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검신(劍神) - 6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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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부 전설(傳說)의 검(劍) 정세기는 무모(無謀)하게 유연실과 싸움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앞에 전설의 검을 들고 서 있는 유연실과 막상 싸움을 하려고 하자 갑자기 정신이 혼미(昏迷)하여 졌다. 여태껏 내 노라 하는 사람들과 싸우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 하긴 지금까지 싸운 사람들은 모두가 남자들이었다. 그런데 오늘 뜻밖에 자기 앞에 나타난 유연실을 보자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있었나? 하는 놀라움과 그녀를 향한 경외심(敬畏心)이 저절로 우러러 나왔다. 이미 화살이 활시위를 떠난 것처럼 되돌릴 수는 없는 것 그냥 죽도라도 이 아름다운 선녀(仙女)와 싸워서 인생(人生)의 결말(結末)을 내고 싶었다. “야합!” 정세기는 온 힘을 다해 철퇴를 휘두르며 유연실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유연실은 검을 뽑지 않고 가볍게 몸을 공중으로 날면서 정세기의 어깨를 발끝으로 밟으며 뛰어올라 수많은 산적들의 머리위로 날아갔다. 산적들은 이런 놀라운 광경(光景)을 난생처음으로 보는지라 간담(肝膽)이 서늘해지며 머리끝이 쭈빗 서는 듯한 공포감이 온몸을 관통했다. 천도새는 옆구리에 상처를 입고 서 있다가 자기 머리 위로 날아가는 유연실을 보고는 그만 놀라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산적들 틈에 서 있던 유도술은 이제 겨우 살았다고 안심(安心)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엄청난 무공을 지닌 유연실을 보자 그만 온몸이 겁에 질려 바들바들 떨려서 왔다. 변도전은 싸우다가 뜻밖에 차예린의 노출(露出) 된 유방을 보고 좆이 흥분하여 서 있다가 유연실의 엄청난 무공에 간담이 무너지며 섰던 좆이 놀라 시들어 버렸다. 아직까지 유연실은 검을 뽑지 않았다. 다만 정세기의 철퇴를 장풍으로 가볍게 밀어내고 있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나오는 장풍은 엄청나게 무거운 정세기의 철퇴를 문풍지처럼 떨게 하고 있었다. 정세기는 항간에 떠돌던 장풍이란 무공이 실제로 유연실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아무리 애를 써도 유연실을 이기기는 어렵다고 판단을 한 정세기는 그저 눈앞이 캄캄해졌다. 문제는 유연실이 들고 있는 전설의 검이 과연 어떤 것인지 그게 무척이나 궁금하였다. 아직 까지 유성검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하였는데 그것은 그 검을 본 사람들이 다 죽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그런지 유연실은 좀처럼 유성검을 뽑지를 않았다. “선녀님! 왜 전설의 검을 뽑지 않으시오? 그 전설의 검이나 한번 보고 죽고 싶소!” 정세기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소리쳤다. “그렇게 전설의 검이 꼭 보고 싶다면 보여주지” 유연실이 정세기의 말에 손에 들고 있던 보검을 왼손으로 옮겨 잡았다. 그러자 유연실을 호위하는 채정안 김서라가 자기 주위에 서 있는 차예린 박혜진 손명지 소영영 신세경 서문영 박정현 이연희를 향해 소리쳤다. “모두들 눈을 감고 절대로 눈을 뜨지 말고 그대로 있어요.” “눈을 뜨면 큰일 나요” 채정안 김서라의 이 말에 모두들 재빨리 돌아서서 눈을 꼭 감았다. 유연실이 오른 손으로 칼을 뽑아서 들자 순간 수천만 갈래의 검광(劍光)이 번쩍하면서 온통 시뻘건 붉은 빛이 사방으로 퍼졌다. 유연실이 하늘 높이 날아 오르자 눈이 부시게 찬란한 빛이 그녀의 몸을 감싸더니 갑자기 하늘에서 유성이 비 오듯이 쏟아지며 그 유성 속에서 유연실이 한 마리 찬란한 봉황새로 변했다. “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정세기는 봉황새로 변한 유연실을 쳐다보면서 황홀하여 감탄을 했다. 그러나 그 봉황새가 하늘에서 지면(地面) 가까이 내려오자 홀연히 천 조각 만 조각으로 분산이 되면서 그 조각 들이 날아가 산적들의 몸에 박혔다. 커다란 폭풍(爆風)이 몰아치면서 회오리바람이 일어나고 산적들을 공중으로 높이 끌어올리더니 이윽고 깊은 산골짜기에 내던져버렸다. 웅봉산 골짜기에서 처절한 비명이 연이어 들리더니 이내 조용해 졌다. 유연실이 검을 칼집에 집어넣자 굉음(轟音)을 내던 주위가 조용해 졌다. “이제 모두 눈을 뜨라!” 유연실의 말에 열 명의 제자들이 눈을 뜨니 주변에 있던 산적들은 하나도 보이지를 않고 조용하게 흔들리는 풀꽃들만 보였다. 그렇게 음산하던 웅봉산의 구름은 깨끗하게 걷히고 화사한 햇살이 내려 비쳤다. 웅봉산 산적들의 산채를 찾아서 골짜기로 들어가니 험한 바위 사이로 보이는 산적 소굴이 보였다. 산채를 지키라고 남겨 둔 산적 열 서넛 놈이 유연실의 일행들을 보고는 눈이 동그래지며 어쩔 줄을 모르다가 이내 상황판단을 지혜롭게 하여 그녀들을 맞아들이고 유연실 앞에 무릎을 꿇고는 항복(降伏)을 하였다. “저희들은 그저 아무것도 모르고 지금까지 두목의 말에 꼼짝도 못하고 살아 온 천민(賤民)들 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그저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그래라! 이제 너희 열 네 명은 산적 소굴에서 구출이 된 여자들과 함께 같이 다니고 노중(路中)에 서로 도우도록 해라!” 유연실은 자기 앞에 무릎을 꿇고 항복을 한 산적 졸개들을 보고 말했다. 산적 소굴 안에 있던 모든 금은 패물과 생필품(生必品)들을 그곳에서 기르고 있던 말과 나귀의 등에 옮겨서 실었다 산적 두목 정세기가 아끼던 하얀 백마(白馬)를 서문영이 끌고 와서 유연실에게 주니 마음에 쏙 들었는지 가볍게 올라탔다. 백마는 유연실이 자기 등에 올라타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고분고분 순종하였다. 차예린도 자기가 탈 말을 고르다가 제일 사납게 생긴 적토마를 보고서는 마음에 들어 자기의 것으로 정했다. 적토마는 몇 번 앞발을 치켜들고 “휘잉! 휘잉!” 소리를 지르며 성질을 부리다가 차예린이 말의 고삐를 잡아당기며 “야! 가만히 있어!” 하고 소리를 빽 지르니 그만 기가 죽어 조용해 졌다. 채정안 김서라도 순하게 생긴 말을 골라서 자기들의 탈 말을 정했다. 박혜진 손명지 소영영 신세경 서문영 박정현 이연희도 여러 마리 말들 가운데서 자기들의 탈 말을 골라서 올라탔다. 나머지 말들은 산적 소굴에서 얻은 식량과 귀중품(貴重品)들을 운반하는 말로 정하여 항복을 한 산적패들에게 맡겨서 끌고 가게 하였다. “선녀님! 산채에 불을 지를까요?” 박정현이 유연실을 보고 물었다. “아니다. 여기는 그대로 두어라! 다음에 우리가 한양에서 볼 일을 다 보고 돌아올 때 여기에서 쉬어 갈 거야!” 유연실은 무언가 생각을 하면서 산채를 보존(保存)하도록 했다. 이제 말을 타고 가니 유연실과 열 명의 제자들은 편안(便安)하였다. 그러나 산길이 험하고 가파른 산길에는 모두 말에서 내려 걸어서 갔다. 이제 유연실의 일행은 긴 행렬을 이루어서 한양을 향하여 나아갔다. 문수산 아래에 있는 하곡마을에 도착을 하여 마을 동구 밖에 천막을 치고 노숙(露宿)을 할 준비를 하였다. 사람들의 숫자도 많아지고 말과 나귀가 많아서 개인(個人) 집이나 마을에 들어가 머물기가 쉽지를 않았다. 산적들에게서 구출이 된 여자들과 항복을 한 산적패들이 완전히 하인과 하녀들이 되어서 물을 길어서 나르고 나무를 주워오고 하여 저녁 준비를 하였다. 동네 건달패 몇 놈이 여자들이 지나가다가 마을 동구 밖에서 노숙을 한다는 것을 알고는 찾아와서 훼방을 놓으려다가 도리어 항복을 한 산적패들에게 두들겨 맞고는 달아났다. “선녀님! 저들도 이런 때에 아주 쓸모가 있습니다.” 차예린이 이런 모습을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다가 유연실을 보고 말했다. “세상에 버릴 것이 어디 있니? 잘 사용(使用)하면 유익(有益)한 것이 되지” 유연실은 차예린의 말에 일깨우듯이 말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차예린 박혜진 손명지 소영영 신세경 서문영 박정현 이연희가 모여 전설(傳說)의 검(劍)에 대하여 서로 이야기가 오고 갔다. 유연실은 채정안과 김서라를 데리고 산책(散策)을 나가고 없었다. 전설의 검은 유연실의 장막(帳幕)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내가 우리 스승님께 전해들은 이야기로는 중원(中原)의 무림세계(武林世界)에 존재(存在)하는 구대문파(九大門派)가 서로 싸울 때에 청성파(靑城派)가 저기 있는 저 검을 들고 나와 유성검법(流星劍法)으로 모든 문파를 물리치고 무림 최고의 지존무상(至尊無上)이 되었다는 것이었지” 차예린이 유연실이 놓고 간 전설의 검을 보며 말했다. “중원의 구대문파라면 소림사(小林寺) 무당파(武當派) 화산파(華山派) 아미선가(峨嵋仙家) 곤륜파(崑崙派) 청성파(靑城派) 공동파 종남파(終南派) 점창파(點蒼派) 아닌가요? 우리가 생각할 땐 무당파가 가장 셀 것 같은데” 이연희가 차예린의 말에 자기의 생각을 말했다. “중국의 중원 무림의 세계에 있던 저 검이 어찌해서 우리나라로 오게 되었을까요?” 신세경이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응 그것은 말이야 저 검을 기라성이라는 젊은 고수(高手)가 청성파에서 훔쳐내어 가지고 다녔는데 어느 날 홍련(紅蓮)이라는 여자에게 푹 빠져 놀다가 잃어버리고 말았지 정신을 차린 기라성은 유성검을 찾아서 헤매었지만 결국 찾지를 못했는데 훗날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날 개방에 속한 거지가 홍련의 집에 동냥을 하러 왔다가 우연히 마당가에 서 있는 향나무 가지에 걸려 있는 보검을 보게 되고 욕심이 난 개방의 거지가 그 보검을 훔쳐서 달아난 거야 결국 기라성은 자기가 훔친 유성검을 개방의 거지가 훔쳐갔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개방으로 달려가 개방 방주에게 보검을 내어놓으라고 족쳤지만 결국은 찾지를 못하고 말았지 왜냐하면 유성검을 훔친 거지는 그 보검을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장사꾼에게 팔아버렸거든 이리하여 그 보검은 장사꾼들 사이에서 오고가다가 결국 만안사라는 절의 주지에게 맡겨지게 되었는데 유성검이 만안사라는 절의 주지에게 맡겨지게 된 이유가 아주 놀랍지 개방의 거지에게 헐값으로 유성검을 산 장사꾼이 호기심에서 아무리 칼을 칼집에서 뽑으려고 해도 뽑히지를 않는 거야 며칠을 끙끙거리며 유성검을 뽑으려고 하다가 결국은 실패를 하고 다른 장사꾼에게 넘겼는데 여러 장사꾼들이 그 유성검을 칼집에서 아무리 뽑으려고 노력을 했지만 모두 다 헛수고였지 이리하여 마지막으로 유성검을 산 장사꾼이 그 보검을 가지고 만안사로 찾아가 절의 주지에게 보검의 칼을 어떻게 하면 뽑을 수가 있느냐고 물었는데 절의 주지가 이렇게 말을 했지 보통 사람은 절대로 이 칼을 뽑을 수가 없다고 말이야” 신세경의 말에 박혜진은 자기가 들은 대로 이야기를 했다. “그럼 그 유명한 기라성이도 유성검을 뽑지를 못했겠네?” 박혜진의 말에 소영영이 흥미를 가지며 끼어들었다. “그렇지 기라성이도 저 보검을 훔쳐서 가지고는 다녔지만 유성검을 뽑아서 사용해 보지도 못하고 말았지 결국 만안사라는 절의 주지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장사꾼은 유성검을 만안사라는 절에 맡겨두었는데 세월이 흘러 이 장사꾼의 손자(孫子)가 되는 중국(中國) 상인(商人)인 장청(張靑)이 신라와 무역(貿易)거래를 하면서 자기 할아버지가 절에 맡겨두었던 유성검을 찾아다가 선덕여왕에게 선물로 바쳤지 유성검을 선물로 받은 선덕여왕은 이 칼을 소중하게 궁중(宮中)에서 잘 보관을 하고 있다가 훗날 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가 이 유성검을 들고 금강산으로 들어가서 살다가 죽었는데 그 뒤로 이 보검의 행방이 묘연해져 점점 잊어져 갔지 긴 세월이 또 다시 흐른 후에 우리 스승님께서 금강산에 놀러가셨다가 우연히 처음 보는 동굴을 발견하고 그곳에 들어가셨는데 그곳에서 뜻밖에도 지금까지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던 저 유성검을 발견하게 되었지” “아 그래서 스승님이 선녀님의 허리에 밧줄을 걸고 줄 당기기를 해서 엄청난 힘을 키운 것이구나!” 서문영이 이제야 뭔가를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니까 저 유성검을 칼집에서 뽑은 사람은 지금까지 우리 스승님과 선녀님 밖에는 없구나!” 손명지도 비로소 유성검의 비밀을 모두 알게 되었다는 듯이 말했다. “영영이 언니도 힘이 아주 세니까 어쩌면 저 칼을 뽑을 수 있지 않을까요?” 여태껏 아무 말도 없이 듣고만 있던 박정현이가 소영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난 자신이 없어서 못해!” 소영영이 아예 유성검 가까이 가지를 않겠다는 듯이 대답했다. “유성검의 칼집은 엄청나게 강한 자석(磁石)으로 되어있어서 아무나 칼을 뽑지를 못하지” 차예린이 유성검의 비밀(秘密)을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러니까 운무신공을 연마해야만 저 유성검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네요” 서문영이 지금까지의 모든 대화의 결론을 내면서 말했다. 이리하여 전설(傳說)의 검(劍)인 유성검에 대한 모든 비밀을 그녀들은 다 알게 되었다. 문수산 아래에 있는 하곡마을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해 보였지만 무언가 음습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유연실이 채정안과 김서라를 데리고 마을 안길을 걸어가다가 커다란 기와집 옆에 있는 초가집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안에서 한 남자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엉! 우엉! 우엉!” 여태껏 여자들의 울음소리만 듣다가 남자가 크게 우는 소리를 들으니 영 기분이 좋지를 않았다. “선녀님! 남자가 우는 울음소리를 처음 듣습니다.” “별로 기분이 안 좋습니다.” 채정안과 김서라가 얼른 이곳을 벗어나자는 듯이 말했다. 그러나 유연실은 좀처럼 그곳을 떠나지를 않고 남자가 큰 소리로 울고 있는 그 초가집 앞에서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결심을 한 듯이 아무 대문도 없이 노출이 된 초가집 마당으로 들어섰다. 이런 그녀의 모습에 채정안과 김서라는 내심 깜짝 놀랐으나 감히 아무 말도 못하고 그대로 지켜보고만 있었다. 방문 앞까지 다가선 유연실은 불이 켜진 초가집 안방을 향해 말했다. “안에 누가 계셔요?” 그러자 안에서 울고 있던 남자의 울음소리가 뚝 그치며 조용해 졌다. “안에 누가 계셔요?” 다시 한 번 말하는 유연실의 목소리에 방문이 열리며 한 중년 남자가 얼굴을 내밀며 말했다. “이 밤중에 대체 뉘시오?” “지나가는 길손인데 이집 앞을 지나가다가 갑자기 남자의 울음소리가 들려서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여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불렀습니다.” 중년 남자가 유연실과 그녀의 뒤에 칼을 들고 서 있는 채정안과 김서라를 보며 영문을 몰라 할 말을 못하고 있다가 그녀들의 모습이 예사 사람들과 같지 않고 너무나 아름다운지라 머뭇거리다가 방안으로 안내를 하였다. 방안에는 이제 서너 살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아랫목에서 자고 있었다. “무언가 모르는 깊은 사정이 있는 것 같은데 사실대로 말해 주시면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아주 위엄이 넘치고 품위가 넘치는 유연실의 말에 중년 남자는 압도를 당하여 사실대로 이야기를 했다. “얼마 전 이 고을에 신관(新官) 사또가 부임(赴任)을 했습니다. 이 사또가 하루는 저희 집 앞까지 왔다가 우연히 마당에서 산나물을 말리는 제 아내를 보고는 음심(淫心)이 발동하여 저희 부부를 관아로 끌고 갔습니다. 그리고는 말도 안 되는 세 가지 수수께끼를 내면서 그것을 못 알아서 맞춘다고 제 아내는 관아에 붙잡아두고 저는 관아에서 ?아냈습니다.” “어떤 수수께끼기에 부인을 관아에 볼모로 잡아놓고 남편을 ?아 보냈어요?” “그게 말이 수수께끼지 엉터리 트집이었습니다.” “그래요? 그래도 그 사또가 낸 수수께끼를 나에게 다 이야기 해 봐요” 유연실의 말에 중년 남자는 그 날의 일을 생각하면 울분이 솟는지 한참 동안을 울먹이다가 마음을 진정하고 말을 했다. “그 수수께끼라는 것이 참 말도 안 되는 생트집이었습니다. 첫 번째 수수께끼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물이 얼면 얼음이 되고 그 얼음이 녹으면 무엇이 되느냐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무어라고 대답을 했나요?” “그것은 당연히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된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사또가 틀렸다고 하면서 다음 문제를 냈습니다. 어떤 집에 개가 한 마리 있는데 한 사람이 지나가면 두 시간씩 짖는데 하루 종일 그 개를 짖어대게 하려면 몇 사람이 필요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하루는 스물 네 시간이니까 열 두 사람이 필요하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사또는 또 틀렸다고 하면서 세 번째 문제를 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새가 무슨 새냐고 묻기에 독수리라고 대답을 했더니 사또가 저를 보고 너는 한 문제도 맞추지를 못했으니 세 문제를 모두 맞힐 때 까지 네 아내는 당분간 내가 데리고 있겠다고 하면서 저를 관아에서 ?아냈습니다.” “선녀님! 아무래도 사또 놈이 이집 아낙네를 보고 탐이 나서 남편에게 엉터리 수수께끼를 내어 관아에서 ?아낸 것 같습니다.” 채정안이 유연실을 보고 조심스럽게 아뢰었다. “그렇지? 나도 그런 생각이 든다.” 채정안의 말에 유연실도 공감을 하면서 대답했다. “그럼 이제 어쩌지요?” 김서라가 앞에 있는 남자를 측은 한 듯이 쳐다보며 물었다. “내일 아침에 그 사또를 찾아가서 담판(談判)을 지어야 하겠다.” 유연실이 차분한 음성으로 대답을 하며 아랫목에 누워 잠을 자고 있는 계집아이를 연민(憐愍)에 가득 찬 눈으로 쳐다보았다. 다음날! 날이 밝아오자 아침을 먹고 노숙을 한 자리를 깨끗하게 정리를 한 후에 고을 관아로 향했다. 미리 김서라와 채정안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차예린 박혜진 손명지 소영영 신세경 서문영 박정현 이연희는 아무 말도 없이 유연실을 따라갔다. 관아로 들어가려니 관속들이 몰려나와 유연실 일행을 막으며 못 들어가게 하니 차예련과 박혜진이 창과 칼을 앞으로 내밀며 큰 소리를 질렀다. “웅봉산 산적 두목 정세기와 그 수하 졸개들을 우리가 모두 다 죽였는데 너희들이 그들보다 용감 하느냐?” 이 말에 관속들은 모두 놀란 눈을 하고는 뒤로 물러섰다. “이번에 새로 부임을 한 신관사또가 우리 올케 언니를 붙잡아 왔다고 해서 이렇게 만나러 왔으니 너희들은 괜히 우리 앞에 얼쩡거리다가 목이 달아나지 않도록 조심을 해라!” 낭랑한 음성으로 위엄이 있게 말을 하는 유연실을 쳐다보던 관속들은 재빨리 안으로 달려가서 기생들을 옆에 끼고 술을 마시고 있던 신관사또에게 이 모든 사실을 낱낱이 알렸다. “뭣이? 농부 홍은성이의 누이동생이 나를 찾아왔다고?” “그러하옵니다. 사또! 지금 이리로 오고 있습니다.” “그래? 그것 참 그놈에게 누이동생이 있다는 소리는 듣지를 못했는데 웬 누이동생이 갑자기 이곳에 나타났다는 말인고?” “그러게 말입니다. 소인도 홍은성이 그 놈에게 누이동생이 있다는 소리는 일직이 들어보지를 못했사옵니다.” 이방이 사또의 비위를 맞추며 말했다. 이러는 사이 신관사또가 있는 동헌(東軒) 대청마루 앞으로 유연실 일행이 들어 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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