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의 노예 -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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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운이 좋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 앞으로는 운이 필요할 때였다. 사랑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때가 이럴 때가 아닌가 싶었다.
“신이라도 믿을까?”
“그건 너무 속 보이잖아요.”
그녀가 눈을 깜박이며 익살스럽게 대답했다.
“원래 우리 속이야 신한테는 다 보이는 거잖아.”
“그래두, 양심에 찔리는데.”
“지금은 양심을 찾을 때가 아니라서 말이지.”
그가 그녀의 양 볼을 잡고 활짝 웃었다.
“오빠.”
“응?”
“신은 우리를 허락해 주겠죠?”
그녀의 얼굴에 장난기가 사라졌다.
“벌써 허락했을 거야. 그러니까, 우리를 만나게 해준 거겠지?”
“그럴까요?”
“응, 난 그렇게 생각해. 이 모든 것이 신의 뜻이 아닌가 싶어. 어느 신인지 모르겠지만. 그래, 하늘의 뜻.”
사람이 절박하면 신을 찾는다고 하는데 무신론자인 그는 지금 그랬다.
“그럼 빌어야겠다. 제발 사랑하게 해주세요. 제발 아무도 상처받지 않게 해주세요. 제발 평생 같이 살게 해주세요.”
그녀가 기도하듯 무릎 꿇고 두 손을 모았다. 그도 그녀처럼 같이 무릎 꿇고 그녀의 손 위에 두 손을 덮었다.
“다 잘 될 거야.”
그녀가 스르르 눈을 감고 그의 품에 들어왔다.
“씻어 줘요.”
“물론이지. 씻고 푹 자자. 근심 걱정 없이.”
그렇게 씻고 나니 정말이지 푹 자버렸다. 이렇게 숙면을 취하기는 난생처음이었다. 머릿속이 깨끗이 비어 영혼이 맑아진 기분 그 자체였다.
해 질 무렵 잠이 깼는데 식욕이 솟아 스테이크를 구웠다. 맛있게 먹고 있던 영아가 갑자기 미간에 주름을 잡은 채 물었다.
“가끔 궁금해요.”
“뭐가?”
“우리 별장지기 아주머니 말이에요. 우리 사이 아는데 모르는 척, 하는 걸까요? 모르는 걸까요?”
태욱은 멋쩍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둘 다 아냐.”
“그게 무슨 뜻이에요?”
“나한테는 알은척을 했고, 그래서 너한테만 모르는 척해 달라고 내가 부탁했으니까.”
사이판에 여행 왔다 현지인과 결혼한 영아가 별장지기 아주머니라고 부르는 분은 대학 친구의 이모였다.
그가 별장은 산 후 친구한테 소개받았다. 그래서 그는 이모님이라고 불렀다.
사실 처음에 이 별장을 구입할 때는 혼자 쉬기 위한 목적이었기에 이모님 존재가 불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아와 여기서 밀회를 즐기기 시작하면서 신경이 쓰였다.
나름대로 숨긴다고 했지만 연애 경험이 많은 데다 눈치가 빠른 그분을 속일 수는 없었다.
영아를 데려온 첫해에 들켜 버렸고, 직선적인 그분은 그에게 대놓고 물었으니까.
어디까지 갈 생각이고, 또 뒷감당할 자신이냐고. 그를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염려 어린 어조였다.
그는 속을 털어놓지는 않고 당부만 했다. 동생한테는 알은척 말아 달라고. 이모님은 약속을 지켰지만 영아는 늘 그분이 알까 봐 신경이 쓰였나 보다.
“언제부터 알게 된 건데요?”
영아가 스테이크를 먹고 난 후 복부를 살살 문질렀다.
선천적으로 위가 약해서 소화를 잘 못 시키는 그녀라 습관적인 행위였다. 그렇다고 소화가 잘되는 요리를 권하면 잘 먹지 않았다.
“처음부터 알았어. 눈치가 아주 빠른 분이거든.”
“그래서 뭐라고 하셨어요?”
그가 씹기 쉽게 스테이크를 잘게 썰어서 영아의 입에 넣어 줬다.
그녀는 제비 새끼처럼 잘 받아먹었다. 그 모습을 보며 그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응?”
그녀에게 빠져서 잠시 대화의 주제를 잃어버린 그는 멍한 표정을 짓다 얼른 대답했다.
“걱정은 하셨지만 패륜 취급은 하지 않았어. 사실 민법 809조에 근친혼 금지에 우리는 해당 사항이 없으니까.
8촌 이내 혈족 간도 아니고, 6촌 이내 혈족의 배우자나 배우자의 6촌 이내 혈족도 아니고, 배우자의 4촌 이내 혈족의 배우자인 인척이거나 인척이었던 자 어느 곳에도 걸리지 않으니까.
의붓남매는 혈족도 아니고 인척도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결혼이 가능하니까.”
재혼한 첫해에 두 분이 입양을 고려했지만 영아도 그도 원하지 않았다.
그는 처음부터 뜻을 분명히 했지만 영아는 고민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그녀를 보고 모친도 더 이상 권하지 않았다.
그 사실을 알고 안도감이 왜 들었는지 굳이 분석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분명히 알았다. 이런 날이 올 줄 운명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아무 문제 없다고 부모님에게 패륜이 아닌 건 아니었다.
의붓남매의 결혼은커녕 연애만 해도 받아들이기 힘든 한국 사회니까.
우리만 문제없다고 주위에 시선마저 설득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걸 잘 알았지만 굳이 영아도 잘 아는 부정적인 시각을 언급하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은 긍정적인 생각만으로도 벅찬 현실이었다.
“그거 알아요? 예전에는 동성동본도 결혼을 못 했잖아요. 근데 지금은 바뀌었잖아요. 그런데 왜 의붓남매는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데 관습으로는 패륜으로 취급할까요?”
영아가 억울하다는 듯 따졌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해줄 수 없었다. 그저 그녀의 입가에 묻은 소스를 냅킨으로 닦아 줄 뿐이었다.
그러면서 문득 생각난 방법을 슬그머니 입 밖에 꺼내 보았다.
“우리 사이에 아이가 태어나면 반대는 못 하실 거지만 그건 너무 극단적이겠지?”
그제야 영아가 그가 부산에서 재회한 첫날 고의적으로 피임을 하지 않았던 이유를 깨달았다.
그녀의 창백한 표정을 보니 역시나 충격적일 정도로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싫어요.”
“알아. 나도 너무 절박하니 그럴까 해본 거야. 그때는 널 영원히 잃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이성적일 수가 없었거든. 알다시피 그다음부터는 착실히 피임했어.”
그가 긴 숨을 내뱉으며 레드 와인을 한 모금 했다. 그녀의 빈 잔도 와인을 채워 줬다. 영아는 잔을 채워 주기 바쁘게 쭉 마셔 버렸다.
“신이라도 믿을까?”
“그건 너무 속 보이잖아요.”
그녀가 눈을 깜박이며 익살스럽게 대답했다.
“원래 우리 속이야 신한테는 다 보이는 거잖아.”
“그래두, 양심에 찔리는데.”
“지금은 양심을 찾을 때가 아니라서 말이지.”
그가 그녀의 양 볼을 잡고 활짝 웃었다.
“오빠.”
“응?”
“신은 우리를 허락해 주겠죠?”
그녀의 얼굴에 장난기가 사라졌다.
“벌써 허락했을 거야. 그러니까, 우리를 만나게 해준 거겠지?”
“그럴까요?”
“응, 난 그렇게 생각해. 이 모든 것이 신의 뜻이 아닌가 싶어. 어느 신인지 모르겠지만. 그래, 하늘의 뜻.”
사람이 절박하면 신을 찾는다고 하는데 무신론자인 그는 지금 그랬다.
“그럼 빌어야겠다. 제발 사랑하게 해주세요. 제발 아무도 상처받지 않게 해주세요. 제발 평생 같이 살게 해주세요.”
그녀가 기도하듯 무릎 꿇고 두 손을 모았다. 그도 그녀처럼 같이 무릎 꿇고 그녀의 손 위에 두 손을 덮었다.
“다 잘 될 거야.”
그녀가 스르르 눈을 감고 그의 품에 들어왔다.
“씻어 줘요.”
“물론이지. 씻고 푹 자자. 근심 걱정 없이.”
그렇게 씻고 나니 정말이지 푹 자버렸다. 이렇게 숙면을 취하기는 난생처음이었다. 머릿속이 깨끗이 비어 영혼이 맑아진 기분 그 자체였다.
해 질 무렵 잠이 깼는데 식욕이 솟아 스테이크를 구웠다. 맛있게 먹고 있던 영아가 갑자기 미간에 주름을 잡은 채 물었다.
“가끔 궁금해요.”
“뭐가?”
“우리 별장지기 아주머니 말이에요. 우리 사이 아는데 모르는 척, 하는 걸까요? 모르는 걸까요?”
태욱은 멋쩍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둘 다 아냐.”
“그게 무슨 뜻이에요?”
“나한테는 알은척을 했고, 그래서 너한테만 모르는 척해 달라고 내가 부탁했으니까.”
사이판에 여행 왔다 현지인과 결혼한 영아가 별장지기 아주머니라고 부르는 분은 대학 친구의 이모였다.
그가 별장은 산 후 친구한테 소개받았다. 그래서 그는 이모님이라고 불렀다.
사실 처음에 이 별장을 구입할 때는 혼자 쉬기 위한 목적이었기에 이모님 존재가 불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아와 여기서 밀회를 즐기기 시작하면서 신경이 쓰였다.
나름대로 숨긴다고 했지만 연애 경험이 많은 데다 눈치가 빠른 그분을 속일 수는 없었다.
영아를 데려온 첫해에 들켜 버렸고, 직선적인 그분은 그에게 대놓고 물었으니까.
어디까지 갈 생각이고, 또 뒷감당할 자신이냐고. 그를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염려 어린 어조였다.
그는 속을 털어놓지는 않고 당부만 했다. 동생한테는 알은척 말아 달라고. 이모님은 약속을 지켰지만 영아는 늘 그분이 알까 봐 신경이 쓰였나 보다.
“언제부터 알게 된 건데요?”
영아가 스테이크를 먹고 난 후 복부를 살살 문질렀다.
선천적으로 위가 약해서 소화를 잘 못 시키는 그녀라 습관적인 행위였다. 그렇다고 소화가 잘되는 요리를 권하면 잘 먹지 않았다.
“처음부터 알았어. 눈치가 아주 빠른 분이거든.”
“그래서 뭐라고 하셨어요?”
그가 씹기 쉽게 스테이크를 잘게 썰어서 영아의 입에 넣어 줬다.
그녀는 제비 새끼처럼 잘 받아먹었다. 그 모습을 보며 그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응?”
그녀에게 빠져서 잠시 대화의 주제를 잃어버린 그는 멍한 표정을 짓다 얼른 대답했다.
“걱정은 하셨지만 패륜 취급은 하지 않았어. 사실 민법 809조에 근친혼 금지에 우리는 해당 사항이 없으니까.
8촌 이내 혈족 간도 아니고, 6촌 이내 혈족의 배우자나 배우자의 6촌 이내 혈족도 아니고, 배우자의 4촌 이내 혈족의 배우자인 인척이거나 인척이었던 자 어느 곳에도 걸리지 않으니까.
의붓남매는 혈족도 아니고 인척도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결혼이 가능하니까.”
재혼한 첫해에 두 분이 입양을 고려했지만 영아도 그도 원하지 않았다.
그는 처음부터 뜻을 분명히 했지만 영아는 고민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그녀를 보고 모친도 더 이상 권하지 않았다.
그 사실을 알고 안도감이 왜 들었는지 굳이 분석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분명히 알았다. 이런 날이 올 줄 운명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아무 문제 없다고 부모님에게 패륜이 아닌 건 아니었다.
의붓남매의 결혼은커녕 연애만 해도 받아들이기 힘든 한국 사회니까.
우리만 문제없다고 주위에 시선마저 설득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걸 잘 알았지만 굳이 영아도 잘 아는 부정적인 시각을 언급하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은 긍정적인 생각만으로도 벅찬 현실이었다.
“그거 알아요? 예전에는 동성동본도 결혼을 못 했잖아요. 근데 지금은 바뀌었잖아요. 그런데 왜 의붓남매는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데 관습으로는 패륜으로 취급할까요?”
영아가 억울하다는 듯 따졌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해줄 수 없었다. 그저 그녀의 입가에 묻은 소스를 냅킨으로 닦아 줄 뿐이었다.
그러면서 문득 생각난 방법을 슬그머니 입 밖에 꺼내 보았다.
“우리 사이에 아이가 태어나면 반대는 못 하실 거지만 그건 너무 극단적이겠지?”
그제야 영아가 그가 부산에서 재회한 첫날 고의적으로 피임을 하지 않았던 이유를 깨달았다.
그녀의 창백한 표정을 보니 역시나 충격적일 정도로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싫어요.”
“알아. 나도 너무 절박하니 그럴까 해본 거야. 그때는 널 영원히 잃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이성적일 수가 없었거든. 알다시피 그다음부터는 착실히 피임했어.”
그가 긴 숨을 내뱉으며 레드 와인을 한 모금 했다. 그녀의 빈 잔도 와인을 채워 줬다. 영아는 잔을 채워 주기 바쁘게 쭉 마셔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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