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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리 연쇄살인사건 - 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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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 이상한 부부





결국 하늘은 거센 바람과 함께 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저수지 둘레 도로를 물고 있는 레이크모텔은 처연히 비를 맞으며 서있었다. 살인사건이 발생해서인지 아니면 비가 와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따라 더욱 얼씨년스러웠다. 강두와 영숙은 모텔 뒷문을 통해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비오는 날 모텔에 낮거리 하러 오는 불륜의 한쌍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비닐지붕이 되어있는 모텔주차장은 날씨탓인지 어두컴컴하였다. 하긴 대부분의 모텔손님들은 불륜커플일테니 오히려 좋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주차장은 텅텅 비어있었다. 사건이 발생한 호실을 제외하고는 영업을 제한하지 않았으나, 이미 소문이 다 퍼져서인지 모텔은 잠정휴업에 들어간 듯이 적막만이 흘렀다.



“ 에이… 씨발… 좆나게 어둡네… “ 차에서 내리던 강두는 예상을 빗나가지 않고 욕을 해댔다.



영숙은 주차장 이곳저곳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아… 저기 있네… 이형사님! 저기에 CCTV가 하나 더 있죠? 지난번 왜 저걸 확인 못했을까요? “



영숙은 주차장에서 모텔로 들어서는 출입구 윗 외벽에 장착되어 있는 CCTV를 발견하고는 손으로 가리켰다. CCTV는 회전이 가능한, 주차장 이곳저곳 녹화가 가능한 CCTV였다.



“ 어! 그렇네! 우린 그렇다 치고… 사장아들놈도 여기 CCTV에 대해서는 말이 없었잖아요 “

“ 그러게 말이에요. 일단 들어가 보죠 “



모텔에 들어서니 라면을 끓이는지 냄새가 진동하였다. 수부실에서 송영감이 연변댁과 때늦은 점심인지 라면을 먹고 있었다.



“ 어이구.. 라면 맛있겠다~! “

“ … 아이구.. 이형사님… 김소장님! 우얀 일입니꺼? 점심은 드셨습니까? 헤헤~ “



송영감이 호들갑스럽게 둘을 맞이하였다.



“ 우얀일은… 조사 좀 더 할라고 왔죠… 한분이 더 계시지 않습니까? 청소하시는 분? “

“ 아.. 뭐.. 사건 터지고 장사도 안돼고 해서.. 당분간 나오지 말라 했습니다. 아줌마 몸도 좀 안좋고… “

“ 그렇군요. 아…! 보니까… 주차장 쪽에도 CCTV가 있던데… ? “

“ 아.. 그거요? 고장났습니다. 사건 나기 한 일주일전쯤부터 안돌아가데요 “

“ 일주일전? 음… 어디가 고장났어요? “

“ 아.. 그건 우리 덕수가 아는데.. “

“ 어디있어요? “

“ 아이고.. 그놈아가 어제 낮에 전화받고 나가디만 밤에도 안들어 오고 아직까지 깜깜 무소식이네요 “

“ 음.. 멀리 가지 말라 했는데… 누구 전화 받고 나갔나요? “

“ 뭐.. 아는 사람이라 카던데… 누군지는 얘기 안하고요 “

“ 전에도 집에 안들어온 적 있었나요? “

“ 예.. 뭐.. 우야다가 한번씩… 친구들 오랜만에 모이면.. “

“ 음… 내가 전화 한번 해보죠 “

강두는 수첩을 뒤적거려 덕수의 전화번호를 찾은 뒤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허탕이었다. 받을 수 없다는 음성안내만이 되돌아 왔다.



강두가 전화할 동안 영숙은 연변댁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수부실에서 앉은뱅이 밥상에 붙어 앉아 라면을 먹고있던 연변댁은 고개를 숙이고는 라면을 게작거리고 있었다. 어쩐지 불안해 보였다. 강두 또한 그런 연변댁의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강두와 영숙이 들어왔는데도 눈길 한번 마주치지 않았다.



“ 아이고… 라면 좀 남은 거 있음. 같이 좀 먹읍시다. 배고프다 “

강두가 밥상 가까이 털썩 앉았다.



“ 아.. 예… “

연변댁은 당황한 모습을 역력히 보이며 젓가락을 수저통에서 꺼낼려고 하였다.



“ 쨍그랑! “

연변댁은 수저통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떨리는 손이 결국 사고를 쳤다.



“ 에구머니! 죄송합네다. 이거 원… “

“ 아이구… 괜찮아요. 아주머니… 근데 어디 편찮으세요? 왜 이렇게 땀을 흘리고 계세요? “

수부실의 에어컨은 작동이 잘 돼고 있었다.



“ 아.. 아닙니다. 가..감기 기운인지… 모..몸이 좀 안좋습네다 “

“ 감기 조심하셔야죠. 여름에 감기걸리면 죽습네다~ 하하! “ 강두가 연변댁 사투리를 흉내내며 장난을 쳤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연변댁은 어쩔 줄 몰라했다. 그 안절부절 하는 모습이 묘하게 매력이 있다고 강두는 생각했다. 송영감이 급히 다가와 수습하는 척하며 연변댁의 어깨를 슬쩍 감싸안았다. 그것을 놓칠 영숙이 아니었다.



“ 아따~! 이 사람이 참…. 허허~! “



단지 젓가락 하나 떨어졌을 뿐인데…

연변댁과 송영감의 행동들… 의외의 수확이었다.



5층의 사건현장을 다시 둘러봐도 별다른 특이점을 찾지 못하고 강두와 영숙은 발길을 돌렸다.



둘은 모텔을 나섰다. 영숙은 강두에게 말했다.

“ 뭔가 있죠? “

“ 그러게… 일단 한번 지켜봅시다 “

“ 연변댁이라는 아줌마가 좀 이상하죠? 아까 송영감이 아들 덕수 얘기할 때부터 눈빛이 흔들리는 것 같았어요 “

“ 그래요? 연변댁… 덕수라… 아참..! 남자사체 최초 발견자 내가 못봤는데 누구라고 했죠? “

“ 김성길이라고… 저기 낚시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남자에요. 연변댁의 남편이기도 하구요 “

“ 연변댁 남편요? 오호…! “

“ 왜요? “

“ 부부가 둘 모두 최초 목격자네… “

“ 어머!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연변댁은 최미정의 최초 발견자, 그 남편 김성길은 남자사체의 최초 발견자… “

“ 아직 뭐라 단정하기는 어렵고, 좁은 동네이니 그럴수도 있지만, 참고사항으로 한번 생각해봅시다 “

“ 그러죠. 제가 처음 목격자 진술을 받았을때는 별다른 특이점은 없었어요. 김성길이란 사람은 그냥 조용한 사람이에요. 제가 속속들이 알지는 못하지만 생활력이 좀 떨어지고… 연변댁이 가정경제를 책임지고 있어요. 남편 성길은 그냥 낚시로 소일하면서 술이나 마시고… “



둘은 곧 성길의 낚시가게에 도착하였다. 레이크모텔이랑 불과 얼마 떨어져 있지 않는 마을 초입에 자리잡고 있었다. 주변에 슈퍼며 식당이며 둘레둘레 자리하고 있었고, 성길의 낚시가게는 가장 구석진 곳 가건물로 대충 얼기설기 엮어진 작은 건물이었다. 간판에 낚시라고 있어서 가게인줄 알지 아니면, 빈집인가 착각할 정도로 가게 관리는 형편없었다.

유리 미닫이로 된 문은 안에서 잠겨 있는 듯 했다.



“ 계십니까? “ 강두는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두세번 소리쳐 봐도 안에서는 반응이 없었다.

“ 에이… 씨발… 뭐야.. 안에서 잠긴 것 같은데… “ 강두는 더 큰소리로 외쳤다

“ 안에 아무도 없소? 경찰에서 왔습니다~! 쾅!쾅!쾅! “

강두가 소리치고 문을 좀 더 세차게 두드려서야 안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 누구요? 오늘 문닫았습니다 “

“ 경찰이요. 김성길씨 계십니까? “



성길이 졸린 눈으로 그제서야 문을 열었다. 강두와 영숙은 가게로 들어섰다.

3평 남짓한 가게에 겨우 다리를 뻗을 수 있는 방이 딸린 가게는 온통 낚시도구들로 어지러웠다.



“ 아… 어쩐일로… “

“ 안녕하세요? 지난번 봤었죠? 오늘 더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서…

이분은 북부서 강력계 이강두 형사라고 해요 “

영숙이 먼저 인사를 했다.



“ 아예… “

“ 그날 어떻게 시체를 발견하게 됐는지 상세히 말씀 좀 해주실랍니까? “

강두는 수첩을 꺼내 들었다.



“ 어.. 지난번 다 얘기했는데… “

“ 네.. 지난번에는 이형사님이 직접 못들어셔서… “ 영숙이 거들었다.

“ … 어… 그냥 뭐… 저녁에 잠을 자서… 잠이 안와서… 요 앞에 낚시하다가… 잘 안잡혀서… 한 4시쯤인가.. 5시쯤인가 그 쪽으로 이동했는데… 어… 그쪽이 새벽에는 입질이 좀 오는데라서… “

웅얼거리듯 말하는 성길은 계속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말끝을 흐렸다. 버릇인가? 강두가 예리한 눈빛으로 살피고 있었다.



“ 처음 발견할 때 시체는 엎드려 있었나요? 바로 누워 있었나요? “

“ 엎어져 있던데… “

“ 그래서요? “

“ 네? “

“ 엎어져 있어서.. 바로 눕혔나요? “

“ … 어… 낚시대로 찔러보고.. 시체인거 알고.. 놀라서 한참 있다가… 112에 신고했는데… “

“ 신고하고 몇분뒤에 경찰이 왔나요? “

“ … 어… 한 30분 뒤에…. “

“ 예 맞아요. 4:30분에 신고가 들어왔고.. 5시 좀 넘어서 제가 도착했어요 “

“ 그럼 기다리는 동안 뭐했어요? “

“ … 네?... 어... 그냥 있었는데요 “

“ 그냥 있어요? 뭐 어떻게? “

“ 그냥 가만히… “

“ 아… 예… 그냥 가만히 있었다? 예… 일단 알겠습니다. 좀 둘러봐도 됩니까? “

“ … 어… 예… 그런데… 저기 저… 제가 혹시 뭐 잘못한 거라도…? “

“ 아… 아뇨! 그냥 원래 절차상 필요한 거라서… “



강두는 여기저기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옷 여기저기를 뒤적거렸다.

“ 아…씨… 담배를 차에 놔두고 왔네.. 혹시 담배 핍니까? 담배 피시면 한대 좀 빌릴까요? “

“ … 어… 예… 여기… “

성길이 건네는 담배를 받아서는 또 다시 주머니를 뒤적였다.

“ … 에이.. 씨… 불도 없네.. 불도 좀 빌립시다 “

성길이 건네는 라이타를 받아서는 담배에 불을 땡겨 깊이 빨아들였다.

몇모금을 거푸 빤 강두는 탁자에 놓여있는 종이컵에 재를 떨었다. 종이컵은 담배꽁초들로 가득차 있었다.

“ 아씨… 담배 끓어야 되는데… 담배를 너무 많이 피워요. 담배 많이 피우면 안서요! 안서!! 킥! “

“ … 예? “

“ 김성길씨는 담배 많이 안핍니까? “

“ … 어… 예.. 조금… “

“ 내가 하루에 담배를 한갑반을 피우는데… 씨발… 좆이 잘 안서요. 김성길씨는 안그럽니까? 킥! “

영숙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동료형사라지만, 엄연히 여자인데… 바로 앞에서 ‘좆’이라니… 이건 성폭력에 해당될 수 있는 행동이었다. 그런 영숙을 힐끗 쳐다본 강두는 씨익 웃었다.

“ 물론… 뭐… 그래도 섹시한 엉덩이 보면 바로.. 벌떡! … 킥킥킥~! 성길씬 안그래요? “

“ …어… 예… 뭐… “

영숙은 표정이 더욱 굳어졌고, 성길은 맞대꾸를 해야 될지 말아야 될지 어리둥절해 하는 표정이었다.



“ 킥킥! 아 미안합니다! 내가 원래 입이 좀 더러워요. 이해하십시요 “

담배를 마저 핀 강두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실내를 둘러보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 장사는 잘됩니까? “

“ …. 어…. 잘 안됩니다 “

성길이 처음으로 말끝맺음을 했다.

“ 아… 여자시체가 발견된 레이크모텔에 일하시는 연변댁 이라는 분하고는 부부지간이라면서요? “

“ … 어…. 예 “

“ 아이구.. 뭔 일이랍니까? 부부가 동시에 시체를 발견하고… 기분이 영 그렇겠어요? “

“ … 어… 예.. 뭐.. “



잠시 둘러보던 강두는

“ 뭐.. 특별한 것 없는 것 같네요. 그만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어디 멀리 가지마시고… 킥! “

“ … 어… 예 “

미닫이 문을 열고 강두는 가게를 나서다가

“ 아 참! 나도 낚시 좋아하는데… 보통 몇시까지 문열어요? “

“ … 어… 뭐… 대중 없는데… “

“ 에이… 장사를 열심히 안하시는구나. 열심히 하심 꽤 될꺼 같은데… “



차에 오른 영숙은 강두에게 쏘아붙였다.

“ 이형사님! 아무리 동료 형사라지만 말 조심 좀 하시죠. 그리고 매너도 좀 갖추세요! “

“ 킥킥~! 왜? 기분 나빴수? “

“ 그렇잖아요. 엄연히 여성앞에서 상스런 단어를 사용하고, 그 좁은 실내에서 담배도 막피고.. “

“ 어이구… 생각 좀 하고 삽시다. 그러다가 꼴통진수 닮아갈라… 킥킥! “

“ 예? 방금 뭐라고 하셨죠? 정말 심하시네… 제가 지금 농담하는 것 같아요? “



“ 아… 정말… 말끼 못알아듣네… 아까 담배랑 욕했는 거 일부러 그랬어요 “

“ 네? 왜요? “

“ 음… 보통의 남자라면 시체를 발견한 후에 놀라겠죠? 아마도 신고해놓고 불안해서 현장을 피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알리거나 하는 것이 정상일 것인데… 성길은 그냥 가만히 있었다 했어요. 그리고 담배를 피는 사람이면, 놀란 가슴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도 담배를 피는 것이 일반적인데 현장에서는 담배꽁초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어요. 시체를 발견한 후에 그 놀란 가슴으로 그냥 가만히 있었다? 뭔가 좀 이상하지 않아요? “

“ 아… 그렇군요.. “

“ 아까 연변댁은 놀라서 어쩔줄을 몰라 했고, 성길은 거짓말을 하는 것 같고… 뭔가 이상해요. 이 두사람 면밀히 조사해봅시다. 필요하면 잠복이라도… “

“ 잠복요? “

“ 그래요.. 잠복… 오늘밤 당장 봅시다. 이 부부 집 파악됐죠? “

“ 예.. 파악해놨는데… 그런데 잠복은 좀 더 뭔가 확실한 것이 잡혔을 때 하는거 아닌가요? “

“ 에이… 아직 뭘 잘 모르시네… 확실하지 않고 증거가 없어도 뭔가 미심쩍을 때는 잠복도 해야해요 “

“ 그럼 누구랑 해요? 진수씨하고 같이요? “

“ 누구랑 하긴요.. 뭐 아직 확실친 않으니까 두사람만 하면 돼죠. 일단 다른 사람들은 자기네들 일이 있으니깐 그렇고… 오늘밤 우리 둘이 합시다 “

“ … 우리 둘이요? “

“ 왜요? 원래 잠복은 꼭 둘이서 해야 해요. 위험할 수 도 있으니깐… 착하신 남편님께 얼른 전화하세요. 오늘 밤 잠복 들어간다고… “

“ …. 뭐… 필요한 거라면… 알겠어요 “



‘ 와우!!!! 됐어!!! 킥킥! ‘

속으로 강두는 쾌재를 불렀다.

사실 잠복까지는 필요 없었다. 물론 적극적인 조사가 필요하면 강두말처럼 할 수 도 있겠지만, 밤새 잠복까지 하면서 확실치도 않는 사람을 감시하는 열정을 지닌 경찰들은 요즘은 보기 드물었다. 복지부동의 강두라면 더더욱 아니었다. 평상시라면 왜 하냐고 길길이 날뛰고도 남았을 강두였다. 영숙을 어찌해 볼려는 핑계였던 것이다.



‘ 아.. 어쩌지? 차안에서 이 늑대 같은 사람하고 밤을 새워야 한단 말이야? 아.. 정말 짜증나… ‘

영숙은 찜찜했다. 본부에 도착한 영숙은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성길과 연변댁의 집은 호연리 저주지 일대를 벗어나 산쪽으로 조금 올라간 흐름한 주택이었다.

대략 20여가구가 모여있었고, 그중에서도 맨 끝에 위치해 있었다. 한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오늘 날씨가 흐려서인지 8시가 가까워오자 주위는 어둠으로 뒤덥혔다.



강두와 영숙은 성길의 집이 잘 보이는 맞은 편 폐가 마당에 차를 세웠다. 디귿자 형태의 폐가 마당은 성길의 집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강두와 영숙은 잘 볼 수 있었다.

강두와 영숙은 차의 라이트를 모두 끄고는 성길의 집을 지켜보았다. 안그래도 검은색의 성길의 차는 조금 지나자 어둠속으로 완전히 잠겼다.

성길의 집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어렴풋이 성길의 아들 둘이서 장난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두는 운전적 시트를 비스듬히 뒤로 제치고는 눈을 감았다.

영숙은 팔짱을 꼭 끼고는 두눈을 부릎뜨고 성길의 집만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빈틈하나 없는 철갑을 두른 듯 하고 있었다.



“ 아따… 그 긴장 좀 푸쇼… 누가 잡아먹나.. 킥~! “

“ … 됐거든요 “

“ 뭔 콤푸렉스 있소? “

“ 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 남자에 대한 콤푸렉스 뭐... 그런거요… 뭘 그리 경계하고 그럽니까? 킥킥~! “

“ 콤푸렉스 아니고, 콤플렉스! 그리구요. 남자에 대한 콤플렉스 그딴거 없고, 대신 이형사님에 대한 ‘거부감’ 은 분명히 있어요 “

“ 에? 왜? 왜 나한테 ‘거부감’이 있어요? “

“ 몰라서 물어요? 난 이형사님 날 쳐다보는 그 눈빛이 기분 나빠요! “

“ 이건 또 뭔 소리? 내가 뭘 어쨌다고? “

“ 그리고… 날 대하는 행동도 기분 나쁘고… “

“ 아이고… 억울해… 난 그냥 쳐다봤고… 행동은 누구한테나 똑같수다 “

“ 안그렇거든요. 눈빛 끈적하고, 행동은 더 기분 나쁘거든요. 앞으로 정말 동료로 대해주세요 “

“ 눈빛 끈적? 아이고 내참… 내가 뭐? 뭐? “

“ 사람을 볼 때 눈을 봐야지.. 다른 곳을 뚫어지게 바라봄 누가 모를 줄 알아요? “

“ 다른 곳 어디? “

“ 아.. 정말… 됐어요. 됐다구요! “

“ 아이고 참나… 내 살다 살다 별… “

“ 흥! 암튼! 주의해주세요! 성희롱으로 고발당하기 전에..! “

“ 아이고.. 무서버라~! 킥킥~! “



둘은 잠복에 들어가자마자 신경전이 오고갔다. 영숙은 날카롭게 쏘아붙혔지만, 강두는 계속 히죽대고 있었다. 그럴수록 영숙은 약이 더 올랐다. 영숙이 성인이 된 후부터 남자로부터 이런 취급을 받는 사람은 강두가 처음이었다. 눈에 띄는 외모에 남자들의 시선을 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지만, 그런 남자들도 영숙과 마주하면 대부분 영숙의 기에 압도당했다. 강두처럼 함부로 대하는 경우는 결단코 없었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파출소장 할때도 남자 동료들은 물론 마을 주민들도 마찬가지였다. 남자들은 영숙을 처음 볼때는 그 육체를 보고 성적대상으로 보겠지만, 곧 경외심을 가지고 조금은 어렵게 대했다.



‘ 그런데… 이 남자는 뭐지? 짐승 같은 이 놈은 도대체가 뭐야? ‘



영숙은 진저리를 쳤다. 그런데 강두의 농짓거리가 반복돼다 보니 진저리는 여전하나 그 강도는 조금씩 약해져가고 점차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강두는 재미있었다. 장미는 가시가 달려있기 때문에 꺽고 싶다고 누가 말했던가… 톡톡거리는 영숙과 같이 있으면 활력이 솟는 것 같았다. 어떤것에 몰입해 보기가 얼마만이던가? 술에… 여자에… 찌들어 그저 세월만 죽이던 강두에게 영숙은 ‘삶의 활력소’가 되어 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육감적인 몸매와는 반대로 지적인 얼굴의 차가운 인상이 가져오는 묘한 부조화가 가져오는 성적흥분에 관심을 가졌으나, 같이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영숙의 열정적인 모습과 날카로운 분석력에 강두 또한 초임시절의 열정을 다시 불태우고 있었던 것이다.



영숙은 팔짱을 풀고 두 무릎을 쓰다듬으며 숨을 몰아쉬었다.

“ 왜 그래요? 어디 아퍼요? “ 강두가 영숙을 보며 말했다.

“ 신경끄시고 앞이나 잘 보시죠 “

“ 에이 정말… 농담 좀 한거 가지고.. “

사실 영숙은 조금전부터 소변을 보고 싶었다.

생전 처음으로 잠복이란걸 하게 되었고, 그것도 강두 같은 짐승과 단둘이 어둠속 차안에 있자니 담대한 영숙으로써도 긴장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요의는 시간이 갈수록 심해졌다.

“ 으… 음.. “ 영숙이 약하게 신음을 흘렸다.

“ 저기… 참지말고… 밖에 나가 일 보고 오소… 킥~! “

“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 “

“ 에이.. 다 알고 있구만.. 지금 오줌 마려운거 아뇨? 참으면 안좋으니깐 빨리 가서 싸고 오소 “

“ 아… 정말.. 참 말씀 곱게 하시네요 “

“ 에헤… 왜 이러셔… 괜찮아요. 안봐요. 부끄러워 하지말고 일보고 오세요 “

“ 아.. 아니라니깐요! “

“ 그래요? 아님 말고… 아 씨발… 내가 마렵다.. 아우 야… 시원하게 싸고 와야지 킥킥~ ! “

강두는 차문을 조심스레 열고 나와 차 뒷편 가서는 비스듬히 돌아서서는 오줌을 내갈겼다.



쏴아~!



“ 어이구.. 시원타.. 어허…조오타~ ! “

영숙이 들어라는 듯 일부러 더 소리를 내며 오줌을 갈겼다.

영숙은 안볼려 했지만, 사이드 밀러를 통해 어렴풋하나마 강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강두의 물건은 보이지 않았지만, 오줌 줄기는 볼 수 있었다. 마치 고무호스의 물이 세차게 뿜어져 나오는 것처럼 강두의 오줌줄기는 한참이나 ‘쏴아~ ‘ 소리를 내며 뿜어져 나갔다.

영숙은 더욱 안절부절 하였다. 강두의 오줌싸는 모습을 보니 배설의 욕구가 더욱 강해졌다. 두 다리를 더욱 꽉 붙히며 몸을 뒤틀었다.



“ 아.. 으… “ 신음소리가 새어져 나왔다.

“ 아이고.. 시원타.. 킥킥! “ 강두가 볼일을 다보고 차로 들어왔다.

영숙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해지기 시작했다. 한번 닥친 욕구는 풀기전에는 더욱 심해지는 법이다.

“ 허 참.. 그냥 나가서 싸고 오면 되지 뭘… “

“ 조용히 좀 하세요 “

“ 그럼 조금씩 싸서 말려요 킥킥~! “

“ 아.. 정말… “ 영숙이 소리를 지르려는 찰나!

“ 쉿! 조용…. ! 자세 낮춰요! “



9시가 거의 다 되어 가는 즈음.. 멀리서 연변댁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

어둠속이라 자세히는 보이지 않지만 연변댁임을 강두와 영숙 모두 짐작할 수 있었다.

연변댁은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면서 오고 있었다. 차 창문을 조금 열어놔서 희미하게나마 연변댁의 말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 집에 거의 다 왔어요. 언제 들어와요? “

“ …. “

“ 어제 밤에 뭐했길래 집에 안들어왔습니까? “

“ … “

“ 집에서 얘기 못합니다. 애들땜에… 그냥 여기서 얘기 해요 “

“ … “

“ 집 뒷마당에 못보던 칼이 있던데… 그거 어케된 겁니까? “

“ … “

“ 이보라요. 제발 정신차리시오. 도대체 뭔 일을 하고 다니는 겁네까? “

“ … “

“ 아.. 아니에요. 오해입니다. 그건 당신이 오해하고 있는겁니다 “

“ … “

“ 덕수씨… 당신이 해꼬지 했소? “



연변댁의 사투리가 점점 심해지고 있었으며, 핸드폰을 쥔 손은 심하게 떨렸다.



강두와 영숙은 어둠속에서 눈을 빛내며 연변댁을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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