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시트콤 - 1부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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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시트콤 : 동상이몽
여자나이 스물넷인데 일찍 결혼한 유부녀라고 소개했다. 불행하게도 남편이 얼마전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보상으로 나온 돈과 보험금 때문에 시댁 식구들은 자기 몫인 돈을 뺏으려고 눈이 뻘개있어 갈등중이고 주위 사람들도 여자로 보기 보다는 보상 받은 돈이나 챙기려고 치근덕 거리는 통에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나마 채팅은 얼굴과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신세 한탄을 하면 받아주는 사람도 있어서 숨통을 돌릴 곳은 오직 인터넷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간 중간에 철호 놈이 써 놓은 글을 보니 자신은 유명 대학의 법대생이며 세상을 진실한 법의 잣대로 보호하려는 사명감으로 두터운 책과 씨름하는 중이라고 떠벌렸다. 남의 불행을 기회로 호사하려는 놈들을 척결하기 위한 사명감으로 불철주야 법전을 싸 들고 다니며 잘 때도 법전을 베게삼이 꿈 속에서도 공부하는 놈이라고 떠벌렸다. 돈많은 부모를 둔 탓에 돈이 넘쳐서 남의 돈은 돌같아 보인다며 어떻하면 남을 도울까하는 기회를 찾는 중이라고 지껄일 걸로 봐선 두 년놈이 천상연분인 듯 했다.
“머야, 네 놈 대단한데!”
“이 년이 단단히 물릴 것 같잖우?”
“그게 아니구 쟈슥아, 니가 뭔 대학생인데?”
“먹구대학이우.”
“그럼 뭔 법대생?”
“법대루 살잖수, 무단횡단하다 경찰한테 걸려두 튀지않고 당당한 놈 이니까.”
“경찰이 거지놈한테 딱지 떼지 못할게 뻔하니까 걔긴거지 그게 법대루 산거냐? 이눔아!”
“아따, 행님요. 암튼 사이버에서 다 까발릴 일 있수?”
“언제 만날껀데?”
“돈 많구 명짧은 여자 같던데 뭘 입고 가지?”
“거지새끼가 옷 타령하구 지랄이야?”
“이런게 싸이버의 힘 아니우.”
“네놈이 된통 후렸구먼.”
“이 재미루 동냥질에도 힘이 실린다니까.”
“만나서 뭐 할껀데?”
“우아한 델 가서 못 먹어본 걸 왕창 먹구.”
“그 담엔?”
“여자만 좋다면 몸도 좀 풀어야지.”
“눈 삔 여자라도 네 놈 몰골보기 전에 달아나겠다.”
“행님요, 이 여자 써 내려가는 것 보소. 안달 났다니까.”
화면에 몇줄이 떠 올랐다. 젊고 멋진 여자가 프로포즈 했는데 왜 대답이 없냐고 성화다. 이런 화상들이 있나. 번개불에 콩 볶아 먹을 놈들이지. 안면도 없는 것들이 몇십분간 채팅했다고 벌써 만나자는 걸로 봐선 철호놈이야 담박에 거지새낀 줄 알지만 저 년도 별 볼일 없을 것이라는 것은 세상 살아온 연륜으로 봐서 뻔하다.
“행님요, 돈 가진거 없제?”
“한 푼도 없다는 걸 끌고 온 놈이...”
“우씨, 그러니까 평소에 동냥질 좀 넉넉히 해 놓고 사슈.”
“네 놈 연애할 뒷돈 델라구 동냥질하냐?”
“행님요, 한 건만 걸렸다하면 이 세상 종쳐버린다 아이가.”
“네 놈은 돈 때문에 거렁뱅이질 하는지 몰라도 난 아니다.”
“뭣 땜시 이 짓거리 하는데예.”
“세상이 싫어서다.”
“그럼 후딱 숨통 끊지 뭐하러 사노?”
“내 꼴은 싫어도 남의 꼴 보는 재미루 산다.”
“그니까, 행님요. 내 요 가시나 한번 멋지게 후리는거 보시우.”
모니터에는 멋지게 자신을 포장한 여자가 철호의 반응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얌마, 핸드폰 번호 갈켜 달라구 해봐라.”
“우씨, 갈켜주면 뭘 할낀데?”
“목소리라두 먼저 들어봐야제.”
“어쩔라구. 난 핸드폰두 없는데.”
“여긴 공중전화가 있잖냐. 그걸루 전화하면 되지.”
“알았수, 행님도 이젠 후탁 자리에 가서 여자나 후려보슈.”
“알겄다. 어깨너머루 배워도 너 보담 잘할끼다.”
철호에게서 배운 방법대로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 다시 들어갔다. 복잡한 세상살이가 싫어서 남들이 싫어하든 말든 간섭없는 이 생활을 시작했지만 얼굴도 모르는 채팅에서까지 내가 거집네 하며 광고할 일도 없는 것이 여간 좋아 보이지 않는다. 수백개의 방 중에서 사십대 모임 방으로 들어갔다. 오랫동안 타자를 쳐 보지 않아서 그렇지 텔렉스 칠 때 손가락이 보이지 않는다는 소릴 듣던 나다.
“어와, 니 누고?”
“아따, 부산인교.”
“화끈하제.”
“여긴 서울.”
“설 촌놈? 첨 본다.”
“인사하지. 난 김갑수. 넌.”
“웃긴 놈 아이가. 여긴 닉네임만 쓴다 안카나. 내 이름은 마타리.”
“그래? 닉네임이 김갑수다.”
“아쭈 뜨네.”
“니 증말 부산인교.”
“살다 왔다.”
“어딘데?”
“왜 끈적거리누.”
“아따 딴 놈은 여자 잘 후리던데, 난 안돼네.”
“뭐시라. 너 여자 후릴라구 왔나?”
“안돼나.”
“안될꺼야 없지만서두, 나두 남자 후릴라구 들어왔다.”
“잘 됐고만.”
“넌 뭐하는 사람인데?”
“나? 사업하지.”
“사업?”
“대장이다.”
“그럼 사장?”
“꼭 사장은 아니구 내 위에 없다.”
“그럼 회장?”
“암튼 젤 위다.”
“돈 많나?”
“명 길다.”
“앗싸. 잼 나네.”
“넌 뭐하는 뇬?”
“전업주부야. 말조심해.”
“너도 우아하게 말해봐라.”
“니는 뭐 우아한가?”
“그럼 우아하게 말해봅시다.”
“좋아요. 댁은 무슨 사업을 하시나요?”
“해외를 돌며 무역업을 하고 있습니다.”
“세상 안가 본 곳이 없겠네요?”
“안 가본곳이 아직 많지만 언젠가는 다 갈 수 있을겁니다.”
“전업주부라 집 밖엔 한 발자국도 못 나다니는 내가 너무 불쌍해요.”
“시장은 다닐테니죠?”
“그딴 것 말고, 화끈하게 남편 몰래 돌아다니는 것을 못한다구요.”
“젠장, 채팅하는 여자 마다 바람필 생각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여자들도 그래요?”
“몰라서 묻는건가요? 지금 근처 PC에 앉은 놈도 열라 여잘 꼬시던데요.”
“그럼 거긴 PC방?”
“그럼요. 잠시 귀국해서 PC방에서 채팅 중인걸요.”
“어느 PC방?”
“여긴 서울인데 말하면 아시겠소?”
“허이구, 나도 서울이랍니다.”
“여태 부산이라구 말했잖소?”
“채팅인데 어디면 어떨까?”
“하긴 그렇네. 근데 당신도 PC방이우?”
“그렇다니까요. 어느동네?”
“문래동이우.”
“어머, 나도 문래동인데.”
갑자기 PC방에 주인이 들어온 모양이다. 카운터에서 죽 때리고 앉아 게임에만 열중하던 종업원이 부산을 떨며 마대자루로 여기저기 떨어진 담뱃가루를 쓸어내고 있다. 나도 입술 가까이 까지 타고들어온 담배를 잿덜이에 부벼 끄며 부산해진 직원이 밀어재끼는 힘에 의자가 푹 안으로 들어갔다.
“야, 그지 새끼들이 여긴 왜 있는거야?”
주인은 철호와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입에 담기도 거북한 말을 뿜어냈다. 아무리 주인이라도 하더라도 PC방 요금을 내면 손님인데 저렇게 험한 말을 함부로 할 수 있는건지 의문스럽기만 했다.
“야, 이새끼야. 너 지난번에두 튄 놈이잖아. 어서 안나가?”
주인은 철호의 멱살을 잡아 챌 듯 하면서도 조금은 떨어진 채 콧구멍을 손가락으로 막으며 악을 써댔다.
“철호야, 저 놈 왜 악쓰고 난리냐?”
“행님요, 어서 튑시다. 지난 번에두 돈 안내구 날랐거든.”
“돈 있다며.”
“씨, 돈은 무슨. 그냥 몇시간 따뜻하게 잘 있다가 카운터에 앉은 놈 잠들면 튈 생각인데.”
주인이 PC방을 한바퀴 돌더니 저만치에서 또 한번 불벼락 같은 소리를 질러댔다.
“야, 쌍, 안나가?”
성난 목소리가 구석진 곳을 향해 비수를 날리자 슬그머니 고개를 쳐든 시커먼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의 몰골을 보니 우리네랑 처지가 비슷한 것이 주인에게 한무더기 같은 패거리루 오인 받을 것만 같아서 철호의 허리를 쿡쿡 찔러 튈 준비를 시켰다.
“야, 이 개시끼들아. 니들은 눈도 없냐?
쌔구 쌘 PC방 중에 하필이면 우리 PC방에와서 지랄 들이야?“
등 뒤로 빈 음료수 깡통이라도 날려 보낼 기세의 주인 태도를 보고 나는 철호의 손에 이끌려 PC방을 겨우 벗어났다.
“행님요, 그래도 세시간 정돈 따뜻했다 아이가.”
“죽일 놈. 니놈이나 내나 돈 없이 살긴 마찬가진데 튈 맘 먹고 날 여까지 델구왔나.”
“저 놈 쥔만 아니었음 얼빵한 알바 덕에 오늘 하루 따뜻하게 지낼 수 있었는데...”
“허이구. 니가 그딴 머릴 쓰니 맨날 거지꼴을 못 벗는거 아니냐.”
“행님요, 내야 그렇다치도 행님 꼴 보다 못한건 뭐 있소.”
철호랑 입씨름 하는 것은 아까운 일이다. 나는 계단을 비실거리며 슬금 내려오는 또 다른 거지를 보는 순간 부산에 산다는 전업주부라는 것을 알았다.
“여봐, 당신이 부산 전업주부?”
“허걱, 그럼 해외 여행 자주간다는 무역하는 사람?”
이런 우라질 일이 있나. 아무리 서로 얼굴 볼 일 없이 말만 주고 받는 채팅이라지만 넓고 넓은 세상 다 때려치우고 그래 손바닥 만한 PC방 같은 곳에서 서로가 잘났네 하며 말꼬리 잡고 노닥거린게 우리란 말인가 싶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보슈, 댁은 어딜갈꺼유?”
“뻔하지 뭐. 다른 PC방엘 가서 잠이라두 자야지 안그러면 얼어죽지.”
“애구...”
여자는 비실거리며 익숙한 길을 따라 어느 골목으로 사라졌다. 누군가 얼빵한 알바생이 있는 PC방이라도 만나면 저 여자의 하룻밤은 편안하겠다 싶다. 막상 철호와 함께 쫒겨난 지금 우리 처지나 저 여자 처지나 다를 바 없어 누가 누구에게 혀를 차야할 형편인지 분간도 가지 않는다.
“철호야, 그 여자랑은 만나기로 했니?”
“행님요, 낼 만나기로 했수.”
“그 여자도 저 여자 꼴 아니라구 믿을 수 있나?”
[동상이몽 끝]
다음은 [미르의 전설]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이제는 **게시판에서는 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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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야, 네 놈 대단한데!”
“이 년이 단단히 물릴 것 같잖우?”
“그게 아니구 쟈슥아, 니가 뭔 대학생인데?”
“먹구대학이우.”
“그럼 뭔 법대생?”
“법대루 살잖수, 무단횡단하다 경찰한테 걸려두 튀지않고 당당한 놈 이니까.”
“경찰이 거지놈한테 딱지 떼지 못할게 뻔하니까 걔긴거지 그게 법대루 산거냐? 이눔아!”
“아따, 행님요. 암튼 사이버에서 다 까발릴 일 있수?”
“언제 만날껀데?”
“돈 많구 명짧은 여자 같던데 뭘 입고 가지?”
“거지새끼가 옷 타령하구 지랄이야?”
“이런게 싸이버의 힘 아니우.”
“네놈이 된통 후렸구먼.”
“이 재미루 동냥질에도 힘이 실린다니까.”
“만나서 뭐 할껀데?”
“우아한 델 가서 못 먹어본 걸 왕창 먹구.”
“그 담엔?”
“여자만 좋다면 몸도 좀 풀어야지.”
“눈 삔 여자라도 네 놈 몰골보기 전에 달아나겠다.”
“행님요, 이 여자 써 내려가는 것 보소. 안달 났다니까.”
화면에 몇줄이 떠 올랐다. 젊고 멋진 여자가 프로포즈 했는데 왜 대답이 없냐고 성화다. 이런 화상들이 있나. 번개불에 콩 볶아 먹을 놈들이지. 안면도 없는 것들이 몇십분간 채팅했다고 벌써 만나자는 걸로 봐선 철호놈이야 담박에 거지새낀 줄 알지만 저 년도 별 볼일 없을 것이라는 것은 세상 살아온 연륜으로 봐서 뻔하다.
“행님요, 돈 가진거 없제?”
“한 푼도 없다는 걸 끌고 온 놈이...”
“우씨, 그러니까 평소에 동냥질 좀 넉넉히 해 놓고 사슈.”
“네 놈 연애할 뒷돈 델라구 동냥질하냐?”
“행님요, 한 건만 걸렸다하면 이 세상 종쳐버린다 아이가.”
“네 놈은 돈 때문에 거렁뱅이질 하는지 몰라도 난 아니다.”
“뭣 땜시 이 짓거리 하는데예.”
“세상이 싫어서다.”
“그럼 후딱 숨통 끊지 뭐하러 사노?”
“내 꼴은 싫어도 남의 꼴 보는 재미루 산다.”
“그니까, 행님요. 내 요 가시나 한번 멋지게 후리는거 보시우.”
모니터에는 멋지게 자신을 포장한 여자가 철호의 반응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얌마, 핸드폰 번호 갈켜 달라구 해봐라.”
“우씨, 갈켜주면 뭘 할낀데?”
“목소리라두 먼저 들어봐야제.”
“어쩔라구. 난 핸드폰두 없는데.”
“여긴 공중전화가 있잖냐. 그걸루 전화하면 되지.”
“알았수, 행님도 이젠 후탁 자리에 가서 여자나 후려보슈.”
“알겄다. 어깨너머루 배워도 너 보담 잘할끼다.”
철호에게서 배운 방법대로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 다시 들어갔다. 복잡한 세상살이가 싫어서 남들이 싫어하든 말든 간섭없는 이 생활을 시작했지만 얼굴도 모르는 채팅에서까지 내가 거집네 하며 광고할 일도 없는 것이 여간 좋아 보이지 않는다. 수백개의 방 중에서 사십대 모임 방으로 들어갔다. 오랫동안 타자를 쳐 보지 않아서 그렇지 텔렉스 칠 때 손가락이 보이지 않는다는 소릴 듣던 나다.
“어와, 니 누고?”
“아따, 부산인교.”
“화끈하제.”
“여긴 서울.”
“설 촌놈? 첨 본다.”
“인사하지. 난 김갑수. 넌.”
“웃긴 놈 아이가. 여긴 닉네임만 쓴다 안카나. 내 이름은 마타리.”
“그래? 닉네임이 김갑수다.”
“아쭈 뜨네.”
“니 증말 부산인교.”
“살다 왔다.”
“어딘데?”
“왜 끈적거리누.”
“아따 딴 놈은 여자 잘 후리던데, 난 안돼네.”
“뭐시라. 너 여자 후릴라구 왔나?”
“안돼나.”
“안될꺼야 없지만서두, 나두 남자 후릴라구 들어왔다.”
“잘 됐고만.”
“넌 뭐하는 사람인데?”
“나? 사업하지.”
“사업?”
“대장이다.”
“그럼 사장?”
“꼭 사장은 아니구 내 위에 없다.”
“그럼 회장?”
“암튼 젤 위다.”
“돈 많나?”
“명 길다.”
“앗싸. 잼 나네.”
“넌 뭐하는 뇬?”
“전업주부야. 말조심해.”
“너도 우아하게 말해봐라.”
“니는 뭐 우아한가?”
“그럼 우아하게 말해봅시다.”
“좋아요. 댁은 무슨 사업을 하시나요?”
“해외를 돌며 무역업을 하고 있습니다.”
“세상 안가 본 곳이 없겠네요?”
“안 가본곳이 아직 많지만 언젠가는 다 갈 수 있을겁니다.”
“전업주부라 집 밖엔 한 발자국도 못 나다니는 내가 너무 불쌍해요.”
“시장은 다닐테니죠?”
“그딴 것 말고, 화끈하게 남편 몰래 돌아다니는 것을 못한다구요.”
“젠장, 채팅하는 여자 마다 바람필 생각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여자들도 그래요?”
“몰라서 묻는건가요? 지금 근처 PC에 앉은 놈도 열라 여잘 꼬시던데요.”
“그럼 거긴 PC방?”
“그럼요. 잠시 귀국해서 PC방에서 채팅 중인걸요.”
“어느 PC방?”
“여긴 서울인데 말하면 아시겠소?”
“허이구, 나도 서울이랍니다.”
“여태 부산이라구 말했잖소?”
“채팅인데 어디면 어떨까?”
“하긴 그렇네. 근데 당신도 PC방이우?”
“그렇다니까요. 어느동네?”
“문래동이우.”
“어머, 나도 문래동인데.”
갑자기 PC방에 주인이 들어온 모양이다. 카운터에서 죽 때리고 앉아 게임에만 열중하던 종업원이 부산을 떨며 마대자루로 여기저기 떨어진 담뱃가루를 쓸어내고 있다. 나도 입술 가까이 까지 타고들어온 담배를 잿덜이에 부벼 끄며 부산해진 직원이 밀어재끼는 힘에 의자가 푹 안으로 들어갔다.
“야, 그지 새끼들이 여긴 왜 있는거야?”
주인은 철호와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입에 담기도 거북한 말을 뿜어냈다. 아무리 주인이라도 하더라도 PC방 요금을 내면 손님인데 저렇게 험한 말을 함부로 할 수 있는건지 의문스럽기만 했다.
“야, 이새끼야. 너 지난번에두 튄 놈이잖아. 어서 안나가?”
주인은 철호의 멱살을 잡아 챌 듯 하면서도 조금은 떨어진 채 콧구멍을 손가락으로 막으며 악을 써댔다.
“철호야, 저 놈 왜 악쓰고 난리냐?”
“행님요, 어서 튑시다. 지난 번에두 돈 안내구 날랐거든.”
“돈 있다며.”
“씨, 돈은 무슨. 그냥 몇시간 따뜻하게 잘 있다가 카운터에 앉은 놈 잠들면 튈 생각인데.”
주인이 PC방을 한바퀴 돌더니 저만치에서 또 한번 불벼락 같은 소리를 질러댔다.
“야, 쌍, 안나가?”
성난 목소리가 구석진 곳을 향해 비수를 날리자 슬그머니 고개를 쳐든 시커먼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의 몰골을 보니 우리네랑 처지가 비슷한 것이 주인에게 한무더기 같은 패거리루 오인 받을 것만 같아서 철호의 허리를 쿡쿡 찔러 튈 준비를 시켰다.
“야, 이 개시끼들아. 니들은 눈도 없냐?
쌔구 쌘 PC방 중에 하필이면 우리 PC방에와서 지랄 들이야?“
등 뒤로 빈 음료수 깡통이라도 날려 보낼 기세의 주인 태도를 보고 나는 철호의 손에 이끌려 PC방을 겨우 벗어났다.
“행님요, 그래도 세시간 정돈 따뜻했다 아이가.”
“죽일 놈. 니놈이나 내나 돈 없이 살긴 마찬가진데 튈 맘 먹고 날 여까지 델구왔나.”
“저 놈 쥔만 아니었음 얼빵한 알바 덕에 오늘 하루 따뜻하게 지낼 수 있었는데...”
“허이구. 니가 그딴 머릴 쓰니 맨날 거지꼴을 못 벗는거 아니냐.”
“행님요, 내야 그렇다치도 행님 꼴 보다 못한건 뭐 있소.”
철호랑 입씨름 하는 것은 아까운 일이다. 나는 계단을 비실거리며 슬금 내려오는 또 다른 거지를 보는 순간 부산에 산다는 전업주부라는 것을 알았다.
“여봐, 당신이 부산 전업주부?”
“허걱, 그럼 해외 여행 자주간다는 무역하는 사람?”
이런 우라질 일이 있나. 아무리 서로 얼굴 볼 일 없이 말만 주고 받는 채팅이라지만 넓고 넓은 세상 다 때려치우고 그래 손바닥 만한 PC방 같은 곳에서 서로가 잘났네 하며 말꼬리 잡고 노닥거린게 우리란 말인가 싶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보슈, 댁은 어딜갈꺼유?”
“뻔하지 뭐. 다른 PC방엘 가서 잠이라두 자야지 안그러면 얼어죽지.”
“애구...”
여자는 비실거리며 익숙한 길을 따라 어느 골목으로 사라졌다. 누군가 얼빵한 알바생이 있는 PC방이라도 만나면 저 여자의 하룻밤은 편안하겠다 싶다. 막상 철호와 함께 쫒겨난 지금 우리 처지나 저 여자 처지나 다를 바 없어 누가 누구에게 혀를 차야할 형편인지 분간도 가지 않는다.
“철호야, 그 여자랑은 만나기로 했니?”
“행님요, 낼 만나기로 했수.”
“그 여자도 저 여자 꼴 아니라구 믿을 수 있나?”
[동상이몽 끝]
다음은 [미르의 전설]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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