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포효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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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희수는 놀라지도 어색해하지도 않았다.
고등학교 동창인 휘석과는 비밀로 하는 것이 없었다. 서로의 집 현관 비밀번호도 알고 지낼 정도였다.
서로의 집을 드나들 때 이웃들한테 애인이냐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휘석은 말 그대로 남사친이었다. 오빠 같기도 하고, 동생 같기도 한 힘들 땐 기댈 수 있는 그런 존재였다.
휘석은 사진작가인데 한 업체에서 사진전을 기획 중이라며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받아 잠시 프리랜서를 접고 일하는 중이었다.
어제 통화할 때만 해도 쉰다는 말은 없었는데 어떻게 쉬나 싶었다.
“내가 쉬고 싶을 때 쉬기로 했거든. 네가 쉬는 날에 내가 쉬어야 같이 놀지.”
“할 일도 참 없다. 야. 애인 만들어서 연애나 해.”
“사돈 남 말 하네. 넌 그 꼴이 뭐냐?”
“하루 이틀도 아니고 새삼스럽게 왜 그래?”
휘석이 주방으로 오자 희수는 따라 나왔다. 그가 물을 주자 그녀는 마셨다.
커피를 타서 주니 군말하지 않고 홀짝이며 마셨다.
10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퇴근해서 집에 와 씻고 바로 누웠다. 하지만 잠이 들진 않았다. 몸은 힘든데 정신이 말짱했다.
효준으로부터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듣고 3일이 지났다.
죽어가는 짐승에게 살든 말든 알아서 하라는 듯 먹이만 던져준 사육사처럼 효준에게서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사람 속을 뒤집어 놓고 나 몰라라 하니 그것 또한 열받을 일이었다. 그가 자신을 인형 가지고 놀 듯 노는 것만 같았다.
“정신 좀 차려.”
“응?”
희수는 휘석을 쳐다봤다.
“무슨 생각을 해?”
“휘석아.”
“말해.”
“너, 왜 나한테 청음 면접 보라고 했었어?”
“요리하는 사람들에게 청음은 천국일 테니까. 요리하는 거 좋아하는 너라면 충분히 그곳에서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그게 다야?”
“뭐가 더 있어야 해? 된장찌개 끓인다.”
“응.”
“뭔데?”
“뭐가?”
“널 생각에 빠지게 하는 일.”
휘석은 희수가 의자에 앉아 물을 받아 마실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며칠 전부터 통화하면서 이상하게 굴었다.
정신을 놓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인식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묻지 않았다. 물론 할 얘기면 할 것이니 끝까지 말하지 않으면 그때 물어봐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말하지 않으니 하는 수 없이 물었다. 멀뚱멀뚱 자신을 쳐다보기만 하고 말하지 않는 그녀를 쳐다보던 그는 그녀 이마에 알밤을 때렸다.
“아얏. 무슨 짓이야?”
“말을 하라고. 순진한 아이처럼 눈만 깜빡거리지 말고.”
“휘석아.”
“응.”
“그 인간 나타났어.”
“그 인간?”
“윤효준.”
재료를 만지던 휘석이 손이 멈추었다.
희수를 세상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던 윤효준. 휘석도 윤효준을 알고 있었다.
같이 식사도 한 적이 있었다.
희수를 아끼는 사람이기에 좋게 봤다.
희수를 버리고 다른 여자에게 간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쫓아가 죽여 버리겠다고 이성을 잃고 날뛸 때 희수가 말렸다.
희수가 괴로워하는 만큼 휘석도 괴로운 나날을 보냈다.
희수 스스로 주저앉았다가 일어나는 걸 보면서 효준을 저주하던 마음을 걷어들었다. 그래도 희수 입에서 윤효준이라는 이름이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지금 뭐라고 했어?”
“청음의 대표가 그 인간이었더라고.”
“뭐?”
“얼마 전에 알았어. 귀국했나 봐. 청음에 출근하기 시작했어.”
“개인적으로 만났어?”
“응.”
“왜?”
“얘기 좀 하자고 해서.”
“할 얘기가 뭐가 있어서. 당장 그만둬!”
“다른 곳에서 일 못 하게 하겠대.”
“개자식! 뭐라고 하는 거야! 그래서 계속 다닐 거야?”
“내가 썼던 계약서가 내 발목을 잡네.”
희수는 담백하게 말하며 커피를 마셨다. 그런 희수가 마음에 들지 않아 휘석은 그녀를 노려봤다.
혹시 마음이 흔들리는 걸까? 8년이었다. 그 시간이 짧지 않으니 윤효준을 증오하던 마음이 사라진 것일까?
“왜 그렇게 봐?”
“아무렇지 않아?”
“아무렇지 않긴! 그 사람 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어. 관둘까 생각도 했지만, 그러고 싶지도 않았어. 내가 왜 도망쳐야 하는데? 잘못은 그 인간이 했지, 내가 한 것도 아닌데. 아니다. 잘못이라고 할 수 없지. 자기 인생 찾아가겠다고 떠난 사람인데 잘못은 아니지. 그건 내가 감당해야 할 인생의 짐일 뿐이었던 거야.”
“뭐라고 그래?”
희수는 눈을 돌렸다. 효준이 한 말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자신이 없었다. 휘석이 어떻게 나올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또 가만히 두지 않겠다며 방방 뛰면 말리기 힘들 게 분명했다.
“그냥 잘 지냈냐고. 그러면서 계약서 얘기를 꺼내…….”
희수가 말을 끊었다. 다시 시작하자고? 그땐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는 결혼한 남자였다.
아내가 있는데 다시 시작하자고 하는 말은 뭐지? 그 순간은 미칠 듯이 화가 나서 이 생각을 하지 못했다.
“왜 그래?”
“아니야. 밥 빨리 먹자. 배고파.”
“야!”
휘석이 뭐라고 하려는데 희수 휴대폰이 전화 받으라고 아우성쳤다. 휴대폰을 든 희수는 낯선 전화번호를 봤다. 별생각 없이 휴대폰을 귀로 가져갔다.
“여보세요?”
[30분 줄게. 준비하고 나와.]
“여보세요?”
[집 앞에 와 있어.]
뚝 전화가 끊겼다. 희수는 황당한 표정으로 전화번호를 확인했다. 모르는 번호가 맞았다. 하지만 목소리는 효준이었다.
그녀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왜?]
그가 전화를 받았다.
“무슨 짓이에요?”
[나오라고.]
“왜요?”
[나와보면 알겠지?]
“싫은데요. 나 오늘 쉬는 날이에요. 대표님 만날 일 없어요.”
“대표? 그 자식이야?”
휘석이 다가오자 희수는 전화를 끊으려 했다. 그런데 휘석의 동작이 더 빨랐다. 희수에게서 전화를 빼앗은 그는 저금의 톤으로 입을 열었다.
“여보세요?”
[네.]
“오랜만입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희수에게 왜 전화를 합니까? 그럴 이유 없을 텐데요. 이미 인연이 끊긴 사람들 아닙니까.”
[장휘석 씨가 참견한 일 아닙니다.]
“참견해야겠습니다.”
[전화 바꿔요.]
“나하고 만나서 얘기합시다.”
“얘가 왜 이래? 내놔. 네가 이 사람을 왜 만나? 끊어요. 나갈 일 없으니까 돌아가시고요.”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희수는 놀라지도 어색해하지도 않았다.
고등학교 동창인 휘석과는 비밀로 하는 것이 없었다. 서로의 집 현관 비밀번호도 알고 지낼 정도였다.
서로의 집을 드나들 때 이웃들한테 애인이냐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휘석은 말 그대로 남사친이었다. 오빠 같기도 하고, 동생 같기도 한 힘들 땐 기댈 수 있는 그런 존재였다.
휘석은 사진작가인데 한 업체에서 사진전을 기획 중이라며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받아 잠시 프리랜서를 접고 일하는 중이었다.
어제 통화할 때만 해도 쉰다는 말은 없었는데 어떻게 쉬나 싶었다.
“내가 쉬고 싶을 때 쉬기로 했거든. 네가 쉬는 날에 내가 쉬어야 같이 놀지.”
“할 일도 참 없다. 야. 애인 만들어서 연애나 해.”
“사돈 남 말 하네. 넌 그 꼴이 뭐냐?”
“하루 이틀도 아니고 새삼스럽게 왜 그래?”
휘석이 주방으로 오자 희수는 따라 나왔다. 그가 물을 주자 그녀는 마셨다.
커피를 타서 주니 군말하지 않고 홀짝이며 마셨다.
10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퇴근해서 집에 와 씻고 바로 누웠다. 하지만 잠이 들진 않았다. 몸은 힘든데 정신이 말짱했다.
효준으로부터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듣고 3일이 지났다.
죽어가는 짐승에게 살든 말든 알아서 하라는 듯 먹이만 던져준 사육사처럼 효준에게서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사람 속을 뒤집어 놓고 나 몰라라 하니 그것 또한 열받을 일이었다. 그가 자신을 인형 가지고 놀 듯 노는 것만 같았다.
“정신 좀 차려.”
“응?”
희수는 휘석을 쳐다봤다.
“무슨 생각을 해?”
“휘석아.”
“말해.”
“너, 왜 나한테 청음 면접 보라고 했었어?”
“요리하는 사람들에게 청음은 천국일 테니까. 요리하는 거 좋아하는 너라면 충분히 그곳에서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그게 다야?”
“뭐가 더 있어야 해? 된장찌개 끓인다.”
“응.”
“뭔데?”
“뭐가?”
“널 생각에 빠지게 하는 일.”
휘석은 희수가 의자에 앉아 물을 받아 마실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며칠 전부터 통화하면서 이상하게 굴었다.
정신을 놓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인식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묻지 않았다. 물론 할 얘기면 할 것이니 끝까지 말하지 않으면 그때 물어봐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말하지 않으니 하는 수 없이 물었다. 멀뚱멀뚱 자신을 쳐다보기만 하고 말하지 않는 그녀를 쳐다보던 그는 그녀 이마에 알밤을 때렸다.
“아얏. 무슨 짓이야?”
“말을 하라고. 순진한 아이처럼 눈만 깜빡거리지 말고.”
“휘석아.”
“응.”
“그 인간 나타났어.”
“그 인간?”
“윤효준.”
재료를 만지던 휘석이 손이 멈추었다.
희수를 세상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던 윤효준. 휘석도 윤효준을 알고 있었다.
같이 식사도 한 적이 있었다.
희수를 아끼는 사람이기에 좋게 봤다.
희수를 버리고 다른 여자에게 간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쫓아가 죽여 버리겠다고 이성을 잃고 날뛸 때 희수가 말렸다.
희수가 괴로워하는 만큼 휘석도 괴로운 나날을 보냈다.
희수 스스로 주저앉았다가 일어나는 걸 보면서 효준을 저주하던 마음을 걷어들었다. 그래도 희수 입에서 윤효준이라는 이름이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지금 뭐라고 했어?”
“청음의 대표가 그 인간이었더라고.”
“뭐?”
“얼마 전에 알았어. 귀국했나 봐. 청음에 출근하기 시작했어.”
“개인적으로 만났어?”
“응.”
“왜?”
“얘기 좀 하자고 해서.”
“할 얘기가 뭐가 있어서. 당장 그만둬!”
“다른 곳에서 일 못 하게 하겠대.”
“개자식! 뭐라고 하는 거야! 그래서 계속 다닐 거야?”
“내가 썼던 계약서가 내 발목을 잡네.”
희수는 담백하게 말하며 커피를 마셨다. 그런 희수가 마음에 들지 않아 휘석은 그녀를 노려봤다.
혹시 마음이 흔들리는 걸까? 8년이었다. 그 시간이 짧지 않으니 윤효준을 증오하던 마음이 사라진 것일까?
“왜 그렇게 봐?”
“아무렇지 않아?”
“아무렇지 않긴! 그 사람 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어. 관둘까 생각도 했지만, 그러고 싶지도 않았어. 내가 왜 도망쳐야 하는데? 잘못은 그 인간이 했지, 내가 한 것도 아닌데. 아니다. 잘못이라고 할 수 없지. 자기 인생 찾아가겠다고 떠난 사람인데 잘못은 아니지. 그건 내가 감당해야 할 인생의 짐일 뿐이었던 거야.”
“뭐라고 그래?”
희수는 눈을 돌렸다. 효준이 한 말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자신이 없었다. 휘석이 어떻게 나올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또 가만히 두지 않겠다며 방방 뛰면 말리기 힘들 게 분명했다.
“그냥 잘 지냈냐고. 그러면서 계약서 얘기를 꺼내…….”
희수가 말을 끊었다. 다시 시작하자고? 그땐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는 결혼한 남자였다.
아내가 있는데 다시 시작하자고 하는 말은 뭐지? 그 순간은 미칠 듯이 화가 나서 이 생각을 하지 못했다.
“왜 그래?”
“아니야. 밥 빨리 먹자. 배고파.”
“야!”
휘석이 뭐라고 하려는데 희수 휴대폰이 전화 받으라고 아우성쳤다. 휴대폰을 든 희수는 낯선 전화번호를 봤다. 별생각 없이 휴대폰을 귀로 가져갔다.
“여보세요?”
[30분 줄게. 준비하고 나와.]
“여보세요?”
[집 앞에 와 있어.]
뚝 전화가 끊겼다. 희수는 황당한 표정으로 전화번호를 확인했다. 모르는 번호가 맞았다. 하지만 목소리는 효준이었다.
그녀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왜?]
그가 전화를 받았다.
“무슨 짓이에요?”
[나오라고.]
“왜요?”
[나와보면 알겠지?]
“싫은데요. 나 오늘 쉬는 날이에요. 대표님 만날 일 없어요.”
“대표? 그 자식이야?”
휘석이 다가오자 희수는 전화를 끊으려 했다. 그런데 휘석의 동작이 더 빨랐다. 희수에게서 전화를 빼앗은 그는 저금의 톤으로 입을 열었다.
“여보세요?”
[네.]
“오랜만입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희수에게 왜 전화를 합니까? 그럴 이유 없을 텐데요. 이미 인연이 끊긴 사람들 아닙니까.”
[장휘석 씨가 참견한 일 아닙니다.]
“참견해야겠습니다.”
[전화 바꿔요.]
“나하고 만나서 얘기합시다.”
“얘가 왜 이래? 내놔. 네가 이 사람을 왜 만나? 끊어요. 나갈 일 없으니까 돌아가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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