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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ver Ending Story In The Se ... - 2부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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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의 시작입니다...ㅎㅎ;;#



떳다 혜진



세월의 무게는 지나간 사랑의 아픔으로도 견딜 수 없을 만큼 무거운 것이었다. 영숙이 떠난지 3년을 훌쩍 넘긴 지금. 당시만 해도 식을 것 같지않던 나의 사랑도 어느덧 희미한 불꽃만이 남은 채 추억이란 이름으로 마치 내게 한여름 밤의 꿈과 같이 잡을 수 없는 그리움으로만 남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여름. 나는 또 다른 꿈을 꿀 수 있길 바랬는지도 모른다. 사춘기 시절 영숙으로 인해 꾸게된 한여름 밤의 꿈을 또 다른 누군가와 꿀 수 있기를…



"오빠~"

여름이 시작되고 전국의 중고등학교들이 방학에 돌입하는 즈음 갑자기 연락도 없이 혜진이 나타났다.

"와앗~!오빠아~"

"으앗!"

"어머? 혜진이 왔네? 혜진인 이 이모는 눈에도 안보이고 오빠만 눈에 보이는 모양이구나?"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허리까지 오는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나에게 달려들어 안기는 혜진이와 기겁을 하는 나를 보고 어머니가 반가운 얼굴로 말했다. 연락도 없이 찾아온 혜진이였지만 방학이면 종종 이렇게 찾아와 며칠씩 놀다가는 혜진이였기에 이런 갑작스런 방문도 그리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 아무런 연락도 없이 찾아온 것은 이번이 처음인가…

"어머~이모오~잘 지내셨어요? 헤헷..."

“그래, 엎드려 절받는다야~ 혜진이도 잘 지냈니? 엄마도 잘 있고? 그나저나 우리 혜진이 그동안 많이 컷네? 이젠 어디 나가서 아가씨 소리 듣겠는걸?”

“헤헤헷, 정말요?”

“그래, 시집가도 되겠다.”

그제서야 혜진은 나에게서 떨어졌고 나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휴, 큰일날 뻔 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솟아 오른 내 아랫도리를 보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이놈은 시도 때도 없다니깐…씁…근데 혜진이 저 녀석은 언제 저렇게 컸지?’ 어머니 옆에서 조잘조잘 수다를 떨고 있는 혜진의 모습은 작년 겨울방학 때 보았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특히나 저 민소매 티셔츠 사이로 그 감촉이 확실히 느껴지는 봉긋 솟아오른 가슴이란…‘그땐 아직 어린애였었는데…2차 성징도 시작 안됐을 계집애가 뭔 가슴이…헐…’

“넌 또 왜 왔냐?”

“저,저 말 하는 것 좀 봐라~ 기껏 놀러와 준 혜진이한테~ 근데 진짜 연락도 없이 왠일이니?”

“에~ 그냥요~ 방학도 하고 해서 놀러왔죠. 놀다가도 되죠?”

내 퉁명스런 어투에 어머니께서 슬쩍 눈을 흘기며 말했다.

“그럼~ 그걸 말이라고 하니? 우리 혜진이라면 언제까지나 있다가 가도 돼지~ 근데 엄마한텐 말하고 왔어?”

“에? 예에…뭐…”

“쳇…안 놀러와 줘도 되는데…”

“피이~ 말은 그렇게해도 안 놀러와주면 울거면서~ 그렇지 오빠?”

내 투덜거림에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는 혜진. 그래도 어렸을 땐 내 말이라면 절대 복종이였던 것 같은데…세월이란게 세삼 두려워 졌다.



-하늘거리는 긴 생머리를 허리춤까지 길게 늘어뜨려 그 모습이 마치 마론 인형과도 같았던 아이. 몸이 무척이나 약했던 아이. 또 무척이나 조용했던 아이. 그래서 내가 단 하나뿐인 친구가 되어줘야 했고 항상 업어줘야 했었던 아이. 그 여렸던 아이가 바로 지금의 혜진이였다.-



“근데 너 그 긴머리 지겹지도 않냐? 어떻게 네살 때 이후로 한번도 안바뀌냐?”

나는 괜히 할말이 없어져 혜진의 머리를 보고 시비를 걸었다.

“왜? 오빠 보기엔 지겨워? 옛날엔 좋아했었잖아…자를까…?”

“아니, 뭐…꼭 그런건 아니고…야, 근데 내가 자르라면 자르고 말라면 말거냐?”

장난으로 한 소리에 혜진이 진지하게 대꾸하자 되려 무안해진 나는 약간 신경질 적으로 말했다.

“헤헤..당연하죵~ 난 항상 오빠 전용 딸랑이잖아용~ 혜진인 오빠꺼~”

“지금 나랑 장난치냐? 많이 컸다 너…”

“…진짠데…”

계속되는 무뚝뚝한 내 말투에 혜진은 약간 의기소침해진 듯 시무룩해 지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웅얼거렸다.



-지금보기엔 그리 보이지 않지만 어렸을 때의 혜진은 어둡고 약한 아이였다. 그도 그럴것이 내 작은 이모 내외이자 혜진의 부모님은 당시 떠돌이 노점상을 하면서 마땅한 집 한 채 없이 일년 중 거의 대부분을 장사 한다고 떠돌아 다녔고, 그럴때면 언제나 혜진은 여러 친척집을 전전하며 살아야 했다.



혜진은 언제나 외톨이였다. 기억나지 않는 아주 오래전부터 혜진은 혼자서 잠들어야 했고, 혼자서 놀아야 했다. 분명 엄마와 아빠가 있었지만 언제나 혜진은 고모, 이모, 삼촌이라 불리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들은 매우 친절했고 따뜻하게 대해주었다. 하지만 혜진은 외로웠고 슬펐다.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되었다.



만개한 눈 꽃은 온 세상을 하얗게 물들였고 포근한 햇살이 지난 겨울의 얼어붙은 기억들을 따스하게 녹여주는 계절이었다.



혜진은 다시 또 혼자 남겨지게 되었다. 봄이 되면 진해 군항제를 비롯하여 크고 작은 축제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있을 곳은 네 둘째 이모네 집이란다. 거긴 네 또래 오빠도 한명 있으니까 심심하지도 않고 재미있을거야. 거기가서 버릇없이 굴면 안돼. 알았지?”

“…네……”

“인사도 꼬박꼬박하고, 심부름도 잘하고, 자기 전이랑 일어나서 꼭 씻고, 울지 말고…알았지?”

“…네….”

혜진은 울지 않았다.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무미건조한 어투로 대답할 뿐이었다.



“안녕~ 내이름은 김 재웅이야. 나이는 일곱살이고..넌 네살이라며? 헤헷..이제부터 날 재웅이오빠라고 불러. 알았지?”

혜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혼자 흥분해 신이 난 나를 멀뚱멀뚱 바라볼 뿐이었다.



한밤 중, 혜진은 들척거리는 이불의 느낌에 선잠에서 깨어나 이불을 걷어 올렸다.

“에이~ 깨어있었네? 놀래켜 줄려고 했는데…동생아, 우리 같이 자자~”

이번에도 혜진은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하지만 혜진은 그날밤 처음으로 깊은 잠에 빠져들 수 있었다. 외롭지 않았다. 자신의 머리를 꼭 감싸안은 가슴의 체온이 심장의 고동소리가 혜진을 더없이 달콤한 꿈나라로 이끌었다.

“잘 자라 내동생~”

무표정하기만 했던 혜진의 얼굴에 보일 듯 말듯한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자, 이리와~ 오빠가 업어줄께~ 착한 내동생~ 말 잘 듣는 내동생~”





“너, 나중에 내 부인 해야 돼~ 이유는…응~응~ 넌 이쁘고…내 말도 잘들으니까…알았지?”





“그러니까…웅~ 아,맞다! 긴머리~ 넌 이 긴머리가 젤 이뻐! 왜냐하면 내가 이렇게 쓰다듬기도 좋고 숨박꼭질 할 때도 쉽게 찾아낼 수 있으니까~”





사랑해요…오빠…-



“야! 근데 너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니었잖아?”

“응? 내 성격이 어때서용?”

“변했어~원래는 조용하고 말 잘 듣고~ 도대체 이유가 뭐야?”

“헤헤헷…지금도 말 잘 듣는데~ 그리고 사람은 변하기 마련입니다용~”

왜 일까? 혜진의 저 밝은 모습이 조금도 반갑지 않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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