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인님을 사육합니다 - 1부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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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팀장님, 요새 애인 생기셨어요?”
문서철을 접으며 오팀장이 생긋 웃었다. 팀장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실은 그렇게 나이가 많지는 않은, 성공한 커리어우먼. 오은채.
웨이브가 찰랑이는 새까만 머리칼 때문에, 붉은 입술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박대리님 또 실없는 소리 하신다.”
“에이... 표정이 아닌 거 같은데요? 요새 피부도 너무 좋아지시고 그런데.......”
박대리는 오팀장이 결제를 마친 서류철을 건네받고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계속 말을 잇는다.
“저번에 선 보셨다더니 잘 되신 거예요?”
“흐음.”
오은채는 거의 반사적으로 한 달 전 그날을 떠올렸다. 좋지도 싫지도 않았던
밍숭맹숭한 상대의 얼굴. 상대는 갸름한 얼굴에 뽀얀 피부를 가진 그녀가
마음에 드는지 계속 관심을 표했지만, 집에서 등 떠밀려 나간 오은채의
입장에선 그저 시큰둥할 뿐이었다. 하지만......
버스정거장.
뚝, 자판 위에 나란히 올려진 오은채의 손이 멈춘다.
그녀의 눈은 모니터를 향하고 있었지만 이미 모니터를 보는 것은 아니다.
#2
빗방울이 간간이 떨어지는 저녁. 비오는 버스정거장.
우산도 없이 가만히 서 있는 남자의 모습.
운명이라고 오은채는 생각했었다.
치익, 하고 버스가 섰다. 희미한 타이어 냄새도 난다. 남자가 움직인다.
잡아야 해. 거의 반사적으로 오은채가 움직였다. 마주 오는 차선에서
흘러온 짙은 불빛 때문에 남자의 윤곽이 순간 희미해졌지만,
분명 버스에 오르고 있다. 번호도 확인하지 않고 홀린 듯 오은채는
버스로 빨려들었다.
힐을 신은 발이 엉켜 넘어질 뻔 했지만 시선은 여전히 한 곳에 고정되어 있다.
남자는 긴 봉을 잡고 버스 앞쪽 3분의 1지점에 서 있다. 머리칼도 눈동자도
유난히 까맣다. 물기 어린 공기 때문인지 약간 검푸르게 보일 정도다.
눈꼬리가 긴 그윽한 눈 둘레에는 속눈썹이 마치 라이너로 그린 듯 진하게 나 있었다.
오은채는 조용히 생각했다 이쪽을 봐 줘. 나는 한번에 널 알아봤는데,
어떻게 넌 아직도 못 보는 거야?
하지만 남자는 한 번도 시선을 들지 않았다. 이어폰을 귀에 끼고,
손에는 스마트폰을 쥐고 는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
오은채가 그런 남자에게 두 걸음 안까지 다가갔을 때, 그녀는 티셔츠, 바지,
신발의 메이커를 알아봤다. 남자의 폰은 아이폰이었다.
아이폰을 감싼 손은 손바닥이 다소 작고 손가락이 길었다.
손톱은 연한 살구색이었다.
그 손에, 아이폰이 아닌 가느다란 회초리가 잡혀 있다면.......
오은채의 붉은 입술이 살포시 열렸다.
버스는 계속해서 달렸다. 중간 중간 정거장이나 신호등에 멈추어 서기도 했다.
그때마다 버스는 덜컹댔고 사람들의 몸도 흔들렸다. 풀이 바람에 천천히 쓸리듯이.
하지만, 오은채의 시선은 고정되어 있었다. 그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자의 표정은 무표정한 듯 편안했다. 한 순간, 남자가 움직인다.
하얀 반팔 티셔츠 밑의 어깨, 팔꿈치. 손목... 긴 손가락이 벨을 누른다.
삐익-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붉은색 불이 반짝인다. 오은채는 번쩍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지배한다.
그녀는 남자의 뒤에 바짝 따라붙는다.
다행이 버스에 사람이 꽤 많아서 남자는 그런 오은채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버스에서 내린 남자는 편의점 하나를 지나 좁은 골목으로 성큼성큼 사라진다.
오은채가 종종걸음으로 따라가 보니 골목 안은 온통 주택이다.
버스정거장이 있는 큰길을 따라 저층 빌딩에 상가들이 줄지어 있고,
그 사이의 골목으로 들어가면 뒷길은 주택가인 듯 했다.
멀찌감치 걷는 남자의 모습을 보니 호리호리한 몸매지만 어깨와
가슴이 제법 탄탄해 역삼각형처럼 보인다.
흰 티셔츠에 평범한 청바지를 입은 남자가 어둠 속으로 사라질 무렵,
오은채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죽을 힘을 다해 남자를 따른다. 골목을
몇 번 꺾어들고 나서야 남자는 멈추어 선다. 은회색 대문. 삐꺽, 하는
금속성 소리를 내며 남자는 문을 밀고 들어간다.
문 안쪽에는 붉은 벽돌로 된 흔한 2층 주택이 있다. 마당에서 주택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남자가 올라섰다. 오은채는 순간 숨을 들이마셨다.
남자가 돌아본다면 바로 대문 앞에 서 있는 오은채를 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남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뒤를 돌아보는 법도 없이 2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에 노르스름한 불이 켜지는 게 보인다.
조그맣게, 다녀왔어, 하는 남자의 목소리도 들리고 아빠! 하는 아이 소리도 들린다.
30살이 채 안되어 보였는데 보기보다 나이가 많든지, 아니면 일찍 결혼한 것 같다.
약간의 말소리 뒤에 문이 쿵, 닫혔다.
적막. 다만 후둑후둑 하는 소리를 내는 빗방울만이 귓바퀴를 칠 뿐이다.
빛줄기는 점점 더 굵어지고 있었다. 오은채는 한기를 느꼈다. 여름 빗속을 뚫고 걷는다.
힐 바닥의 어딘가가 물기를 먹고 접착이 약해졌는지, 걸을 때마다 또각대는 소리 대신
삐익- 삐익- 하는 듣기 싫은 공기 빠지는 소리가 났다. 소리는 점점 더 빨라졌다.
삐익-삐익-삐익-삑-삑-삐익-
우뚝, 오은채가 멈춰 섰다. 그리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신발을 골목길에 벗어던졌다.
신발이 어둔 골목길 구석 저만치 데굴데굴 굴러간다.
“말도 안 돼!”
오은채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스타킹 바람으로 골목길을 걸어 내려갔다.
“어떻게 벌써 결혼할 수가 있어?”
겨우 찾았는데. 오은채는 뒷말을 삼키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가슴 속에 뜨겁고
뭉클한 무엇인가가 치솟아 오르면서 눈가에 자꾸 물이 맺힌다.
“....포기 못 해.......”
결국 눈가를 빗물에 젖은 소매로 훔치며 오은채가 중얼거렸다.
“절대 포기 못해. 어떻게든, 어떻게든.......”
오은채의 뿌연 시야에 골목의 끝이 다가온다. 큰길가 상점들의 네온 불빛과
차들의 불빛이 어지럽게 점멸한다.
“어떻게든... 가지고 말 거야!”
와르륵-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추적추적 내리던 비는 소낙비로 바뀌었다.
차양이며 바닥을 때리는 빗소리는 돌바닥 위에 콩을 쏟는 소리처럼 요란했다.
하지만 그런 비도 오은채의 결심을 바꾸게 하지는 못한 것 같았다.
“당장 가질 거라고!”
비명같은 소리와 함께 오은채는 골목을 벗어나, 큰길로 나왔다.
그리고 택시에 젖은 몸을 실은 뒤 서둘러 그 곳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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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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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철을 접으며 오팀장이 생긋 웃었다. 팀장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실은 그렇게 나이가 많지는 않은, 성공한 커리어우먼. 오은채.
웨이브가 찰랑이는 새까만 머리칼 때문에, 붉은 입술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박대리님 또 실없는 소리 하신다.”
“에이... 표정이 아닌 거 같은데요? 요새 피부도 너무 좋아지시고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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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계속 말을 잇는다.
“저번에 선 보셨다더니 잘 되신 거예요?”
“흐음.”
오은채는 거의 반사적으로 한 달 전 그날을 떠올렸다. 좋지도 싫지도 않았던
밍숭맹숭한 상대의 얼굴. 상대는 갸름한 얼굴에 뽀얀 피부를 가진 그녀가
마음에 드는지 계속 관심을 표했지만, 집에서 등 떠밀려 나간 오은채의
입장에선 그저 시큰둥할 뿐이었다. 하지만......
버스정거장.
뚝, 자판 위에 나란히 올려진 오은채의 손이 멈춘다.
그녀의 눈은 모니터를 향하고 있었지만 이미 모니터를 보는 것은 아니다.
#2
빗방울이 간간이 떨어지는 저녁. 비오는 버스정거장.
우산도 없이 가만히 서 있는 남자의 모습.
운명이라고 오은채는 생각했었다.
치익, 하고 버스가 섰다. 희미한 타이어 냄새도 난다. 남자가 움직인다.
잡아야 해. 거의 반사적으로 오은채가 움직였다. 마주 오는 차선에서
흘러온 짙은 불빛 때문에 남자의 윤곽이 순간 희미해졌지만,
분명 버스에 오르고 있다. 번호도 확인하지 않고 홀린 듯 오은채는
버스로 빨려들었다.
힐을 신은 발이 엉켜 넘어질 뻔 했지만 시선은 여전히 한 곳에 고정되어 있다.
남자는 긴 봉을 잡고 버스 앞쪽 3분의 1지점에 서 있다. 머리칼도 눈동자도
유난히 까맣다. 물기 어린 공기 때문인지 약간 검푸르게 보일 정도다.
눈꼬리가 긴 그윽한 눈 둘레에는 속눈썹이 마치 라이너로 그린 듯 진하게 나 있었다.
오은채는 조용히 생각했다 이쪽을 봐 줘. 나는 한번에 널 알아봤는데,
어떻게 넌 아직도 못 보는 거야?
하지만 남자는 한 번도 시선을 들지 않았다. 이어폰을 귀에 끼고,
손에는 스마트폰을 쥐고 는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
오은채가 그런 남자에게 두 걸음 안까지 다가갔을 때, 그녀는 티셔츠, 바지,
신발의 메이커를 알아봤다. 남자의 폰은 아이폰이었다.
아이폰을 감싼 손은 손바닥이 다소 작고 손가락이 길었다.
손톱은 연한 살구색이었다.
그 손에, 아이폰이 아닌 가느다란 회초리가 잡혀 있다면.......
오은채의 붉은 입술이 살포시 열렸다.
버스는 계속해서 달렸다. 중간 중간 정거장이나 신호등에 멈추어 서기도 했다.
그때마다 버스는 덜컹댔고 사람들의 몸도 흔들렸다. 풀이 바람에 천천히 쓸리듯이.
하지만, 오은채의 시선은 고정되어 있었다. 그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자의 표정은 무표정한 듯 편안했다. 한 순간, 남자가 움직인다.
하얀 반팔 티셔츠 밑의 어깨, 팔꿈치. 손목... 긴 손가락이 벨을 누른다.
삐익-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붉은색 불이 반짝인다. 오은채는 번쩍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지배한다.
그녀는 남자의 뒤에 바짝 따라붙는다.
다행이 버스에 사람이 꽤 많아서 남자는 그런 오은채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버스에서 내린 남자는 편의점 하나를 지나 좁은 골목으로 성큼성큼 사라진다.
오은채가 종종걸음으로 따라가 보니 골목 안은 온통 주택이다.
버스정거장이 있는 큰길을 따라 저층 빌딩에 상가들이 줄지어 있고,
그 사이의 골목으로 들어가면 뒷길은 주택가인 듯 했다.
멀찌감치 걷는 남자의 모습을 보니 호리호리한 몸매지만 어깨와
가슴이 제법 탄탄해 역삼각형처럼 보인다.
흰 티셔츠에 평범한 청바지를 입은 남자가 어둠 속으로 사라질 무렵,
오은채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죽을 힘을 다해 남자를 따른다. 골목을
몇 번 꺾어들고 나서야 남자는 멈추어 선다. 은회색 대문. 삐꺽, 하는
금속성 소리를 내며 남자는 문을 밀고 들어간다.
문 안쪽에는 붉은 벽돌로 된 흔한 2층 주택이 있다. 마당에서 주택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남자가 올라섰다. 오은채는 순간 숨을 들이마셨다.
남자가 돌아본다면 바로 대문 앞에 서 있는 오은채를 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남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뒤를 돌아보는 법도 없이 2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에 노르스름한 불이 켜지는 게 보인다.
조그맣게, 다녀왔어, 하는 남자의 목소리도 들리고 아빠! 하는 아이 소리도 들린다.
30살이 채 안되어 보였는데 보기보다 나이가 많든지, 아니면 일찍 결혼한 것 같다.
약간의 말소리 뒤에 문이 쿵, 닫혔다.
적막. 다만 후둑후둑 하는 소리를 내는 빗방울만이 귓바퀴를 칠 뿐이다.
빛줄기는 점점 더 굵어지고 있었다. 오은채는 한기를 느꼈다. 여름 빗속을 뚫고 걷는다.
힐 바닥의 어딘가가 물기를 먹고 접착이 약해졌는지, 걸을 때마다 또각대는 소리 대신
삐익- 삐익- 하는 듣기 싫은 공기 빠지는 소리가 났다. 소리는 점점 더 빨라졌다.
삐익-삐익-삐익-삑-삑-삐익-
우뚝, 오은채가 멈춰 섰다. 그리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신발을 골목길에 벗어던졌다.
신발이 어둔 골목길 구석 저만치 데굴데굴 굴러간다.
“말도 안 돼!”
오은채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스타킹 바람으로 골목길을 걸어 내려갔다.
“어떻게 벌써 결혼할 수가 있어?”
겨우 찾았는데. 오은채는 뒷말을 삼키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가슴 속에 뜨겁고
뭉클한 무엇인가가 치솟아 오르면서 눈가에 자꾸 물이 맺힌다.
“....포기 못 해.......”
결국 눈가를 빗물에 젖은 소매로 훔치며 오은채가 중얼거렸다.
“절대 포기 못해. 어떻게든, 어떻게든.......”
오은채의 뿌연 시야에 골목의 끝이 다가온다. 큰길가 상점들의 네온 불빛과
차들의 불빛이 어지럽게 점멸한다.
“어떻게든... 가지고 말 거야!”
와르륵-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추적추적 내리던 비는 소낙비로 바뀌었다.
차양이며 바닥을 때리는 빗소리는 돌바닥 위에 콩을 쏟는 소리처럼 요란했다.
하지만 그런 비도 오은채의 결심을 바꾸게 하지는 못한 것 같았다.
“당장 가질 거라고!”
비명같은 소리와 함께 오은채는 골목을 벗어나, 큰길로 나왔다.
그리고 택시에 젖은 몸을 실은 뒤 서둘러 그 곳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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