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컥,하는마음에. -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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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연애와 DS의 차이가 뭔 줄 알아?"
"... 본능에 솔직할 수 있는 것..?"
"맞아. 그래서 서로 신뢰하는 깊이가 다르지."
"......"
"의지하는 정도도 다르고."
"... 그렇네요."
울컥, 하는 마음에. #3
"옷 벗어."
이제 막 문이 닫힌 엘레베이터.
엘레베이터 안 사방의 거울.
처음 받아보는 내용의 지시.
... 하지만. 화난 것을 감추려는 그의 목소리.
하지 못할 이유는 열가지도 넘게 찾을 수 있었지만
단 하나, 주인님의 목소리에 내 손은 옷을 벗기고 있었다.
중간에 누가 탈 수도 있어.
엘레베이터에도 cctv가 있을테고.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지금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무엇 때문에 그의 심기가 불편해졌는지 모르겠지만 더 그렇게 만들 수는 없었다.
"703호. 기어 가."
플의 강도가 점점 높아질 건 당연히 알고 있었다.
어느 일정기간동안에는 지시가 매일 새로울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엘레베이터 앞은 711호. 703호까지는 상당한 거리였다.
"흐읏!"
그의 손이 갑작스레 내 그곳을 찌르고 들어왔다.
이미 애액이 허벅지까지 흐를만큼 젖어있었으니 그의 손가락을 받아들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차가운 공기. 귓가에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
"기어가라고. 안들려?"
놀란 나는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네발로 엎드려 기기 시작했다.
거칠거칠한 바닥의 카페트는 손바닥과 무릎을 긁었지만 그걸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703호 앞에 도착한 나는 뒤따라 오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심한 표정으로 문을 열고 나를 들어가게 해 주었다.
이런 식의 입장은 처음이라..
현관까지 들어간 나는 이미 들어가 넥타이를 풀고 있는 주인님께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주인님. 저..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이리와. 검사자세로 있어. 그리고 오늘 뭐 때문에 혼나게 될건지 생각하고 있어."
"네 주인님!"
주인님은 확실히, 내가 무슨 행동을 해야할지 물어보는 걸 좋아한다.
그 냉랭하던 목소리가 조금은 풀린 것 같다.
그나저나 검사자세로 "있으"라니.. 그리고 "혼날"거라니...
조금 한기가 덜어진 주인님 목소리에 안심한 것도 잠시 그 목소리로 말한 내용 때문에 다시 한껏 긴장했다.
검사자세는 생각보다 힘들다.
주인님이 보통 "검사"하는 시간은 10분 내외인데 그 시간이 끝나고 나면 등에는 송글송글 땀이 맺혀있다.
주인님은 침대에 올라앉았다.
내 뒤에 계시기 때문에 올라앉은 것 까지만 소리로 확인했을 뿐 이후에 뭘 하고 계신지는 알 수가 없다.
새삼스럽게 검사자세가 부끄러워졌다.
뒤에선 그곳과, 가슴이 한번에 잘 보이겠지..
여러가지 잡생각을 뒤로하고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하나씩 되짚었다.
무엇이 주인님을 화나게 한걸까.. 난 오늘 무얼 잘못했을까.
대답이 늦었던 것..? 단지 그것때문에 이렇게 화가 나셨을까..?
아닌가..? 화는 핑계에 불과하고 오늘 교육시켜야겠다고 마음 먹으신 건가..?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굳이 이런관계가 아니더라도 나는. 누군가를 실망시키고 누군가의 기대에 못미치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가 심하다.
27살이 된 지금도 결정을 내려야 할때면 엄마아빠의 기대에 미치는 결정을 내려야 마음이 놓인다.
아침엔 영어학원을, 업무가 끝난 다음에는 헬스를,
주1회 대학원 수업을, 주말엔 봉사활동과 스터디를 하게 된 계기가 거기에 있다.
지금 내가 이러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가장 심하게 양심의 가책이 들 때는 엄마아빠 생각이 날 때다.
.... 하필 지금 이 타이밍에 부모님 생각이라니.
"이유를 좀 알겠어?"
".. 오늘 몇번씩이나 주인님 말씀에 답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왜 그랬어?"
"네..?"
"왜 답이 늦었는지 말해봐. 납득할 수 있는지 들어보게."
잡생각이 많아서요. 라고 어떻게 말해..
남자친구 때문에 혼란스럽다고 어떻게 말해..
"죄송합니다, 주인님.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 내가 납득할 필요는 없다는 건가? 그래?"
"아닙, 아닙니다 주인님! 별다른 이유가 있었던게 아니라서.. 정말 죄송합니다."
검사자세로 이렇게 긴 대화를 하는 건 처음이었다.
주인님 얼굴을 보고 말씀드리고 싶었다.
목소리만 듣는 것은 너무 무서웠다.
하지만 자세를 풀어도 된다는 그의 지시가 없었다.....
"휘익- 짝"
"아읍!"
"소리지르지말고, 움직이지마. 이유를 솔직히 말할 의사가 생기면 왼손 들어. 그때 다시 얘기하자."
그가 오늘 케인을 챙겨왔던가....
아프다. 너무 아프다.
다섯대가 넘어가자 숫자를 헤아릴 수가 없었다.
온몸에 들어가는 긴장에 손이며 발이며, 모두 있는대로 힘을 주며 겨우겨우 자세만 유지하고 있었다.
얘기해버리면 그만일지도 몰랐다.
당장 지금의 아픔은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남자친구의 존재를 신경쓰고 있는 주인님께 더 짐을 지울 순 없다..
그건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니까.
연애와 DS는 동시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인님의 매력은 "혹시"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되었고
결국 진행형으로 이어지게 되지 않았는가..
나는 그에게 스팽킹을 받아보고 싶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나는 내가 엄살은 심하지만 마음먹고 플을하면 잘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 이 플은 내가 왼손을 들기 전에는 끝나지 않는 것일까..?
정말, 너무, 심하게 아프지만.. 얘기할 수는 없다......
맞는것도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말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세우는 것도
숨 쉬는것도
힘들다.
사실 내가 지금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건지도 잘 모르겠다.
내가 오늘 답이 늦었던 건 정말 남자친구와의 일 뿐인가..?
그거 말고 다른 이유는 없나..? 지어낼 만한 것도 없나..? 거짓말을 한들, 그가 알 수 있을까?
나는 왜 미련하게 맞고 있는거지..
선의의 거짓말로 둘다 행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너무 아파...
겨우겨우 왼손에 힘을 줘 왼손을 들었다.
거짓말처럼 귓가에 들리던 케인이 휘둘려지는 소리와 엉덩이에 느껴지던 고통이 끝났다.
내 동작 하나에.
".... 얘기해. 솔직하게 말 안하면 더 맞는다."
"요즘 잡생각이 많아요. 주인님."
목소리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
"무슨 잡생각."
"주인님과 DS하고 있는 것.. 잘하고 있는건지. 옳은 선택인지.. 그런 잡생각이요.
정말 쓸모없는 생각인 것 아는데 자꾸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요.. 그래서 주인님하고 있는 데 집중을 못했어요. 죄송해요.."
그건 진짜다. 단지 그런 잡생각이 드는 이유가 남자친구일 뿐.
여기까지. 이이상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인님이.
여기까지 말한 것도 주인님껜 상처가 될거야..
"그런 잡생각은 처음 하는거 아니잖아. 시작할때부터 해오던 생각 아냐?"
"....?! 주인님. 그건.."
알고 계셨다......
"계속 그렇게 흔들리는 이유는."
"네..?"
못들은거다.
주인님은 아무것도 안물은 거야.
난 더 맞을 자신도 없고 솔직하게 말할 자신도 없다.
......
"너랑나랑. 자주는 못 만났어도 DS를 맺은게 벌써 두달이 넘어.
그전에 알고지내던 때부터 하면 반년이 다 되간다.
내가 어떤놈인지 모르고 DS맺은 것도 아니고. 왜 아직까지 흔들리냔 말이야. 내말은."
알고 있다. 이사람..
.. 남자친구 때문인 것 알고있어. 단지 내 입으로 말하게 하고 정리해 줄 생각인거야.
"... 주인님.."
목소리는 아직도 떨리고 있었다.
아까의 고통도 가라앉지 않고 있었다.
"왜? 말 못하겠어?"
상처를 후벼파는 꼴이 될거다... 추측을 사실로 만들어버릴거야...
"주인님.. 제발.."
"제발 뭐."
".... 용서해주세요.. 주인님.."
"일어나 무릎꿇고 앉아."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자세를 푸는 것도, 일어나는 것도, 무릎꿇고 앉는 것도 힘들었다.
엉덩이의 고통을 참는 것도 힘들었다.
"고개 뒤로 젖히고 뒷짐. 움직이지마."
그리고 케인은 내 가슴위로 떨어졌다.
나는 예상치 못했던 고통에 벌떡 일어나
외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가슴을 어루만졌다.
"뭐해. 앉지 못해?"
"주인님..!"
"이럴거면 주인이라고 부르지마. 말로만 주인이지 아주?"
"....."
"넌 내가 시키는대로만 하면되. 용서는 내가 해. 앉고 자세취하던가, 솔직히 얘기하던가."
"...... 결과는 제가 수용하고 제가 책임져야 해요."
"그런 너를 수용하고 책임지는 게 나야. 여태 그런 신뢰없이 나랑 만났어?"
마음같아서는 말 안하고 차라리 맞고 싶었다.
하지만 참을 자신이 없었다. 대수라도 정해져있다면 그렇게 했을텐데.
말하기 전까지 끝나지 않을 거라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을 것 같다..
"5초. 그 뒤엔 책임 못져. 나도."
상처 받지 않도록. 아니, 상처를 덜 주면서 말할 수 있을까.
"처음부터 잘못했나봐요."
"..."
"신중히 결정했어야 하는데 그날 울컥해서 내린 결정이잖아요. 오기로."
그는 침묵하고 있었다.
"... 제 잘못이라면 감정을 숨기지 못한 거예요. 남자친구때문에 고민할 수 있잖아요... 그것도 잘못한 거예요?"
서러움에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대답 잘 할게요. 신경쓰이지 않게 할게요.. 잘못했어요. 주인님.."
기어코 말해버렸다.
마음과는 다르게 나쁜 말로.
"... 혼자 고민하지마.
나도 다 알고 시작한건데, 너는 원했고 내가 오케이해서 우리 관계가 시작된건데 왜 혼자 책임지려고 해."
내 고집을 꺾고 싶었던 거다, 주인님은.
그와 DS를 맺기로 결심하면서 다른 것은 다 그의 말을 따르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이 부분만큼은 아킬레스건처럼 남아있었다.
그 부분을 입밖으로 내뱉았는데도 주인님은 놀랍도록 침착했다.
놀라울만큼 침착하게 용서의 말을 내뱉고 있었다.
그러지말라고 달래고 있었다.
"너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이끌고 가진 않아. 숨기고 싶으면 평생 숨어줄 수도 있어.
그정도는 각오하고 오케이 한거야. 내가 못 미더워?"
"아니..예요. 주인님.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마음이 찡했다.
숨기고 싶으면 평생 숨어줄 수도 있다.....라.
그게 진정 그가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는 대체 왜 그렇게까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걸까. 그게 "마음"이라는 것일까...
나는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엎드려."
".... 주인님. 저.. 진짜 더이상은 못하겠어요.."
"응. 알아. 엎드려."
믿는다. 믿어야한다.
그는 날 위험하게 하지 않을거야.
대화를 나누면서 멈췄던 몸의 떨림이 다시 시작됐다.
머리로는 아닐거라고 하지만 몸이 느껴버린 케인의 공포는 컸다.
뭔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 후에 느껴진 건 그의 손길이었다.
연고를 바르는 그의 세심한 손길에 다시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몸의 긴장을 풀고 그의 손길에 몸을 맡길 수 있었다.
"그리고, 내 질문에는 그냥 그대로 답만 하면 되. 내가 무슨 의도로 묻는지, 내가 원하는 답이 뭔지 고민하지마.
그런 고민하라고 너한테 뭐 물어보는거 아냐. 알겠어?
잘 보이려고 하지 않아도 충분히 잘 하고 있어. 그러니 그런걸로 괜히 점수 깎이지마. 응?"
"네.. 주인님.."
... 따뜻한 어투로 말해도 이럴때는 무서울 수밖에 없다.
귀신같이 다 알고있는 그를보면 하나도 숨길수가 없다는 생각에 몸이 흠칫 떨린다.
이럴거면 왜 혼자 고민하고 숨기려고 했는지 내가 다 바보처럼 느껴진다.
고민하고 머리아파한 건 두달인데 그가 해결해 주는데는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정말 그만 믿는다고 해결 될 일이 아닌 건 알아.
하지만 마음이 편안해진 것도 사실이다.
...... 남자친구와는 다르게. 나를 안정시키는 힘이 있다.
DS를 맺은지 두달.
이제 시작이다.
ㅡ
작은 갈등 하나를 해소했습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앞으로도 계속 소영의 마음 속에 남아있을 거예요....
연애와 DS.
따로, 또 동시에.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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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능에 솔직할 수 있는 것..?"
"맞아. 그래서 서로 신뢰하는 깊이가 다르지."
"......"
"의지하는 정도도 다르고."
"... 그렇네요."
울컥, 하는 마음에. #3
"옷 벗어."
이제 막 문이 닫힌 엘레베이터.
엘레베이터 안 사방의 거울.
처음 받아보는 내용의 지시.
... 하지만. 화난 것을 감추려는 그의 목소리.
하지 못할 이유는 열가지도 넘게 찾을 수 있었지만
단 하나, 주인님의 목소리에 내 손은 옷을 벗기고 있었다.
중간에 누가 탈 수도 있어.
엘레베이터에도 cctv가 있을테고.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지금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무엇 때문에 그의 심기가 불편해졌는지 모르겠지만 더 그렇게 만들 수는 없었다.
"703호. 기어 가."
플의 강도가 점점 높아질 건 당연히 알고 있었다.
어느 일정기간동안에는 지시가 매일 새로울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엘레베이터 앞은 711호. 703호까지는 상당한 거리였다.
"흐읏!"
그의 손이 갑작스레 내 그곳을 찌르고 들어왔다.
이미 애액이 허벅지까지 흐를만큼 젖어있었으니 그의 손가락을 받아들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차가운 공기. 귓가에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
"기어가라고. 안들려?"
놀란 나는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네발로 엎드려 기기 시작했다.
거칠거칠한 바닥의 카페트는 손바닥과 무릎을 긁었지만 그걸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703호 앞에 도착한 나는 뒤따라 오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심한 표정으로 문을 열고 나를 들어가게 해 주었다.
이런 식의 입장은 처음이라..
현관까지 들어간 나는 이미 들어가 넥타이를 풀고 있는 주인님께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주인님. 저..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이리와. 검사자세로 있어. 그리고 오늘 뭐 때문에 혼나게 될건지 생각하고 있어."
"네 주인님!"
주인님은 확실히, 내가 무슨 행동을 해야할지 물어보는 걸 좋아한다.
그 냉랭하던 목소리가 조금은 풀린 것 같다.
그나저나 검사자세로 "있으"라니.. 그리고 "혼날"거라니...
조금 한기가 덜어진 주인님 목소리에 안심한 것도 잠시 그 목소리로 말한 내용 때문에 다시 한껏 긴장했다.
검사자세는 생각보다 힘들다.
주인님이 보통 "검사"하는 시간은 10분 내외인데 그 시간이 끝나고 나면 등에는 송글송글 땀이 맺혀있다.
주인님은 침대에 올라앉았다.
내 뒤에 계시기 때문에 올라앉은 것 까지만 소리로 확인했을 뿐 이후에 뭘 하고 계신지는 알 수가 없다.
새삼스럽게 검사자세가 부끄러워졌다.
뒤에선 그곳과, 가슴이 한번에 잘 보이겠지..
여러가지 잡생각을 뒤로하고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하나씩 되짚었다.
무엇이 주인님을 화나게 한걸까.. 난 오늘 무얼 잘못했을까.
대답이 늦었던 것..? 단지 그것때문에 이렇게 화가 나셨을까..?
아닌가..? 화는 핑계에 불과하고 오늘 교육시켜야겠다고 마음 먹으신 건가..?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굳이 이런관계가 아니더라도 나는. 누군가를 실망시키고 누군가의 기대에 못미치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가 심하다.
27살이 된 지금도 결정을 내려야 할때면 엄마아빠의 기대에 미치는 결정을 내려야 마음이 놓인다.
아침엔 영어학원을, 업무가 끝난 다음에는 헬스를,
주1회 대학원 수업을, 주말엔 봉사활동과 스터디를 하게 된 계기가 거기에 있다.
지금 내가 이러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가장 심하게 양심의 가책이 들 때는 엄마아빠 생각이 날 때다.
.... 하필 지금 이 타이밍에 부모님 생각이라니.
"이유를 좀 알겠어?"
".. 오늘 몇번씩이나 주인님 말씀에 답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왜 그랬어?"
"네..?"
"왜 답이 늦었는지 말해봐. 납득할 수 있는지 들어보게."
잡생각이 많아서요. 라고 어떻게 말해..
남자친구 때문에 혼란스럽다고 어떻게 말해..
"죄송합니다, 주인님.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 내가 납득할 필요는 없다는 건가? 그래?"
"아닙, 아닙니다 주인님! 별다른 이유가 있었던게 아니라서.. 정말 죄송합니다."
검사자세로 이렇게 긴 대화를 하는 건 처음이었다.
주인님 얼굴을 보고 말씀드리고 싶었다.
목소리만 듣는 것은 너무 무서웠다.
하지만 자세를 풀어도 된다는 그의 지시가 없었다.....
"휘익- 짝"
"아읍!"
"소리지르지말고, 움직이지마. 이유를 솔직히 말할 의사가 생기면 왼손 들어. 그때 다시 얘기하자."
그가 오늘 케인을 챙겨왔던가....
아프다. 너무 아프다.
다섯대가 넘어가자 숫자를 헤아릴 수가 없었다.
온몸에 들어가는 긴장에 손이며 발이며, 모두 있는대로 힘을 주며 겨우겨우 자세만 유지하고 있었다.
얘기해버리면 그만일지도 몰랐다.
당장 지금의 아픔은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남자친구의 존재를 신경쓰고 있는 주인님께 더 짐을 지울 순 없다..
그건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니까.
연애와 DS는 동시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인님의 매력은 "혹시"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되었고
결국 진행형으로 이어지게 되지 않았는가..
나는 그에게 스팽킹을 받아보고 싶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나는 내가 엄살은 심하지만 마음먹고 플을하면 잘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 이 플은 내가 왼손을 들기 전에는 끝나지 않는 것일까..?
정말, 너무, 심하게 아프지만.. 얘기할 수는 없다......
맞는것도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말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세우는 것도
숨 쉬는것도
힘들다.
사실 내가 지금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건지도 잘 모르겠다.
내가 오늘 답이 늦었던 건 정말 남자친구와의 일 뿐인가..?
그거 말고 다른 이유는 없나..? 지어낼 만한 것도 없나..? 거짓말을 한들, 그가 알 수 있을까?
나는 왜 미련하게 맞고 있는거지..
선의의 거짓말로 둘다 행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너무 아파...
겨우겨우 왼손에 힘을 줘 왼손을 들었다.
거짓말처럼 귓가에 들리던 케인이 휘둘려지는 소리와 엉덩이에 느껴지던 고통이 끝났다.
내 동작 하나에.
".... 얘기해. 솔직하게 말 안하면 더 맞는다."
"요즘 잡생각이 많아요. 주인님."
목소리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
"무슨 잡생각."
"주인님과 DS하고 있는 것.. 잘하고 있는건지. 옳은 선택인지.. 그런 잡생각이요.
정말 쓸모없는 생각인 것 아는데 자꾸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요.. 그래서 주인님하고 있는 데 집중을 못했어요. 죄송해요.."
그건 진짜다. 단지 그런 잡생각이 드는 이유가 남자친구일 뿐.
여기까지. 이이상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인님이.
여기까지 말한 것도 주인님껜 상처가 될거야..
"그런 잡생각은 처음 하는거 아니잖아. 시작할때부터 해오던 생각 아냐?"
"....?! 주인님. 그건.."
알고 계셨다......
"계속 그렇게 흔들리는 이유는."
"네..?"
못들은거다.
주인님은 아무것도 안물은 거야.
난 더 맞을 자신도 없고 솔직하게 말할 자신도 없다.
......
"너랑나랑. 자주는 못 만났어도 DS를 맺은게 벌써 두달이 넘어.
그전에 알고지내던 때부터 하면 반년이 다 되간다.
내가 어떤놈인지 모르고 DS맺은 것도 아니고. 왜 아직까지 흔들리냔 말이야. 내말은."
알고 있다. 이사람..
.. 남자친구 때문인 것 알고있어. 단지 내 입으로 말하게 하고 정리해 줄 생각인거야.
"... 주인님.."
목소리는 아직도 떨리고 있었다.
아까의 고통도 가라앉지 않고 있었다.
"왜? 말 못하겠어?"
상처를 후벼파는 꼴이 될거다... 추측을 사실로 만들어버릴거야...
"주인님.. 제발.."
"제발 뭐."
".... 용서해주세요.. 주인님.."
"일어나 무릎꿇고 앉아."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자세를 푸는 것도, 일어나는 것도, 무릎꿇고 앉는 것도 힘들었다.
엉덩이의 고통을 참는 것도 힘들었다.
"고개 뒤로 젖히고 뒷짐. 움직이지마."
그리고 케인은 내 가슴위로 떨어졌다.
나는 예상치 못했던 고통에 벌떡 일어나
외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가슴을 어루만졌다.
"뭐해. 앉지 못해?"
"주인님..!"
"이럴거면 주인이라고 부르지마. 말로만 주인이지 아주?"
"....."
"넌 내가 시키는대로만 하면되. 용서는 내가 해. 앉고 자세취하던가, 솔직히 얘기하던가."
"...... 결과는 제가 수용하고 제가 책임져야 해요."
"그런 너를 수용하고 책임지는 게 나야. 여태 그런 신뢰없이 나랑 만났어?"
마음같아서는 말 안하고 차라리 맞고 싶었다.
하지만 참을 자신이 없었다. 대수라도 정해져있다면 그렇게 했을텐데.
말하기 전까지 끝나지 않을 거라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을 것 같다..
"5초. 그 뒤엔 책임 못져. 나도."
상처 받지 않도록. 아니, 상처를 덜 주면서 말할 수 있을까.
"처음부터 잘못했나봐요."
"..."
"신중히 결정했어야 하는데 그날 울컥해서 내린 결정이잖아요. 오기로."
그는 침묵하고 있었다.
"... 제 잘못이라면 감정을 숨기지 못한 거예요. 남자친구때문에 고민할 수 있잖아요... 그것도 잘못한 거예요?"
서러움에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대답 잘 할게요. 신경쓰이지 않게 할게요.. 잘못했어요. 주인님.."
기어코 말해버렸다.
마음과는 다르게 나쁜 말로.
"... 혼자 고민하지마.
나도 다 알고 시작한건데, 너는 원했고 내가 오케이해서 우리 관계가 시작된건데 왜 혼자 책임지려고 해."
내 고집을 꺾고 싶었던 거다, 주인님은.
그와 DS를 맺기로 결심하면서 다른 것은 다 그의 말을 따르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이 부분만큼은 아킬레스건처럼 남아있었다.
그 부분을 입밖으로 내뱉았는데도 주인님은 놀랍도록 침착했다.
놀라울만큼 침착하게 용서의 말을 내뱉고 있었다.
그러지말라고 달래고 있었다.
"너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이끌고 가진 않아. 숨기고 싶으면 평생 숨어줄 수도 있어.
그정도는 각오하고 오케이 한거야. 내가 못 미더워?"
"아니..예요. 주인님.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마음이 찡했다.
숨기고 싶으면 평생 숨어줄 수도 있다.....라.
그게 진정 그가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는 대체 왜 그렇게까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걸까. 그게 "마음"이라는 것일까...
나는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엎드려."
".... 주인님. 저.. 진짜 더이상은 못하겠어요.."
"응. 알아. 엎드려."
믿는다. 믿어야한다.
그는 날 위험하게 하지 않을거야.
대화를 나누면서 멈췄던 몸의 떨림이 다시 시작됐다.
머리로는 아닐거라고 하지만 몸이 느껴버린 케인의 공포는 컸다.
뭔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 후에 느껴진 건 그의 손길이었다.
연고를 바르는 그의 세심한 손길에 다시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몸의 긴장을 풀고 그의 손길에 몸을 맡길 수 있었다.
"그리고, 내 질문에는 그냥 그대로 답만 하면 되. 내가 무슨 의도로 묻는지, 내가 원하는 답이 뭔지 고민하지마.
그런 고민하라고 너한테 뭐 물어보는거 아냐. 알겠어?
잘 보이려고 하지 않아도 충분히 잘 하고 있어. 그러니 그런걸로 괜히 점수 깎이지마. 응?"
"네.. 주인님.."
... 따뜻한 어투로 말해도 이럴때는 무서울 수밖에 없다.
귀신같이 다 알고있는 그를보면 하나도 숨길수가 없다는 생각에 몸이 흠칫 떨린다.
이럴거면 왜 혼자 고민하고 숨기려고 했는지 내가 다 바보처럼 느껴진다.
고민하고 머리아파한 건 두달인데 그가 해결해 주는데는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정말 그만 믿는다고 해결 될 일이 아닌 건 알아.
하지만 마음이 편안해진 것도 사실이다.
...... 남자친구와는 다르게. 나를 안정시키는 힘이 있다.
DS를 맺은지 두달.
이제 시작이다.
ㅡ
작은 갈등 하나를 해소했습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앞으로도 계속 소영의 마음 속에 남아있을 거예요....
연애와 DS.
따로, 또 동시에.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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