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단편선 -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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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숨소리 어미는 핏덩이를 출산하면서 피와 울음을 토했다. 산부인과 수술대에 누워 어미를 비추는 눈부신 조명, 어미의 손을 꼭 잡은 아비, 그리고 그의 눈과 눈에 맺힌 눈물은 핏덩이를 출산하는 어미에게 확연하게 전달되었다. 그것은 일종의 안정감이었으며 그리고 그 존재만으로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일종의 마법이었다. 핏덩이를 자궁에서 토해내다시피 출산한 어미는 핏덩이와 자신을 이어주는 가는 탯줄을 보았다. 사실, 누워있는 어미가 핏덩이와 자신을 이어주는 그 가는 탯줄을 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어미는 눈을 감고도 탯줄을 볼 수 있었고 손으로 만지지 않아도 그 질감과 인상을 확연하게 알 수 있었다. 아니,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손을 잡은 아비의 손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어미는 그렇게 서서히 정신을 잃어갔다. 핏덩이와 자신을 이어주고 있는 탯줄은, 어미가 잠든 사이에 깨끗하게 잘려나갈 것이다. 싹둑. 아,득히 먼 옛날. 아직 어.미가, 아이일 때, 하나의 작은 계집아이일 때, 성과 성인식, 자신의 몸에 대한 인식이 있기 전, 어미는 자주색 치마를 입고, 흰색 블라우스를 뽐내며 한적한 초여름의 거리를 걸어서, 등교를 하는 한 어린 여자아이였다. 자주색 치마를, 흰색 블라우스를 입고 있는 그녀의 이름은, 그, 혹은 그것 또는 Thing itself는 존재가 아닌 객체, 하나의 개념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몸과 자신의 자아가 아직 타자에게 투영되어 반사되고 그 차이를 인식할 수 있는 ego가 갖춰지기 전에 나타난 그는 그에겐 아버지를 초월하는 super ego 그 자체였다. 인식하기 전에 몸을 감싸고 느끼기 전에 침투한 그는 그녀를 스스로의 법 안에 가두기 시작했고 물질을 초월한 하나의 거대한 케이지를 갖추기 시작했다. 처음, 귀를 배일 것 같은 칼 바람이 불던 날, 그녀의 손을 잡은 그의 손은 따뜻했다. 온화한 미소로 길을 묻는 그에게, 그의 손에 그녀는 가족에게서 느끼지 못한 호감을 느꼈고 단순히 가리켜 안내할 수 있는 장소에 그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가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는 어미가 된 지금도 그녀는 알지 못했다. 종종 생각을 해봤지만 어미는 그것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없었다. 그의 손을 잡아 이끈 그곳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그것을 느꼈다. Thing itself, 물자체적 향락은 아무렇지도 않은 순간 찾아와 그녀를 경이의 세계로 인도했다. 처음 길을 물었을 때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그것의 목소리는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었다. 처음에 그녀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것의 목소리, 숨소리가 평생 자신을 묶어두는 질긴 끈이 될 것이라는 것을. 장소 안내를 마치고 돌아가려는 그녀를 그가 불러 세웠다. 그리고 명령했다. “내일도 우리는 이 시간에 여기서 보는 거야. 넌 꼭 나와야 해” 그녀는 그냥 웃으며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당신이 뭔데 나한테 명령을 하죠? 이봐요 아저씨. 저는 아직 미성년인데요? 혹시 저한테 관심있으세요? 따위의 생각이나 말을 전혀 하지 못하고 그녀는 hello stranger, 이상한 사람. 이라 생각하고 넘겼다. 그리고 돌아섰다. 자주색 치마가 살짝 들춰질 만큼의 속도로. 길을 거슬러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꾸 그의 말이 생각나는 것을 눈치챘을 때 이미 그녀는 그의 끈에 묶여있었다. 쉽게 잠에 들지 못했고, 식욕도 없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붉어졌다.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이건 무슨 변화일까? 처음, 생리를 시작했을 때도, 다리 사이로 흐르는 검붉은 피를 보면서도 담담히, 샤워를 하고 찬물로 팬티를 세탁한 그녀였는데 처음, 느끼는 감정의 변화에 숨이 막히고, 시야가 좁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 날, 등교를 하고 수업을 할 때에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그녀는 온 신경이 점점 그와 그의 말에 쏠려 있었다. 그리고, 그의 말은 하나의 울림이 되어, 어느 순간엔 Must, 자아를 옥죄는 하나의 법칙이 되어 가고 있었다. 왜,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다리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리는지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서, 선생님! 저 조퇴할게요. 평소에 말썽이 없던 아이가 수업시간에 일어나 조퇴를 하겠다고 하자 잠시 선생님은 당황했지만 그녀의 표정과, 붉게 상기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떨리는 다리를 보고서 선생님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조퇴를 허락했다. 선생님의 허락이 떨어지자 그녀는 책상과 가방도 정리하지 않고서 비틀거리며 교실을, 학교를 운동장을 가로질러 그가, 기다리고 있는 장소로 달려갔다. 이상하게도, 달리면, 그가 있는 거리와 가까워지면 질 수록 그녀의 심장은 평온을 찾았고 그녀의 혈색은 평소로 돌아왔다. 목을 꽉 죄고 있는 답답한 느낌도 그가 있을 장소로 가면 갈 수록 조금씩 풀려가고 있었다. 손을 대어 만져보.지 않았지만 그녀의 목엔 아주 가느다란 붉은 선이 그어져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아주 미세하게 그녀의 목엔 가느다란 선이 그어져 있었다. 그가, 명령한 장소에 그녀가 다다랐다. 그녀는 숨을 돌리고 주변을 살폈다. 아직 그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교복, 자주색 치마가, 흰색 블라우스가, 그 안에 뽀얀, 그녀의 살결에서 쉼 없이 달려와 미세한 열기로 인해 아름다운 아지랑이를 만들어냈다.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찬 바람에 식어도 그녀가 기다리는 그는 나오지 않았었다. 잠시 평온을 찾았던 그녀의 몸과 마음이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교실에 있을 때보다 더, 뛰어올 때보다 더, 이제, 그녀의 머리에 박힌 심지어 오한으로 몸이 덜덜 떨릴 지경이었다. 단 한순간 그녀를 흔들어 놓고, 사라진 그, 혹은 그것 또는 Thing itself가 원망스러웠다. 그녀는 허탈함을 이기지 못해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떨리는 무릎을 두팔로 감싸고 고개를 박고 무언지 모를 설움에 눈물이 터져나올 찰나,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 따뜻한 손이 있었다. “아프지 않았니? 나의 작은 봄아.” 자상스럽게 귀를 파고드는 그의 목소리에 그녀는 아직 터트리지 못한 울음을 기어코 터쳤다. 일어나 그에게 안겨 그의 가슴을 주먹으로 살살 치며 그에게 물었다. 아저씨, 도대체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거에요? 나, 나는 숨을 쉴 수도 없었어요. 어제 밤부터, 잠도 자..지 못했어요. 새벽,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를 듣고 있으면 점점 숨이 막혀와요, 목에 무언가 죄는 것처럼, 여기, 여기 보세요. 여기. 그녀는 교복블라우스 윗부분을 풀어헤치며 그에게 자신의 목에 난 가느다란 선을 보여줬다. 그녀의 그런 행동을 보고 있던 그는 조금의 미동도 하지 않고 그녀의 행동을 지켜봤다. 그리고 지켜봤다. 그리고 결국 그녀가 말을 멈추고 행동을 멈췄다.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처음이니 용서해줄게, 너는 앞으로 나의 소유야. 우리의 관계는 그게 다야 너는 내것이고 너는 내게서 아무것도 바랄 수 없어. 내 말엔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하고, 너의 의견은 설령 그것이 타당하더라도 무시되는 것이 당연한 거야. 그리고 난 아저씨가 아니고, 너의 주인. 오늘 네가 때린 내 가슴은 감히 네가 만질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물론, 이게 싫으면 넌 어제처럼 휙 돌아서 집으로 가면 돼. 난 네가 내말을 듣게 하기 위해 어떤 강제적인 수단도 사용하지 않아. 네가 싫으면 가면 돼. 하지만 나의 것이 되고 싶다면 너의 모든 것은 나의 것이 되어야 해.” 가녀린 몸에, 물기가 촉촉한 눈망울로 그를 올려다봐도 그에게선 어떠한 반응도 이끌어 낼 수 없었다. 그녀는 잠시 생각했다. 그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의 머리가 그의 말을 이해하기 전에 그녀의 몸이 그를 원했다. 최초로 체득된 그녀의 감정은 그의 발 아래 무릎을 꿇고 그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차가운 바닥에 그대로, 무릎을 꿇고 앉아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대답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나에게 대답할 땐, 앞으로 주인님이라고 불러.” 네, 주인님. 이렇게 맺어진 그와의 관계는 거의 매일 지속되었다. 그는 그녀를 정해진 시간에 불렀고, 그녀는 그의 부름에 착실히 응했다. 처음에 그가 그녀를 길들인 것은 마치, 애완동물을 길들이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시간을 불러주고 그녀를 만나 얼굴을 보고 추운 겨울날 그녀에게 명령했다. “기다려.” 처음엔 그저 10분도 기다리지 못해 그녀는 발을 동동 구르고 그를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는 어김없이 나타나 그녀를 불러 세웠다. 그리고 단호하게 그녀를 혼냈다. “나는 단지 기다리라고 했을 뿐이야. 이 간한단 명령도 수행할 수 없다면 너는 내 것으로 있을 자격이 없어. 그만 둘까? 아니면 벌을 받을래?” 그녀는 그의 발 아래 바싹 엎드려 잘못을 빌고 용서를 청했다.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그러나 그는 그녀의 등을 만지며, 속옷을 풀렀다. “너는 의견을 낼 권리가 없어. 기다려.” 몇 번이고 반복한 이러한 그의 명령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그녀에게 완전히 익숙해진 것이 되었다. 그가 기다리라고 하면 그녀는 언제까지나 그를 기다릴 수 있었다. 체력적으로 쓰러지지 않는 이상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고 그가 나타나 그만 됐다고 할 때까지 그녀는 움직이지 않을 수 있는 상황에 이르자 그의 명령을 받고 그를 기다리는 행위는 초조함이나 고통이 아니라 평온하고 황홀한 어떤 경험으로 바뀌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한 번 그녀를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기다려.” 라고 명령한 뒤, 그녀를 지켜보.지 않고 잠을 청했다. 그리고 눈을 떴다. 밖엔 눈이 오고 있었고 해는 이미 저물어 어두웠다. 그는 그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곳에는 그녀가 있었다. 꿋꿋하게 움직이지 않고 내리는 눈을 맞으며, 손과 발과 무릎과, 허벅지가, 가슴이 입술이 코가, 눈이 그녀의 심장이 얼어 붙을 때까지도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그런 그녀가 대견스러워 그녀를 쓰다듬었다. “이제 됐어. 잘했어. 나의 작은 봄아.” 네. 감사합니다. 주인님. 대답을 하고 그제야, 그녀는 스르륵 하고 쓰러졌다. 최대한 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다. 쓰러지는 그녀를 그가 안았다. 그리고 차가운 그녀의 볼에 키스를 했다. 그의 온기가 퍼지자 그녀는 얼어붙었던 몸이 한 순간에 녹는 것을 느꼈다. 손을 뻗어 그의 목을, 주인의 얼굴을 입술을 만지고 안겨 품어지고 싶었지만 주인의 명령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 자신의 신분을 끝까지 있지 않았다. “업혀.” 네? “말 대답 하지 말라고 했잖아. 업히라고.” 갑작스런 그의 명령에 그녀는 잠시 망설이며 주삣거렸지만, 결국, 그의 명령을 어길 수 없어 그의 등에 엎혔다. 처음으로 엎힌, 그의 등은, 자신의 주인의 등은 생각보다 더 넓었고 생각보다 더 따뜻했다. 그녀는 이대로 시간이 멈춰, 사건과 사건 사이, 시간과 시간을 관통하는 하나의 개념으로 고정되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의 주인은, 그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너는 현재 걸을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리고 내 것이기 때문에 옮기는 것일 뿐이야.” 네. 주인님. 그녀의 대답엔 실망감도 어떠한 아쉬움도 묻어있지 않았다. 그저 자신을 소유하고 있는 그에게 속해있다는 사실 만으로 그녀는 충만했다. “내 성에 온 것을 환영해.” 그가 그녀를 데리고 간 곳은 허름한 원룸이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장소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자신의 주인이 있는 곳이 바로 성이고 그곳은 그녀에게 신성한 성전 이상의 가치를 갖는 곳이었다. 그녀는 그의 방안 그 어떠한 것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했다. 그러나 긴 기다림 후여서 몸이 생각처럼 잘 움직여 주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옷을 벗겼다. 흰색 블라우스를 벗기고, 자주색 스커를 벗기고, 하얀 그녀의 브레지어를 벗기고 작은 그녀의 팬티를 벗겼다. 알몸이 된 그녀는 아주 잠깐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으나 이내 그러한 생각을 지우고,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손수 옷을 벗겨주는 그의 손길과 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그리고 그가 그녀를 번쩍 안아 욕실로 옮겼다. 그는 따뜻한 물을 틀고, 언 그녀의 몸을 살살 녹이며 기분 좋은 향기가 나는 샴푸로 그녀의 머리를, 따뜻하고 까끌한 수건으로 그녀의 몸을, 흰 유방을 탐스런 엉덩이를, 미끈한 종아리와 탄력있는 허벅지를 깨끗하게 씻겼다. 그는 자신이 젖는 것은 상관하지 않고 그녀의 언 몸을 녹이는데 최대한 집중을 했다. 그녀의 몸은 서서히 녹아 완전히 흐물흐물해졌다. 욕실에서 나온 그는 그녀에게 다시 옷을 입을 것을 명령했다. 그녀는 조금 더 보듬어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자신이 생각이 틀렸다고 깨닫는 즉시 그의 명령을 수행했다. “혹시, 섹스를 바란거야? 나이에 맞지 않게 음란하기 까지 하네?” 네. 주인님. 그녀는 처음 입고 온 옷을 전부 갖춰 입었다. 그리고 그의 발 밑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녀는 그의 명령을 기다렸다. 한 참의 침묵이 흐른 뒤. 그의 입에서 명령이, 이윽고 떨어졌다. “돌아가.” 네. 주인님. 그녀는 그의 명령을 들었다. 명령을 하는 그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지만 그녀는 그의 명령에 의구심을 가지지 않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녀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주인의 채취가 주인의 온기가 그녀의 몸을 감싸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그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한 동안, 그녀는 상황을 인지 하지 못했다. 처음 그를 만난 장소에 몇 번이나 가보고 그의 자취방에 몇 번을 찾아가봐도 그는 없었다. 이사를 가거나 일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이 아니라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한순간에 주인을 잃은 그녀는 밀려오는 정신적인 충격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처음, 그랬던 것처럼 그녀는 주저 앉아 무릎을 두 팔로 감싸 쥐었다. 고개를 숙이고 곧 터져나올 것 같은 울음을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느끼고 있었다. 그때, 기다려 그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시간이 지나, 자주색 치마와 흰색 블라우스를 입은 계집아이는 짧은 스커트와 검정색 자켓을 입었고, 목이 아닌 왼손 약지에 황금색으로 선을 둘렀다. 그리고 아비의 품에 안겨, 아이를 보고, 어미가 되었다. 자신과 아비의 아이와 이어져 있던 탯줄이 끊기는 순간을 겪고, 매일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아비와 아이와 끈끈한 유대감으로 자신의 테두리를 확인하고 충분한 인식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비를 처음 안던 그 순간에도, 뱃속에 아이가 들어서는 그 순간에도, 핏덩이를 출산하고, 참을 수 없는 울음을 토해내는 그 순간에도, 아마 생이 끝나 눈이 감기는 그 순간에도 어미는, 아니 그녀는 단 한순간도 자신의 겨울을 잊지 않았다. 자신을 ‘나의 작은 봄’이라고 불렀던, 그를, 열병처럼 타올랐던 한 겨울의 아지랑이를 잊지 않았다. 매일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그녀가 한 아비의 아내, 아이의 어머니가 아닌 그녀로 있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은 정형화된 인간관계 속에서 느껴지는 소속감이 아니라 끊어지지 않은 질긴 끈으로 엮인 그, 작은 나의 봄의 주인이었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는 아직도, 그의 명령은 아직도 유효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더 강한 명령으로 굳어져, 그녀의 삶을 관통하는 하나의 개념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그, 주인의 숨소리는 이제 심장에서, 붉은 끈으로 이어져 들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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