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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의 노예 - 34 < 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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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5개월 전에 허락받고 싶은 이기적인 욕심에 말씀드렸습니다.”



“물론 그 사람은 결사적으로 반대했겠지. 이제야 내 딸과 아들이 왜 그렇게 불행해 보였는지 알겠네. 그럴 필요 없는데 괜한 마음고생을 했어.”



수한은 고개를 저으며 깊은숨을 내쉬었다.



“무슨 말씀입니까?”



“내 딸의 행복이 우선이라는 말일세. 난 이미 살아 봤고 해볼 거 다 하고 살았는데 무슨 욕심이 있어서 뭐가 무서워서 앞날이 창창한 내 딸을 가로막겠는가.



난 내 딸이 저 차가운 수술대 위에 왜 누워 있는지도 모르겠네. 난 정말 모르겠네. 왜 내 딸이 한창 피어날 나이에 저렇게 험한 꼴을 당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 흐흑.”



수한이 더 이상 의연한 척하는 데 지쳤는지 결국 주먹을 틀어막고 흐느꼈다. 태욱은 무너져 내리는 수한을 끌어안고 뜨거운 눈물을 삼켰다.



***



비가 오는 걸까? 비라고 하기에는 너무 따뜻했다. 아니 뜨거웠다. 아직도 꿈을 꾸는 걸까? 영아는 무거운 눈꺼풀을 파르르 떨며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창백하고 날카로워 보이지만 그래도 눈을 현혹시킬 만큼 미남인 남자를 향해 빙그레 미소 지었다.



“안녕, 오빠.”



영아의 목소리를 들은 태욱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고 그녀를 찬찬히 살폈다. 그녀가 깬 게 맞는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확인하는 초조한 시선이었다.



“안녕, 많이 아팠지?”



“응, 정말 아팠어. 하지만 내가 이겨 낼 만큼만 아팠어요.”



수술대에 누운 후 회복실, 그리고 중환자실에서 일반실까지 옮길 동안 기억이 끊어진 필름처럼 간간이 났다.

수술실에서 의식을 잃은 후, 회복실에서 몹시 추운데 간호사가 담요를 덮어 주며 안쓰럽게 바라본 것.

중환자실에서 혈액 수치가 떨어져서 수혈한 것도.

드디어 중환자실에서 나와서 일반실로 왔을 때 아버지가 펑펑 울었던 것까지.



그런데 그녀의 눈에는 든든한 바위처럼 선 채로 내밀었던 태욱의 큰 손만 보였다.

손끝만 닿았는데도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의 손만 잡고 있으면 안전할 것 같았다.



“넌 잘 이겨 냈어. 네가 정말 자랑스러워.”



“아빠는?”



“우리 둘만 있게 해주려고 잠시 집에 가셨어.”



그제야 영아는 수술하기 전날에 부친이 한 말이 뭔지 알아차렸다.



“아빠가 아는 것 같았어요. 우리 사이.”



“아셔.”



영아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지금은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오직 그녀의 건강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그만으로도 모자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시간이 소중한지는 몰랐다. 그녀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몰랐다.

영아는 이제 일분일초도 의미 있게 살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몸에 무심한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오빠, 식사는?”



그가 대답을 못 하자 그녀가 노려봤다.



“약속해 줘요.”



“뭐든. 말해 봐.”



“무슨 일이 있어도 오빠가 1순위야 한다고. 난 이기적인 오빠를 사랑할 거니까. 그리고 나도 그럴 거거든요. 자, 약속.”



그녀가 약지를 내밀자 그가 단단히 걸었다.



“약속할게. 난 날 사랑해. 바로 네가 나거든. 또 다른 나.”



“그렇군요. 부부가 무촌인 것처럼 순위가 무의미한 거네요. 오빠도 또 다른 나니까.”



“맞아, 그러니까 우린 분리될 수 없어. 지금부터 내 몸을 알뜰살뜰 가꾸자. 가야 할 길이 멀어.”



가야 할 길이 멀다는 말이 가슴 뭉클하게 했다. 그만큼 많은 시간이 선물로 온다는 의미니까.

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신이 날 수가 없었다. 수술 직전에는 그 길이 끊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마저 느꼈는데 말이다.



그때 그가 주머니에서 뭔가 끄집어냈다. 백금으로 된 커플링이었다.



“오빠. 그거…….”



그녀는 목이 메어 더 이상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때 그가 살짝 입술을 포갠 채 속삭였다.



“먼 길의 첫걸음을 내 신부로 시작해 줘. 이제 어떤 이유로든 그 누가 막는다고 해도 멈추지 않을 거야. 이미 멈춰 봤는데 좋지 않았잖아. 그러니, 이제 달릴 일만 남았어. 내 인생은 내 거니까.”



내 인생은 내 거.



영아는 그가 끼워 준 꼭 맞는 반지를 보며 행복한 한숨을 쉬었다. 그는 자신의 약지에도 반지를 끼고 반지 낀 두 손을 깍지 꼈다.

손가락 사이사이도 빠져나갈 수 없을 만큼 빈틈없이. 그 단단한 결속에 강한 힘이 느껴졌다.



에필로그



7년 후.



“나 마태욱은 사영아를 신부로 맞아 평생 내 몸을 알뜰살뜰 아껴서 신부와 분리되지 않도록…….”



“나 사영아는 마태욱을 신랑으로 맞아 평생 내 몸을 알뜰살뜰 아껴서 신랑과 분리되지 않도록…….”



안 회장은 아들딸 결혼식에서 의미가 있는 특별한 혼인 서약을 듣고 웃지는 않았다.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눈물을 글썽이며 듣고 있었다.



지난 5년 동안 투병 생활을 하며 완치 진단을 받을 때까지 우여곡절의 시간은 그저 의미 있다고 하기에는 부족할 정도였다. 서로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이겨내지 못했을 만큼 고된 행로를 그들은 잘 이겨냈다. 감탄할 만큼 강하게 해냈다.



이제는 건강을 찾은 딸은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 곁에 선 아들 또한 지금처럼 환하게 빛이 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들이 가진 행복이 얼마나 값진지 아는 서로를 향한 일체감은 부부인지 몰라도 바로 눈치챌 만큼 표정이 닮아 갔다. 그리고 이제 7개월 뒤면 이들의 2세가 태어난다.



그 소식을 듣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하마터면 안 회장의 편협한 실수로 이 두 사람이 평생 분리될 뻔했다는 생각을 하면 지금도 한없이 미안했다.



그때는 그게 한 치의 의심 없는 바른길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세상에 어떤 편협한 시선도, 오래된 관습도 아들, 딸의 행복만큼 소중한 건 없다는 진실을 깨달았다.



“참 예뻐.”



남편이 울먹이며 감탄했다. 남편한테 보이는 건 비단 외모만이 아니었다. 그들의 사랑은 높고 귀하고 강했다. 존경할 만큼 대단한 사랑이었다.



순간 두 사람이 키스를 하기 위해 마주 보자 안 회장은 숨죽이며 지켜봤다.



어떻게 저렇게 사랑이 넘치는 시선으로 서로를 볼 수 있을까? 안 회장도 열렬한 사랑을 해봤다고 자부했지만 태욱과 영아 사이는 정말로 서로에게 특별했다.

하나의 영혼이 두 개의 몸으로 태어난 것 같았다. 영아와 태욱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또 다른 자아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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