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마을 - 37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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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부
어두운 밤
달빛이 아스라이 비춰지면서 현우는 조심스럽게 나무를 헤치고는 불빛이 새어 나오는 동굴로 접근해 나갔다.
두려우면서도 현우는 꼭 확인하고픈 게 있었다.
과연 그들이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에 현우의 촉각이 몰려있었다.
전쟁이 끝났다면 그들은 영원히 마을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 같았고 아마 북으로 이동을 할것으로 생각이 되는데 혹시 지나가면서 예전에 보았던 마을처럼 씨몰살을 당하는 마을이 생기지나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인적없는 산속에서 아무런 식량도 없이 견뎌내기란 어려울 것이었고 약탈이외에는 그들의 식량조달은 어렵게 생각되면서 산길을 타고 간다면 예전 화전민 마을이나 심지어 초록동까지도 그들의 마수가 덮치지 않을지 심히 우려가 되었다.
동굴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과 더불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심동무하고 김동무가 저들의 시체를 처리하시오…..그나저나…추적나간 동무들이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구만…..”
“아무 걱정 마십시오…진철수 동무가 있으니까는 걱정이 없습니다요…..”
“후후후…그래…맞아…..진동무는 충성심과 의리가 강하지….그 년만 잡으면 된다….”
현우는 이들외에 몇 명이 더 있다는 그들의 말에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조심스럽게 물러서려는 듯 뒷걸음치기 시작하고 얼마쯤 물러섰을 때 동굴로 나오는 그들을 보고는 급히 어둠속으로 숨어 들었다.
어깨에 긴 장총을 맨 사내와 나무 몽둥이를 손에 쥔 사내가 보여지고는 공터에 누워있는 시체곁으로 다가서더니 발로 몇번을 차보고는 어깨로 짊어지고는 어두워진 산속으로 사라져갔다.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던 현우의 눈속으로 파랗게 빛나는 살기가 보여지기 시작한다.
너무도 쉽게 사람의 생명을 유린하는 것도 지탄 받을 일이었지만 앞으로도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현우는 위험한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갈등이 있었지만 현우의 분노가 더 큰 듯 현우는 조심스레 그들이 나온 동굴쪽으로 조심스럽게 걸어가고는 고개를 내밀며 동굴안을 정탐하기 시작했다.
혼자 남은 사내가 편안하게 벽에 등을 기대고는 모닥불에 나뭇가지를 던져놓는 모습이 보여지고 조금은 마른듯한 체구에 날카로운 인상이 좋게 보이지는 않았다.
떨리는 손을 들어올리는 동작에 현우의 손아귀에 잡힌 주먹보다는 큰 돌덩이가 보여지고
깊은 숨을 들여마신 현우가 빠르게 안으로 튀어 들어갔다.
편안하게 등을 기댄 체 휴식을 취하던 사내는 갑자기 뛰어드는 현우를 보며 눈을 치켜뜨고는 뭐라고 말을 하려는 듯 입을 벌렸지만 말소리보다 빠르게 현우의 손이 사내의 면상을 쳐 올렸다.
퍼..억…
등을 기댄 채 사내의 머리에서 피가 솟구쳐 오르고는 사내는 맥없이 옆으로 무너져 내렸다.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쓰러진 사내의 눈은 아직도 띄여있는 상태였고 현우는 파랗게 빛나는 눈빛으로 사내를 바라보며
“다시는 태어나거든 이 따위 쓸데없는 인간사냥은 하지마라…..”
몇 번의 손길이 사내의 몸을 스쳐지나며 사내는 죽은 듯 잠잠해졌다.
가빠오는 숨소리와 떨리는 손끝으로 현우는 사내의 가슴에서 권총을 뽑아들고는 동굴안에 보여지는 물건들을 모닥불에 집어넣고는 불을 질르고 동굴을 잽싸게 빠져 나왔다.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했다.
기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잘못했다는 느낌도 현우에겐 없었다.
더 이상의 악행이 없기만을 바라면서 우두머리를 처치했다는 생각만을 하며 현우는 어둠속을 치달리기 시작했다.
산길을 내려오며 현우는 혜숙을 혼자 둔것에 마음이 불안했다.
달빛이 희미했지만 급한 마음에 현우는 나는듯이 산길을 벗어나고는 혜숙이 숨어있는 계곡의 구석으로 다가가고 다행히 움크린 채 벽에 쪼그리고 앉은 혜숙을 바라보고서야 안심이 된 듯 가쁜숨을 몰아 쉬어갔다.
“떠날 준비를 해야겠어요….어서 준비하세요….”
현우의 다급한 음성에 혜숙은 졸였던 마음을 풀어버리고는 보퉁이를 웅켜쥔 채 현우의 행동을 따르기 시작했다.
현우는 어떻게든 여기를 벗어나야 했고 빠른 시간안에 자신의 목적지인 서울로 가고싶은 마음에 걸음을 재촉하며 걸음을 옮겨간다.
어두워진 길이 적응이 안되는 듯 자꾸만 뒤쳐지는 혜숙을 현우가 보채는 행동을 하고 현우의 긴장된 모습을 보면서 혜숙은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걸 어렴풋이 느낄 수가 있었다.
한참을 걸은 것 같았다.
산속의 어두컴컴한 나무숲에서 힘든 듯 헉헉거리는 혜숙을 가슴으로 안은 채 현우와 혜숙은 조용히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저쪽산에 적군의 잔당이 남아 있어요…..”
조용히 내뱉는 현우의 말에 혜숙은 충격을 받은 듯 입만을 벌린 채 아무런 대답을 못했다.
멍한 듯 한동안 현우의 얼굴만을 쳐다보던 혜숙은 두려운 듯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하고
어둠컴컴한 구석에서 무엇이라도 나올것 같은 예감에 부르르 몸을 떨어댄다.
조심스런 손길로 현우가 혜숙을 달래고는 손을 잡은 채 다시 길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여명이 밝아오는 산속에서 현우와 혜숙이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는게 보여졌다.
꽤 오랜시간을 걸어왔지만 숲길은 끝이 안보였고 다소 피곤한 듯 현우와 혜숙이 나무밑에 자리를 잡고는 휴식을 취하기 시작하고 어느정도의 긴장을 풀어가기 시작했다.
피곤했던지 혜숙은 현우의 가슴으로 고개를 뭍은 채 한동안을 가쁜숨을 토해내다 깜박 잠이 들어버리고 현우는 난처하면서도 혜숙을 깨울 수 없는지 그녀를 자신의 가슴으로 끌어안은 채 한동안을 보내고 있었다.
현우는 산속을 헤매고 있을 그들을 생각하며 깊은 생각에 잠겨가고
아무도 도와줄수 없는 여건에서 어떻게든 서울로 가야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 지는게 느껴진다.
한참을 휴식을 취하던 현우도 깜빡 잠이 들었는지 무언가 들려오는 소리에 눈이 떠지며 주위를 둘러본다.
환하게 밝아진 느낌이 시선으로 느껴지면서 멀리서 들려오는 물소리가 귓가로 전해져오고
현우는 조심스레 혜숙을 깨우고는 그녀의 손을 잡은 채 빠른걸음으로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겨간다.
숲이 끝나며 멀리서 커다란 강줄기가 보여지기 시작하고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요란한 굉음을 일으키며 떨어져 내리는게 보여졌다.
떨어지는 연못속에서 물안개가 피어나며 장관을 이루고 현우와 혜숙은 멍한 듯 그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마음속까지 울려퍼지는 소리는 답답하고 긴장되었던 마음을 어느정도 풀어주는 듯 혜숙이 현우를 바라보다 안심이 되는 듯 미소를 지어 올린다.
현우는 폭포가 보여지는 곳의 길을 찾으며 혜숙을 이끌고 내려서기 시작하고 점점 가까워지는 폭포가 보일즈음 현우와 혜숙은 째지는 듯한 목소리에 빠른 듯 수풀속으로 뛰어 들었다.
“놔…이놈들아……천벌 받을 놈들아…..”
“뭐야….이 년이…..”
짜아악..
“아 악…..”
비명소리를 끝으로 조용해지는 느낌이 들어가고 현우와 혜숙은 풀숲속에 납작하게 엎드리고는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두런거리는 소리끝으로
“어이…..저기 폭포가 보이는데 가서 목이나 축이고 가지…??..”
“그럴까……이년은 왜이리 무거워…..제길…..”
“크크크….위원장 동지말만 아니였으면 …..카악…죽여 버리고 갈 것을….에잉….”
고개숙여진 현우의 눈속으로 산을 내려가는 사내들의 모습이 보여졌다.
세명.
여자로 보이는 인영을 들쳐업은 사내와 총을 든 모습의 두명의 사내가 보여지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폭포로 내려가는 모습들이 하나하나 현우의 기억속에 새겨져 갔다.
현우는 또 한번의 갈등을 느껴야 했다.
잡혀가는 여인은 분명히 비참하게 살해될게 뻔했고 그렇다고 총을 다루는 패잔병들과 싸움을 벌이기에도 아찔해 보이는 게 한동안을 갈등에 휩싸인 채 수풀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혜숙은 쥐죽은 듯 조용히 엎드린 채 현우의 눈치만을 보고 있었고
점점 변해가는 현우의 눈길을 바라보고 불안한 눈빛을 보내온다.
“숙모님는 여기서 움직이시면 안되요…..아무래도 안되겠어요…..놔두면 저 여자는 죽을게 뻔한 것 같은데..도와줘야 될 것 같아요….”
“혀…현우야…무슨….??…”
단호한 현우의 얘기에 혜숙은 놀란 듯 말을 잇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킨 현우는 자신의 고의춤에 감추어 놓은 쇠덩이를 만지고는 수풀속을 빠져 나갔다.
“하하하…진동무…이제 이년을 어떻게 처리할거요…??…”
작은키에 광대뼈가 돋보이는 사내가 음침스런 미소를 띄워 올리고는 우람하게 보여지는 삼십대의 사내를 바라보며 얘기를 꺼내어 간다.
“크흐흐흐…내가 알겠소…??…위원장동지께서 알아서 처분하겠지요….”
귀찮은 듯 대답하는 사내의 얼굴엔 표정이 없었다.
두드러진 얼굴은 아니지만 다부진 몸매와 강단있게 보이는 눈매가 매섭게 광대뼈의 사내에게 향해지고 광대뼈의 사내의 얼굴에 떠오른 생각을 알겠다는 듯 입술을 말아 올리고는 비웃는 듯 괴소를 지어낸다.
광대뼈의 사내는 어차피 죽을 여자인데 한번쯤 안아보는건 어떨까하는 생각에 한마디를 던졌지만 돌아 오는건 차가운 비웃음뿐이었고 속이 상한 듯
“에잉….날씨는 왜이리 좋은거여….젠장….”
고의춤을 풀르며 바위 뒤로 사라져간다.
“키키키…저놈은 여자라면 치마만 둘르면 해치울려는 근성이 있어….쯔쯔쯔…제명에 살기는 글른 놈이지….”
마른 듯한 사내가 사라지는 광대뼈 사내를 조롱이라도 하듯 말을 뱉어 내고는 정신을 잃어버린 듯 바위 위에 널부러진 여인을 바라보며
“키키키 하기사…저 정도의 인물이면 한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도 있지..어떤가…자네생각은..?
진가라 불리는 사내는 무심한 얼굴로 여인을 바라보며
“허튼 소리마라….나는 시키는 일만 한다…..”
“쯔쯔쯔….종놈의 자식의 아니랄까봐….자아식….”
마른듯한 사내의 입속에서 조롱거리는 얘기가 들여오며 진가란 사내의 눈빛에서 살기가 뻗어 나왔다.
“주둥이 한번만 나불거려라….오늘이 니 제삿날이 될수도 있을 테니까…”
섬뜩한 눈빛이 사내들 사이에 오가며 긴장된 분위기가 생겨나고 마른듯한 사내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는 등을 돌려 버렸다.
진가란 사내는 원래 커다란 대가집의 종이었다.
아버지때도 그랬고 할아버지때도 종의 신분을 가지고 살아갔었지만 사내는 더 이상의 냉대와 멸시는 참을수 없었는지 적군이 마을에 진주를 하자 앞장서서 자신을 부리던 주인댁 일가를 몽둥이로 내리쳐 몰살을 시켜 버렸다.
그가 살던 읍내에서는 항상 피가 마를날이 없었는데 대부분 그가 앞장서서 일을 처리하느라 백정이란 소리까지 들어가며 살인을 일 삼았던 인물이었다.
한이 많은 듯 사내는 살인을 하면서도 잔인한 방법을 많이 사용하였고 위원장이란 사내를 만나며 그의 수족과도 같이 철저히 일을 하고 있어서 신임이 대단한 편이었다.
진가란 사내는 휴식이 충분하다고 생각을 했는지 자리를 털며 일어서고는
“가자…시간이 너무 늦으면 …곤란할 것같다…”
여자쪽으로 다가서던 진가는 광대뼈의 사내가 사라진쪽을 바라보며
“저 인간은 뭐하는거냐…??……”
“글쎄다……나올때가 되었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던 마른사내가 바위뒤로 갈즈음.
“한 걸음만 움직이면 머리에 구멍이 생길 줄 알아라…..”
나직히 울리는 저음에 마른사내가 손을 올리며 뒤로 물러서고
진가사내의 눈속에 당혹스런 표정이 어려진다.
“여자에게서 물러서라….”
조심스럽게 옆으로 발길을 옮겨놓는 진가라는 사내의 입에서
“우리는 환자를 옮기는 중이오만 왜 그러시는지 이유를 모르겠소…”
“크후후….환자라…..??..살인귀들에게도 환자란 말이 있나…??..”
부릅뜨여진 진가란 사내의 눈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이총이 누구것 같은가…??..”
현우의 손끝에서 자신들을 겨누고 있는 총을 바라보던 마른사내와 진가라는 사내의 입에서 동시적으로 경악스러운 탄성이 터져나오고
“허억….”
“억…그….그건….위…..위원장….??…”
“잘 봤다….간밤에도 자신들의 동료를 너무 쉽게 죽이더구만….”
찌푸려지는 눈빛속에서 진가사내의 눈길이 자신들의 앉았던 바위 위에 놓아둔 총으로 옮겨가기 시작하고 사내의 눈속에서 파랗게 빛이 나기 시작했다.
마른사내는 자신을 겨눈 총부리에 꼼짝 거릴수 없는지 굳은 듯 멈춰선 채 움직이지를 않았다.
부르르 떨고있는 마른 사내를 주의 깊게 바라보던 진가란 사내의 입에서
“그 녀석이 진짜 빨갱이고 나는 아니요….”
굳어있던 마른 사내의 표정이 벌개지며
“아….아니요…난 단지….그들의 햡박에 어쩔수 없이….”
순간 잽싸게 몸을 숙인 진가 사내의 몸짓이 바위 위의 총을 잡으며 총열을 들어올리고 현우에게로 돌리려는 순간
타아앙…타앙..
연달아 울리는 총소리.
“크…훗…..”
우람한 덩치의 사내가 가슴을 부여 잡으며 바위위로 쓰려져 가고
마른 사내는 자신을 겨누던 총에서 불꽃이 일자 공포감에 자리에 주저 앉아 버렸다.
현우가 쓰러진 사내에게 다가가자 가슴에서 뿜어지는 핏줄기가 바위를 타고 흐르기 시작하고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무어라 말을 하던 사내가 고개를 옆으로 꺽으며 고개를 바위 위로 숙여갔다.
또 한번의 살인.
가슴 떨리는 아픔이 현우의 마음속에서 한동안을 헤집어 놓고는 지어지는 한숨을 토해내며
현우가 마른사내와 여인을 바라 보았다.
총소리에 놀란 듯 여인이 힘겹게 자세를 일으켜 앉았고 바위 위의 쓰러진 사내를 바라보고는 의아한 얼굴 표정을 떠 올린다.
자신의 정신을 잃은 사이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면서도 낮선이가 자신을 끌고 왔던 사내 하나를 죽이고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누구신가요…??….”
“걸을 수 있겠오….??..”
여인은 자신에게 걸을 수 있겠냐는 사내의 말을 들으며 왠지 믿을 수 있겠다는 생각과 주저앉은 마른사내의 공포스런 눈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떡여 가고
헝크러진 머리를 쓸어 올리며 힘겹게 일어선 여인이 현우에게 다가오자 현우는 두눈이 커지기 시작했다.
다소 커 보이는 키와 하얀 얼굴 뚜렷한 얼굴선이 뙈 미인이었고 왜 이런 여인이 이자들에게 잡혀 있었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여인은 자신을 바라보는 현우의 시선을 무시하고는 마른 듯한 사내의 얼굴을 쳐다보며
“이…..이….인간같지도 않은 짐승들…….”
여인의 눈속으로 파랗게 살기가 넘쳐 나오며 마른 사내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여인의 살기 띤 시선 속에서 눈물이 번져 나오고 볼을 타고 흘러 내리며 현우는 무슨 사연이 있는 듯 느껴지면서도 자리에 오래 있으면 위험하다는 생각에
“서둘러야 겠습니다…..자 가시죠…??…”
서두르는 현우의 동작을 따르던 여인이 자신의 누워있던 자리로 다가가더니 총을 집어 들었다.
현우가 말릴 틈새도 없이 마른사내를 겨눈 총열에서 불꽃이 튀어오르며 마른사내의 가슴으로 피분수가 뿜어져 나오고 멍한 듯 바라보는 현우는 화가나 듯
“왜….이러시오….꼭…이래야 합니까…??…”
“흐흑흑….흑흑…..”
아무말 없이 울음만을 터트려가는 여인이 자리에 주저 앉아 버린다.
난처한 표정에 화가 났지만 무슨 사연이 있다고 생각한 현우는 여인에게 다가가 그녀를 끌어올리고는 자신의 어깨로 그녀를 걸치고는 빠른 걸음으로 물가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현우가 떠난 물가의 바위사이엔 쓰러진 세명의 사내가 보여지고 굉음을 터트리며 흘러내리는 폭포수의 물보라만이 멀어지는 현우의 모습을 아련하게 지켜 볼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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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
달빛이 아스라이 비춰지면서 현우는 조심스럽게 나무를 헤치고는 불빛이 새어 나오는 동굴로 접근해 나갔다.
두려우면서도 현우는 꼭 확인하고픈 게 있었다.
과연 그들이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에 현우의 촉각이 몰려있었다.
전쟁이 끝났다면 그들은 영원히 마을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 같았고 아마 북으로 이동을 할것으로 생각이 되는데 혹시 지나가면서 예전에 보았던 마을처럼 씨몰살을 당하는 마을이 생기지나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인적없는 산속에서 아무런 식량도 없이 견뎌내기란 어려울 것이었고 약탈이외에는 그들의 식량조달은 어렵게 생각되면서 산길을 타고 간다면 예전 화전민 마을이나 심지어 초록동까지도 그들의 마수가 덮치지 않을지 심히 우려가 되었다.
동굴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과 더불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심동무하고 김동무가 저들의 시체를 처리하시오…..그나저나…추적나간 동무들이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구만…..”
“아무 걱정 마십시오…진철수 동무가 있으니까는 걱정이 없습니다요…..”
“후후후…그래…맞아…..진동무는 충성심과 의리가 강하지….그 년만 잡으면 된다….”
현우는 이들외에 몇 명이 더 있다는 그들의 말에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조심스럽게 물러서려는 듯 뒷걸음치기 시작하고 얼마쯤 물러섰을 때 동굴로 나오는 그들을 보고는 급히 어둠속으로 숨어 들었다.
어깨에 긴 장총을 맨 사내와 나무 몽둥이를 손에 쥔 사내가 보여지고는 공터에 누워있는 시체곁으로 다가서더니 발로 몇번을 차보고는 어깨로 짊어지고는 어두워진 산속으로 사라져갔다.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던 현우의 눈속으로 파랗게 빛나는 살기가 보여지기 시작한다.
너무도 쉽게 사람의 생명을 유린하는 것도 지탄 받을 일이었지만 앞으로도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현우는 위험한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갈등이 있었지만 현우의 분노가 더 큰 듯 현우는 조심스레 그들이 나온 동굴쪽으로 조심스럽게 걸어가고는 고개를 내밀며 동굴안을 정탐하기 시작했다.
혼자 남은 사내가 편안하게 벽에 등을 기대고는 모닥불에 나뭇가지를 던져놓는 모습이 보여지고 조금은 마른듯한 체구에 날카로운 인상이 좋게 보이지는 않았다.
떨리는 손을 들어올리는 동작에 현우의 손아귀에 잡힌 주먹보다는 큰 돌덩이가 보여지고
깊은 숨을 들여마신 현우가 빠르게 안으로 튀어 들어갔다.
편안하게 등을 기댄 체 휴식을 취하던 사내는 갑자기 뛰어드는 현우를 보며 눈을 치켜뜨고는 뭐라고 말을 하려는 듯 입을 벌렸지만 말소리보다 빠르게 현우의 손이 사내의 면상을 쳐 올렸다.
퍼..억…
등을 기댄 채 사내의 머리에서 피가 솟구쳐 오르고는 사내는 맥없이 옆으로 무너져 내렸다.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쓰러진 사내의 눈은 아직도 띄여있는 상태였고 현우는 파랗게 빛나는 눈빛으로 사내를 바라보며
“다시는 태어나거든 이 따위 쓸데없는 인간사냥은 하지마라…..”
몇 번의 손길이 사내의 몸을 스쳐지나며 사내는 죽은 듯 잠잠해졌다.
가빠오는 숨소리와 떨리는 손끝으로 현우는 사내의 가슴에서 권총을 뽑아들고는 동굴안에 보여지는 물건들을 모닥불에 집어넣고는 불을 질르고 동굴을 잽싸게 빠져 나왔다.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했다.
기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잘못했다는 느낌도 현우에겐 없었다.
더 이상의 악행이 없기만을 바라면서 우두머리를 처치했다는 생각만을 하며 현우는 어둠속을 치달리기 시작했다.
산길을 내려오며 현우는 혜숙을 혼자 둔것에 마음이 불안했다.
달빛이 희미했지만 급한 마음에 현우는 나는듯이 산길을 벗어나고는 혜숙이 숨어있는 계곡의 구석으로 다가가고 다행히 움크린 채 벽에 쪼그리고 앉은 혜숙을 바라보고서야 안심이 된 듯 가쁜숨을 몰아 쉬어갔다.
“떠날 준비를 해야겠어요….어서 준비하세요….”
현우의 다급한 음성에 혜숙은 졸였던 마음을 풀어버리고는 보퉁이를 웅켜쥔 채 현우의 행동을 따르기 시작했다.
현우는 어떻게든 여기를 벗어나야 했고 빠른 시간안에 자신의 목적지인 서울로 가고싶은 마음에 걸음을 재촉하며 걸음을 옮겨간다.
어두워진 길이 적응이 안되는 듯 자꾸만 뒤쳐지는 혜숙을 현우가 보채는 행동을 하고 현우의 긴장된 모습을 보면서 혜숙은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걸 어렴풋이 느낄 수가 있었다.
한참을 걸은 것 같았다.
산속의 어두컴컴한 나무숲에서 힘든 듯 헉헉거리는 혜숙을 가슴으로 안은 채 현우와 혜숙은 조용히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저쪽산에 적군의 잔당이 남아 있어요…..”
조용히 내뱉는 현우의 말에 혜숙은 충격을 받은 듯 입만을 벌린 채 아무런 대답을 못했다.
멍한 듯 한동안 현우의 얼굴만을 쳐다보던 혜숙은 두려운 듯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하고
어둠컴컴한 구석에서 무엇이라도 나올것 같은 예감에 부르르 몸을 떨어댄다.
조심스런 손길로 현우가 혜숙을 달래고는 손을 잡은 채 다시 길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여명이 밝아오는 산속에서 현우와 혜숙이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는게 보여졌다.
꽤 오랜시간을 걸어왔지만 숲길은 끝이 안보였고 다소 피곤한 듯 현우와 혜숙이 나무밑에 자리를 잡고는 휴식을 취하기 시작하고 어느정도의 긴장을 풀어가기 시작했다.
피곤했던지 혜숙은 현우의 가슴으로 고개를 뭍은 채 한동안을 가쁜숨을 토해내다 깜박 잠이 들어버리고 현우는 난처하면서도 혜숙을 깨울 수 없는지 그녀를 자신의 가슴으로 끌어안은 채 한동안을 보내고 있었다.
현우는 산속을 헤매고 있을 그들을 생각하며 깊은 생각에 잠겨가고
아무도 도와줄수 없는 여건에서 어떻게든 서울로 가야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 지는게 느껴진다.
한참을 휴식을 취하던 현우도 깜빡 잠이 들었는지 무언가 들려오는 소리에 눈이 떠지며 주위를 둘러본다.
환하게 밝아진 느낌이 시선으로 느껴지면서 멀리서 들려오는 물소리가 귓가로 전해져오고
현우는 조심스레 혜숙을 깨우고는 그녀의 손을 잡은 채 빠른걸음으로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겨간다.
숲이 끝나며 멀리서 커다란 강줄기가 보여지기 시작하고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요란한 굉음을 일으키며 떨어져 내리는게 보여졌다.
떨어지는 연못속에서 물안개가 피어나며 장관을 이루고 현우와 혜숙은 멍한 듯 그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마음속까지 울려퍼지는 소리는 답답하고 긴장되었던 마음을 어느정도 풀어주는 듯 혜숙이 현우를 바라보다 안심이 되는 듯 미소를 지어 올린다.
현우는 폭포가 보여지는 곳의 길을 찾으며 혜숙을 이끌고 내려서기 시작하고 점점 가까워지는 폭포가 보일즈음 현우와 혜숙은 째지는 듯한 목소리에 빠른 듯 수풀속으로 뛰어 들었다.
“놔…이놈들아……천벌 받을 놈들아…..”
“뭐야….이 년이…..”
짜아악..
“아 악…..”
비명소리를 끝으로 조용해지는 느낌이 들어가고 현우와 혜숙은 풀숲속에 납작하게 엎드리고는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두런거리는 소리끝으로
“어이…..저기 폭포가 보이는데 가서 목이나 축이고 가지…??..”
“그럴까……이년은 왜이리 무거워…..제길…..”
“크크크….위원장 동지말만 아니였으면 …..카악…죽여 버리고 갈 것을….에잉….”
고개숙여진 현우의 눈속으로 산을 내려가는 사내들의 모습이 보여졌다.
세명.
여자로 보이는 인영을 들쳐업은 사내와 총을 든 모습의 두명의 사내가 보여지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폭포로 내려가는 모습들이 하나하나 현우의 기억속에 새겨져 갔다.
현우는 또 한번의 갈등을 느껴야 했다.
잡혀가는 여인은 분명히 비참하게 살해될게 뻔했고 그렇다고 총을 다루는 패잔병들과 싸움을 벌이기에도 아찔해 보이는 게 한동안을 갈등에 휩싸인 채 수풀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혜숙은 쥐죽은 듯 조용히 엎드린 채 현우의 눈치만을 보고 있었고
점점 변해가는 현우의 눈길을 바라보고 불안한 눈빛을 보내온다.
“숙모님는 여기서 움직이시면 안되요…..아무래도 안되겠어요…..놔두면 저 여자는 죽을게 뻔한 것 같은데..도와줘야 될 것 같아요….”
“혀…현우야…무슨….??…”
단호한 현우의 얘기에 혜숙은 놀란 듯 말을 잇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킨 현우는 자신의 고의춤에 감추어 놓은 쇠덩이를 만지고는 수풀속을 빠져 나갔다.
“하하하…진동무…이제 이년을 어떻게 처리할거요…??…”
작은키에 광대뼈가 돋보이는 사내가 음침스런 미소를 띄워 올리고는 우람하게 보여지는 삼십대의 사내를 바라보며 얘기를 꺼내어 간다.
“크흐흐흐…내가 알겠소…??…위원장동지께서 알아서 처분하겠지요….”
귀찮은 듯 대답하는 사내의 얼굴엔 표정이 없었다.
두드러진 얼굴은 아니지만 다부진 몸매와 강단있게 보이는 눈매가 매섭게 광대뼈의 사내에게 향해지고 광대뼈의 사내의 얼굴에 떠오른 생각을 알겠다는 듯 입술을 말아 올리고는 비웃는 듯 괴소를 지어낸다.
광대뼈의 사내는 어차피 죽을 여자인데 한번쯤 안아보는건 어떨까하는 생각에 한마디를 던졌지만 돌아 오는건 차가운 비웃음뿐이었고 속이 상한 듯
“에잉….날씨는 왜이리 좋은거여….젠장….”
고의춤을 풀르며 바위 뒤로 사라져간다.
“키키키…저놈은 여자라면 치마만 둘르면 해치울려는 근성이 있어….쯔쯔쯔…제명에 살기는 글른 놈이지….”
마른 듯한 사내가 사라지는 광대뼈 사내를 조롱이라도 하듯 말을 뱉어 내고는 정신을 잃어버린 듯 바위 위에 널부러진 여인을 바라보며
“키키키 하기사…저 정도의 인물이면 한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도 있지..어떤가…자네생각은..?
진가라 불리는 사내는 무심한 얼굴로 여인을 바라보며
“허튼 소리마라….나는 시키는 일만 한다…..”
“쯔쯔쯔….종놈의 자식의 아니랄까봐….자아식….”
마른듯한 사내의 입속에서 조롱거리는 얘기가 들여오며 진가란 사내의 눈빛에서 살기가 뻗어 나왔다.
“주둥이 한번만 나불거려라….오늘이 니 제삿날이 될수도 있을 테니까…”
섬뜩한 눈빛이 사내들 사이에 오가며 긴장된 분위기가 생겨나고 마른듯한 사내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는 등을 돌려 버렸다.
진가란 사내는 원래 커다란 대가집의 종이었다.
아버지때도 그랬고 할아버지때도 종의 신분을 가지고 살아갔었지만 사내는 더 이상의 냉대와 멸시는 참을수 없었는지 적군이 마을에 진주를 하자 앞장서서 자신을 부리던 주인댁 일가를 몽둥이로 내리쳐 몰살을 시켜 버렸다.
그가 살던 읍내에서는 항상 피가 마를날이 없었는데 대부분 그가 앞장서서 일을 처리하느라 백정이란 소리까지 들어가며 살인을 일 삼았던 인물이었다.
한이 많은 듯 사내는 살인을 하면서도 잔인한 방법을 많이 사용하였고 위원장이란 사내를 만나며 그의 수족과도 같이 철저히 일을 하고 있어서 신임이 대단한 편이었다.
진가란 사내는 휴식이 충분하다고 생각을 했는지 자리를 털며 일어서고는
“가자…시간이 너무 늦으면 …곤란할 것같다…”
여자쪽으로 다가서던 진가는 광대뼈의 사내가 사라진쪽을 바라보며
“저 인간은 뭐하는거냐…??……”
“글쎄다……나올때가 되었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던 마른사내가 바위뒤로 갈즈음.
“한 걸음만 움직이면 머리에 구멍이 생길 줄 알아라…..”
나직히 울리는 저음에 마른사내가 손을 올리며 뒤로 물러서고
진가사내의 눈속에 당혹스런 표정이 어려진다.
“여자에게서 물러서라….”
조심스럽게 옆으로 발길을 옮겨놓는 진가라는 사내의 입에서
“우리는 환자를 옮기는 중이오만 왜 그러시는지 이유를 모르겠소…”
“크후후….환자라…..??..살인귀들에게도 환자란 말이 있나…??..”
부릅뜨여진 진가란 사내의 눈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이총이 누구것 같은가…??..”
현우의 손끝에서 자신들을 겨누고 있는 총을 바라보던 마른사내와 진가라는 사내의 입에서 동시적으로 경악스러운 탄성이 터져나오고
“허억….”
“억…그….그건….위…..위원장….??…”
“잘 봤다….간밤에도 자신들의 동료를 너무 쉽게 죽이더구만….”
찌푸려지는 눈빛속에서 진가사내의 눈길이 자신들의 앉았던 바위 위에 놓아둔 총으로 옮겨가기 시작하고 사내의 눈속에서 파랗게 빛이 나기 시작했다.
마른사내는 자신을 겨눈 총부리에 꼼짝 거릴수 없는지 굳은 듯 멈춰선 채 움직이지를 않았다.
부르르 떨고있는 마른 사내를 주의 깊게 바라보던 진가란 사내의 입에서
“그 녀석이 진짜 빨갱이고 나는 아니요….”
굳어있던 마른 사내의 표정이 벌개지며
“아….아니요…난 단지….그들의 햡박에 어쩔수 없이….”
순간 잽싸게 몸을 숙인 진가 사내의 몸짓이 바위 위의 총을 잡으며 총열을 들어올리고 현우에게로 돌리려는 순간
타아앙…타앙..
연달아 울리는 총소리.
“크…훗…..”
우람한 덩치의 사내가 가슴을 부여 잡으며 바위위로 쓰려져 가고
마른 사내는 자신을 겨누던 총에서 불꽃이 일자 공포감에 자리에 주저 앉아 버렸다.
현우가 쓰러진 사내에게 다가가자 가슴에서 뿜어지는 핏줄기가 바위를 타고 흐르기 시작하고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무어라 말을 하던 사내가 고개를 옆으로 꺽으며 고개를 바위 위로 숙여갔다.
또 한번의 살인.
가슴 떨리는 아픔이 현우의 마음속에서 한동안을 헤집어 놓고는 지어지는 한숨을 토해내며
현우가 마른사내와 여인을 바라 보았다.
총소리에 놀란 듯 여인이 힘겹게 자세를 일으켜 앉았고 바위 위의 쓰러진 사내를 바라보고는 의아한 얼굴 표정을 떠 올린다.
자신의 정신을 잃은 사이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면서도 낮선이가 자신을 끌고 왔던 사내 하나를 죽이고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누구신가요…??….”
“걸을 수 있겠오….??..”
여인은 자신에게 걸을 수 있겠냐는 사내의 말을 들으며 왠지 믿을 수 있겠다는 생각과 주저앉은 마른사내의 공포스런 눈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떡여 가고
헝크러진 머리를 쓸어 올리며 힘겹게 일어선 여인이 현우에게 다가오자 현우는 두눈이 커지기 시작했다.
다소 커 보이는 키와 하얀 얼굴 뚜렷한 얼굴선이 뙈 미인이었고 왜 이런 여인이 이자들에게 잡혀 있었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여인은 자신을 바라보는 현우의 시선을 무시하고는 마른 듯한 사내의 얼굴을 쳐다보며
“이…..이….인간같지도 않은 짐승들…….”
여인의 눈속으로 파랗게 살기가 넘쳐 나오며 마른 사내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여인의 살기 띤 시선 속에서 눈물이 번져 나오고 볼을 타고 흘러 내리며 현우는 무슨 사연이 있는 듯 느껴지면서도 자리에 오래 있으면 위험하다는 생각에
“서둘러야 겠습니다…..자 가시죠…??…”
서두르는 현우의 동작을 따르던 여인이 자신의 누워있던 자리로 다가가더니 총을 집어 들었다.
현우가 말릴 틈새도 없이 마른사내를 겨눈 총열에서 불꽃이 튀어오르며 마른사내의 가슴으로 피분수가 뿜어져 나오고 멍한 듯 바라보는 현우는 화가나 듯
“왜….이러시오….꼭…이래야 합니까…??…”
“흐흑흑….흑흑…..”
아무말 없이 울음만을 터트려가는 여인이 자리에 주저 앉아 버린다.
난처한 표정에 화가 났지만 무슨 사연이 있다고 생각한 현우는 여인에게 다가가 그녀를 끌어올리고는 자신의 어깨로 그녀를 걸치고는 빠른 걸음으로 물가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현우가 떠난 물가의 바위사이엔 쓰러진 세명의 사내가 보여지고 굉음을 터트리며 흘러내리는 폭포수의 물보라만이 멀어지는 현우의 모습을 아련하게 지켜 볼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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