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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방위 지난 해만 해도 낡은 양옥집 처마 끝에 지푸라기로 어렵사리 집을 짓고 살던 제비가 봄이 한창 됐는데도 돌아오지 않았다. 제비 가족이 돌아오든 말든 찌든 가난이야 달라질게 없겠지만 한 여름 지지배배 머리 위를 맴돌던 그 놈마져 없으면 한해 재수 좋기는 글러 버린 것 같다.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처마 끝 쳐다본다고 먹을거 떨어진대? 빈 쌀독을 박박 긁던 마누라가 악을 바락 지른다. 곱상하던 얼굴은 늙은 함지박 만하게 퍼졌는데 성질 마저 부리니 이마엔 주름이 잡히고 드럼통 마냥 두툼한 허리가 정 내미 떨어진지 오래다. 대충 긁어. 독 깨질라. 어이쿠, 돈 만 갖다 줘봐. 쌀독 긁는다 뭐라 말고. 돈 있으면 살만한 세상일까? 당신 업구 동넬 열바퀸 돈다. 돌고 도는게 돈이라는데 있는 사람에겐 더 쌓이고 없는 사람에겐 그림자도 비치지 않는 것이 돈이다. 봄이 시작되기 무섭게 겨우내 삭은 치앙을 고치려는 주문이 밀려 온종일 함석을 째고 누르고 붙히던 시절도 있었지만 PVC로 대체되면서 일감이 떨어져 풀칠도 힘들고 어쩌다 일이 있어도 땜질 냄새난다고 난리를 치는 통에 함석 일을 접어 버렸다. 임자, 정말 돈만 있음 되겠나? ?어진 입으로 한번 말했으면 알아듯제 자꾸 지껄이냐. 당연하지. 제비가 돌아오지 않아서가 아니라 돈에 찌든 마누라의 돈 타령 때문에 마음이 심란했다. 하릴 없이 대문을 삐그덕 나서며 아랫 동네로 무작정 걸어갔다. 겨우 이백 미터 차이밖에 나지 않는 곳에 꼴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산다. 꼴사나운 윗 동네완 달리 이 동네는 정원 딸린 집들이 줄비하고 위에서 내려 볼라치면 마당에서 골프 연습하는 사람도 눈에 띈다. 넓은 문으로 차들이 들락거릴 때면 색안경을 쓴 젊은 아이들이 대문도 여닫아 주고 차 문도 열어주는 것이 고관대작들이나 사는 별천지라서 언제 저들처럼 원 없이 살아볼까 하는 절망감에 걷던 다리가 후둘거릴 때가 많았다. 이봐요, 아저씨! 저택의 문이 열리며 젊은 아주머니가 부르는 소리에 소슬 놀라 발걸음을 멈췄다. 윗동네 살아요? 작년에 이 동네를 지나던 달식이 녀석이 동네를 기웃거리는 부랑자로 오해 받는 통에 파출소까지 끌려갔던 일이 생각나서 혹시 거렁뱅이로 알고 경찰에 신고할까 두려웠다. 시간 있어요? 시간이야 남아 돌아가지만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불쑥 말을 건 의도를 몰라 묵묵부답으로 멍청하게 묻는 젊은 여자를 쳐다 보기만 했다. 말 할 줄 몰라요? 차라리 말을 못하는 척하는게 낫겠다 싶어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돈 줄테니까 이 것 좀 산에다 묻어 버려줄래요? 묵직한 것이 들어있는 듯 검은 비닐 봉지가 한 개 바닥에 놓여 있었다. 기르던 세퍼트가 죽었어요. 이걸 깊은 산 속에 묻어 주기만 하면 되거든요. 젊은 여자는 5만원을 꺼내주며 어서 가져가라고 눈짓을 보냈지만 고개를 저었다. 죽은 개를 산속까지 들고가서 땅파고 묻으려면 본 전도 안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여자는 10만원을 쥐어주며 어서 가져 가라고 재촉했다. 웬 횡잰가 싶어 바닥에 뒹굴던 검은 비닐봉지를 불끈 어깨에 메고 얼른 내민 돈을 낚아채듯 주머니에 넣고 잰 걸음으로 그 집을 나섰다. 젊은 여자의 뒷 편에는 충직한 세퍼트가 네 마리씩이나 도열하듯 서 있어서 자칫 물릴까 두렵기도 했다. 모처럼 큰 돈을 만지게 해준 검은비닐속의 개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 주려면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야 한다. 처음에는 순수한 마음으로 개를 묻어주려고 했다. 버스 종점 근처에 도착했을 때 눈에 크게 들어오는 보신탕 집이 보이기 전까지는 적어도 순수한 마음 뿐이었으니까. 보신탕 집 문을 열었다. 주인도 한눈에 알아봤는지 맨발로 뛰어나오듯 달겨들며 어깨 뒤로 걸친 검은비닐봉지에 관심을 보였다. 죽은 세퍼튼데 얼마 줄라우? 함 봐야제. 크긴 한데 늙어 죽었음 제값 못봤제. 무겁게 어깨를 짓누르던 검은비닐 봉지를 바닥에 턱 내려 놓자마자 보신탕집 주인이 비닐봉지를 대신 들쳐메더니 뒷 뜰로 돌아서며 따라 오라고 손짓했다. 한 십만원 주소. 욕심은... 오만원 줄게. 비닐봉지를 벗기자 커다란 세퍼트가 입가에 붉은 피를 흘린 채 죽어 있었다. 늙지도 않았네. 뭐. 십만원 주소. 약먹고 죽은거라 오만원도 많다. 더 이상은 안돼! 하는 수 없이 오만원을 손에 쥐고 보신탕 집을 빠져 나오는데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순식간에 십오만원을 챙겼으니 오늘밤 마누라만 눌러주면 찍 소리 안하고 열흘은 편히 살겠다 싶었다. 아니 마누라한텐 오만원만 쥐어주고 십만원은 비상금으로 달고 다니면 한달을 볶이더라도 살만할 것 같은 생각에 비상금을 뚝 떼어 궁뎅이 주머니에 쑤셔 넣고 한 달음에 집 대문을 밀치고 들어섰다. 인간아, 어델 쏘다니다 들어왔노. 머 어때서? 뭔 일 있나? 당신 찾던 제비 왔다 안카나. 고개를 들어 처마 끝을 보니 제비 두 마리가 주둥일 삐죽 내밀고 있었다. 아따, 이놈들이 올라고 재수 좋았나 보다. 봐라 오만원. 환장을 하며 오만원을 쳐다보던 마누라는 입이 벌어지며 쭈굴한 얼굴이 환해지더니 잽싸게 내 손에 잡힌 돈을 채가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다. 뭘 해서라도 많이만 갖다주면 환장할텐데 돈 벌 구멍이 보이질 않는다. 제비야, 니 올라구 돈 뿌렸나. 나 부자됐다. 모처럼 만원짜리 지폐를 거머쥔 마누라는 신바람나서 쭈글탕한 얼굴에 미소를 가득지은 채 밤 늦도록 몸살날까 싶을 정도로 방아를 찌어댔다. 모처럼의 몸부림에 뿌리가 상처를 입었는지 얼얼하고 싸 한 것이 따끔거리긴 했지만 기분이 ?어지게 좋았다. 늘어지게 늦잠을 자다가 제비 우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해가 중천에 있다. 어제같이 재수좋은 일이 또 생길까 싶어 츄리닝 차림으로 아랫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내려갔다. 이봐요, 아저씨! 문이 열리며 젊은 아주머니가 머리를 내 밀고 또 불러 세웠다. 어젠 잘 묻어 줬어요?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한번 더 수고해줄래요? 문이 활짝 열리며 정원 한쪽에 비닐로 덮힌 세퍼트를 가리킨다. 자꾸 죽네. 주섬주섬 검정 비닐에 죽은 세퍼트를 집어 넣었다. 혀바닥을 길게 늘어뜨린 채 피를 흘리는 모습이 섬뜩했지만 돈이 따블로 될 생각을 하니 기분이 여간 좋은게 아니다. 왜 한 마리씩만 죽죠? 어머, 말 할줄 알아요? 한꺼번에 죽는 것도 아니고 한 마리씩만 죽는게 이상하네... 아무말 말고 잘 묻어나 주세요. 젊은 아주머니는 손지갑에서 십만원짜리 수표를 꺼내주며 어서 죽은 개나 가져가라고 손을 설레 흔들었다. 이 집에서 기르는 개만 해도 다섯 마리는 됨 직한데 사나흘만 더 지나면 주머니 비상금이 쓸만 큼 비축될 것 같아 으쓱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검은 비닐에 싸인 세퍼트를 등에 메고 보신탕 집 문을 열었더니 주인이 환하게 반기며 얼른 뛰어 나왔다. 십만원은 달라고 흥정을 붙혔지만 그 인간은 눈하나 까딱 않고 오만원만 내밀었다. 돈을 받아 쥐곤 기분이 풀린 마누라 앞에 오만원을 또 내 놓았다. 밤새도록 마누라의 엉덩이 놀림에 코피가 터져 버렸지만 날이 밝으면 또 생길 십오만원을 생각하니 기분이 째질 것 같이 좋았다. 해가 중천에 오를 때를 기다렸다가 츄리닝만 걸친 채 그 집 앞을 기웃거렸지만 오늘은 아무 기미도 없다. 삐끔 벌어진 문틈으로 세퍼트를 세어보니 어슬렁 거리는 놈이 세 마리 모두 멀쩡하다. 종일 맥없이 동네를 드나들며 그 앞을 서성거렸지만 세퍼트가 죽지 않는 한 그 집에서 자신을 부를 이유가 없었다. 높은 창문가에서 자신의 집앞을 배회하는 사람을 유심히 살피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젊은 여자였는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창밖의 서성거림에 한 참을 지켜보더니 이내 커튼을 닫아 버렸다. 돈 벌이를 벼루던 오늘은 수확도 없이 맨 손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기뻐 날뛰던 마누라 얼굴이 아른거려 엉덩이 주머니에 감춰뒀던 돈 중에서 오만원을 꺼내 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매일 오만원씩이면 백오십만원 수입이 된다며 입이 찢어지는 마누라의 표정을 살펴보니 비상금이라도 털어서 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깃국이 나왔다. 맨날 먹던 수제비 대신 하얀 밥상도 나왔다. 또 코피 터지는 밤을 보내고 말았다. 제비가 둥지로 돌아온 날부터 재수가 억수로 좋다. 한 낮쯤 그 집 앞을 어슬렁 거리기만 하면 수입이 짭짤한 것이 하릴 없이 그 집 앞을 배회했다. 문이 삐끔 열리며 언제라도 젊은 여자가 자신을 부를 것만 같은데 오늘은 통 기미가 없어 벌어진 문틈으로 세퍼트를 세어봤다. 어슬렁 거리는 놈들을 몇번이나 주의 깊게 세어 봤지만 세 마리 모두 멀쩡했다. 한참을 서성거린 끝에 포기하듯 발 걸음이 보신탕 집으로 향했다. 보신탕집 문을 열자 주인 남자는 또 가져온 줄 알고 뛸 듯이 나왔지만 등짝에 아무것도 메고 있지 않은 것을 발견하곤 섭섭한 눈치가 여간 아니다. 구들짱에 걸터 앉아 보신탕 한 그릇을 시켰다. 찐한 국물에 쏘주 한잔이 쌉쌀하게 목구멍을 적신다. 주인 사내가 바짝 다가와 얼굴을 내밀었다. 오늘은 없나? 거, 머, 겨우 오만원 주는데 뭘하러 예까지 들쳐업고 오노? 그럼, 딴 집 갖다 줬나? 하믄, 당신이랑 앞으론 거래 안한다카나. 알따, 내 십만원 채워줄게 낼은 갖고 온나. 주인 사내는 소주잔이 빈 것을 확인하곤 잔이 넘치도록 가득 채워주며 등을 다독거렸다. 얼큰하게 취기가 오를 때 하늘에 살짝 감춰진 그믐달을 쳐다보며 언덕배기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매일 죽기살기로 돈만 갖다주면 입이 함지박만큼 벌어지던 마누라가 빈 손으로 들어오는 남편을 개 패듯이 째려볼 걸 생각하니 심란하기만 하다. 뒷 주머니에 감춰둔 돈에서 오만원을 꺼내 바지주머니에 넣었다. 삐그덕 문을 밀자 마누라가 뛰어 나오며 손을 불쑥 내민다. 바지주머니에 따로 넣어둔 오만원을 꺼내 그 손에 쥐어줬다. 가난 속에서 행복을 찾는 것은 겨우 오만원인데 오랜 시간동안 그런 행복의 순간을 찾지 못하게 했던 자신의 무능함이 마누라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없게 만들었다. 여보, 요즘처럼 매일 오만원씩 벌어오면 금방 부자되겠어. 매일 벌수야 있나. 암튼 재수가 좋다. 마누라는 밥상을 물리자마자 이블을 펼치더니 불을 끄고 곧 바로 육탄공세를 시작했다. 김장독마냥 부풀은 몸매에서 어찌 이다지도 심한 성욕이 발산하는지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방아를 찌는 통에 허물까진 곳이 미쳐 아물기도 전에 심한 상처만 남긴 듯 따끔거려 죽을 지경이다. 일이 끝나자 마자 뒷물도 생략한 채 코를 벌렁거리며 잠에 떨어진 마누라의 몸 위에 이블을 덮어주곤 툇마루에 걸터 앉아 길게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래, 세퍼트 세 마리 남았는데 매일 밤 한 마리씩 죽여주마. 혼자 다짐을 하니 술기운에 즉시 실행에 옮겨야 겠다 싶어 등산용 자일과 쇠망치 하나를 챙겨들고 아랫마을로 발길을 재촉했다. 길은 가로등도 없이 어둡지만 십여년을 살아온 터라 눈 감고도 다닐 만큼 익숙해 있었다. 그집을 비추는 환한 가로등을 피해 뒷 담을 넘었다. 혹시라도 덮칠지 모르는 세퍼트들의 공격에 대비하여 오랏줄을 만들어 한손에 들고 뒷 주머니에는 작은 쇠망치를 단단히 꽂아 넣은 상태였지만 심장이 벌렁거리는 것이 작은 소리에도 놀라 까물어칠 정도로 긴장된 시간이었다. 뒷 뜰에 소리 없이 내려왔지만 다행히 세퍼트 들이 눈치를 못챈 듯 했다. 윗 층을 올려다 보니 작은 불빛이 보인다. 개 한 마리 죽이기 위해 담을 넘었다는 것을 남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일만 성사되면 이십만원이 거져 생길테니 부들부들 떨리는 심장을 겨우 달래 본다. 이십만원 때문에 이 짓을 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처량해지기 시작했을 때 작은 창가를 통해 흐느낌이 전해졌다. 전율할 정도의 공포로 순간 몸이 경직됐지만 유심히 그 소리를 들어보니 밤일을 할 때 질러대는 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어차피 도둑이나 강도가 아닐 바에야 현관문을 따고 들어갈 필요가 없기 때문에 불꺼진 아래층 발코니를 밟고 올라가 들여다 보기로 했다. 조심스럽게 한 층을 올라서니 창틈으로 얇은 커튼이 드리워진 채 불빛이 희미하게 세어 나오고 그 불빛처럼 여자의 자지러진 교성이 끊임없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비록 얇은 커튼이지만 결정적 장면을 보고 싶을 때는 큰 장애가 됐다. 손가락을 넣어 창문틀을 살짝 움직였다. 소리없이 창문이 움직이며 커튼 조각이 손가락에 걸렸다. 커튼을 말아쥐며 방안의 동정을 마음대로 볼 수 있도록 틈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낮에 보던 젊은 여자가 침대 위에 누워있다. 하얀 목덜미를 따라 어깨선이 이어지고 두 팔을 벌려 사내의 어깨를 꽉 웅켜잡은채 미끈한 두 다리를 벌려 사내를 깊이 받아 들이곤 발끝으로 등을 찍어 누를듯 오무려 사내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듯 했다. 한참을 위에서 방아질을 하던 사내가 침대 모서리로 내려서니 여자의 몸이 순간적으로 훤하게 드러났다. 박을 타서 반쪽을 올려 놓은 듯 맘껏 부풀어 오른 젖무덤하며 까만 젖꼭지의 무례함이 오똑 솟은 것하며 조금은 솟아야 할 아랫배가 오목 들어가 배꼽이 놓인 자리의 선명함하며 삼각주의 무성한 수풀과 그 밑에 벌어진 대음순의 활짝 열린 붉은 입술도 한 눈에 들어왔다. 미끄한 허벅지의 탄력 보다 곧게 뻗어진 두 발의 일치감과 예쁜 발가락 마져 선명하게 눈에 어른 거리더니 여자는 몸을 돌려 침대 모서리에 누운 사내의 몸을 올라타기 시작했다. 약간 흥분하여 굽어진 허리를 타고 곧게 내려와서는 복숭아처럼 벌어진 엉덩이와 그 끝에 벌어진 붉은 구멍이 보일 듯 말 듯 위아래로 움직이더니 곧이어 사내의 물건을 깊숙이 집어 삼켜버렸다. 침이 꼴깍 넘어가는 소리에 하마터면 창틈을 활짝 벌릴 뻔 했다. 식은땀이 났다. 여자는 두 다리를 기마자세로 바꾸더니 상하 운동을 격렬하게 시작했다. 엉덩이를 들을 때 마다 사내의 물건이 빠질 듯 말 듯 입구에 걸쳐진 모습에 보는 사람의 호흡을 가파르게 만들고 있다. 사내는 여자의 움직임을 돕기 위해 두 손으로 엉덩이를 바쳐들고 엄지 손가락으로 가끔씩 회음부를 누르듯 항문을 조이는 것 같았다. 그 때마다 여자는 비명을 지르며 허리를 뒤로 꺽었고 길게 풀러버린 머리카락이 회호리치듯 물결지며 사방에 퍼져 나갔다. 사내는 참을 수 없는 쾌락으로 인해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다시 여자를 침대위로 ‡똑耽?몸 위로 올라타며 길게 정액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한껏 허벅지를 벌리고 조이던 여자의 몸도 달아 오른 듯 허우적 거리더니 축 늘어지며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 순간 창틈의 눈빛과 여자의 눈빛이 마주쳤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두 사람은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창 틈에서 눈을 떼고 살그머니 아래층으로 뛰어내린 후 담을 타고 다시 도망치듯 언덕 집으로 돌아왔지만 찰라의 순간에 마주친 여자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작은 공포를 느끼며 어설픈 잠이 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개도 못 죽였으니 이십만원도 날라가고 가위만 눌린 채 잠만 설쳤다. 어느 날 처럼 해가 중천에 걸렸을 때쯤 그 집 앞을 흘깃 쳐다 보며 지나갔다. 이봐요, 아저씨! 문을 삐끔 열고 젊은 아주머니가 자신을 불렀다. 흠? 놀랐지만 모른 척하고 돌아보니 문 안으로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구덩이 좀 파줄래요? 일 하는 사람 아닌데요. 알아요. 개가 자꾸 죽으니까 구덩일 파 놓으려는거에요. 얼마 줄건데요? 십만원이면 되죠? 세퍼트들이 모두 죽으면 육십만원을 벌텐데 구덩일 파고 묻으면 겨우 십만원밖에 생기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왔다. 오십만원을 더 준다면 몰라도 손해가 뻔한 일에 흙 뭍힐 필요가 있겠나 싶어 삼십만원을 달라고 배짱을 부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삼십만원 주면 할께요. 그렇게나 많이요? 싫으면 다른 사람 부르던지... 아니, 됐어요. 그대신 흙 먼지 안나게 구덩일 크게 파요. 젊은 여자는 구덩이가 파질 위치를 정해주고는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더니 십만원짜리 수표 세장을 들고 나와선 손에 집어 줬다. 이거 한 장은 수표 말고 현금으로 줄 수 있어요? 왜요? 현금이 필요해요? 그냥요. 작은 손지갑에서 만원짜리 열장을 꺼내더니 수표와 맞바꿨다. 해가 떨어진 지 한참이 되도록 구덩이가 다 파지지 않자 젊은 여자는 내일 와서 더 깊이 파 달라며 일을 그만 두게 했다. 고단한 몸을 이끌고 집을 들어서자 마누라가 손을 내밀며 벌어온 돈을 달랜다. 따로 꺼내놓은 오만원을 손에 꼭 쥐어줬다. 생선 반찬까지 해 댄 것을 보면 돈이 좋긴 좋다. 구덩이를 파면서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밥상을 물리자 마자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마누라가 또 올라탄다. 실눈으로 쳐다보니 얼굴에 개기름을 바른 듯 번들거리는 것이 실룩 엉덩이를 까고 사타구니를 벌려 죽은 듯이 누워있는 몸 위를 깔아 뭉개듯이 쳐들어오고 있었다. 임마야, 오늘은 좀 봐주라. 왜 싫나? 죽겠다. 종일 땅 파다 온 놈이 무슨 힘이 있겠나? 당신 땅 팠나? 그래. 잠 좀 자자. 혼자 식식 거리던 마누라를 옆으로 밀쳐 버리고 다시 곤한 잠에 빠져 들었다. 해가 중천에 오르자 어제 하던 일을 마무리 짓기 위해 그 집 벨을 누르자 곧 이어 젊은 여자가 나와서 문을 열어 준다. 하던 일을 빨리 마무리해야 겠다 싶어 열심히 곡갱이와 삽질을 반복했다. 이 정도면 두어명 사람도 묻을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땅을 깊이 파곤 허리를 곧게 들어 올렸다. 젊은 여자가 파진 구덩이를 물끄러미 쳐다 보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만하면 됐슴꺼. 수고했어요. 안으로 들어와서 뭐 좀 마시고 가세요. 아님더, 그냥 손 좀 씻고 갈끼에. 젊은 여자가 현관문을 열었다. 그렇지 않아도 잘 사는 사람들의 품새는 어떻게 생겼나 궁금하던 차에 잘 됐다 싶어 여자의 뒤를 ?아 현관문을 들어섰다. 대청이 시작되는 곳에는 열대어가 줄비하게 헤엄치며 놀고 있었다. 기둥마다 고급스런 도자기가 진열되어 있고 그 사이 넓은 공간에는 푹신한 쇼파가 놓여 있다. 쇼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작은 극장을 연상시키듯 대형 프로젝션도 놓여 있다. 시원하게 잘 마셨슴더. 서먹한 기운이 감도는 바람에 더 있을 곳이 못되지 싶어 자리를 일어서며 인사했다. 벌써 가시게요? 일 끝냈음 가봐야제. 그젯밤 창 틈으로 훔쳐봤죠? 예? 소스라치게 놀라며 뒷 걸음질을 쳤다. 그 사람이 개를 죽인 거에요. 개들이 모두 죽고나면 내 차례가 되겠죠? 남편이 아닌가? 저를 ?아내지 못해 안달이죠. 겁먹고 도망치란 얘긴가요? 모르겠어요. 암튼 무서워요. 경찰에 신고하시죠. 증거가 없어요. 도와줄 수도 없고 어쩌지요? 그럼 전 죽을꺼에요. 여자의 울먹이던 얼굴에선 닭똥같은 눈물이 주르르 흐르고 검은 머리결이 살짝 어깨에 기대졌다. 마누라 한테는 느껴 본 적이 없는 야릇한 향수 냄새가 콧속으로 빨려 들며 심장 박동이 빨라지더니 기댄 여자의 머리를 안아들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흐느끼던 여자는 남을 의식하지 않는 듯 목덜미에 팔을 걸치며 더욱 밀착되어왔다. 제대로 서 본적이 없던 물건이 불쑥 치솟으며 안타까운 몸부림이 시작된다. 슬쩍 여자의 허리를 감싸듯 안았다. 매끄러운 옷 사이로 부드러운 몸매가 짤록하게 느껴졌다. 쇼파에 비스듬이 무너지며 여자의 흐느끼는 몸을 받아 들였다. 가슴의 탄력이 느껴진다. 슬쩍 밀치며 자세를 고쳐 앉고 싶다. 영문도 모른 채 젊은 여자의 노예가 될 수는 없다는 자존심도 생겼다. 어머, 제가 실례를... 괜찮슴더.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얘기해 보소. 그 인 몇일에 한번 집에 와요. 그런 날은 밤을 꼬박 새우죠. 그이가 없는 밤엔 개들을 의지해서 무서움을 달랬어요. ..... 밤 마다 개 한 마리씩 돌아가며 방을 지키도록 했어요. 섹스할 땐 개가 지켜본다고 생각하니 치욕 마저 느꼈죠. 흐미, 개 보는 앞에서 그 일을 했어예? 자기가 집을 비울 땐 저를 지켜줄 꺼라더군요. 근데, 개는 왜 죽이노? 저를 의심한거죠. 뭔 의심? 자기가 문에 들어설 때 경계심을 드러낸 놈을 골라 죽이는거에요. 어떻게 죽이는데에? 약을 섞은 먹이를 주더라구요. 개가 뭔 죄가 있다구 그래? 정말 악랄하네. 무서워요. 언젠간 내게도 약을 먹여 죽일 것 같아요. 그럼 무슨 수를 써 버리지... 어떻게요? 젊은 여자는 메마른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사람처럼 희망에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 그녀의 환한 얼굴을 보니 약간의 위험이 따르더라도 변태스러운 남자를 제거해야겠다는 결심이 굳어져 갔다. 순간 심장이 떨리며 해서는 안될 결심을 한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옆에 바짝 다가앉은 여자의 허리를 끌어 안았다. 여자는 힘없이 딸려와 가슴 위로 머리를 묻고 두 팔로 허리를 감아왔다. 가빠진 호흡을 가다듬으며 둥그런 여자의 어깨를 쓰다듬는다. 밑으로 향한 여자의 뜨거운 입김이 가슴을 파고 들었다. 활짝 몸을 열어 진심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여자는 당장의 불안감에서 해방되어 더 예쁘고 더 밝게 살아갈 수 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생겼다. 보호해야할 여자라고 판단되자 가슴에 묻힌 그녀를 더욱 보듬어 안아주고 싶다. 위로해 주고 싶다. 상처받은 영혼을 위해 어떤 희생이라도 감수할 용기있는 자신을 보여주고 싶다. 저의 어려움을 도와주신다면 뭐든지 할 수 있을꺼에요. 애잔한 목소리로 올려다 보는 여자의 입술을 덮었다. 부드러운 혀로 꽉 막힌 이빨을 뚫었다. 목젖 깊숙이 까지 말캉한 혀가 넘어가며 집요한 입술의 부딪힘으로 끈적한 침이 한 모금 여자의 입으로 옮겨졌다. 찐득한 담배냄새가 베인 침을 마다하지 않고 달콤하게 넘기는 여자를 보면 투정섞인 마누라의 일상과 너무 달라 하릴없이 세월만 보낸 젊은 날들이 오늘 이 여자를 위해 목숨마저 아까워하지 말라고 예정된 것과 같은 느낌으로 감회가 새로웠다. 여자를 바짝 끌어 당겼다. 둥그런 엉덩이가 허벅지가 걸쳐진다. 폭신한 살 덩이가 쪼개지며 아랫도리를 활개치던 그 놈이 덩실 좋아하며 머리를 솟구쳤다. 치마를 걷어 올려 허벅지의 속 살에 꺼칠한 손을 얹었다. 화들짝 반기는 허연 속살을 향해 넘실 팬티 위로 항해를 시작했다. 밑에서 위로 치올리던 손바닥은 뜨거운 열탕을 만난 듯 끈적한 물이 뭍어났다. 손을 활짝 펼쳐 엉덩이와 치골 사이를 부비며 질탕하게 움직일 때 마다 여자는 숨이 막힌 듯 학학 거림만 되풀이 했다. 브라우스를 사이에 둔 젖가슴이 꼿꼿하게 살아 올랐다. 덥썩 한 입에 베어 물든 달겨 들었지만 너무 커서 꼭지 한 귀퉁이만 쥐어 뜯고 말았다. 아파하며 얼굴을 찡그리는 여자가 너무 귀엽다. 또 다른 한 쪽 젖무덤을 덮썩 물어 버렸다. 활처럼 꺾인 여자의 허리를 쇼파 위로 ‡또慧? 풀어진 브라우스 사이로 깊이 패인 배꼽이 드러나고 치마끈이 야스라한 허리께를 지나 풍성한 엉덩이에 걸쳐졌다. 배꼽을 시작으로 젖가슴과 치골 사이를 휘저어 갈 때 여자는 진저머리를 치며 몸을 꼬기 시작했다. 낯선 남자에 의해 몸이 부서지는 느낌을 즐기는 눈치였다. 분홍색 얇은 팬티는 물에 빠진 듯 흥건하여 갈라진 틈에 얼굴을 뭍어 버렸다. 허벅지 갈라진 틈으로 삐죽 나온 속살을 혀로 파고 들자 다리를 마구 흔들더니 팬티를 스스로 벗어 던졌다. 빨간 입술이 이슬을 머금은 듯 샘이 터진 듯 질펀하게 드러나고 분홍빛 깊은 살도 벌름거리며 무엇이든 빨아 들일 듯했다. 허리 춤을 풀러 허벅지 아래로 바지를 걷어 내리고 훌러덩 팬티를 내려 버리니 신명난 듯 미친 좆대가 위로 치솟으며 불랙홀에 끌린 듯 여자의 속 살에 박혀 버렸다. 여자가 거품을 물고 신소리를 할 때까지 정신없이 펌프질을 해 댔다. 마누라한테 매일 빨려 버릴 때 그렇게 흐물거리던 좆대도 새로운 맛을 찾아 그렇게 장대하게 일어설 수가 있었을까 의아할 정도로 힘있게 박아대더니 허연 좆물을 한 방울 겨우 뿌려대곤 맥없이 빠져 나왔다. 두 사람은 한 동안 엉켜 붙어 있었지만 힘없는 좆대는 웅크러 들어 번데기가 되어 버렸다. 정신을 수습한 여자는 쫄아든 번데기를 정성스럽게 매만졌다. 그런 정성에 감동된 듯 사랑스런 마음도 더욱 간절해 지며 여자를 괴롭히는 어떤 것도 용서할 수 없다는 결심만 굳어진다. 부탁 하나 해도 되요? 뭐든지. 절 지켜줘요. 암, 지켜줄게. 젊은 여자는 현관문을 열어주며 아쉬운 눈 빛을 한순간도 놓지 않았다. 작은 정원을 빠져 나가는 등 뒤에서도 다정한 눈 빛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 밤 남편이 개를 또 죽인다면 너무 무서워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말이 뱅뱅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여봇! 얼굴이 왜 그리 심란해보여? 마누라는 눈치도 없이 바가지 긁을 준비만 한다. 냉큼 준비한 오만원을 손에 쥐어주고 툇마루를 올라섰다. 마누라가 밥상을 차려왔지만 입안이 깔깔하여 밥알이 목에 넘어가질 않는다. 밥상을 밀쳐낸 마누라가 치마자락을 걷으며 달겨 들길래 뿌리치곤 초저녁 잠에 빠져 들었다. 그 집이 보였다. 맘을 먹으니 담벼락을 가볍게 통과했다. 어깨를 위로 조금 흔들었을 뿐인데 벌써 이층 여자의 방에 올라와 있다. 여자가 침대 위에 누워있다. 뒤척이는 모습이 몹시 괴로운 꿈에 시달리나 보다. 이불이 발에 밀려나갔다. 뽀얀 다리가 드러났다. 거칠게 자란 나뭇가지가 검은 숲을 이룬 삼각주가 보였다. 두 발이 모아지듯 무릎이 굽어지고 다시 벌어진 그 곳엔 붉은 입술이 드러났다. 이글거리는 검은 세퍼트가 문 앞을 지키고 있다. 여자의 다리가 벌어지자 세퍼트의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긴 혀를 내밀며 침을 흘리고 있다. 징그러운 상상이 끔찍해 소스라치듯 놀라 눈을 떴다. 마누라가 옆으로 누워있었다. 어깨를 살짝 흔들었지만 미동도 없다. 미끄러지듯 자리를 빠져나오며 츄리닝 바지로 갈아 입었다. 하얀 면 장갑을 두 손에 정성스럽게 끼웠다. 방문을 빠져나오며 몇번씩이나 마누라의 잠든 모습을 돌아봤다. 부엌에 놓인 식칼을 신문지로 정성스럽게 싸맨 후 대문 소리가 나지 않도록 신경쓰며 거리로 나섰다. 죄진 일 없이 살던 수많은 세월의 때가 뭍어난 나무대문을 밀칠 때는 서러움이 복받쳤다. 이 길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게 된다 하더라도 후회없는 결정이었다는 것을 몇번씩이나 되새기며 비탈길을 내려왔다. 그저께 쥐도 새도 모르게 타 넘은 담을 다시 넘었다. 미리 약속한 대로 세퍼트들은 수면제를 먹였는지 짖지도 않고 미동도 없었다. 현관문을 돌렸다. 시건장치를 풀러 놓은 문은 소리없이 틈을 벌려준다. 컴컴한 대청을 까치발로 건너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을 밟았다. 쥐잡는 고양이처럼 조심스럽게 계단을 오르니 방문이 조금 열린 채로 두 남녀가 엉켜붙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세퍼트 한 마리가 약을 먹은 듯 피를 토하며 문 앞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징그럽고 변태스러운 놈이라는 생각에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준비해간 칼을 신문지에서 꺼내 오른손에 단단히 쥐었다. 심호흡을 길게 하곤 방문을 박차고 들어가며 남자의 등 뒤로 칼을 꽂았다. 퍽 소리와 함께 피가 사방에 퍼지고 사내는 소리 한번 지를 틈이 없이 절명해 버렸다. 여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옷을 주섬주섬 입더니 턱 끝으로 어서 구덩이에 파 묻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죽은 사내를 들쳐업고 계단을 내려오는 동안 여자는 눈 하나 흔들림 없이 뒤를 따르며 깊게 파인 구덩이로 어서 밀어 넣으라고 재촉했다. 사랑스런 여자의 행복을 위해 누구도 할 수 없는 정의로운 일을 했다는 자부심에 힘든줄 모르고 사내를 구덩이에 밀어 넣은 후 뒤를 돌아봤다. 여자의 얼굴이 환하게 불 빛에 비쳤다. 어서 흙으로 덮으라고 재촉하는 눈빛을 보았다. 끝나지 않은 관계 속에서 달구어진 여자의 육신이 삽을 집어 든 자신을 향해 던져지며 깊은 키스를 퍼부었다. 여자의 기쁨을 배가 시키는 일은 수북하게 쌓인 흙더미로 구덩이를 매꿔주는 일이다. 삽질을 시작하기 위해 잠시 여자의 달콤한 입술을 피한 후 한 덩이 삽질하여 구덩이에 던져넣었다. 종일 허리를 펴지 못한다 해도 자신으로 인해 기뻐할 사랑스런 여인을 위해 고단함을 느끼지 못할 것 같았다. 구덩이를 반 쯤 덮어 나갔다. 또 한번 삽질을 하여 흙을 구덩이에 던져 넣으려는 순간 등줄기에 따끔한 고통이 느껴졌다. 억하며 균형을 잡으려 했지만 몸은 의지와 상관없이 구덩이로 처박히고 말았다. 머야? 왜그래? 니가, 내 남편을 죽여? 무슨소리? 니가 죽여달랬잖아? 여자의 눈빛이 광기를 띄었다. 슬피 울며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웅덩이에 고꾸라진 몸은 점차 의식을 잃어갔다. 싸이렌 소리가 가물가물 들렸다. 시커먼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들이닥치는 것 같았다. 악을 쓰며 울부짖는 여자의 목소리만 겨우 귓가를 파고 들었다. 구급차에 실려 어디론가 달리고 있다. 의식을 놓으면 끝장이라는 절망감에 이를 악물며 순간 순간을 어렵게 넘기고 있었다. 환한 빛이 눈에 들어왔다. 수술대를 둘러싼 까운입은 사람들의 말소리도 점차 또렷해 지고 있다. 위기는 넘긴 것 같다며 회복실로 옮겨졌지만 험악한 덩치의 사내들이 들락거리며 뭔가를 캐물을 때가 되서야 한마디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는 것을 의식할 수 있었다. 사내들이 심문을 포기한 듯 회복되기만 하면 살인죄로 기소한다는 소리만 귓가에 왕왕거리며 들릴 뿐이었다. 뉴스가 흐르고 있다. 지난 밤 강도가 침입하여 개들을 죽이고 잠자던 부부를 칼로 찔러 남자을 숨지게 한 사건이 보도됐다. 구덩이를 파고 시체를 묻던 강도를 부인이 칼로 찔러 복수했으며 살인자는 중태에 빠졌고 여자의 행위는 정당방위 였다는 소리도 들렸다. 눈 앞이 캄캄했다. 여자를 위해 목숨조차 아끼지 않았던 자신의 행위가 변질된 것에 대한 분노로 치를 떨어야만 했다. 점차 회복되던 의식과 몸이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며 허우적 거릴 때 긴박함을 알리는 심장박동기 부저소리가 울렸지만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자포자기의 체념으로 목숨은 단축되고 있었다. 날이 밝았다. 간밤에 마누라가 얼마나 서럽게 울었는지는 짐작이 갔다. 형사와 함께 병실을 찾은 여자의 귓엣 말을 듣는 순간 희미하던 심장이 멎고 말았다. 고마워, 보험 든게 너무 많았거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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