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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말 - 3부2장(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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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참 .. 이렇게 오래 멈출 생각은 없었는데..


생각대로 되지는 않는군요..




많이 잊혀졌을 것 같습니다만... 계속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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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듣고 있는 거야? 뭐해?”




“아, 죄..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저분자화합물의 .. 그.. 결합은..”




“그게 아니잖아.. 멍하니.. 왜 그래? 네가 중심이 되어서 진행하는 분야잖아. 그런 태도로 뭘 어쩌자는 거야?”




펼쳐진 노트 위에 볼펜을 쥔 채로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던 희성을 지영이 강하게 질책했다. 강한 질책 탓에 잠시 현실로 돌아올 수는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단 한순간이라도 유미의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았었다. 혼자두고 싶지 않았었다. 하지만 자신의 발견이 계기가 되어서 출발한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희성의 꿈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는 유미의 마음 씀씀이에 등을 떠밀려 출장에 합류하고 말았다. 수도권과 지방 3개도시에서 년초부터 진행될 프로젝트를 대비한 사전 미팅이었다. 밤 늦게까지 자료를 만들어야 했고, 아침부터는 쉴틈없는 회의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에 집중할 수 없었다. 무엇을 하고 있어도 머리속에는 온통 유미 생각 뿐이었다. 짬을 내어 문자를 보내고, 답장을 받고서야 간신히 안심할 수가 있었다. 헌신적이기까지 했다. 자신의 일보다 상처입었을 것이 틀림없는 여자친구의 걱정이 우선이었다.




“자, 그럼 세부적인 것들은 메일로 주고 받기로 하죠”




드디어 마라톤 회의가 끝나고, 지칠대로 지친 상태로 회의실을 나섰다. 지영은 긴 머리를 흩날리며 새롭게 지어진 건물의 복도를 경쾌한 발걸음으로 걸었다. 엘리베이터 홀 바로 옆 자판기에서 캔 커피를 두잔 뽑아 든 채로 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밖으로 나섰다. 희성은 아무 말도 못하고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고생했어”




인적이 드믄 벤치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의 그림자가 잔디밭 위로 늘어지고 있었다. 저녁무렵이라 한결 더 쌀쌀해진 날씨였다. 지영이 들고 있던 캔 커피를 희성에게 건냈다.




“아..”




“예상은 했지만 좀 피곤하네…”




부드러운 머리결이 석양에 빛나고 있었다. 그런 석양을 배경으로 크게 기지개를 켰다. 캔커피를 손에 든 희성은 그런 소녀 같은 그녀의 행동과 투명한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은… 죄송했어요..”




“그럴 수도 있지 뭐.. 너무 무리하지 마…”




짧은 지영의 대답이었다. 어제 밤 만나기로 했던 호텔 로비에서 부은 얼굴과 반창고를 붙인 희성을 보고 잠시 놀라는 표정이었지만 지영은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묻는다고 해도 대답할 말이 없었지만 그녀가 아무것도 물어오지 않는 것도 어딘가 불편했다.




“어떻게 된 거냐고.. 안 물어보세요?”




지영은 언제나 그랬다. 필요이상으로는 파고 들지 않는 편이었다. 오히려 희성이 스스로 그 화제를 입에 올렸다.




“얼굴에 그 상처 말야?”




“…네”




“내가 물어봐주기를 기다렸니?”




온기라도 느껴보려는 듯 따뜻한 캔커피를 감싸쥐고 있던 지영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저물어 가는 석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쿡 하고 웃음을 터트린 지영이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강한걸?”




희성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이 웃고 있었다.




“강해요? 제가요?”




자조섞인 희성의 되물음이었다. 지영의 시선을 피하고 말았다. 여자친구가 힘들어하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자신이.. 그런 여자친구를 도와주지 못했던 자신이 너무나도 비참했다. 그런 희성의 어깨를 지영이 가만히 잡아왔다.




“도망치지 않았잖아. 그래서 다친 거 아냐? 그렇게 자책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게 아니었다.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좀 더 정신을 차리고 있었으면 유미를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다. 희성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가슴이 아플 뿐이었다.




“너무 혼자 고민하지 마”




고개를 숙이고 있는 희성의 어깨를 조용히 끌어당겼다. 지영이 안아주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선생님.. 저…”




희성은 지영의 당기는대로 가만히 있었다. 부드러운 감촉과 함께 달콤한 향기가 느껴졌다. 지영의 손길이 희성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잘 들어..”




평소의 연구실에서 보여주던 말투와는 달랐다. 아끼는 사람에게 들려주는 부드러운 어조였다.




“넌 혼자가 아냐…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는 걸 잊어버리지 마”




그렇게 잠시 말을 멈춘 지영이 귓가에서 속삭였다.




“네가 걱정스러워… 아주 많이… 그러니까 혼자서 고민하지 마.. 꼭 지금이 아니라도 괜찮으니까…너무 힘들어서 견디기 힘들어지면… 나한테로 와.. 틀림없이 힘이 되어 줄 수 있을 거야.. 알겠니?”




그녀의 품안에서 문득 세상을 떠난 엄마를 떠올렸다. 어릴 적, 언제나 그렇게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던 어머니.. 희성의 웃는 얼굴을 좋아하던 엄마의 따뜻한 미소가 떠올랐다. 자신을 생각해주는 그런 지영의 마음씀씀이에 희성은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었다.






“유미를 걸고 하는 게임 같은 거.. 난 인정할 수 없어.. 더 이상 널 힘들게 하지 않을 거야”




“하.. 하지만.. 걔가.. 희성이한테 심한 짓을 할지도 몰라..”




마치 쫓겨나듯이 지훈의 집에서 나온 후, 희성과 유미는 역 근처의 작은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유미는 찢어진 희성의 입 주위와 부어 오른 얼굴에 대고 있던 휴지를 새것으로 바꾸었다. 피가 엄추자, 계속 다물고 있던 희성의 무거운 입이 열렸다.




“난 아무래도 괜찮아.. 그보다.. 유미야.. 정말.. 미안해.. 아무 것도 모르고…”




“아냐.. 내가 잘못했어.. 나쁜 건 나야…”




“그렇지 않아. 유미는 잘못한 거 없어”




“..아니야.. 희성아..”




“어쨌든 이건 그자식과 내 문제야.. 유미는 관계 없는 일이야.. 집에 가자”




희성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희성아.. 오늘.. 출장이라고 하지 않았어? 중요한 회의라고…”




“괜찮아.. 연구 같은 건.. 지금은 유미 없에 있을 거야”




“고마워 희성아.. 하지만.. 난 괜찮아..”




“앞으로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중요한 회의라며.. 지금까지 그렇게 열심히 해왔는데.. 나 때문에…. 더 이상 희성이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부탁이야.. 지금이라도 가보도록 해.. 아파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거.. 희성이 꿈이었잖아… 나.. 희성이가 그 꿈을 향해 가는 거 보고 싶어… “




“하지만.. 유미야..”




“난 괜찮아.. 이제 정말 괜찮아.. 그리고.. 기뻤어.. 이런 날.. 그러니까.. 이제 괜찮아.. 기다리고 있을게.. 응? 그러니까…”




오랜만에 보는 유미의 웃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희성은 그 웃음이 유미의 진짜 웃음이 아닌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본래의 밝과 화려하던 웃음이 아니었다. 깊은 상처를 입고도 자신을 위해서 보여주는 그런 웃음이었다. 한동안 흐린 하늘을 오려다 보던 희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가 끝나는대로 바로 올 게”




“응”




희성이 내민 손을 잡고 유미가 일어섰다.




“있잖아.. 희성아.. 저기.. 하나만 가르쳐 줄래? 희성이랑 .. 무슨 관계인 거야..? 가르쳐 주면 안돼?”




보이지 않는 상처를 건드리기라도 한 듯 희성의 얼굴이 굳어졌다.




“내일 우리 집에서 기다려 줄래? 그때 전부 얘기해줄게. 그 자식하고도 정리해야 할 것도 있고..”




간신히 쥐어짜내는듯한 목소리였다.




“그래.. 그럴게”




어딘가 모를 어색한 둘의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오후의 강의가 끝난 후 낙엽이 굴러다니는 캠퍼스를 뒤로 했다. 어제 희성의 표정이 신경쓰여 견딜 수가 없었다. 도대체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 꽃은 어떤 의미란 말인가.. 그리고 모든 것을 얘기해주겠다는 희성에게 자신도 이야기 하지만 안된다고 생각했다. 어째서 이렇게 되고 말았는지… 모든 것의 시작은 자신이 희성을 배신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이제 와서 희성에게 사랑 받을 자격따위는 자신에게 남아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지훈이에게 마음이 흔들렸던 것도 명백한 사실이었기 때문에..






“버림을 받더라도.. 어쩔 수 없어…”




지하철 역으로 걸어들어가며 혼자말을 내 뱉았다. 그래도 모든 것을 밝히지 않으면 안되었다. 해가 기울어 석양이 고층 빌딩의 그림자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지금쯤 희성이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회의 중일까.. 돌아오고 있는 중일까.. 희성을 생각하면 할수록 만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졌다. 이렇게 혼자 있는 것이 힘들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기는 했지만 유미는 희성의 집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저녁은 어떻게 하지?’




문자로라도 물어볼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파트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자신의 집과 희성이 집이 있는 층의 버튼을 눌렀다. 저녁거리라도 만들면서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자신이 만든 음식을 과연 희성이 먹어줄 것일까 하는 걱정과 희성이라면 먹어줄 것이라는 생각이 교차하면서 희성이의 따뜻한 웃는 얼굴이 떠올랐다. 유미의 가슴도 따뜻해져 가는 것만 같았다.






“저기.. 선생님.. 잠시 괜찮으세요?”




긴 머리를 하나로 묶은 채 안경을 끼고 논문을 훑어보고 있던 지영에게 마음을 굳힌듯이 희성이 말을 걸었다.




“응? 괜찮아.. 왜?”




KTX의 차내 방송이 곧 도착을 알리고 있었다. 지영의 부드러운 눈빛이 희성을 향했다.




“음.. 선생님.. 그러니까…”




“무슨 일인데 그래?”




“아..아뇨.. 아무것도..”




“얘기해 보래두”




“그게.. 말이죠…”




지영은 한 손으로 자신의 목에 걸린 진주 목걸이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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