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노래 - 1부 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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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두 공주님 - part 2.(Meet the Princess Duet #2)
저녁이 되었다.
나는 천천히 아르바이트 가게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아저씨는 그런 거 할 필요 없다고 말렸지만, 나는 철이 들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해 왔다.
아버지는 내가 돈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면 아무소리 없이 뭉텅이 돈을 안겨주시곤 했다.
중학교때, 아버지에게 친구들과 놀러가야하니 용돈을 달라고 말씀드렸을 때, 아버지는 나한테 10만원짜리 수표 한웅큼을 아무렇게나 지갑에서 빼어 건네주셨고, 나는 백만원이 넘는 돈을 들고서 어쩔줄 몰라 하다가 아버지께 너무 많다고 말씀드렸었다.
“귀찮으니까, 그게 다 떨어질 때 까지 돈달라는 소리 말아라. “
아버지의 대답…
그 후로 나는 아버지에게 용돈이 필요하다는 말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아버지에게 귀찮다는 말을 듣는 것이 싫었다.
나는 그 날 이후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만들어 썼고, 아버지는 그런 내게 가타 부타 아무런 말씀이 없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내 습관은 이제 당연히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되어 버렸고, 이번에 정한 아르바이트는 저녁 타임의 피자배달 이었다.
나는 가게까지 뛰면서 시현을 생각했다.
너무 예쁜 소녀, 마치 하얀 무명천처럼 깨끗한 소녀…
우리는 어른들이 얘기를 나누는 동안 마당의 테이블에 앉아서 한참동안 얘기를 나누었다.
아버지의 죽음도, 내 삶의 불안도, 그 순간만은 아무것도 생각나는 것 없이 나는 즐거울 수 있었다.
서로의 취미, 나이, 좋아하는 연예인, 특기…
나는 솔직히 말해서 시현이 한 말을 거의 반 정도는 기억할 수가 없다.
그녀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장동건이던가? 송승헌이던가?
내가 80년대 유행했던 팝을 좋아한다고 했을 때 그녀가 자신도 좋아한다고 했었던가? 자신은 잘 모른다고 했었던가?
내 시선은 온통 시현의 얼굴과, 가느다란 팔과, 웃을때 패이는 보조개와, 볼록하게 솟아오른 젖가슴과, 길게 뻗은 다리와, 아직 조금 작은듯한 엉덩이에 못박혀 있었다.
부끄럽지만, 나는 그녀의 외모에 한번에 빠진 것 이다.
몇번이나, 시현의 입술에 입맞추고 싶어 몸을 일으키려다 나 자신에게 놀라 다시 앉곤 했다.
머리 속에 2년전 처음 나에게 섹스를 가르쳐 주었던 미정이누나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신이는 멋지고 신사다우니까, 진지하게 여자애를 꼬시려고 한다면 아마 금방 넘어 올거야. 하지만 명심해야 해. 정말 사랑하는 여자는 몸을 가지기전에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아무리 신이라도 한 여자의 마음을 가지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거야. “
‘누나, 나 정말로 시현이의 마음을 가지고 싶어… ‘
그런 생각 속에 나는 피자가게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
“어, 왔냐? 빨리 준비해라. 배달이 밀리기 시작한다. “
“히히, 신이 왔냐? 빠, 빨리 준비해. “
사람좋은 배불뚝이 사장님과 선배 준이형이 웃으며 나를 반겨주었다.
준이형은 올해 스물이지만 약간 머리가 모자란 사람이었다.
하지만 약간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것이지 바보는 절대 아니었고, 피폐해져 있는 내 마음을 누구보다 먼저 느끼고 나를 위로해준 형이었다.
“자, 저기 바닷가 앞에 있는 비치빌 있지? 거기 10층 1002호다. “
사장님은 다섯판의 피자를 내어주며 이야기했다.
비치빌이라면 바다가 정면으로 보이는 자리에 세워진 엄청난 고급 빌라다.
복층식으로 된 구조인데, 평수로 따지면 대부분 80평에서 100평이라고 들었고, 싯가가 거의 10억이 넘는다고 하는, 이 도시의 최고급 건물이었다.
한번도 배달 가본적이 없지만 지하 주차장엔 온통 외제차만 주차되어있고, 입구의 경비실에서 배달원들의 속옷안까지 검사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어, 거기요? 나 한번도 안가봤는데… “
“다른데하고 별로 다를것도 없다. 경비실에 정확하게 어디간다고 이야기하고, 손님한테 깍듯이 인사만 잘하면 된다. 오히려 돈많은 사람들이 더 젊잖은 법이야. “
“히히, 신아. 거기 사람들 팁도 주고 그런다? 나두 전번에… “
“준이 네 이놈! 팁 받았냐? 우리 가게는 그런거 받으면 안돼! “
“하하… 알겠어요. 다녀오겠습니다! “
나는 웃으며 인사하고 가게를 나왔다.
스쿠터로 10분 정도 거리에 비치텔이 있었고, 나는 지하에 스쿠터를 세웠다.
“휘유~ 굉장한 걸? “
소문 그대로, 지하 주차장은 외제차 전람회같았다.
재규어, 페라리, BMW, 크라이슬러…
“람보르기니닷! “
세상에, 게임에서만 보았던 노란색 람보르기니 디아블로가 눈 앞에 있었다.
“이 차가 공기속으로 빨려들어가면서 달린다는 그 차란 말이지? 휘유~ “
내가 두리번거리며 차를 살피고 있을 때, 경비 아저씨가 나를 불렀다.
“어이, 거기! 뭐하는 거냐? “
“아 네! 피자 배달이예요! 10층 1002호에… “
“아, 그 방… 흠흠, 따라와라. “
나는 경비아저씨를 따라 입구로 갔다.
경비아저씨는 뭔가 끄적거리더니, 공항같은데서 쓰는 전자봉을 들고 나와 내 몸을 훑었다.
그런 후에야 나는 들어갈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고, 엘리베이터 앞에 설 수 있었다.
10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나는 1002호의 벨을 눌렀다.
“누구예요? “
조금 신경질적인 듯한 여자의 목소리와 함께 쿵쾅거리는 음악소리가 인터폰을 타고 들려왔다.
“피자 배달입니다! “
“피자? 잠깐만요… 누구 피자 배달 시킨 사람 ? “
“어, 나야! 배가 고파서 말야. 넉넉히 시켰어. “
“알았어… 잠깐만요. “
조금 후 문이 열렸고, 나는 웃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그 순간 매캐하게 코를 자극하는 연기…
‘마리화나다… ‘
아버지의 가게에서, 딱 한번 한 누나가 마리화나를 피웠고, 방과후에 어슬렁거리며 가게에 놀러나갔던 나는 맡아보았었다.
그날 그 누나는 아버지에게 들켜 반쯤 죽도록 얻어 맞고 쫓겨났고, 나 역시 그 곁에 있었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늑신하게 두들겨 맞았다.
단 한번 지나가듯이 맡아본 냄새이지만 나는 죽을때까지 그 냄새를 잊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커다란 마루에 온통 휘감겨 있는 마리화나의 냄새…
나는 불쾌해지는 기분을 추스리려 고개를 흔들며 안을 바라보았다.
10여명의 내 나이 또래의 남녀가 반쯤 벗은 채로 여기저기 흐트러져 키스와 애무를 주고받고 있었고, 마루 한가운데의 오디오에서는 힙합 음악이 말소리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울려퍼지고 있었다.
웃옷을 모두 벗은 채 덜여문 젖가슴을 흔들며 춤을 추고 있는 소녀와 그 옆에 들러붙어 춤이라기보다 여자애의 젖꼭지를 게걸스럽게 빨고 있는 두 녀석을 쳐다보고서 욕지기가 나올뻔 하는 것을 간신히 참고서 피자를 현관으로 들이고 있는데, 머리위에서 허스키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얼마야? 피자값. “
“아, 네, 한판에 만원씩, 다섯판 오만원이구요. 쿠폰 있으시면… “
“그딴거 없어. 자, 여기. “
“이거 십만원짜리 수표네요? 잔돈이… “
“필요없어. 그냥 너 가져. “
“그럴수야… 잠시만요. “
그 말과 함께 나는 눈 앞의 여자를 바라보았다.
내 눈 앞에, 마치 서양 모델 같은 소녀가 한 손에 맥주병을 들고 서 있었다.
나보다 절대 작지 않을 듯한 키에, 1미터는 될듯한 긴 다리, 짧은 핫팬츠에 탱크탑으로 가려진 젖가슴은 터질듯했고, 그 위로 커트친 머리결을 출렁이며 취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옅은 초록색 눈의 소녀…
그렇게 나는 또 다른 소녀를 만났다.
# # #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본 순간 서로 아무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신은 소녀의 이국적인 외모에 놀라 바라보다가, 자신의 결례를 깨닫고서 고개를 다시 숙이며 말했다.
“잠깐만요, 잔돈이 아마 맞춰질 거 예요… “
“필요없어요. 그보다… 고개 좀 들어봐요. “
소녀의 말에, 신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아까와 똑같이, 소녀는 취한 눈빛으로, 그러나 녹색 눈망울속에 묘한 떨림을 담고서 그를 바라보았다.
소녀는 분명히 혼혈이었고, 그는 동양과 서양이 섞인 특이한 소녀의 아름다움에 취해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이미 소녀라기보다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마구 뿜어내는 그녀의 얼굴과 몸매를 바라보면서, 신은 노출이 심한 그녀의 옷차림에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그런 것을 의식하지 않는 듯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 저기, 잔돈이… “
“우리… 어딘가에서 본 적 있나요? 나 기억나나요? “
“아뇨. 그 쪽 처럼 예쁜 사람은 한 번도 본 적 없어요. “
소녀의 말투가 어느새 경어체로 변한 것도, 자신의 대답이 얼마나 무례한지도 느끼지 못하고서 신은 대답했다.
소녀는 신의 말에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 생긋이 웃더니, 몸을 살짝 굽혀 손으로 무릎을 짚으며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 모아진 젖가슴의 굴곡이 터질듯이 눈앞에 다가오는 것에 당황하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는 그에게, 그녀가 다시 물었다.
“흐음~ 정말로요? 정말로 내가 그렇게 예쁜가요? “
“네, 정말로… 아, 아니 제 말은… “
“으응? 거짓말이었어요? 나 안 예뻐요? “
“아, 아녜요. 그게 아니라… “
“그럼 인사해도 될까요? 이름이 뭐죠? “
뭔가 이 상황은 오늘 한번 있었던 것 같아… 신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무어라 대답을 못하고서 우물쭈물 거리는데, 그녀의 옆으로 웃통을 벗어젖힌 건장한 남자가 다가와서 어깨에 팔을 올리며 말했다.
“헤이, 무슨일이야? 이 자식이 수작이라도 거는 거야? “
“시끄러, 저리가서 네가 데려온 년들이랑 계속 놀기나 해. 나 신경쓰지말고. “
“어이, 그렇게 차갑게 대하지 말라구. 하긴, 그런게 네 매력이긴 하지만… 이젠 나한테 슬슬 안겨도 될 때 아닌가? 응? “
“지랄하고 있네… 저리 안꺼져? “
소녀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쌍소리에 놀라면서, 신은 주섬주섬 주머니에 든 돈을 모두 꺼내 잔돈을 맞춰 그녀의 발 밑에 놓고서 일어섰다.
“여, 여기 잔돈이예요. 그럼 이만… “
“잠깐만요! 이름 안 가르쳐 줬잖아요? “
“아, 저기… 그러니까… 그렇죠, 오늘 처음 본 자리에서 이름을 가르쳐주는건 조금 실례예요. 그렇잖아요? “
“흐응… 난 전혀 실례가 아닌걸요? 내 이름부터 가르쳐 주면 되나요? “
‘이, 이건 아침과 똑같아… 하지만 난 시현에게 첫눈에 반해서 그런거라구! 넌 나한테 반한것도 아니면서 왜 그러는거야? 장난치고 싶어서? 데리고 놀고 싶어서? 웃기지마,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얼씨구나 하면서 제발 갖고 놀아 주세요 했을지도 모르지만… 오늘부턴 아냐. 그만하라구. ‘
신은 몸을 돌리며 말했다.
“아, 아녜요. 이름이야 뭐… 그냥 배달부죠. 피자배달부. 이만 가보겠습니다. “
“잠깐만요! 그 가게에서 계속 일하는거죠? 저녁에는 언제나 배달하나요? “
“아, 네… 아니, 아녜요. 오늘은 하루 친구대신 뛰는 거예요. 하루만요. “
“이봐요, 잠깐만요! 잠시만 기다려봐요! 잠시만요! “
소녀의 부르는 소리를 무시하고서, 그는 뛰듯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문가까지 따라나온 소녀는 이미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한 엘리베이터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엘리베이터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하지만… 난 널 기억하고 있어. 신이 오빠… 정말 멋져졌네… “
“뭐하는거야? 어서 들어가자구. “
“이거 놔! 너, 분명히 말해두는데, 내 집에 애들 끌어들여서 이딴 지랄 같은 파티 여는거 오늘로 끝이야. 알아들어? 오늘이 마지막이라구. 내일부턴 절대 안돼. 아니, 내일부턴 나 한테 친한 척도 하지말고, 학교에서 말도 걸지마. 알겠어? “
“어어? 갑자기 왜 그러는거야? 왜 그렇게 열이 뻗쳤어? “
“시끄러, 물어볼 필요없어. 그냥 그렇게 알라구. 다신 안돼, 알았지? “
그녀는 팔을 잡는 남자의 손을 뿌리치며 쏘아붙이고서 집으로 들어갔다.
웃통을 벗은 그 소년은 어이가 없는 얼굴로 소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옆으로 약간 마른듯한 몸집의 조그마한 소년이 다가와서 말했다.
“왜 그러냐? 저 계집애, 왜 갑자기 지랄이야? “
“모르겠다… 저 년 갑자기 못먹을 걸 먹었나? 넘어올 듯 했는데 갑자기 왜 저러는거지? 씨발… “
“그러게, 처음부터 그렇게 공들이는게 아니라니까… 그냥 따먹어놓고 보는거야, 계집애들은. “
“젠장… 진짜 그럴걸 그랬다. 지금까지 공들인게 우습게됐어. “
“지금이라도 늦은 거 아니잖아? 뭐하면 당장 해치워 버리자. “
“안돼, 이 빌라에서는… 곳곳에 비상벨이고, 들키기라도 하면 여기 무술 경비원들한테 뼈도 못추려. “
“씨발, 입에 뭐 하나 물리고 벨에는 손도 못대게 묶어버리면 되지. “
“그래도 불안해. 이런 고급 빌라에는 별별 장치가 다 돼 있단 말이야. 우리 집도 이정도 된다는거 알잖아? 우리집에는 적외선 경보장치까지 달려 있어. 혹시라도 실패하면 저 년 성질에 우리 다들 다리 하나씩 부러진다. “
“그럼 밖으로 데리고 나가자. 바람이라도 쐬자고 차에 태워서, 차안에서 해버리자구. 카섹스 재밌잖아? “
“그건 괜찮군… 어디, 그 걸로 가볼까? “
저기... 요즘 소설게시판이 조금 무서워진 거 같지 않나요?
어쨌든 감히 작가의 한사람으로서 진지하게 고민해주시는 분들이 너무 고마워요. 덕분에 악플에 상처 덜받게 될것 같아서 많이 안심되구요.
미숙해도 이해해주시고 사랑해 주세요. 글쓰는 사람 마음이야 이것밖에 더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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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었다.
나는 천천히 아르바이트 가게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아저씨는 그런 거 할 필요 없다고 말렸지만, 나는 철이 들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해 왔다.
아버지는 내가 돈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면 아무소리 없이 뭉텅이 돈을 안겨주시곤 했다.
중학교때, 아버지에게 친구들과 놀러가야하니 용돈을 달라고 말씀드렸을 때, 아버지는 나한테 10만원짜리 수표 한웅큼을 아무렇게나 지갑에서 빼어 건네주셨고, 나는 백만원이 넘는 돈을 들고서 어쩔줄 몰라 하다가 아버지께 너무 많다고 말씀드렸었다.
“귀찮으니까, 그게 다 떨어질 때 까지 돈달라는 소리 말아라. “
아버지의 대답…
그 후로 나는 아버지에게 용돈이 필요하다는 말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아버지에게 귀찮다는 말을 듣는 것이 싫었다.
나는 그 날 이후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만들어 썼고, 아버지는 그런 내게 가타 부타 아무런 말씀이 없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내 습관은 이제 당연히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되어 버렸고, 이번에 정한 아르바이트는 저녁 타임의 피자배달 이었다.
나는 가게까지 뛰면서 시현을 생각했다.
너무 예쁜 소녀, 마치 하얀 무명천처럼 깨끗한 소녀…
우리는 어른들이 얘기를 나누는 동안 마당의 테이블에 앉아서 한참동안 얘기를 나누었다.
아버지의 죽음도, 내 삶의 불안도, 그 순간만은 아무것도 생각나는 것 없이 나는 즐거울 수 있었다.
서로의 취미, 나이, 좋아하는 연예인, 특기…
나는 솔직히 말해서 시현이 한 말을 거의 반 정도는 기억할 수가 없다.
그녀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장동건이던가? 송승헌이던가?
내가 80년대 유행했던 팝을 좋아한다고 했을 때 그녀가 자신도 좋아한다고 했었던가? 자신은 잘 모른다고 했었던가?
내 시선은 온통 시현의 얼굴과, 가느다란 팔과, 웃을때 패이는 보조개와, 볼록하게 솟아오른 젖가슴과, 길게 뻗은 다리와, 아직 조금 작은듯한 엉덩이에 못박혀 있었다.
부끄럽지만, 나는 그녀의 외모에 한번에 빠진 것 이다.
몇번이나, 시현의 입술에 입맞추고 싶어 몸을 일으키려다 나 자신에게 놀라 다시 앉곤 했다.
머리 속에 2년전 처음 나에게 섹스를 가르쳐 주었던 미정이누나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신이는 멋지고 신사다우니까, 진지하게 여자애를 꼬시려고 한다면 아마 금방 넘어 올거야. 하지만 명심해야 해. 정말 사랑하는 여자는 몸을 가지기전에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아무리 신이라도 한 여자의 마음을 가지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거야. “
‘누나, 나 정말로 시현이의 마음을 가지고 싶어… ‘
그런 생각 속에 나는 피자가게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
“어, 왔냐? 빨리 준비해라. 배달이 밀리기 시작한다. “
“히히, 신이 왔냐? 빠, 빨리 준비해. “
사람좋은 배불뚝이 사장님과 선배 준이형이 웃으며 나를 반겨주었다.
준이형은 올해 스물이지만 약간 머리가 모자란 사람이었다.
하지만 약간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것이지 바보는 절대 아니었고, 피폐해져 있는 내 마음을 누구보다 먼저 느끼고 나를 위로해준 형이었다.
“자, 저기 바닷가 앞에 있는 비치빌 있지? 거기 10층 1002호다. “
사장님은 다섯판의 피자를 내어주며 이야기했다.
비치빌이라면 바다가 정면으로 보이는 자리에 세워진 엄청난 고급 빌라다.
복층식으로 된 구조인데, 평수로 따지면 대부분 80평에서 100평이라고 들었고, 싯가가 거의 10억이 넘는다고 하는, 이 도시의 최고급 건물이었다.
한번도 배달 가본적이 없지만 지하 주차장엔 온통 외제차만 주차되어있고, 입구의 경비실에서 배달원들의 속옷안까지 검사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어, 거기요? 나 한번도 안가봤는데… “
“다른데하고 별로 다를것도 없다. 경비실에 정확하게 어디간다고 이야기하고, 손님한테 깍듯이 인사만 잘하면 된다. 오히려 돈많은 사람들이 더 젊잖은 법이야. “
“히히, 신아. 거기 사람들 팁도 주고 그런다? 나두 전번에… “
“준이 네 이놈! 팁 받았냐? 우리 가게는 그런거 받으면 안돼! “
“하하… 알겠어요. 다녀오겠습니다! “
나는 웃으며 인사하고 가게를 나왔다.
스쿠터로 10분 정도 거리에 비치텔이 있었고, 나는 지하에 스쿠터를 세웠다.
“휘유~ 굉장한 걸? “
소문 그대로, 지하 주차장은 외제차 전람회같았다.
재규어, 페라리, BMW, 크라이슬러…
“람보르기니닷! “
세상에, 게임에서만 보았던 노란색 람보르기니 디아블로가 눈 앞에 있었다.
“이 차가 공기속으로 빨려들어가면서 달린다는 그 차란 말이지? 휘유~ “
내가 두리번거리며 차를 살피고 있을 때, 경비 아저씨가 나를 불렀다.
“어이, 거기! 뭐하는 거냐? “
“아 네! 피자 배달이예요! 10층 1002호에… “
“아, 그 방… 흠흠, 따라와라. “
나는 경비아저씨를 따라 입구로 갔다.
경비아저씨는 뭔가 끄적거리더니, 공항같은데서 쓰는 전자봉을 들고 나와 내 몸을 훑었다.
그런 후에야 나는 들어갈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고, 엘리베이터 앞에 설 수 있었다.
10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나는 1002호의 벨을 눌렀다.
“누구예요? “
조금 신경질적인 듯한 여자의 목소리와 함께 쿵쾅거리는 음악소리가 인터폰을 타고 들려왔다.
“피자 배달입니다! “
“피자? 잠깐만요… 누구 피자 배달 시킨 사람 ? “
“어, 나야! 배가 고파서 말야. 넉넉히 시켰어. “
“알았어… 잠깐만요. “
조금 후 문이 열렸고, 나는 웃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그 순간 매캐하게 코를 자극하는 연기…
‘마리화나다… ‘
아버지의 가게에서, 딱 한번 한 누나가 마리화나를 피웠고, 방과후에 어슬렁거리며 가게에 놀러나갔던 나는 맡아보았었다.
그날 그 누나는 아버지에게 들켜 반쯤 죽도록 얻어 맞고 쫓겨났고, 나 역시 그 곁에 있었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늑신하게 두들겨 맞았다.
단 한번 지나가듯이 맡아본 냄새이지만 나는 죽을때까지 그 냄새를 잊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커다란 마루에 온통 휘감겨 있는 마리화나의 냄새…
나는 불쾌해지는 기분을 추스리려 고개를 흔들며 안을 바라보았다.
10여명의 내 나이 또래의 남녀가 반쯤 벗은 채로 여기저기 흐트러져 키스와 애무를 주고받고 있었고, 마루 한가운데의 오디오에서는 힙합 음악이 말소리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울려퍼지고 있었다.
웃옷을 모두 벗은 채 덜여문 젖가슴을 흔들며 춤을 추고 있는 소녀와 그 옆에 들러붙어 춤이라기보다 여자애의 젖꼭지를 게걸스럽게 빨고 있는 두 녀석을 쳐다보고서 욕지기가 나올뻔 하는 것을 간신히 참고서 피자를 현관으로 들이고 있는데, 머리위에서 허스키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얼마야? 피자값. “
“아, 네, 한판에 만원씩, 다섯판 오만원이구요. 쿠폰 있으시면… “
“그딴거 없어. 자, 여기. “
“이거 십만원짜리 수표네요? 잔돈이… “
“필요없어. 그냥 너 가져. “
“그럴수야… 잠시만요. “
그 말과 함께 나는 눈 앞의 여자를 바라보았다.
내 눈 앞에, 마치 서양 모델 같은 소녀가 한 손에 맥주병을 들고 서 있었다.
나보다 절대 작지 않을 듯한 키에, 1미터는 될듯한 긴 다리, 짧은 핫팬츠에 탱크탑으로 가려진 젖가슴은 터질듯했고, 그 위로 커트친 머리결을 출렁이며 취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옅은 초록색 눈의 소녀…
그렇게 나는 또 다른 소녀를 만났다.
# # #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본 순간 서로 아무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신은 소녀의 이국적인 외모에 놀라 바라보다가, 자신의 결례를 깨닫고서 고개를 다시 숙이며 말했다.
“잠깐만요, 잔돈이 아마 맞춰질 거 예요… “
“필요없어요. 그보다… 고개 좀 들어봐요. “
소녀의 말에, 신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아까와 똑같이, 소녀는 취한 눈빛으로, 그러나 녹색 눈망울속에 묘한 떨림을 담고서 그를 바라보았다.
소녀는 분명히 혼혈이었고, 그는 동양과 서양이 섞인 특이한 소녀의 아름다움에 취해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이미 소녀라기보다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마구 뿜어내는 그녀의 얼굴과 몸매를 바라보면서, 신은 노출이 심한 그녀의 옷차림에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그런 것을 의식하지 않는 듯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 저기, 잔돈이… “
“우리… 어딘가에서 본 적 있나요? 나 기억나나요? “
“아뇨. 그 쪽 처럼 예쁜 사람은 한 번도 본 적 없어요. “
소녀의 말투가 어느새 경어체로 변한 것도, 자신의 대답이 얼마나 무례한지도 느끼지 못하고서 신은 대답했다.
소녀는 신의 말에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 생긋이 웃더니, 몸을 살짝 굽혀 손으로 무릎을 짚으며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 모아진 젖가슴의 굴곡이 터질듯이 눈앞에 다가오는 것에 당황하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는 그에게, 그녀가 다시 물었다.
“흐음~ 정말로요? 정말로 내가 그렇게 예쁜가요? “
“네, 정말로… 아, 아니 제 말은… “
“으응? 거짓말이었어요? 나 안 예뻐요? “
“아, 아녜요. 그게 아니라… “
“그럼 인사해도 될까요? 이름이 뭐죠? “
뭔가 이 상황은 오늘 한번 있었던 것 같아… 신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무어라 대답을 못하고서 우물쭈물 거리는데, 그녀의 옆으로 웃통을 벗어젖힌 건장한 남자가 다가와서 어깨에 팔을 올리며 말했다.
“헤이, 무슨일이야? 이 자식이 수작이라도 거는 거야? “
“시끄러, 저리가서 네가 데려온 년들이랑 계속 놀기나 해. 나 신경쓰지말고. “
“어이, 그렇게 차갑게 대하지 말라구. 하긴, 그런게 네 매력이긴 하지만… 이젠 나한테 슬슬 안겨도 될 때 아닌가? 응? “
“지랄하고 있네… 저리 안꺼져? “
소녀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쌍소리에 놀라면서, 신은 주섬주섬 주머니에 든 돈을 모두 꺼내 잔돈을 맞춰 그녀의 발 밑에 놓고서 일어섰다.
“여, 여기 잔돈이예요. 그럼 이만… “
“잠깐만요! 이름 안 가르쳐 줬잖아요? “
“아, 저기… 그러니까… 그렇죠, 오늘 처음 본 자리에서 이름을 가르쳐주는건 조금 실례예요. 그렇잖아요? “
“흐응… 난 전혀 실례가 아닌걸요? 내 이름부터 가르쳐 주면 되나요? “
‘이, 이건 아침과 똑같아… 하지만 난 시현에게 첫눈에 반해서 그런거라구! 넌 나한테 반한것도 아니면서 왜 그러는거야? 장난치고 싶어서? 데리고 놀고 싶어서? 웃기지마,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얼씨구나 하면서 제발 갖고 놀아 주세요 했을지도 모르지만… 오늘부턴 아냐. 그만하라구. ‘
신은 몸을 돌리며 말했다.
“아, 아녜요. 이름이야 뭐… 그냥 배달부죠. 피자배달부. 이만 가보겠습니다. “
“잠깐만요! 그 가게에서 계속 일하는거죠? 저녁에는 언제나 배달하나요? “
“아, 네… 아니, 아녜요. 오늘은 하루 친구대신 뛰는 거예요. 하루만요. “
“이봐요, 잠깐만요! 잠시만 기다려봐요! 잠시만요! “
소녀의 부르는 소리를 무시하고서, 그는 뛰듯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문가까지 따라나온 소녀는 이미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한 엘리베이터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엘리베이터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하지만… 난 널 기억하고 있어. 신이 오빠… 정말 멋져졌네… “
“뭐하는거야? 어서 들어가자구. “
“이거 놔! 너, 분명히 말해두는데, 내 집에 애들 끌어들여서 이딴 지랄 같은 파티 여는거 오늘로 끝이야. 알아들어? 오늘이 마지막이라구. 내일부턴 절대 안돼. 아니, 내일부턴 나 한테 친한 척도 하지말고, 학교에서 말도 걸지마. 알겠어? “
“어어? 갑자기 왜 그러는거야? 왜 그렇게 열이 뻗쳤어? “
“시끄러, 물어볼 필요없어. 그냥 그렇게 알라구. 다신 안돼, 알았지? “
그녀는 팔을 잡는 남자의 손을 뿌리치며 쏘아붙이고서 집으로 들어갔다.
웃통을 벗은 그 소년은 어이가 없는 얼굴로 소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옆으로 약간 마른듯한 몸집의 조그마한 소년이 다가와서 말했다.
“왜 그러냐? 저 계집애, 왜 갑자기 지랄이야? “
“모르겠다… 저 년 갑자기 못먹을 걸 먹었나? 넘어올 듯 했는데 갑자기 왜 저러는거지? 씨발… “
“그러게, 처음부터 그렇게 공들이는게 아니라니까… 그냥 따먹어놓고 보는거야, 계집애들은. “
“젠장… 진짜 그럴걸 그랬다. 지금까지 공들인게 우습게됐어. “
“지금이라도 늦은 거 아니잖아? 뭐하면 당장 해치워 버리자. “
“안돼, 이 빌라에서는… 곳곳에 비상벨이고, 들키기라도 하면 여기 무술 경비원들한테 뼈도 못추려. “
“씨발, 입에 뭐 하나 물리고 벨에는 손도 못대게 묶어버리면 되지. “
“그래도 불안해. 이런 고급 빌라에는 별별 장치가 다 돼 있단 말이야. 우리 집도 이정도 된다는거 알잖아? 우리집에는 적외선 경보장치까지 달려 있어. 혹시라도 실패하면 저 년 성질에 우리 다들 다리 하나씩 부러진다. “
“그럼 밖으로 데리고 나가자. 바람이라도 쐬자고 차에 태워서, 차안에서 해버리자구. 카섹스 재밌잖아? “
“그건 괜찮군… 어디, 그 걸로 가볼까? “
저기... 요즘 소설게시판이 조금 무서워진 거 같지 않나요?
어쨌든 감히 작가의 한사람으로서 진지하게 고민해주시는 분들이 너무 고마워요. 덕분에 악플에 상처 덜받게 될것 같아서 많이 안심되구요.
미숙해도 이해해주시고 사랑해 주세요. 글쓰는 사람 마음이야 이것밖에 더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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