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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 나간 놈 -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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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 나간 놈아내는 숨을 고르고 있었고, 나는 자지를 빼지 않고, 뒤에서 그녀를 안고 역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아내의 보지 살은 여전히 움직이며 내 자지를 자극했고, 새큰한 기분이 계속 밀려오고 있었다. “...당신, 아이를 낳았으면 좋겠어요...” 아내의 말에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러면서 지금 아내와 섹스를 한 것은 내가 아니라, 형민이란 사실이 강하게 인식됐고, 온 몸에 소름이 돋아 올랐다. 비록, 형민의 몸을 지배한 것은 나였지만 그의 몸이었다. 아내의 자궁에 배출한 정액은 분명히 형민의 유전자를 갖고 있었다. 아내의 말대로 임신을 한다면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인가? 형민의 아이를 갖고 싶다는 말은 이미, 나와 헤어지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만난 여자들은...술 집 여자들만이 아니었어요...” 또다시 나는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자지에서 남은 정액을 분출하고 말았다. 그러면서 당황해 자지를 빼내고는 뒤로 물러났다. 아내는 한 동안 그렇게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의 보지 안에서 허연 정액이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세운 아내가 돌아서며 나를 보고 묘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침대 끝에 앉아, 수건으로 흘러나오는 보지를 닦았다. “...3년 전... 남편이 조금 달라졌어요...내게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주변 친구들에게도 관심을 가졌죠...전...어쩌면 남편과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나도 더 노력해야겠다고 말이죠...” 아내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게 다가와 몸을 숙이고는 내 자지, 아니 정확히는 형민의 자지였지만 지금은 내가 그의 몸을 지배하고 있으니, 내 자지라고 할 수 있었다. 어쨌든 그녀는 수건으로 내 자지를 닦아주기 시작했다. “그러다가...친구들끼리 여행하고 돌아오던 날...남편이 과로로 쓰러지고는 식물인간이 됐죠...전 너무 남편에게 미안했어요...내가 그이의 건강을 관리했어야 하는 건데...너무 미안하고, 안쓰러웠어요...그래서 꼭 다시, 남편의 의식을 돌아오게 하겠다고 결심했죠...그래서 꼭, 미안했다는 말을 하겠다고 맹세했는데...” “... ...” 아내는 다시,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탁자에 있는 형민의 담배를 꺼내 피워 물었다. 도저히 내가 알 던 아내가 아니었다.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며 연기를 길게 내 뿜었다. 자세를 봐서는 담배를 피운 지 꽤 된 것 같았다. “...두 달 전에 우연히 대학교 친구를 만났죠. 아니, 만나게 된 게 아니라 지나가다가 우연히 듣게 된 것인데...남편은 쓰러지기 전 날 밤, 그 친구의 시누와 호텔에 함께 있었다더군요...”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세상엔 비밀이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2년 전 내가 친구들과의 여행에서 돌아와 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새로 만나기 시작한 정안을 만나 질펀하게 섹스를 하고, 호텔에서 나오다가 쓰러진 것이었다. 원래, 학부형과는 관계를 맺지 않았는데, 그녀가 이혼녀였기 때문에 내가 방심을 한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 학부형은 생김새와 몸매가 아내를 많이 닮아있었다. 아니, 조신한 모습의 아내가 아니라 오늘 형민 앞에서 보인 적극적인 아내의 모습과 무섭도록 일치하고 있었다. “...미안하다, 효정아...” 내 말에 아내가 고개를 돌려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형민씨가 왜?...후훗...!...” 아내는 담배를 끄고는 웃으며 내게 다가와 안겼다. “걱정 말아요...당신과 수빈언니를 힘들게 할 생각은 없으니까...그리고...내 인생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됐으니까...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말하네...?” 내 품에 안긴 아내는 갑자기 더욱, 힘 있게 끌어안았다. 지난 2년간 아내의 몸을 이렇게 뜨겁게 느껴 본적이 없었는데 불과, 몇 시간 만에 나는 아내에게 빠져들고 말았다. 장태복의 몸이 아니라 유형민의 몸을 갖고서야 비로써 아내를 진정으로 품을 수 있었다. “꼭 끝을 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효정아...그런다고 해서 우리가 느끼는 죄책감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좀 더 시간을 두고 해결하자...” 형민과 아내가 더 이상 관계를 맺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형민의 몸을 빌어서야 아내를 안을 수 있는 상황에서 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말했다. 내말에 아내가 고개를 들어 나를 빤히 쳐다봤다. “왜?...” “당신...이상해요...” “뭐가?...” “몰라요...그냥...당신에게서...남편이 느껴져요...” 아내는 그러면서 다시,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불알친구라서 그런가요?...” 나를 올려다보며 아내가 웃으며 말했다. [아니, 구멍동서라서 그래...] 나도 모르게 하마터면 그렇게 말할 뻔 했다. 하지만 겨우 참고는 아내를 더욱, 힘 있게 껴안았다. “...괜찮다면...아이를 낳아볼래?...” 아내가 내 말에 크게 웃었다. 나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런 아내를 바라보았다. “무슨 소리야, 자기는 아이를 낳을 수 없으면서...하하하...!” 조금 당황해서 형민의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고 보니 녀석은 정관수술을 받았다. 그것도 첫 번째 수술에 문제가 있어서, 한 번 더 받은 상태였다. 나는 멋쩍은 얼굴로 웃고 말았다. 사실, 갑작스럽게 아내가 무척이나 사랑스럽게 느껴져서 그녀가 임신하고 싶다는 말에 그렇게 말한 것이지만, 막상, 정말로 형민의 아이를 임신한 아내를 내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하긴...지금은 내가 받아주고 말고 할, 그런 상황은 아니었다. 모든 선택권은 아내에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상황을 보면 아내는 나를 떠날 확률이 꽤나 높아보였다. 아내는 2년 전 갑자기 내가 친구 가족들과 자주 어울리면서 가족 간의 시간을 많이 가지자, 내가 달라졌다고 생각했고, 다시 내게 문을 열 수 있는 상황을 기대했던 것 같았다. 뜻하지 않게 내가 식물인간이 됐지만, 그런 상황을 기대하면서 식물인간이 된 나를 극진하게 간호했고, 2년간을 버텼을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쓰러지기 전 날, 다른 여자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배신감에 돌아버리고 만 것이 분명해 보였다. 무엇이 아직까지 아내를 붙잡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상황을 유추해볼 때 아내는 이제 이혼을 결심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사랑하는 것과, 함께 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나는 지금 식물인간이 아닌가? 아내와 난 모텔을 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오늘 너무 좋았어요...다음엔 미리 연락하고 만나요, 우리...” 자기 차에 오른 아내가 나를 보고 말했다. “그래...그러자...” 내 말에 묘한 얼굴을 하던 아내는 차를 몰아 먼저 모텔을 나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다가 내 차에 올랐다. 아내와 함께 하고 싶었지만, 형민의 몸을 한 채로 내 집으로 갈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일단은 어떤 상황인지 파악할 시간이 필요했다. 집중할 장소가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내 아지트로 차를 몰아 달려갔다. ##동에 있는 15평짜리 오피스텔은 내 작업실이었다. 가격은 좀 비싸게 주고 샀지만 경치도 좋고, 시설도 괜찮았기 때문에 나는 아내와 함께 사는 집 보다 오히려 이곳에서 안정을 찾았었다. 그렇다고 이곳에 여자를 데리고 와서 잔적은 없었다. 친구들도 이곳은 몰랐다. 이곳은 나 이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그야말로 비밀 장소였고, 나의 모든 것이 이곳에 있었다. 일단, 내 수업에 관계된 모든 것과, 그리고 아내도 모르는 내 수익의 50프로는 이곳 금고에 현금으로 보관되어지고 있었다. 비밀금고에 보관된 돈은 주로 지방 학원에서 받았거나, 비밀과외를 통해서 받은 현금들이었다. 그동안은 별 관심 없이 현금으로 받은 돈 모두를 금고에 쌓아두기만 했는데 지금 확인해보니 엄청난 액수였다. 근 2년간 비어있던 내 비밀장소에 막상, 들어오니 기분이 묘했다. 건물이 낡은 것은 아니었는데 사람이 살지 않아서 그런지 먼지도 있었고, 약간, 을씨년스러웠다. 나는 청소기를 돌리고, 침대보도 새로 깔고, 물걸레로 구석구석을 닦고 또 닦았다. 한 참을 그렇게 청소를 하고 나니 방 안의 조금 온기가 도는 것 같았다. 청소를 끝낸 나는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내게 벌어진 이상한 상황에 대해 고민을 했다. 나는 분명 장태복인데 몸은 유형민이었다. 시체 같은 내 몸에서 뭔가가 빠져나와 형민의 몸 안에 갇혀버렸다. 그리고 이제 형민의 의식은 깊은 잠에 빠져버렸고 내 의식이 그의 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이런 일이 가능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나는 이런 오컬트한 얘기나 스피릿튜어리즘 같은 소재의 얘기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냥 허황된 얘기라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흥미롭지 않은 것뿐이었다. 예전 선배가 퇴마사 얘기로 감독에 입봉을 했을 때 시나리오를 도와주느라 애를 먹은 기억이 있었다. 그나저나 지금의 내 상황은 영화나 드라마에 나온 일반적인 영혼체인지 하고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띠고 있었다. 형민의 몸속에 내가 들어왔지만 그의 의식은 그대로 있었다. 그리고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형민의 의식이 잠들어 있는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아기처럼 너무나 평화롭게 잠들어 있었다. 그렇게 되자 형민의 몸은 내 몸처럼 자유롭게 조종이 가능해졌고, 아내와 미친 듯이 섹스도 할 수 있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형민의 모든 기억을 내가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기억은 망각에 의해 희미해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그 흔적은 또렷이 남았는지 내가 그의 기억을 영화처럼 꺼내 볼 수가 있다는 것이었다. 단순히 사진 같은 정지된 이미지가 아니라 소리, 음향, 냄새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실제경험처럼 볼 수가 있었다. 어떻게 이런 것이 가능한 것인가? 도대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이런 일은 흔하게 벌어지지만 우리가 몰랐던 것인가? 지금의 상황을 설명할 수도 없었고 알 수도 없어서 답답했다. 그리고 얼마 동안이나 형민으로 살아야 하느냐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자 난감했다. 형민의 의식을 보면 아내 수빈과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 방황하고 있었다. 10년 동안 결혼생활을 하면서 다투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아들이 커 갈수록 아내 수빈은 이상할 정도로 예민했다. 대화라도 하려고 하면 바로 쏘아 붙이니 말도 꺼내기 힘들어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수빈과 섹스를 한 것이 언제인지 기억에도 없었다. 이건 말로만 부부지 이미 부부가 아니었다. 이정도로 형민부부의 상황이 좋지 않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녀석의 기억을 아무리 찾아봐도 원인이 될 만한 것을 찾을 수는 없었다. 당연할 것이었다. 형민의 기억은 그의 주관일 뿐 객관적일 수 없으니 말이었다. 나도 내 주관으로 아내를 창녀 취급했었다. 그로인해 내 가정은 불행했다. 과연, 형민의 아내 수빈은 무엇 때문에 녀석에게 마음을 닫은 것일까? 수빈이 돈을 잘 버는 나를 부러워했다지만 그것도 이유가 될 수 없는 것이 형민의 부모님은 ##에서 원룸 한 채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환갑이 지난 연세에도 자급자족이 충분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노가다라고 비하하는 형민 또한 돈을 못 버는 것이 아니었다. 기술이 워낙 뛰어난데다가 성격이 좋아서 따르는 프리랜서 목수들만 해도 30명이 넘었다. 관공서 일 뿐 아니라 상가 인테리어 일도 잘 따내서 전국구 기술자로 통했기 때문에 내가 알기론 녀석의 수입은 이것저것 다 떼고도 연봉이 1억이 넘는 걸로 알고 있었다. 이정도면 요즘 같이 어려운 시기가 아니라 하더라도 결코 적은 수입은 아니었다. 더더군다나 건축 경기가 바닥이고, 또 비정규직이 600만을 넘는 요즘에는 한 달에 200만원도 못 버는 사람들이 즐비했다. 그런데 연봉 1억이 적다고? 말이 되지 않았다. 수빈이 과소비를 하고 있나 해서 녀석의 기억을 훑어봐도 전혀 그런 것이 없었다. 다시 한 번 정신을 집중해서 형민의 기억을 찬찬히 더듬었다. 딱히 할 일도 없었고 지금 수빈을 만나봐야 싸우는 일 밖에는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나도 참...할 일 드럽게 없다...장태복, 한 심한 새끼야...] 그랬다. 아내랑 붙어먹은 친구를 혼내주기는커녕, 녀석의 가정사에 끼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는 내 모습이 기가 막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형민이 측은했다. 처음 병원에서 아내와 그런 사이라는 걸 알았을 때는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지만 지금은 이상하게 측은했다. 녀석이 나보다 더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아내와의 첫 섹스는 형민 입장에서는 교통사고와 같은 것이었기 때문에 괘씸하지만 담아두지 않기로 했다. 형민의 기억을 찬찬히 뒤지면서 누가 편집이라도 한 것처럼 완전히 삭제된 부분이 있어서 의아했지만 다른 부분에서 약간의 실마리를 찾았다. 두 사람 간에는 성격차이로 소소한 다툼은 있었지만 큰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시댁 식구들의 상황이 두 사람의 문제를 부각시키는 측면이 있었다. 그의 형 종민과 여동생 보경이가 두 사람의 사이가 벌어지는 이유였다. 종민은 쌍용차 사태 때 데모를 하다 심하게 다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었지만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현재 부모님 집에 얹혀살고 있는데, 그곳에서 형수가 커피점이라도 한다고 해 형민이 돈을 빌려줘야 했다. 그런데 형민의 여동생 보경이까지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보경이는 무능력한 소설가 지망생과 결혼한 지 3개월 만에 애를 낳았다. 당장 먹고 살길이 없어서 두 사람 역시, 형민의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 살고 있었다. 부모님들이 갖고 있는 원룸에서 나오는 현금은 한 달에 300만원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형민이 여동생의 생활비를 대주고 있었고, 매제는 서울대 학벌을 이용해 학원을 차려준 상황이었다. 여기까지가 객관적인 상황이었다. 물론, 수빈의 생각을 봐야 확실한 결론이 나겠지만 형민의 기억만으로 본다면 그랬다. 형민의 집의 상황이 생각보다 좋지가 않았다. 그의 형이나 여동생이 도박이나 낭비로 인해 상황이 안 좋은 것이 아니라 열심히 살려고 했는데 사회의 파도에 침몰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사회 안정망이 어쩌고 하더니 이런 문제 때문인 것 같았다. 만약에 형민의 부모가 집도 절도 없는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과거 내가 졸업할 때 우리 집이 그랬기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하던 사업이 대기업의 장난으로 쫄딱 망하고 우리는 길바닥에 나 앉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부모님과 여동생은 형 집에서 지냈고 나는 10만 원짜리 고시원에서 생활하면서 학원 강사 일을 시작했었다. 그때는 나만 힘들다는 생각에 세상을 원망하며 이를 갈고 버텼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형과 형수가 많이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사람이란 동물은 주관적이었다. 아내 말마따나 하느님이 인간을 이따우로 만들었기 때문인가? 수빈의 상황은 어쩌면 형수의 상황으로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난 형과 형수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형제면서도 자주 보지 않았고 때 되면 돈으로 해결해버렸다. 이게 무슨 가족인가? 피를 나눴다면서 아는 거라곤 한 개도 없었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고, 지금은 무슨 고민이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는 게 무슨 가족인가 싶었다. 갑자기 지난 과거의 일들이 선명해져 왔다. 형민의 기억을 보듯이 내가 잊고 있던 기억들을 영화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눈물이 흘렀다. 이런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싶었다. 3년 전 내가 갑자기 친구들을 그리워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단순하게 치기어린 시절이 그리웠던 것이 아니라 당시에 끈끈했던 뭔가를 본능적으로 원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았다. “매, 매형? ...여긴 어쩐 일이세요?” 형민의 처남 수형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수빈은 무척 컸는데 수형은 나 보다 작아보였다. 내가 170센 치가 안 됐는데 수형은 165센 치도 안 되는 것 같았다. [수빈씨가 수형이 몫까지 컸나 보구만...] 이곳은 수형이 운영하는 조그만 보습학원이었다. 시설을 보니 짠했다. 이런 곳에서 생활비나 벌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형민의 기억을 더듬어보니 수형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가뜩이나 내수시장이 붕괴돼 학원생들이 없는 상황이었는데 나라에서 사교육을 때려잡는다고 하니 이런 소규모의 학원들은 말이 아니었다. 수형이 커피를 내놓았다. 싸구려 봉지 커피였다. 이런 저급한 커피를 먹어본지는 오래됐지만 할 수 없이 한 모금을 입에 물고 보니 너무나 맛있었다. 5, 6천원짜리 커피보다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무슨 일이 있으세요?...” 1년에 한 두 번 볼 까, 말까한 사이이면서 뭐 하러 군색한 학원에 왔냐는 소리처럼 들렸다. 나는 주머니에서 통장을 꺼내주었다. “요즘 힘들지?...결혼 할 때도 매형이라고 해준 것도 없어서 그동안 미안했다 수형아...” “...이...이건...” “부담 갖지 말고 필요한데 써. 특히 처남댁한테 잘 해줘라. 안 그럼 나처럼 평생 욕먹는다. 하하!~” “매형...이건...액수가 너무 많아요...누나가 알아요?” “모르게 해야지 임마. 누구 죽는 꼴 보고 싶어? 하하하!~” 수형은 통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을 하지 못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형민에 대해 나쁜 감정은 아닌 것 같았다.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누나 몰래 꼬불쳐 뒀던 돈이니까, 하하!~” 분위기가 너무 어색해지고 말았다. [너무 오바 했나?...] “저, 매형? 저녁 드셨어요?” “어?...어, 아직...” “술이나 한 잔 해요. 오랜만에...괜찮죠?” “학생들은 어쩌고?” 내 말에 수형은 피식 웃었다. 습관대로 또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걸리긴 했지만 수형의 표정을 봐서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어보였다. 그리고 저 돈은 내 돈이었다. 내가 쓰러지기 전에 개처럼 번 돈을 이렇게 쓸 수 있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됐다. 수형은 학원 근처의 삼겹살집으로 나를 데리고 들어갔다. 비, 바람이 심해서 그런지 9시가 넘었는데도 손님이 많지 않았다. “오늘은 나오는 애들이 없어요...그냥 집에 있기 뭐해서 나온 거지...” 소주를 입에 털어 넣는 수형의 모습이 심란해 보였다. 내 잔에도 소주가 따라져 있었다. 난 이런 저급한 술은 취급도 하지 않았다. 다시, 친구들과 자주 만나게 되면서 제일 고역이었던 것이 이놈의 소주였다. 그나마 맥주는 좀 나았는데 이 소주는 참 적응이 되지 않았다. 술이라면 적어도 글렌피딕 30년산이나 헤네시 리쳐드, 그리고 발렌타인 30년산쯤은 되어야 했는데 이따위 조미료나 잔뜩 넣은 싸구려 술을 어떻게 마신단 말인가? 겨우 소주를 입에 털어 넣는데 이상하게 견딜 만 했다. 아마도 내 몸이 아니라 형민의 몸이어서 가능한 일인 것 같았다. “매형...매형은 어떻게 그렇게 돈을 잘 벌어요?...” “왜? ...학원이 잘 안되니?...”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굶어죽을 판이에요 지금...그나마 전세로 있는 아파트도 쫓겨날 판이고...술을 안마시면 잠도 못자요 요즘...!” 형민의 기억 속엔 분명히 수빈을 통해서 수형이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 알고 있었지만 그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처남이라 하더라도 남이었고, 팔은 안으로 굽기 때문에 친형제 일에만 신경을 쓴 결과였다. 아마도 이 문제는 수빈이 형민에게 마음을 닫게 된 이유 중에 하나일 것 같았다. 시댁만 챙기고 친정 식구들은 나 몰라라 하는 남편이 예뻐 보일 리가 만무했기 때문이었다. “학원이 그렇게 어려워?” “명박이 들어서고 진짜, 장난 아니에요. 밤 10시 이후로 수업 못하죠. 학파라치다 뭐다 해서 난리죠...후~ 우리 같은 학원에선 수강료를 많이 받을 수도 없는데 뭘 그리 잘 못했다고 못 잡아먹어서 난리들인지 알 수가 없어요.” 수형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사실, 이런 소형 학원에선 수학, 영어등 과목으로 퉁쳐서 한 달에 15~20만원 정도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대형학원에서는 수학에서도 미분, 적분, 통계 등으로 쪼개서 3~40만원을 받았다. 얼마 안 있으면 수능이 끝날 것이었다. 그러면 똥줄이 타는 학부모와 수험생은 입시학원에서 컨설팅을 받을 것이었다. 내가 아는 학원에선 최상위권 학생들만 컨설팅을 해주는데, 인원도 하루에 20명으로 제한한다면서 폼을 잡는다. 이거 상당히 중요하다. 돈을 벌려면 이렇게 쇼를 해야 했다. 아무튼 하루 20명 상담하면서 한 명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불과 25분이다. 상담 한 번에 원서 접수 관련 메일을 9차례 보내주는 게 전부인데, 메일은 하루에 두 번, 대학에서 원서접수 결과를 받아서 바로 분석한 내용을 담는다. 근데 이게 불과 몇 줄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비용이 50만원에 육박했다. 한 명에 50만원, 20명이면 하루 1000만원이다. 10일만 컨설팅 해서 딱 1억을 번다. 정상적으로는 도저히 단기간에 저런 돈을 벌 수 없었다. 돈은 바로 저렇게 버는 거야...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할 수가 없었다. 형민의 기억을 통해 봤을 때 수형은 저런 식의 일을 도저히 할 수 없는 남자였기 때문이었다. 나도 20대 때는 수형이와 비슷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아버지가 쓰러지고 나는 내게 남은 마지막 ‘청춘의 꼬랑지’를 잘라버렸다. 30살의 수형도 이젠 결정을 할 시기가 온 것이었다. “지금은 그렇게 남의 탓, 세상 탓 할 때가 아니야. 애가 없어도 딸 같은 마누라가 있잖아?... 쉽진 않겠지만 일단,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고. 아마 내년에는 더 힘들어 질 거야...” “이, 이것보다 더요?...얼마나요?...” “수형아, 겁먹을 거 없어. 그래봐야 죽기밖에 더하겠어? 죽으면 썩어질 몸뚱아리, 그깟거 뭐에 쓰려고 그래. 머리만 쓰지 말고, 몸을 쓰라고 몸을!” “...몸...이요?” “이런 말해서 미안한대, 일단 학원은 접어야겠더라. 잘 생각해봐. 저 학원 시설이 구린 건 둘째 치고, 넌 학원장으로써의 네 모습이 신뢰가 가니? 니가 스카이 출신이란 거 빼면 말이야?” “... ...” “왜?...내가 틀렸어?” 수형이 내 잔에 소주를 부어주고는 자기 잔에도 소주를 채웠다. 나는 저급한 소주를 입에 털어놓고는 삼겹살 한 점을 집어먹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맛있었다. 고급 룸싸롱에서 앳된 애들과 비싼 술을 마시는 것보다 이렇게 수형과 함께 마시는 저급한 술과 저급한 안주가 너무나 맛있었다. “...실제로 주변에 학원들이 많이 생기는 바람에 학생들 통제가 거의 안돼요. 조금만 야단을 치면 학원을 옮겨 버리기 일쑤죠...그러다보니 타협을 하면...수업이 안 될 정도여서 괜찮은 학생들이 나가버리고...악순환이죠...” 수형이 소주를 마셨다. 녀석은 술 만 마시고 안주를 안 먹었다. 아까부터 계속 그게 신경이 쓰였다. “야, 임마. 안주 좀 먹어, 그렇게 빈속에 계속 술만 마시면 어떡해? 자!~ 아~~~~~~~해~어~서~~~!” 내가 고기를 집어 들고 명령을 하자, 수형이 입을 벌려 받아먹었다. “옛날 생각난다, 그지?” “그러게요...” “한 창 니 누나랑 사귈 때 수형이 너 눈치 없이 자꾸 우리 따라다니고 해서 엄청 패주고 싶었는데, 하하하!” “신혼 때도 매형 집에 얹혀살았죠. 결혼 해보니 그때 내가 얼마나 눈치 없었는지 알겠더라고요.” “아니 다행이다, 임마~” 내가 수형이에게 소주를 따라주고 내 잔을 채우려는데, 수형이가 병을 뺏어들고 내 잔을 채워주었다. 확실히 좋은 분위기 인 것은 분명했다. “신혼 때 나랑, 수빈이랑, 너랑 셋이서 이렇게 삼겹살도 많이 구워 먹었는데 말이야, 그지?” 나는 마치 내 기억이라도 되는 냥, 그렇게 말하며 소주를 마셨다. 수형이의 얼굴은 학원에서보다 나아져 보였다. 내가 준 돈 때문도 있겠지만 이 어려운 시기에 기댈 수 멘토가 있음을 확신한 것이 더 큰 것 같았다. 가족이 아니라도 이런 것은 좋을 것 같았다. 힘들다고 말 할 상대가 있다는 것, 푸념을 들어 줄 상대가 있다는 것만큼 큰 위안이 되는 것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약육강식의 세렝게티 초원 같은 이 세상에서는 말이다. “이사할 때는 알아봤어?” “... ...아뇨...아마, 매형이 준 돈으로 어떻게 알아볼 순 있겠지만...” “야,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떠냐? 일단, 우리 집으로 들어와 사는 거야. 예전처럼 말이야. 생활비는 내가 준 돈이면 꽤 버틸 걸? 그거 같고 살 궁리를 하면 돌파구가 생길거야. 넌 머리도 좋잖아 임마.” “...짠순이 누나가 허락하겠어요?...집사람도 불편해 할 텐데...” “아, 거 짜식은~ 머리만 쓰지 말고 몸도 좀 쓰라니까, 또 머리부터 쓰고 앉았네...참 나~ 그럼 임마, 뭐 하러 숨은 쉬냐? 어차피 뒈질 텐데~” 내말에 수형이 크게 웃었다. 형민의 기억을 더듬어 보더라도 근 5년 간 수형과 이런 일이 거의 없었다. 다들 먹고 살기 바쁘고 개인주의화된 삶의 방식으로 서로 간에 깊은 대화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형은...많이 달라진 거 같아요...음...아니...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요...” 수형의 말은 형민이 애를 낳은 뒤 달라졌다가 다시 예전처럼 돌아왔다는 말인 것 같았다. 다행이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아~ 뉘미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내 마누라랑 붙어먹은 새끼를 도와주고 자빠졌으니 ....흐음...그래도 기분은 좋네, 젠장!~] 나는 수형과 헤어지고 대리를 불러 차에 올라 어떻게 할 까 고민을 했다. 막상, 일을 벌이긴 했는데 수빈을 대하려니 조금 난감했기 때문이었다. 몸은 형민이었지만 의식은 태복이었다. 수형도 내가 달라진 것을 금방 알아챘다. 그렇다면 수빈은 더욱 의심할 것이었다. 더군다나 장태복으로 수빈과의 부부관계를 할 수 있을지가 더 걱정이었다. 뭐, 형민도 내 아내와 섹스를 했기 때문에 나도 충분히 그럴 의향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사실, 수빈은 내 아내보다 예쁘지 않았고, 또 내 취향도 아닌 뚱뚱한 아줌마로 변해있었기 때문이었다. 키는 엄청 컸는데 살이 쪄서 섰던 자지도 죽을 판이었다. 나와 붙어먹은 여자들은 직업여성들 중에서도 상위클래스의 여자들이었고, 웬만한 연예인들보다 몸매가 좋았다. 내가 돈이 많아서 그녀들의 충성도는 최고였고, 테크닉은 또 얼마나 환상인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아내와는 자지, 보지란 말조차 못 꺼냈는데 그 여자들과는 안 해본 게 없었다.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쓰러지기 전에 만났던 정안이란 여자 또한 거의 20대 처녀의 몸을 하고 있었고, 아내만큼 좋은 몸과 예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 여자들과 황제섹스를 하던 이 장태복이가 수빈 같은 그런 돼지 같은 아줌마와 어떻게 섹스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이 부분이 마음에 걸렸다. 내가 꼴리지가 않아서 수빈이 원하는데도 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었다. 나의 상황을 보더라도 내가 원할 때 아내가 거부하는 것은 이상하게 나를 무시한 단 생각이 들게 했기 때문이었다. 그것 때문에 나는 더욱 밖에서 다른 여자와 붙어먹었었다. 지금 수빈과 형민은 민감한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두 사람의 상태가 안 좋은 상황에서 내가 더욱 악화시키게 될까봐 너무나 껄끄러웠다. 또 수형이가 형민의 아파트로 들어와 함께 사는 것도 문제였다. 수빈이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가뜩이나 수빈은 쓸데없이 50평대 아파트를 샀다고 나무랐기 때문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 나중에 나 원망마라 개새끼야!~ 넌 어쨌든 내 마누라랑 붙어먹은 놈이니까, 씨발놈아!~” 혼자고민하고, 혼자 주절거리다보니 어느새 형민의 집이 가까워졌다. 상황이 어떻게 되든 내 알바가 아니었다. 그렇게 거의 집에 도착할 즈음 전화벨이 울렸다. 수빈이었다. <왜 집에 안 들어 와!~> 목청 좋은 수빈이 고함을 내 질렀다. “야, 야~ 무서워서 어디 집에 들어가겠냐? 보나마나 저녁 굶긴 시어미 얼굴을 하고 있을 거면서...!” <어이구!~ 이 쫌팽아~ 얼른 들어와, 기다린다!~> 여전히 구박하는 투였지만 조금은 달라진 듯 했다. 아무래도 약발이 먹힌 모양이었다. 난 아까 낮에 형민의 장인 집에 찾아갔다. 형민은 잊고 있었지만 수빈이 자기 부모 집에 보일러가 고장 났다는 넋두리를 한 기억을 찾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려가자마자 4번 태워 잡고, 거꾸로 태워 잡고, 가스비 걱정 없는 귀뚜라미 보일러를 설치해 주고 다시 서울로 올라와 수형을 찾아간 것이었다. 수빈이 넋두리를 한 것은 불과 이틀 전의 일이었다. 그런데도 형민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마 나였어도 잊었을 것이었다. 돈 문제라기보다는 관심 문제였다. 나나 형민이가 특별하게 못 된 놈들일 수도 있겠지만 보편적인 남성들의 반응일 것이었고, 이로 인해 부부간 사이가 틀어졌을 것이었다. 더군다나 시댁 중심 문화인 한국 사회에서 이런 부분은 여자에겐 상당한 스트레스일 것 같았다. 준영이가 문을 열어줘 안으로 들어가니 치킨냄새가 가득했다. “자기, 술 마셨어?” “어, 조금....야~ 치킨, 맛있겠다!~” 거실 바닥에 있는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인 치킨을 보자 내가 낮에도 치킨을 먹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야!~ 웬일이냐, 황수빈!~ 짠순이가 치킨도 시키고 말이야~” “시비 걸지 말고 어서, 씻고 오기나 하시지?” 수빈은 주방으로 들어가면서 말했다. 오전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었다. 형민을 대하는데 싸늘함이 사라져 있었다. 아마도 내 예상대로 장모에게 전화를 받은 것이 분명했다. 이렇게 간단하게 해결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는데 아무튼 일단은 작전 성공이었다. 나는 거실 주변을 둘러보았다. 거실은 50평형 아파트답게 널찍했고 냉방이 잘 되는지 쾌적했다. 소파 앞 거실 바닥엔 사각형 모양을 크기만 다르게 구성한 모던한 분위기의 카페트가 깔려있었고, 그 위엔 나무탁자가 조화를 맞추고 있었다. 앞쪽 넓은 벽엔 대형 티비가 있었고, 주변 벽에는 형민과 수빈의 결혼사진과 함께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었다. 형민의 집에 왔던 적이 있었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달랐다. 주인 없는 집에 몰래 들어온 것처럼 심장이 떨렸다. “씻으라니까, 뭐해?” 수빈의 말에 화들짝 놀랐다. 그러자 그녀가 맥주와 소주를 들고 선 채로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준영이 준수는 다 먹었으면 이 닦고 잘 준비해, 알았지? 또 게임하면 죽는다!~” “알았어, 엄마. 거참...” “거어 참!~” “준영인,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고 했지! 준수도 경고야!” 준영이 입을 삐죽이며 욕실로 들어갔고, 준수가 따라 들어갔다. 녀석들을 보자 신기했다. 꼬마 때 봤었는데 벌써 한 놈은 7살, 한 놈은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시간 참 빠르단 생각이 들었다. 난 안방으로 들어갔다. 내 집도 아니고 남의 집이라 조금 어색하면서도 괜히 은밀한 느낌이 들었다. 남의 부부의 침실 공간이란 것이 묘하게 성욕을 자극하고 있었다. [어...이상한데...왜 이리 꼴리지?...허허, 참...] 남의 여자의 냄새, 그리고 깨끗하게 정리된 침대를 보자 아랫도리에 반응이 왔다. 아까 아내와 두 번이나 섹스를 했는데도 자지가 돌덩어리처럼 발기하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하나도 힘이 들지가 않았다. 오히려 온몸으로 알 수 없는 힘이 뻗쳐 올라와 미칠 것 같았다. 날씨도 더웠지만 몸이 후끈 달아올라 나는 옷을 벗어버렸다. 자지는 힘줄이 돋을 정도로 발기해 있었다. “씨발, 모르겠다~ 나중에 내게 뭐라 그러기만 해봐, 개새끼~” 나는 수빈이 원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섹스를 하기로 맘을 먹고 그렇게 외쳤다.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빨리 씻으라니까~!” 갑작스런 수빈의 등장에 나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자지를 두 손으로 가리고 말았다. 알몸이었기 때문이었다. 내 모습에 어이없다는 듯이 수빈이 깔깔대고 웃었다. “뭐야? 그 반응은? 응?...하하하!~” 수빈은 앞으로 다가와 내 엉덩이, 아니 정확하게는 형민의 엉덩이를 찰싹, 때리고는 벗어놓은 옷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참으로 거시기한 상황이었다. 남의 집 안방에서 알몸이 됐고, 남의 여자가 내 엉덩이를 치고 가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묘한 상황이 되자 자지는 더욱 발기해 천장을 향했다. 나는 발기한 자지를 덜렁거리며 드레스 룸을 지나 욕실로 들어가 가볍게 샤워를 했다. 오늘만 벌써 세 번째 샤워였다. 샤워를 끝낸 나는 티에 헐렁한 반바지만 입고 거실로 나갔다. 준영이는 이를 다 닦았는지 잔다며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고 보니 벌써 11시가 다 돼가고 있었다. 수빈은 바닥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티비를 보고 있었다. “다 씻었어? 이리와, 오랜만에 맥주 한 잔 하자.” 흰 티에 청반바지를 입고 있는 수빈의 모습은 평범했는데도 무척이나 섹시해 보였다. 고등학교 때 배구를 했던 그녀의 키는 정확히 177센 치라고 했었는데, 더 커보였다. 아내도 키가 커서 둘이 재봤는데 수빈이 더 컸던 것이 기억이 났다. 뚱뚱하긴 했지만 저 정도라면 오히려 마른 것 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네...전에 봤을 땐 전혀 꼴리지가 않았는데...거참...] 내가 예상한 것과는 다르게 수빈의 몸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아내나 내가 붙어먹었던 여자들 보다는 못했지만 이상하게 자꾸 내 눈에 들어왔다. 세상에서 제일 섹시한 여자는 내 아내를 제외한 여자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예전의 내 육체로는 수빈이 공짜로 준다고 해도 감당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키는 165센 치에 왜소한 체형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붙어먹었던 여자들은 거의 모두가 아내나 수빈처럼 크고 글래머러스했다. 돈으로 섹스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잘 못해도 상관이 없기 때문에 부담이 없어서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그렇게 아내를 학대한 것은 부실한 나의 육체적인 콤플렉스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아내를 만족시킬 자신이 없으니까 나도 모르게 애써 피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 수빈씨가 이렇게...섹시했었나?...후우...미치겠다...저 허벅지 좀 봐...어이구~죽겠다~ 장태복 너도 수준, 많이 낮아졌나보다~] 수빈이 특별히 섹시해진 것은 아니었다. 형민이 아니라 장태복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 지금 그녀는 형민의 기억대로 꾸미지를 않았기 때문에 여자로써의 매력이 전혀 없었다. 머리도 부스스했고, 화장도 안 해 피부도 푸석 푸석 했고, 기미와 눈가에 주름도 보였다. 나이는 32살이었지만 내게는 남의 여자라서 그런지 꼴리고 있었다. 거실 바닥에 앉아 소파에 등을 기댄 채 두 다리를 탁자 밑으로 쭈욱, 뻗고 있는 수진의 다리가 무척이나 길어 보이는 것이 너무나 육감적이었다. 흰 티 안에는 브래지어도 하지 않아 젖가슴이 살짝 비쳐보였다. 당장이라도 반바지를 벗기고 수빈의 보지에 자지를 찔러 넣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 형민의 몸이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낮에 아내를 그렇게 초죽음을 만들었으니 이젠 수빈의 차례였다. [후우...미치겠다...저 허벅지 좀 봐...발도 크다...근데 섹시해....어이구~죽겠다~] “자, 먹어봐.” 수빈이 닭다리를 건네며 말했다. 애교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표정에, 물기라고는 하나도 없는 건조한 말투였다. 하지만 내게는 ‘자, 나를 먹어봐’라는 말로 들렸다. 닭다리를 받아 드는데 티 안으로 그녀의 젖가슴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수빈의 몸을 더듬다보니 자지는 이미 터질 것처럼 발기해 있었다. 수빈은 화장기 없이 건조한 얼굴이었지만 그 모습조차 섹시해 보여서 미칠 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어떻게 하고 싶었지만 준영이도 있고 해서 용기가 나지 않았다. 또 만약, 이대로 수빈과 섹스를 하게 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상황이 될 것 같아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잘 먹겠습니다!~” 나는 과장된 반응을 하면서 게걸스럽게 다리를 뜯기 시작했다. 수빈은 함께 먹으면서 맥주를 따르고 그 안에 소주도 따라주었다. 정말 곤란함에 극치였다. 내가 싫어라 하는 술이 소주와 맥주였는데 수빈은 그걸 섞어 먹고 있었다.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래도 아까 수형이와 마실 때 소주가 괜찮았기 때문에 견뎌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모처럼의 오붓한 시간을 망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었다. 한 모금 마시고 보니 이상하게도 소맥이 당겼다. 그리고 한 잔을 마시고 보니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추억을 마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랬다. 꿈만 있고 불알 두 쪽밖에 없던 20대 때는 치킨의 소주와 맥주만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그런 장태복이 돈 좀 번다고 글렌피딕 30년산이나 헤네시 리쳐드, 그리고 발렌타인 30년산이 아니면 입에도 대지 않았으니 웃긴 일이었다. 돈은 사람을 괴물로 만들 수도 있었고, 천사로 만들 수도 있었다. “당신...김포에 갔다 왔어?” 형민의 처갓집은 김포에 있었다. 내 예상대로 장모가 수빈에게 전화를 한 것이 분명했다. “어?~ 그거 뭐, 일도 끝나고 당분간 쉬잖아, 내가. 하하하! 겸사겸사 다녀왔지 뭐~ 야!~ 이거 너무 맛있다. 하하하!~” “...고마워...그리고 아깐...미안했어...” 수빈의 말투는 여전히 건조했다. 예전에 친구 가족들이 모두 모였을 때는 느끼지 못하던 것이었다. “아, 아니야!~ 뭔 소리야. 그동안 내가 너무 장인, 장모님께 무심했지 뭐. 나야말로 미안하다. 이건 진심이야.” 내 말에 수빈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예뻤다. 미칠 것처럼 예뻐서 눈이 부셨다. “나도 한 잔 줄래? 오늘은 당신과 마시고 싶다...” ‘오늘은 당신과 섹스를 하고 싶다’라는 말로 들려서 깜짝 놀랐다. 수빈의 눈 빛도 조금 달라보였다. 내 시선을 의식했는지 약간 볼이 붉어지고 있었다. “뭘 그렇게 쳐다봐? ...술 달라니까...” “그, 그래...하하!~ 우리 이렇게 기분 낸지가 언제냐? 너무 좋다!~” 수빈의 잔에 술을 따라준 뒤 기분 좋게 건배를 하고는 시원하게 한 모금을 마셨다. 나는 얼른 다리를 집어 들어 그녀에게 건넸다. 수빈은 한 동안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다리를 받아들었다. 닭다리를 뜯는 모습도 너무 섹시해 보였다. 저 입술로 내 자지를 물면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해지면서 또 다시 자지에 피가 몰리기 시작했다. 아내처럼 예쁜 얼굴은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은 수빈이 김태희보다 더 예뻤고, 김혜수보다 더 섹시하게 보였다. “...수형이한테도 얘기 들었어...진짜 걔네들 여기 와서 살아도 괜찮겠어?” “괜찮지...집도 넓은데 뭘. 예전에도 그랬었잖아...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너무 소중하고 재밌는 시절이었잖아?...당신이 괜찮다면 난 상관 안 해도 돼. 처남댁은 당신이 잘 말하면 될 것 같고...” “아가씨가 뭐라 그럴 텐데?...어머님도 서운해 하실 테고...” “그,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솔직히 걔들한테 당신이 해준 게 얼마냐? 그런대도 뭐라고 하면 한 대 줘 박아 버리지 뭐...하하...!” 내 말에 수빈이 피식, 웃으며 술을 따라주었다. 나도 수빈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사실, 원래는 형민의 여동생 부부가 이곳에 오려던 것을 수빈이 틀어서 관계가 안 좋았었다. 아마도 수형부부가 들어오면 또 시끄러워 질 것이 뻔했지만 나는 이상하게 걱정이 없었다. “...당신 오늘...무지 이상한 거 알아?...” “그렇지 뭐...그 동안 우리 집 일만 신경 쓰고 처가엔 무심했으니...후우~ 모르겠다. 나도 내가 갑자기 왜 이러는 건지 말이야...하지만 아침에 고민해 보니까 그렇더라고...내가 너한테 해준 게 없다는 사실 말이야...그냥 미안하더라고...그랬어...” 수빈이 술을 마셨고 나도 마셨다. 집 안은 덥지 않았지만 몸이 후끈 달아오른 상태에서 시원한 맥주가 청량감을 주었다. 하나도 재미없는 일반적인 상황이었지만 이상하게 행복감이 밀려왔다. 아무래도 잠들어있는 형민의 의식이 내 의식과 함께 작동하고 있는 것 같았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느껴지고 있었다. “난 말이야...당신이 바람 피고 있는 줄 알았어...” “... ...” “그거 알아?...당신 옷에서 여자 향수 냄새가 나는 거 말이야...아주 오래 전부터...오늘도 같은 냄새가 나더라...” 생각지도 못했던 수빈의 말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얼마나 놀랐는지 꼿꼿하게 섰던 자지가 금방 죽어버릴 정도였다. 뭐라고 해야 할 지 결정할 수 없었다. 형민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이런 상황은 정말이지 끔찍했다. 어쩌면 분위기가 좋아서 수빈과 섹스를 하게 되는 상황이면 어쩌나 했는데 걱정도 질알이었다. [어이구!~ 이 병신새끼, 바람을 피우려면 똑 바로 해야지!~] 하긴...형민을 탓할 수만은 없었다. 나도 아내에게 모든 걸 들켜버린 병신이었으니 말이었다. “아, 아냐 수빈아! 절대 아니야! 바람이라니! 당치도 않아!~” “... ...” “야, 너도 알겠지만 내 주제에 무슨 바람이냐? 어떤 여자가 나 같은 노가다 십장하고 바람을 피겠어? 그냥, 일 끝나고 애들 데리고 술집에 간 게 전부야! 너도 알잖아? 나 같이 전국구로 일하려면 혼자서 힘들다는 거 말이야.” “... ...” “정말 아니라니까!~” “알았어, 발끈하긴!~ 내가 뭐 룸싸롱에서 애들하고 놀아주는 것도 이해 못하는 여자냐? 하하하! 귀엽네, 우린 신랑?” 일단은 위기를 넘긴 것 같았다. 강사 초짜 때 진짜 도움 안 되는 선배가 있었는데 바람피우다 들켰을 때는 무조건 우겨야 한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서 주절거린 것이었는데 성공한 모양이었다. 그 선배가 이렇게 도움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희한한 상황에서 도움이 되고 말았다. 수빈은 티비를 보면서 키득거리며 웃었다. 정말이지 그녀의 웃는 모습이 너무나 예뻤다. 그러면서 또 다시 수빈의 몸이 내게로 들어왔다. 그녀가 발을 모으자 발 등에 힘줄이 올라왔다. 당장이라도 저 발을 잡아들고 빨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았다. 수빈의 발은 아내의 발처럼 관리를 한 것은 아니었다. 뒤꿈치엔 각질도 살짝 보였고 패디큐어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섹시했다. 이상하게 빨고 싶었다.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는 모습에 자지가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르고 말았다. “뭐해?” “어? ...아, 아냐...” 수빈이 내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나는 고딩때 여선생 빤스를 보려다가 들킨 학생처럼 가슴이 철렁했고,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런데 수빈도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묘하게 웃었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젖가슴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내 입 안엔 계속 침이 고였다. 분위기가 묘해지더니 수빈이 말이 없었다. 나도 술과 고기를 먹으면서 말이 없었다. 수빈의 몸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 내가 지금 뭘 먹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내가...내가 만약...지금 수빈씨에게 접근하면...수빈씨는 어떤 반응을 할 까?...이크~ 저, 젖이 보였다. 아오~ 미치겠다~ 저, 저걸, 빨아봐야 되는데~ 후!~죽겠다, 진짜!~ 씨발, 이게 남편이냐? 뭔 놈의 남편이 지 마누라 젖 좀 만지겠다는데 이리 어렵냐? 아놔!~] 정말이지 돌아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욕구와는 반대로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학부형들과도 붙어먹던 나였지만 수빈은 달랐다. 혹시나 내가 들이댔다가 잘 못 되기라도 하면 어쩔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이건 마치 첫사랑에 몸이 달은 10대, 20대 청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아까부터 뭘 그렇게...쳐다봐...?...내가 이상해?...” “응?...아, 아니...그냥...이뻐서...” 내 말에 수빈의 얼굴이 붉어졌다. 희한한 반응이었다. 그녀는 또 말을 못한 채 술만 마셨다. 그녀의 입술이 너무나 섹시했고, 흔들리는 젖가슴은 나를 미치게 했다. “마, 맛있지?...” “으, 으응...” 수빈이 내 말에 수줍게 말했다. 형민의 기억을 더듬어 보니 정말로 신혼시절에 두 사람은 장난이 아니었다. 집에 오자마자 씻지도 않고 섹스를 했다. 밥을 먹다가도 눈이 맞아 몸을 섞다가 몇 번이나 수형이에게 들키기도 했다. 신혼시절의 수빈의 모습은 지금보다 훨씬 싱그러웠다. 형민이 올 때를 대비해 옷차림도 신경 썼고, 머리와 화장도 신경 썼다. 하지만 그런 감정들은 준영이를 낳은 후엔 모두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어느새 두 사람은 남매처럼 살게 되었다. “우리도...옛 날엔 참...뜨거웠는데...” 수빈이 티비에서 주인공들이 키스를 하는 장면을 보면서 말했다. 저 말은 지금 그녀도 나처럼 원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미칠 것처럼 성욕이 밀려왔다. 수빈도 고기를 씹다가 멈추고 나를 바라보는데 눈이 풀려있었다. 여자들이 흥분하면 저런 눈빛을 했는데, 수빈도 지금 분명히 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슬쩍 그녀의 발을 손으로 잡았다. 수빈이 가만히 있었다. 그래서 나는 손으로 발을 잡고 주물러 주었다. 그녀는 모른 척 티비만 보고 있었다. 그래서 몸을 앞으로 움직여 그녀의 육덕진 허벅지에 손을 올리고 주물럭거리기 시작했다. 수빈도 원했던 것이 분명한 모양이었다. 나는 더욱 용기를 내 허벅지를 주무르면서 키스를 하려고 다가갔다. “적당히 해라~” 수빈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얼음장 같이 차가운 얼굴이어서 자지도 죽고 말았다. “어, 어...!...당신이 피곤한 거 같아서 주물러 주려고 했지...” 나는 과장되게 움직이며 그녀의 종아리와 허벅지를 주물렀다. 그러자 수빈이 내 엉덩이를 세게 때렸다. “이 인간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질척거리지? 술이나 마셔~” “아, 알았어...” [젠장!~ 젠장!~] 욕이 절로 나왔다. 아무래도 내 생각과는 다른 것 같았다. 이건 아내와 신혼시절과 다를 게 없었다. 그때도 아내와 한 번 하려고 하면 뭔 놈의 절차가 청와대에 들어가는 것 보다 복잡하고, 북한에 들어가는 것 보다 더 어려웠다. 물론, 그것이 나 때문이란 사실을 2년...아니...4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알았지만 수빈과의 섹스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자 더욱 몸이 달아올랐다. 나는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열을 달래려 했지만 좀체 끌어 오르는 성욕이 가시지가 않았다. 후끈 달아오른 몸을 주체하지 못 해 벌떡 일어나 베란다 쪽으로 걸어갔다. 창문을 열었다. 앞을 보니 베란다 창문은 닫혀있었는데 신문지가 창에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지저분하게 웬 신문지를 창에 붙여놨지?] 베란다로 나가서 신문지를 떼어내려고 했다. “그거 떼는 거 아냐~” 고개를 돌려 수빈을 쳐다봤다. “태풍 때문에 창문이 깨질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해놓으면 좋대.” “누가?...” “인터넷...” “인...터...넷?” 수빈은 확신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티비를 껐다. 보던 프로가 끝이 난 모양이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준영의 방으로 걸어갔다. 형민의 기억을 더듬어보니 녀석도 나와 처지가 비슷했다. 수빈도 온통 아들 밖에 없었고, 뼈 빠지게 돈을 벌어다주는 형민의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 창문을 조금 열어보니 바람이 장난이 아니었다. 번개가 번쩍이면서 천둥소리가 요란히 울렸다. 난 깜짝 놀라서 문을 닫아버리고 안으로 들어와서도 창문을 닫았다. 그런데도 천둥소리가 들려서 약간 무서웠다. 다시 자리에 앉아 맥주를 따르고 소주를 부었다. 한 모금 마시는데 수빈이 준영이 방에서 걸어 나왔다. “자기, 더 마실 거야?” “어?... 어...남은 거 다 마시려고...” “그래, 그럼. 나 먼저 잘 게.” “왜? 오늘은 술 좀 마시고 싶다며?” “그랬는데...속에서 안 받네. 먹은 거 치우고 들어와.” 수빈은 그렇게 나를 두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잔뜩 기대하고 있던 나는 완전히 닭 쫓던 개가 되고 말았다는 생각에 어이가 없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맥주를 들이켰다. 시원한 맥주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며 답답함을 약간 주었다. 이러지도 못 한 채 술을 마시며 나는 티비를 틀었다. 드라마가 나왔다. 낯간지러운 장면이 나와서 불에 데기라도 한 것처럼 놀라 채널을 돌려버렸다. 그러자 광고가 나왔다. 채널을 돌리려고 보니 우측 상단에 ‘더 록’이라고 적혀있는 것이 보였다. 볼 만한 영화라 시간 때우기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기다렸다. “아! 시원~ 하다~” 술을 마시고 계속 기다렸다. 그런데 광고는 끊이질 않았다. 또 술을 마셨다. 그래도 광고는 계속 되었다. 나는 갑자기 짜증이 밀려와 채널을 돌려버렸다. 그러니 또 광고가 나왔다. 또 돌렸다. 레슬링이 나왔다. 계속 돌리다보니 종교방송이 나왔다. [젠장 할!~ 풍요 속 빈곤이네~] 채널은 많은 데 집중해서 볼 만한 걸 찾기가 어려웠다. 아무래도 내 머릿속이 복잡해서 그런 것 같았다. 술도 이젠 다 떨어져 버렸다. 비록, 저급한 술이었지만 내게 위로가 됐었는데 아쉬웠지만 그만 마시기로 했다. 갑자기 피곤이 밀려왔기 때문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자 소변이 마려웠다. 나는 화장실에 들어가 밀려있는 오줌을 밖으로 쏟아냈다. 시원한 물줄기가 강하게 뿜어지면서 변기 속, 물과 함께 섞였다. 물이 노랗게 변하더니 거품이 일어났다. 그 모습이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화장실에서 나왔다. 거실로 나오니 수빈의 말이 생각이 났다. 일단은 철저하게 그녀의 말에 복종하고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술자리를 깨끗이 치우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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