금 징그럽고 흉하긴 해. 싫으면 말고.]
[다 씻었어, 등은 담에 밀어주고, 가운이나 집어 줘]
계집애! 살까지 섞었으면서 뭐가 부끄러운지 손만 내밀어 가운을 집어다 준다.
말아 올렸던 긴 머리를 풀어 내린 탓에 치렁치렁한 모발이 내 등 뒤에 살짝 닿는다.
식사를 제대로 못 한 아라는 식어버린 스테이크를 한 조각 썰어 과일과 더불어 오물거리고, 난 포도주잔을 들었다. 아까 해오름에서 먹을 때 와는 반대다.
[많이 먹어 둬. 밤새 시달릴 테니까. 춤추고 싶댔지? 호텔 나이트에 갔다 오자.]
[그럼 땀나잖아. 또 샤워해야 하고.]
[아직 잠자긴 이른 시간인데, 줄곧 섹스만 하자고?]
[몇 곡만 당기지 뭐. 땀 안 나는 느린 블루스로. 그리고 누가 섹스하쟀어? 그냥 껴안고, 뭐냐, 입 맞추고, 도란도란 밀어나 속삭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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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약속했잖아. 오빠 하는 거 봐서라고.]
나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해 속으로 어금니를 으드득 깨물었다. 두고 봐. 이따 죽여버릴 테니까.
대충 먹고 마시더니 돌아서서 옷을 갈아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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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는 수 없어 돌아서서 바지를 꿰어야 했다.
아름다운 아라의 뒷모습에 주니어란 놈이 얼굴이 벌게서 머리를 치켜들었기 때문이다.
몇 번이나 꾹꾹 눌러서야 겨우 바지 안으로 들어갔다.
확실히 특급호텔 나이트라 물이 좋다. 무희들도 하나같이 이뻤고. 쭉쭉 빵빵 여자들이 부지기수다.
[아얏! 왜 꼬집어?]
플로어에 나가기도 전에 옆구리를 두 번이나 꼬집혔다.
눈 돌리지 말란다. 욕심쟁이! 자기만 쳐다보라니, 세상에 그런 남자가 어딨어? 그러나 어쩌랴. 하는 걸 본 댔으니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해야지.
자꾸만 차렷 총을 하는 주니어 때문에 엉덩이를 엉거주춤 뒤로 뺀 채 스텝을 밟는데, 이런 사정도 모르고 자꾸 밀착을 해대니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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